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 개봉을 앞두고 이번 스파이더맨을 향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에 참전하게 된 스파이더맨, 하지만 단독 영화 개봉도 전에 소니가 독자적인 세계관 ‘소니의 마블 유니버스(Sony’s Marvel Universe, 이하 SMU)‘ 영화를 제작한다며 묘한 줄다리기를 시작했습니다. SMU는 과연 무엇일까요?

- 스파이더맨: 홈커밍
-
감독
존 왓츠출연
톰 홀랜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키튼개봉
2017 미국
너네 집은 어디니?
중요한 건 이겁니다. ‘스파이더맨은 마블 캐릭터지만 스파이더맨 영화는 소니 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눈여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파이더맨 영화화 판권은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영구적인 권리를요.
간략하게 설명하면, 한때 마블은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그렇습니다, 그 마블도 이런 적이 있습니다) 캐넌 필름에 스파이더맨 영화화 판권을 팔았고 이 판권은 많은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았죠. 그 와중 캐넌 필름이 망하면서 판권은 사장인 메나헴 골란이 갖게 되죠.
이후 21세기 폭스가 영화화를 진행하다 중단되고 그 권리를 MGM이 가져갑니다. 파산 직전에 처한 마블은 메나햄 골란과의 계약 기간이 끝났다며 콜롬비아 픽처스(소니 픽처스의 자회사)에 스파이더맨 영화화 판권을 팔았는데, 이에 대해 MGM은 이중계약이라며 소송을 걸게 됩니다.

- 블레이드 2
-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출연
웨슬리 스나입스개봉
2002 미국
당시 소니와 MGM은 007 시리즈 판권으로도 분쟁 중이었는데요, 소니는 007 시리즈 판권을 MGM에 넘기는 대신 스파이더맨 판권을 가져오는 걸로 타협합니다. 이렇게 MGM이 재판에서 빠지고, 간신히 기사회생 중이라 재판에 신경쓸 수 없었던 마블은 사실상 법적 권리를 포기합니다. 그 결과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는 스파이더맨 영화화 판권을 영구적으로 갖게 됩니다. 마블-폭스 간 X맨과 판타스틱4 판권 계약에 ‘일정 기간 내 영화 제작 포기시 판권 회수’라는 조건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 마블 데어데블 시즌1
-
출연
찰리 콕스, 데보라 앤 월, 엘든 헨슨, 아예렛 주러, 로사리오 도슨, 빈센트 도노프리오, 니콜라이 니콜래프, 본디 커티스 홀, 토비 레오나드 무어, 밥 건튼, 스콧 글렌, 존 번탈, 에로디 영, 스티븐 라이더방송
2015, 넷플릭스

- 고스트 라이더 3D : 복수의 화신
-
감독
마크 네빌딘, 브라이언 테일러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이드리스 엘바, 비올란테 플라치도, 시아란 힌즈, 퍼거스 리오단개봉
2011 미국
그래서 이번 <스파이더맨: 홈커밍>도 마블에서 기획하는 MCU 소속이지만, 소니 픽처스가 제작비를 부담하고 대신 수익도 전부 가져갑니다. 두 회사가 협력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거죠.
두 회사의 이런 협력이 성사된 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흥행 실패와 2014년 영화 <인터뷰>의 파일 유출로 소니가 재정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마블은 소니가 쉽게 영화화 판권을 넘기지 않을 걸 알고 이런 타협점을 준비했고, 소니 역시 단독 제작보다 현재 잘나가는 MCU에 투자하는 걸 택했습니다.
그 결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후속작과 기획 중이던 스핀오프가 중단되고, 많은 팬들이 염원하던 ‘스파이더맨 MCU 참전’이 이뤄졌습니다. 톰 홀랜드의 말대로라면 MCU의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는 두 편이 더 나올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소니가 내세운 카드는?
하지만 소니도 나름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를 MCU에 편입시키는 대신, SMU를 단독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한 거죠. 스파이더맨 원작 코믹스에 나오는 캐릭터들 역시 소니 픽처스가 판권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MCU의 인지도로 스파이더맨의 수익을 극대화하고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판권 또한 이용하겠다는 이중 전략으로 생각됩니다.
- 베놈
-
감독
루벤 플레셔출연
톰 하디개봉
2018 미국
그래서 SMU로 처음 발표하는 작품은 <베놈>입니다. <스파이더맨 3>에도 등장했던 베놈은 스파이더맨의 아치 에너미(해당 히어로와 숙적인, 가장 대표적인 빌런)인데요, 심비오트라는 외계 생명체가 숙주에게 기생하면서 탄생한 빌런입니다. 심비오트는 여러 번 숙주를 바꿨는데, 맨 처음 스파이더맨에 기생한 이후 그 다음에 옮겨갔던 숙주 에디 브룩이 대표적이죠.

