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두 번째 달인데, 오 마이 갓! 아직도 겨울방학 중이라고? 키즈카페, 눈썰매장, 얼음낚시장으로 아이들을 분주히 데려가 보지만, 주체하지 못할 어린이들만의 에너지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최신 가족 애니메이션 5편이 잠시 아이들의 눈과 귀를 책임질 수 있다. 신나는 미지의 세계로의 모험부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야기까지. 5편의 가족 애니메이션을 만나보자.
1. 무시무시한 바다 괴물을 물리쳐라! <씨 비스트>
오래 전 무시무시한 괴물이 바다에 출몰하던 시대. 바다괴물은 해안가에 정박한 배는 물론 사람까지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공포에 떨던 사람들을 구원해준 인물은 다름 아닌 바다 괴물 사냥꾼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씨 비스트>(감독 크리스 윌리엄스)는 바다 괴물 사냥꾼 중에도 가장 사랑받았던 위대한 영웅 제이컵 홀랜드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바다 괴물 사냥꾼 제이컵 홀랜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다 괴물 사냥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바다 괴물에도 급이 있는 법. 바다의 제왕으로 불리는 ‘레드 블러스터’가 나타나면서 왕국은 공포에 휩싸인다. 제이컵이 출동할 때다. 그는 레드 블러스트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크로우 선장과 함께 바다 괴물 사냥에 나선다. 그런데 이럴 수가! 보육원에 살던 여자아이 메이지가 제이컵의 배에 숨어든 것이 아닌가! 이 어린 소녀가 그 어떤 때보다 위험한 바다 괴물 사냥 여정에 동참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복수심에 눈먼 크로우 선장이 무리한 공격으로 선원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장면부터, 바다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바다 괴물은 그저 인간이 없애야 하는 존재가 아닌, 서로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던지기에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더불어 자연에 대한 존중감도 쑥쑥 생기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씨 비스트>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믿고 보는 감독 크리스 윌리엄스가 연출했다. <모아나>(2017)에서 남태평양 밖의 세계를 탐구했던 감독은 <씨 비스트>에서 지도 밖의 세계, 진정한 모험이 시작되는 그곳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2. 노랑색 귀염둥이들이 친구들을 만났다! <미니언즈 & 모어> 1,2편
귀여움의 대명사, 미니언즈들이 돌아왔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이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미니언즈 & 모어> 1,2편(감독 애로 체니 외)이 그것. 2023 오스카 후보작으로도 올랐다. 1편에는 총 10개, 2편에는 11개의 에피소드들로 풍성하게 채웠다. 에피소드 당 5분 남짓한 러닝타임이라 부담스럽지도 않다. 이번 에피소드만 보고 다음에 봐야지 하다가 그 귀여움에 빠져 끝까지 멈추지 못한다는 것은 함정.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니언즈만의 귀환이 아니다. <미니언즈 & 모어>는 일루미네이션이 기존에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마이펫의 이중생활>, <씽>, 시리즈 등의 등장인물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차용했다. 자전거 에피소드에서는 <슈퍼배드>에서 그루의 막내딸 아그네스의 고군분투 자전거 타기를 볼 수 있고, 강아지도 깜짝 등장한다. <그린치>의 눈 덮인 마을 배경의 에피소드도 반갑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미니언즈 & 모어>는 일루미네이션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조연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새롭게 조명하는 영민함을 보였다.
목소리 연기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리즈 위더스푼을 비롯해 마이클 키튼, 피에르 코팽, 미란다 코스그로브 등이 참여해 듣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부담 없는 러닝타임 동안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을 즐기고 싶다면? <미니언즈 & 모어>가 적격이다.
3. 부모님 시대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
일본에 3대가 보는 애니메이션이 <도라에몽>이라면, 우리나라에서 3대가 함께 볼 수 있는 대표 애니메이션은 <검정고무신>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살았던 그 시대의 향수를 느끼면서 자녀들에게 그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보다 나은 대안은 없을 것이다.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토종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의 두 번째 극장판이다. 1992년 소년챔프 연재를 시작으로 1999년부터 2015년까지 TV에서 방영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2020년에 개봉한 첫 번째 극장판 <추억의 검정고무신>은 영화 티켓 가격이 10원, 소 한 마리가 5만원 하던 시절 기영, 기철 형제 가족의 일상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이번 두 번째 극장판의 배경은 1960년대 우리나라 곳곳으로 서울 마포, 종로 그리고 충청도 일부 지역이다. 기철이가 짝사랑하는 여학생 숙이에게 잘 보이려다 수업료를 다 써버리고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철이는 수업료를 다시 벌기 위해 몰래 서울로 올라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갑자기 기철이가 사라지자 남은 가족들은 기철이가 가출한 것으로 오해해고 ‘모든 것을 용서할 테니 돌아오라’는 눈물의 전단지를 붙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기철이는 가족의 걱정은 알지도 못한 채 구두닦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업료 모으기에 여념이 없다.
