할리우드 해양 영화들로 학교 시간표(?)를 짜봤다

오랜만에 한국산 해양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속편 <해적: 도깨비 깃발>이 개봉했다. 해양 영화는 배경인 바다를 어떻게 그릴지, 어떤 얘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고, 특히 기술력(과 자본)도 자랑할 수 있어 할리우드가 예로부터 사랑한 장르 가운데 하나다. 그들이 바다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영화를 만들었는지, 테마별로 골라 수업시간표를 짜보기로 했다.


문학 시간 / 하트 오브 더 씨



<하트 오브 더 씨>


<하트 오브 더 씨>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양소설이자 훌륭한 목침(…)으로 유명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 거대한 흰머리 향유고래를 잡기 위해 떠난 피쿼드호의 이야기는 인간과 자연의 갈등, 실제 생활을 세밀하게 옮긴 선상 생활 묘사 등으로 걸작에 올랐다. <모비 딕>은 이런 고래잡이와는 거리가 먼 한국에선 가까워지기 힘든 책인데, 포경 산업이 성행했던 북미에선 산업의 실패와 인간의 욕망을 신랄하게 비판해 현대까지도 필독서에 속한다.
 
<하트 오브 더 씨>는 <모비 딕>에 영감을 준 실화, 에식스호의 표류기를 적었다. 허먼 멜빌(벤 위쇼)이 이 에식호에 승선했던 니커슨(브렌단 글리슨)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에식스호의 성쇠를 옮겼다. <모비 딕>을 직접 옮긴 영화를 봐도 좋겠지만, 숨을 멎게 하는 CG로 구색을 맞춘 이 영화가 흥미를 붙이는 출입구로 좋다. <모비 딕>만큼은 아니나 선상 생활 체험과 자연에 대한 경외와 공포의 교보재로 충분하니까. 무엇보다 표류를 거듭하면서 바짝바짝 말라가는 크리스 헴스워스와 톰 홀랜드, 킬리언 머피를 볼 수 있다.(‘애기애기’한 톰 홀랜드가 자라서 브렌던 글리슨이 되는 충격도 경험하라!)



크리스 헴스워스의 이 모습이 <하트 오브 더 씨> 촬영 때문이다
하트 오브 더 씨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킬리언 머피, 벤 위쇼, 벤자민 워커, 브렌단 글리슨, 샬롯 라일리

개봉

201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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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시간 / 심연



잠수정에 타서 세상 신나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

삘’ 받으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몇몇 천재 감독들이 있는데, 흥행왕 제임스 카메론도 그런 부류다. 그가 얼마나 바다덕후냐 하면 타이타닉 탐사를 하고 싶어서 <타이타닉>을 연출했고(!), 1인 잠수정을 타고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에 도전해 다큐멘터리 <딥씨 챌린지>를 탄생시켰다. 이런 사람이었으니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2>로 대성공했을 때 이때다 싶어 곧바로 <심연>(원제는 어비스(The Abyss))을 만든 게 당연할 정도.



<심연>


<심연>

<심연>은 제목처럼 바다 깊은 심연에 존재하는 생명체 조사에 나선 탐사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임스 카메론이니 블록버스터(하필 전작이 <에이리언 2>였으니)를 생각했을 텐데 의외로 정적이고 진짜로 심연의 공포를 잘 묘사한 덕분에 그의 연출작 중 유일한 실패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바다덕후이자 SF장인답게 사뭇 진지하게 심해 존재의 가능성을 던지고, 바다와 과학의 고증(대표 사례가 액체산소)을 착실하게 해 지금도 유일무이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광이라면 하늘에서 온 문명을 <미지와의 조우>에 빗대고, 바닷속 진보한 문명을 이 <심연>으로 은유하는 것이 기본 소양(물론 이제는 <아쿠아맨>이 그 자리를 뺏은 듯하다).

심연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에드 해리스, 메리 엘리자베스 매스트란토니오, 마이클 빈, 레오 버미스터, 토드 그라프, 존 베드포드 로이드, J.C. 퀸, 킴벌리 스콧

개봉

199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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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시간 / 마스터 앤드 커맨더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전쟁하면 어마어마한 성채와 공성무기의 공성전, 넓은 대지를 가로질러 칼로 서로를 베는 육탄전, 전선에 따라 생긴 참호에 몸을 숨긴 참호전 등등 육지에서의 전투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오래된 말처럼 60년 전까지도 바다의 패권을 걸고 해상전이 벌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오늘의 역사 교본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이하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근대 시절의 해상전을 역사덕후들도 반길 정도로 훌륭하게 재현했다.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동명 소설 시리즈를 영화화한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나폴레옹이 유럽 대륙을 제압한 1800년대 초, 영국 함선 서프라이즈호의 함장 잭 오브리(러셀 크로우)가 주인공이다. 서프라이즈호가 프랑스 함선 아케론호의 공격을 받고 이를 뒤쫓는 과정에서 포탄이 오가고 함선의 파편이 사방에 튀는 현실적인 전투, 디테일한 함선 운용 등이 보는 사람의 기를 쏙 빼놓는다. 작품의 톤이 무거워서였는지 흥행은 본전도 못 건졌지만 지금까지도 해상전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는 무조건 뽑힌다. 제대로 된 해상전을 체험하고 싶다면 두말할 것 없이 <마스터 앤드 커맨더>로 승선하라.



포탄과 연기, 해상전의 꽃을 잘 살렸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감독

피터 위어

출연

러셀 크로우, 폴 베타니

개봉

200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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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 크림슨 타이드 & 울프콜

해상전 얘기 나온 김에 현대 해상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다른 기체를 수납하는 모함일 것이다. 거대한 모함에서 전투기나 정찰기가 이륙해 적을 타격하는 그 느낌! 블록버스터에 딱 어울린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모함보다 더 위험한 해상전 기체가 있으니 원자력 잠수함이다. 특히 대륙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 미사일을 장착한 원자력 잠수함은 국가를 넘어 지구를 위협하는 무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이다.



