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사랑한다 지한아” 핼러윈 이태원 참사에 영화·방송계도 눈물짓는다

‘2022년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해 1일 기준 156명이 숨졌다. 대다수 희생자는 20대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래 최대 규모의 참사며 희생자의 연령층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우 이지한 사망, 국내배우들 애도 물결



ⓒ이지한 인스타그램

29일 밤 이태원에는 98년생 배우 이지한도 있었다. 핼러윈을 즐기려 이태원에 방문한 그는 좁은 골목에서 압사 참사의 희생자가 됐다. 이지한은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 2로 얼굴을 알리고 2019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를 시작으로 배우 활동을 이어왔다. 사고 무렵 그는 주연으로 캐스팅된 드라마 <꼭두의 계절>을 촬영하고 있었다. 
 
31일 이지한과 함께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출연한 박희석은 인스타그램에 애도하는 게시글을 남겼다. 그는 “일본 가기 전 보자던 너의 그 한마디를 (거절하고) 준비가 끝나고 보자고 이야기했던 내 스스로가 너무 밉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지한아”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지한과 같은 소속사의 배우 남궁민도 추모의 글귀를 게시했다. 
 



ⓒ이청아, 이민정, 배인혁, 정우성 인스타그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그 밖에도 김혜수·김규리·배인혁·고아라·이민정·소유진·정우성·서지혜·이청아 등이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다수의 배우들이 국화꽃 혹은 프레이 포 이태원 사진을 게시한 가운데 정우성은 검은색 사진을 문구 없이 올렸다.
 
라디오를 타고 애도의 목소리가 흐르기도 했다. 31일 SBS 파워FM ‘박하선의 씨네타운’은 “별다를 것 없는 무난한 날들이 권태로울 때도 있지만 평범한 하루야말로 커다란 축복이 아닌가 싶다” “부디 모두에게 별일 없는 하루들이 편안히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DJ 박하선의 멘트로 시작됐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스태프 친구들도 많이 방문한 곳이라 남일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호주 영화인 사망, 양자경 등 해외배우들 참사 애도

알려졌다시피 10월 31일 핼러윈은 영미권 전통 행사다. 29일 한국에 머물던 외국인들도 다수 이태원으로 와 축제에 참여했다. 총 26명의 외국인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호주 출신 영화인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름은 그레이스 레이치, 나이 23세로 호주 인디 영화사 일렉트릭 라임 필름즈(Electric Lime Films)에서 총괄 프로듀서로 일했다.
 
그레이스 레이치의 유족은 고인을 ‘멋진 천사’라며 데일리메일 측에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변화를 만드는 데 열정적이었던 재능 있는 영화 제작자였고 동생들에게는 훌륭한 롤모델이었다. 그레이스는 우리에게 놀라운 사람이 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줬다.”
 



ⓒ제이미 리 커티스, 양자경, 서희원 인스타그램

해외 영화인들의 애도도 잇따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역 제이미 리 커티스와 양자경이 개인 SNS에 애도를 표했다. 제이미 리 커티스는 트위터에 “서울에서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젊은이들이 너무 많이 숨졌다. 돌아온 자유를 축하하려고 거기 갔는데 말이다”라며 젊은 희생자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했다. 양자경은 흑백 꽃 사진과 함께 “이태원 참사에 너무 놀라고 충격받았다.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올해 구준엽과 결혼한 대만 배우 서희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희생자를 기렸다.


줄줄이 취소/연기되는 영화·방송 일정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특별시SMC

참사 이후 영화·방송계는 멈춰 섰다. 애도가 먼저라는 것이다. 다수의 무대인사와 시사회, 제작보고회, 팬미팅 등이 줄이어 취소 및 연기를 결정하고 알렸다. 공지하는 측도 받아들이는 측도 너 나 할 것 없이 당연하다는 분위기다.