팍팍한 서울살이를 특유의 해맑은 기질로 버텨가던 기철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조폭처럼 무서운 사람을 만나면서 쫓기게 되는 것. 기철이는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탕진한 수업료를 다시 모을 수 있을까?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에피소드에서 자아내는 웃음을 넘어 절절한 가족애의 감동까지 선사하는 <극장판 검정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을 만나보자.
4. ‘아기 상어 뚜루뚜뚜~’ 신나는 댄스파티!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2: 원더스타 콘서트 대작전>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만드는 그 이름, 아이들의 BTS 핑크퐁이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핑크퐁의 위대함을 이미 경험했을 터.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2: 원더스타 콘서트 대작전>(감독 김수경)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했다. 올해는 대만, 미국, 싱가포르에서 극장 개봉을 이어가고 있다. 핑크퐁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마침내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2: 원더스타 콘서트 대작전>은 핑크퐁을 사랑하는 어린이 팬들을 위해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 핑크퐁과 호기, 원더스타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댄싱 무비이다. 제목에도 콘서트라고 표기되어 있듯이, 스토리라인을 따라가기보다는 러닝타임 내내 핑크퐁과 친구들이 마치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무대를 선사한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아이들이 객석에서 일어나 떼창을 불렀다는 후문처럼, ‘아기상어’를 비롯해 ‘티라노 공연’, ‘우린 모두 달라’까지. 노래에 맞춰 정신없이 몸을 흔들다가 감동의 눈물 한 방울도 흘리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인지, 익숙한 핑크퐁 노래와 중간 중간 적절하게 캐릭터들의 에피소드가 섞여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핑크퐁 시네마 콘서트 2: 원더스타 콘서트 대작전>은 무엇보다 ‘내 아이의 첫 극장 나들이 영화’라는 입소문처럼 부모에게도 믿을 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5. 철거 예정 아파트에서 만난 어린 시절의 추억들 <표류단지>
‘이제 핑크퐁은 졸업하고 싶다고요!’ 라고 말하는 초등학생 특히 고학년들을 위해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표류단지>(감독 이시다 히로야스)를 추천한다.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코스케와 나츠메는 친남매처럼 함께 자란 사이다. 하지만 코스케의 할아버지 야스츠구가 돌아가시고, 6학년이 되면서 둘 사이는 조금씩 서먹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름방학 중이던 어느 날, 코스케와 같은 반 친구들은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철거 예정 아파트 단지에 몰래 들어간다.
이 단지는 코스케와 나츠메가 함께 자란 곳이기도 했기에, 둘에게는 많은 추억이 깃든 장소. 그리고 이곳에서 코스케는 우연히 나츠메를 만나고, 나츠메는 코스케에게 ‘놋포’라는 미지의 소년에 대해 아는지 묻는다. 그 순간, 아이들은 불가사의한 현상에 휩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다.
코스케와 친구들을 태운 아파트 단지는 신비한 바다 위를 표류하기 시작한다. 먹을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아파트에서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힘을 모은다. 울고 싸우고, 때로는 화해도 하는 소년 소녀들. 아파트는 왜 표류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거기서 마주한 과거의 이야기들은 왜 나타나게 된 것일까? 과연 이들은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여름의 모험담이 지금 시작된다.
<표류단지>는 스튜디오 콜로리도(Studio Colorido)의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다.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펭귄 하이웨이>(감독 이시야 히로야스, 2018)로 제42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8년 판타지아 영화제 베스트 애니메이션상인 ‘콘 사토시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감독 사토 준이치, 2020)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영화 TOP 10에 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표류단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평. 아이가 자라온 아파트가 철거를 앞두고 아이들의 기억, 추억들을 함께 소환하며 환상적인 화면과 함께 감동적인 스토리라인을 선보인다.
윤상민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