- 스파이더맨 3
-
감독
샘 레이미출연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제임스 프랭코, 토마스 헤이든 처치, 토퍼 그레이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로즈마리 해리스, J.K. 시몬스, 제임스 크롬웰개봉
2007 미국
베놈을 첫 타자로 세운 건 아마도 유명한 빌런이기 때문도 있겠지만, 스파이더맨과 비슷한 능력(거미줄을 쓸 수 있죠)을 지닌 점과 원작에서도 가끔 다른 빌런을 퇴치하기도 했다는 점(특히 스파이더맨과 협력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흑화된 스파이더맨’이란 특징을 더욱 살릴 것으로 보입니다. R등급에 제작비가 높지 않다는 점은 <데드풀>의 흥행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보이고요.
무엇보다 심비오트가 숙주와 함께한다는 특징은 시리즈 영화로 만들기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베놈의 등장 이후 만들어진 ‘심비오트 빌런’들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현재 톰 하디가 에디 브룩 역으로 내정돼있고, 감독은 <좀비랜드>의 루벤 플레셔, 각본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각본을 맡았던 제프 핑크너가 맡습니다.
영화로 제작될 다른 캐릭터는 블랙 캣과 실버 세이블입니다. <실버&블랙>(가제)으로 명명된 이번 영화는 여성 캐릭터 둘을 내세운, 도전적인 영화입니다. 재밌는 건 두 캐릭터 역시 스파이더맨과 대립하기도, 때로는 협력하기도 하는 관계라는 거죠. 마치 베놈처럼요. 물론 악당의 이미지가 강한 베놈에 비하면 실버 세이블은 용병이고 블랙 캣은 스파이더맨과 썸(!)도 타는 도둑이기에 좀 더 다양한 면모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메가폰을 잡은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감독은 <별들의 비밀생활> <블랙우드>를 연출했었는데요, 현재는 기존에 집필된 <실버&블랙>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원더 우먼>이 성공한 시점에서 <실버&블랙>은 어떤 방법으로 여성 히어로 콤비의 힘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누구?
<베놈>이 성공한다면, SMU는 당연히 더 많은 캐릭터들을 영화화하겠죠? 공개된 영화들 외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카니지와 시니스터 식스로 보입니다. 카니지는 베놈처럼 심비오트의 숙주로 탄생한 빌런인데요, 베놈과 유사해 보이지만 빨간 심비오트 슈트, 그리고 더 건장한 덩치가 특징입니다.
힘이나 능력 역시 스파이더맨, 베놈보다 한 수 위이고요. 베놈이 스파이더맨과 처음으로 협력한 일이 이 카니지 퇴치일 만큼 위협적인 캐릭터라 <베놈> 이후 등장하기 딱 좋은 빌런이죠.
<베놈>에서 파생될 가능성이 높은 건 카니지뿐만이 아닙니다. 심비오트의 숙주 중 플래시 톰슨은 심비오트를 활용해 히어로 활동을 하고, 역시 심비오트에서 파생된 안티 베놈이나 톡신은 스파이더맨의 중요 협력자가 되기도 하죠. (문제는 스파이더맨은 MCU로 놀러갔다는 거)
시니스터 식스는 빌런 팀입니다. DC로 치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라 할 수 있죠(그렇다고 그 영화를 떠올리지 말아요, 우리). 물론 비공식적으로 정부 소속인 수어사이트 스쿼드와 달리 시니스터 식스는 스파이더맨 퇴치를 위해 협력한 팀이지만요. 이전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이후 스핀오프로 기획된 적이 있지만 MCU 리부트로 엎어졌죠.
‘식스’인 건 초대 멤버가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 미스테리오, 일렉트로, 크레이븐 더 헌터, 벌처 6명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멤버 교체가 된 적도 있고 시니스터 세븐, 시니스터 트웰브 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름값으로는 시니스터 식스가 가장 강력하기에 멤버는 바뀌어도 6명으로 갈 가능성이 높죠. 각 빌런들 역시 인지도도 높은 편이고요.
MCU와 SMU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만일 SMU가 자신들만의 특색을 좀 더 부각 시키고 싶다면 미스테리오와 카멜레온, 미스터 네거티브의 등장도 점쳐볼 만합니다. 세 빌런은 ‘힘’보다는 심리적인 면과 판타지적인 특색이 강하거든요.
미스테리오는 현란한 특수효과로 상대방을 환각에 빠지게 하는 빌런입니다. 카멜레온은 이름처럼 원하는 캐릭터로 변신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빌런이고요. 두 빌런이 SMU에 참전한다면 초인들이 강세인 DC 확장 유니버스 영화나 각 캐릭터들의 관계가 중요한 MCU와 전혀 다른, 심리적인 전략이나 몽환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독창적인 시리즈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스터 네거티브는 마틴 리와 미스터 네거티브, 두 개의 인격을 가진 빌런인데요, 색이 반전된 외양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습니다. 에너지 계열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으로 물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거나 타인을 조종할 수 있다고 하니 심리적인 면을 이용한 액션 장면을 만들어낼 만한 캐릭터네요. 또 단독으로 움직이는 다른 빌런들과 달리 조직을 가지고 있단 점도 영화에 활용할 만하겠죠?
<베놈>과 <실버&블랙>을 제외하면 SMU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프로젝트입니다. 가능성을 짚어본 이 포스트 내용과 전혀 다르게 제작될 수도 있고요. 소니 픽처스가 SMU 영화들을 성공적으로 제작해 팬들에게 성원을 받을지, 아니면 마블에게 판권을 넘기라는 비난을 받을지 <베놈>이 공개될 2018년 10월이 기다려집니다!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