<크림슨 타이드>

대표작은 역시 <크림슨 타이드>. 핵 발사 관련 명령문을 받던 중 통신이 두절된 원자력 잠수함, 그 안에서 발사하느냐 마느냐로 대립하는 함장과 부함장이 주인공이다. 진 해크만과 덴젤 워싱턴의 날 선 연기와 고립된 잠수함 내부의 긴장감이 영화 전반을 장악한다. 비교적 최신 영화인 <울프 콜> 또한 비슷한 상황에서 소리로 적군을 탐지하는 음향탐지사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분명 귀와 눈은 적군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자신의 한 마디가 세계대전으로 번질지도 모를 순간에 놓인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두 영화 속 인물들은 현대사 곳곳에 등장하는 이름 없는 영웅의 또 다른 표상처럼 보인다.



<울프 콜>


<울프 콜>
크림슨 타이드

감독

토니 스콧

출연

덴젤 워싱턴, 진 핵크만

개봉

199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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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콜

감독

안토닌 보드리

출연

프랑수아 시빌, 오마 사이

개봉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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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시간 / 라이프 오브 파이



<라이프 오브 파이>


<라이프 오브 파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바다라는 그릇에,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이 바다에 신과 종교, 삶을 담았다. 물론 무서운 호랑이가 귀여운 고양이처럼 느껴지는 마술 같은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애묘인이라면 가능하다). 영화는 얀 마텔의 동명 소설처럼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던 도중 엄청난 태풍을 만난 소년과 호랑이의 표류기이다. 다만 이 소년이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을 모두 섬기는 특이한 종교인이자 동물원을 운영하는 가정에서 일평생 동물을 벗으로 삼은 독특한 아이란 것이 특징.
 
표류기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종교와 동물 얘기만 주구장창 해서 당황스럽다는 원작처럼 <라이프 오브 파이>도 표류 전까지 전사를 천천히 쌓아 올린다. 똑같은 구성인데 역시 영상으로 보는 편이 좀 더 친숙하게 내용을 전달해서 이 전사를 토대로 주인공 파이(수라즈 샤르마)가 표류하는 도중 깨닫는 순간들이 더 쉽게 이해된다. 막판에 가서는 종교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스토리텔러의 고민까지 맛볼 수 있다. 소년 파이가 마지막에 털어놓는 이야기와 영화의 마지막 컷까지, 곰곰이 생각할 거리를 한 아름 가져다주기에 철학 수업에 딱 맞는다.

라이프 오브 파이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개봉

2013.01.01. / 2018.04.1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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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간 / 모아나



<모아나>


<모아나>

영화 속 유쾌한 해적들은 항상 음악을 사랑하고 노래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망망대해 바다에서 노래라도 없으면 무슨 재미겠는가. 그래서 음악시간은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모아나>. 억지라고 생각하지 말라. 모아나가 바다로 떠나는 결정적인 순간도 선조들이 ‘위 노우 더 웨이’(We Know the Way)를 부르며 항해하는 장면이 아니던가.
 
<모아나>가 해양 영화로 필요한 건 다 갖춘 건 사실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기술력을 때려 박은 청량한 바다에 (엄청 단순화했지만) 주인공이 항해술을 배우며 성장하는 서사까지. 다른 것보다 항해가 생활이었던 폴리네시아 민족과 그들의 신화(마우이!)를 녹여냈고, 거기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인업에 걸맞은 린미누엘 미란다의 음악까지. 흥겹지 않고 배길 수 있나.

모아나

감독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출연

드웨인 존슨, 알란 터딕, 아우이 크라발호, 저메인 클레멘트, 니콜 셰르징거, 테무에라 모리슨, 레이첼 하우스

개봉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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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영어 시간 / 캡틴 필립스



<캡틴 필립스>


<캡틴 필립스>

역사 시간(?) 때 말한 해권의 패자가 시대를 지배하는 이유는 군사적 이득뿐만 아니라 대륙 간 상권을 장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위 아 더 월드’ 같은 마인드가 기본인 시대에도 바다는 취약한 배를 강탈하려는 사건사고가 많다. <캡틴 필립스>의 토대가 된 머스크 앨라배마호 피랍 사건 또한 소말리아 해적이 화물선을 납치해 몸값을 받으려는 사건이었다.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선장 리차드 필립스(톰 행크스)는 선원들을 대피시키고 인질이 됐다가 무사 귀환했다.
 
해적 하면 이제는 잭 스패로우나 (영원한 호구) 후크 선장 같은 무슨 동화에나 나올 법한 엄청 구시대적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해적은 현시대까지도 살아남은 강탈자 중 하나다. 특히 1990년대 소말리아는 험악한 국내 상황을 피해 국외로 눈을 돌려 해적이 된 사례가 많았다. 초소를 세워 종일이라도 감시할 수 있는 국경과 달리 해역은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고 상선들이 오가는 지역이라 해적들이 날뛰기 좋았던 것. 그러므로 이런 소규모 국제적 충돌을 (필립스 선장도 훈련을 받았지만) 일반인의 시선에서 체험하면 잊지 못할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거기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되듯(물론 진짜 그렇진 않지만) 해적에 붙잡혀도 말이 잘 통해야 한다는 건 덤으로 얻는 교훈.

캡틴 필립스

감독

폴 그린그래스

출연

톰 행크스, 캐서린 키너, 바크하드 압디, 바크하드 압디라만, 파이살 아메드, 마핫 M. 알리

개봉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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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무비 에디터 비트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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