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박스 오피스 순위를 들여다보면 지난 2022년의 한국 영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2022년의 한국 영화계의 승자는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넘긴 마동석의 <범죄도시 2>였다. 확실히, 속편이 한국 영화의 트렌드다. 1위 <범죄도시 2>를 비롯하여, 4위의 <한산: 용의 출연>, 5위 <공조 2: 인터내셔날>, 10위 <마녀 Part 2> 등 순위권에 오른 한국 영화의 대다수가 전작의 흥행을 이은 속편이었다. 하지만, 여름 박스오피스의 의외의 승자 이정재의 <헌트>, 그리고 겨울 박스오피스의 승자 안태진 감독의 <올빼미> 등 의외의 작품들이 힘을 발휘하기도 했다. 순위 밖에 위치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의외의 저력을 보여준 <육사오 (6/45)> 또한 빠져서는 안 된다. ‘붕괴 신드롬’을 일으킨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역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작가주의 영화의 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되었던 극장도 점차 활력을 띄며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맞춰 2023년 개봉 예정 중인 한국 영화의 라인업이 상당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언론과 업계 관계자를 통해서 현재 후반 작업 중이거나 개봉 확정된 작품의 이름을 듣다 보면, 올해 극장에서 살다시피 시간을 보낼 관객이 꽤나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감독과 연기력 보증 수표인 대배우들의 이름이 가득할 2023년 한국 영화 기대작의 리스트를 한번 살펴보자! (이번 기사에서 <범죄도시 3>, <노량: 죽음의 바다> 등 속편의 제작 소식은 다루지 않았다.)
<드림 (가제)> dir. 이병헌
<극한 직업 (2019)>의 흥행을 통해 메가 히트 감독에 오른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박서준과 이지은 주연으로 홈리스 월드컵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2020년 5월 경 촬영을 시작했으나, 헝가리 등 해외 로케이션 촬영 일정이 코로나 19로 인해 미뤄지면서 2022년 3월에야 촬영을 마무리했다. 2022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2023년 개봉으로 연기되었다. 한편, 이병헌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가제)>의 제작도 진행 중에 있다. <드림>과 <닭강정> 모두 흥행한다면 2023년은 이병헌 감독에게 2019년의 재림일 수도 있다. 그는 2019년 <극한 직업>과 <멜로가 체질>, 영화와 드라마 모두 호평을 받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적이 있다.

- 드림(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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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병헌
출연
박서준, 아이유
개봉
미개봉
<행복의 나라로> dir. 임상수
이제는 정말 개봉할 때가 되었다.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 사람들(2004)>로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구가한 임상수 감독의 신작인 <행복의 나라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최초 공개되었던 <행복의 나라로>는 2년째 창고에서 계류 중이다. 초반 작업 당시 토마스 얀 감독의 <노킹 온더 헤븐스 도어 (1997)>의 리메이크로 예정된 이 작품은 각본 제작 중 많은 요소가 변했다고 한다. 따라서, 위 영화의 영감을 받은 개별적인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박해일, 최민식이라는 최상의 조합은 과연 2014년 <나의 절친 악당들> 이후 9년 만에 복귀할 임상수 감독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일단, 수박을 통째로 먹는 박해일과 최민식의 스틸컷은 2년이 지난 지금도 <행복의 나라로>를 목 놓아 기대하게 만든다.