참사 다음 날인 30일에는 상영 중인 영화 <자백>과 <리멤버>의 무대인사가 당일 취소됐다. 부산 영화의전당은 당일 예정된 ‘2022 유엔평화영화제’ 상영 및 행사를 전부 취소했다. 영화 <심야카페: 미씽 허니>는 언론 시사회를 오는 4일에서 11일로, <탄생>의 제작보고회는 3일에서 11일로 바뀌었다.



ⓒ마동석, 정일우, 김선호 인스타그램

마동석의 일정도 일시정지다. 지난 31일 ‘범죄도시2’ 일본 공식 홈페이지는 마동석의 방일과 무대인사 취소를 알렸다. 같은 날 그의 신작 <압꾸정>의 제작보고회는 취소됐다. 팬들과의 만남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31일 정일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본(11월 1일 오사카, 4일 도쿄) 팬미팅 연기를 공지했다. 김선호 소속사도 당일 예정된 팬미팅 티켓 예매 일정이 연기됐다고 알렸다.
 
방송사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이 휴방한 가운데, 드라마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SBS는 월화 드라마 <치얼업>을, MBC는 일일드라마 <마녀의 게임>의 결방을 알렸다. 오는 2일에 계획된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제작발표회는 미뤄졌다. OTT 쪽도 마찬가지. 31일 쿠팡플레이는 드라마 <사내연애>의 제작발표회를 1일에서 4일로 옮기고 공개 날짜를 미룬다고 했다. 넷플릭스 <더 페뷸러스>도 제작발표회를 2일에서 4일로 바꾸고 공개 일자를 조정한다.


정부 대처 안타까움 표하는 목소리도

매년 핼러윈마다 이태원은 붐볐다. 올해는 29일 토요일 하루에만 13만여 명이 이태원역을 방문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137명의 경찰만이 배치됐으며 이중 79명은 마약 수사를 위해 투입된 사복 경찰이었다. 혼잡한 인파를 통제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미흡했던 정부와 경찰 대처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영화인들도 있었다.



ⓒ뉴스1

<곡성> <7번방의 선물> 등에 출연한 배우 김기천은 자신의 트위터에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뻔뻔한 사람 같지 않은 자들 때문에 밤에 잠이 안 오고 소화가 안돼 속이 답답해 견디기 힘들다” “애도를 강제 강요하지 마라” “변명과 책임회피만 하는 협잡꾼들에게 큰 벌이 내려지길 바란다”는 트윗을 31일과 1일 양일간 연달아 올렸다.



ⓒ허지웅 인스타그램

평론가 허지웅도 입을 열었다. 그는 “라디오를 여는 글을 쓰려고 새벽부터 앉아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아직 내 스스로가 평정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체 무엇에 대해 글을 쓸 수 있고 쓰더라도 어떤 쓸모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생각했습니다”라며 복잡한 심경으로 글을 쓰는 것에도 회의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이어 “주최가 없으면 시민의 자격을 상실하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할 만큼 했고 책임질 게 없다는 말잔치의 홍수 속에서. 정작 내 입과 손 끝에서는 쓸모있는 말이랄게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라며 이번 참사 책임자들에 느낀 실망을 묘사했다.



ⓒ윤홍빈 인스타그램

배우 윤홍빈은 29일 이태원에 갔다가 사태가 심각해진 것을 보고 직접 CPR을 실시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참사에 전조증상이 충분히 있었고, 예방이 가능했던 참사였다”며 안전사고 가능성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참사 희생자들을 기린 것이다.


모든 죽음이 무겁다. 이날 참사로 눈을 감은 156명의 목숨이, 상처 입고 눈물을 삼킨 모든 이들의 절망이 무서우리만치 강렬하다. 영화·방송계 아울러 대한민국은 현재 추모 중이다. 함께 슬픔을 나누고 표현하며 잊지 않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번 반복한 그 말을 되새기는 중이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치겠다. 우리는 미안하다. 그러니 고쳐야 한다. 고치기 위해 먼저 이 참사를 왜 막을 수 없었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애도가 그것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씨네플레이 유해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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