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소식] 칸 영화제 기립박수 받은 명작임에도 관객들 우르르 퇴장시킨 아이러니 <미래의 범죄들>

<미래의 범죄들> 영화 이미지

최근 비교적 마이너 장르라고 여겨지던 고어 및 호러 영화에 할리우드 최고의 스타들이 연이어 출연하며 장르 팬들은 내적 환호를 지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10월에 열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수의 초청 작품의 장르가 호러인데, 그중에서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미래의 범죄들>이 단연 눈에 띈다.

레아 세이두, 크리스틴 스튜어트, 비고 모텐슨 등의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미래의 범죄들>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며 주목받았다. 그런데 영화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수의 관객이 고어한 시각적인 장면을 참지 못하고 우르르 나간 일화로 유명해졌다. 최고의 영화 팬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이런 광경은 흔하지 않다.

이와 상반되게 마지막까지 영화를 본 사람들은 6분 이상의 긴 박수갈채를 보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인 게 분명한 셈이다. 이 화제의 영화를 정식 개봉 전, 곧 국내에서도 볼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

<미래의 범죄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부문에 초청된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대체 어떤 영화길래?’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이콘’ 부문은 아시아, 유럽, 미주, 아프리카 등 지역을 불문하고 동시대 거장의 신작을 선보이는 부문이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초창기 영화 <미래의 범죄>(1970)에서 이 신작 영화의 제목과 세계관을 따왔다. 이번 신작은 크로넨버그 감독만의 파격적인 ‘신체 훼손 호러 장르’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며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래의 범죄들>은 환경 변화로 돌연변이가 출몰하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많은 인간이 신체의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진화’하는 설정을 그렸다. 극 중 사울 텐서(비고 모텐슨 분)와 그의 조수 카프리스(레아 세이두 분)는 신체 장기의 변형과 해체 등의 쇼를 펼친다. 이 쇼가 국립 장기 등록소의 수사관 팀린(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체의 변화와 돌연변이, 진화 등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칸국제영화제에서 <미래의 범죄들>을 보다가 많은 관객이 초반 퇴장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인사이더에 따르면 그는 “이해는 한다. 하지만 그런 고어한 장면을 넘어서 이 영화는 정말 대단하다. 그런 장면이 꼭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상한 상처 등 장면 하나하나 감탄하면서 봤다. 이 영화는 본능적인 욕망을 건드린다”라고 말하며 극찬했다.

<미래의 범죄들>의 한 장면

흥미롭게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 영화의 최종 완성본을 보기 전, 막상 촬영 중에는 이 영화의 진짜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사이더를 통해 솔직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독특한 미장센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고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다. 그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에게 촬영 당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한 사실을 밝혔다.

“배우들도 촬영하면서 무슨 의미일지 궁금한 장면이 많았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명백하게 감독님의 의도를 파악했다.” 크리스틴의 말이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많은 사람이 초반에 영화를 보다가 나갈 것을 미리 예상했다. 먼저 영화를 본 사람 중한 명은 이 영화를 보다가 거의 공황장애를 겪을 뻔했다고 하더라. 영화의 마지막 20분은 특히 더 강렬하고 많은 사람이 견디지 못할 거라는 말도 들었다. 그런 의견을 듣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다수의 관객이 좋게 반응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과연 국내 관객들은 <미래의 범죄들>을 보고 어떤 평가를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 끝내자” 우정이란 대체 뭐길래? 콜린 파렐 주연 <이니셰린의 밴시>

<이니셰린의 밴시>의 한 장면

아일랜드 서해안의 외딴섬을 배경으로 <이니셰린의 밴시>는 평생 친구였던 파드릭과 콜름의 미묘한 우정의 변화를 그린다. 콜름이 갑자기 그들의 우정을 끝내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이한 사건을 통해 고독한 한 남자의 집착을 그린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변화에 파드릭은 당황하고 단호하게 다시 우정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점점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커져만 간다.

영화 <쓰리 빌보드>로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 노미네이트는 물론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으로, 연기파 배우 콜린 파렐과 브래든 글리슨, 캐리 콘돈, 배리 케오간이 참여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콜린 파렐이 파드릭 역, 브래든 글리슨이 콜름 역을 맡아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다.

제7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작품성을 입증받은 <이니셰린의 밴시>는 국내 정식 개봉에 앞서 제27회 부산 국제영화제의 ‘아이콘’ 섹션에 초청되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부산 국제영화제 측은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마틴 맥도나의 연출력과 함께 주인공을 맡은 콜린 파렐의 연기는 202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회자되지 않을까 싶을 정로로 탄성을 자아낸다”고 초청 이유를 전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봉준호가 극찬한 감독! 연쇄살인마 끝까지 추적하는 여성 저널리스트의 사투 <성스러운 거미>

<성스러운 거미>의 한 장면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주연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에게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기며 큰 화제를 모았던 <성스러운 거미>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성스러운 거미>는 16명의 여성을 살해하며 자신의 범죄를 언론에 제보한 최악의 연쇄살인마인 일명 ‘거미’를 끝까지 추적하는 여성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 바탕 스릴러다.

美인디와이어가 선정한 ‘2023년 아카데미 유력 후보’ <성스러운 거미>는 2018년 영화 <경계선>으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수상한 감독 알리 아바시의 차기작으로 2000년대 초 이란 최대의 종교도시 마샤드(Mashad)에서 16명의 여성들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살인마 ‘사이드 하네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미 해외에서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심각성과 근본 원인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짚으며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져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는 <성스러운 거미>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이게 된 가운데, 국내 관객들에게 선사할 특별한 메시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성스러운 거미>를 통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부문에 진출한 감독 알리 아바시는 봉준호 감독이 영국 매체 ‘사이트 앤드 사운드'(Sight&Sound)를 통해 발표한 주목할 만한 차세대 거장 20인 중 한 명으로 뽑혔고, “자신만의 작은 우주를 창조해 내는 그의 연출을 좋아한다”라는 봉준호 감독의 추천사를 받아 국내 관객들의 눈도장을 콱 찍었다.

<성스러운 거미>의 주연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 <브로커>의 이지은, <트라이앵글 오브 새드니스>의 돌리 드 레온, <미래의 범죄들>의 레아 세이두 등 유력한 후보들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로써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5번째 아시아 배우로 기록되는 영예를 얻었다.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의 숨 막히는 열연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자!


씨네플레이 안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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