- 행복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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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상수
출연
최민식, 박해일
개봉
미개봉
<싱글 인 서울> dir. 박범수
제작 소식이 들려온 이후 오랜 기간 개봉되지 않고 있는 작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동욱, 임수정 주연의 로맨스 코미디 <싱글 인 서울>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크레딧은 각본의 이지민 작가다. <밀정 (2016)>, <마약왕 (2017)>, <천문: 하늘에 묻다 (2018)>,<남산의 부장들 (2019)>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빼어난 작품을 집필한 이지민 작가가 만든 로맨틱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지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20년 말에 촬영에 돌입해 2021년 초에 촬영을 완료한 <싱글 인 서울>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봉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임수정의 편집장 역할은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속 배타미 역만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 싱글 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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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범수
출연
이동욱, 임수정
개봉
미개봉
<원더랜드> dir. 김태용
김태용 감독이 희대의 명작 <만추 (2011)>을 찍은 지 어언 12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12년이면 12간지가 한 바퀴 다 지나는 시간이다.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촬영 소식은 지난 2020년에 들려왔다. 박보검, 수지, 공유, 탕웨이, 최우식, 정유미 화려한 라인업과 100억이 넘는 제작비가 들었다는 이야기도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박보검 제대 직전 마지막 촬영분이었던 <원더랜드>는 박보검이 제대한 지 8개월이 넘도록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세상을 떠난 가족, 연인과 A.I로 재회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 ‘원더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원더랜드>의 개봉을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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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태용
출연
정유미, 최우식, 수지, 박보검, 탕웨이
개봉
미개봉
<탈주> dir. 이종필
이제훈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마치 서동요 설화처럼 이제훈은 공식 선상에서 종종 구교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2020)>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종필 감독의 신작 <탈주>에 구교환과 이제훈이 캐스팅됐다. 남한으로 탈북하려는 북한군 병사와 그를 막는 보위부 장교의 이야기를 다룬 <탈주>는 지난여름 촬영을 완료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통해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인 이종필 감독이 가장 핫한 이제훈, 구교환 두 배우를 어떻게 그려낼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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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종필
출연
이제훈, 구교환
개봉
미개봉
<말할 수 없는 비밀> dir. 서유민
제목에서 알 수 있겠지만 동명의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의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의 주걸륜이 맡은 역할을 도경수가, 계륜미가 맡은 역할을 원진아가 소화할 예정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임지연의 아역인 어린 시절 박연진을 연기해 엄청난 인기를 끈 신예은 역시 출연한다. 설정상 차이점이 있다면, 원작의 배경은 예술고등학교지만 이 작품은 음악대학을 배경으로 한다. 1년 전 촬영을 마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의 명성이 자자한 만큼, 과연 리메이크작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말할 수 없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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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서유민
출연
원진아, 도경수, 신예은
개봉
미개봉
<서울의 봄> dir. 김성수
<비트 (1997)>, <태양은 없다 (1998)>로 90년대 말 전성기를 보내고, 2016년 <아수라>를 통해 다시 한번 재기에 성공한 김성수 감독의 신작 또한 2023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의 페르소나 격인 정우성과 5번째 호흡을 맞추며, 이외에도 황정민,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안성기 등 내로라하는 충무로 남자 배우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전작 <아수라>가 현대의 부패한 정치 세태를 꼬집었다면, <서울의 봄>은 1980년대 군부 시절을 그리고 있다. 충무로에서 입지가 굵은 김성수 감독이 그려낸 80년대의 풍광은 어떨까? 이 작품은 지난달 세상을 떠난 명품 조연 염동헌 배우의 유작이기도 하다.

- 서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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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박해준, 이성민, 김성균
개봉
미개봉
<파묘> dir. 정재현
한국의 오컬트 영화 장인, <검은 사제들 (2015)>, <사바하 (2019)>를 만들었던 정재현 감독의 신작이 제작 중이란 소식이 들려온다. 제목처럼 흉지의 묘를 이장하려는 풍수사, 장의사, 무당 사이에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풍수사 역에는 최민식, 장의사 역에 유해진 그리고 무당 역에 김고은이 함께한다. 이외에도 훈훈한 외모로 드라마에서 종횡무진하는 배우 이도현도 <파묘>를 통해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2021년 가을에 촬영 예정이었던 <파묘>는 여러 사유로 인해 1년 뒤인 2022년 10월 촬영에 착수했다. 빠르면 2023년 연말에 개봉을 목표하고 있다고 하니, 정재현 감독 표 새로운 오컬트물 <파묘>의 빠른 개봉을 기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