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파인즈와 안야 테일러 조이,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하고 마크 미로드 감독이 연출한 <더 메뉴>는 외딴섬의 배에 위치한 최고급 호화 레스토랑에 초청된 한 커플이 아름답지만 기이한 저녁 식사를 즐기는 이야기다. 이 레스토랑은 1인당 무려 1,250달러(한화 약 178만 원)를 내야만 식사를 할 수 있다.
커플인 마고(안야 테일러 조이)와 타일러(니콜라스 홀트)는 평소 팬이던 유명한 셰프 슬로윅의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 특별한 배에 탑승한다. 이 배에는 소수의 선택받은 유명인 및 부자만 올라탈 수 있다. 처음에는 화려하고 예술의 경지에 이른 셰프 슬로윅의 코스 요리에 게스트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맴돌기 시작한다. 마고는 뭔가 이상한 걸 감지하고 타일러에게 말하지만, 어쩐지 타일러는 음식에 푹 빠져서 마고의 말도 무시해버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급기야 셰프는 마고에게만 은밀한 제안을 하기에 이르고, 점점 더 수상한 코스 요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더 메뉴>는 토론토영화제 스페셜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국내 관객에게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찐 광기 어린 눈빛을 발산하는 셰프 슬로윅 역의 랄프 파인즈와 어딘지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감도는 수상한 여성 마고 역(안야 테일러 조이)의 양보 없는 연기 대결이 압권이다.
마크 밀로드 감독은 HBO 드라마 시리즈 <석세션>의 3개 시즌 총괄 프로듀서로 골든 글로브와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작에서 그는 공포와 유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섬세한 미적 감각을 마음껏 뽐내 독특한 키친 호러 영화를 완성시켰다.
마크 밀로드 감독은 “이보다 더 완벽한 캐스팅을 할 수는 없었다”라며 함께 촬영한 배우들을 극찬했다. “모든 배우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주인공들 외에도 모든 인물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개성 있게 들려줄 수 있었다. 작품에 출연한 모든 배우의 팬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마크 밀로드 감독은 랄프 파인즈를 캐스팅하며 “소리만 지르는 사이코 같은 역이 아니라 내성적이면서 예술적 내면을 가진 인물을 랄프는 완벽히 소화해 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 외에도 랄프 파인즈는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연기를 보고 “그와 함께 일하는 게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이미 넷플릭스 <퀸즈 갬빗>을 보고 안야의 팬이었다. 그는 타고난 배우다. 안야의 멋진 열연에 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했다.”
랄프 파인즈는 이번 작에서 셰프 역을 소화하기 위해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을 즐겨 봤다고 밝혔다. <셰프의 테이블>은 에미상 후보에 오른 넷플릭스 시리즈로 여러 셰프의 이야기와 그들이 일하는 모습, 철학, 음식 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랄프는 “이 시리즈의 모든 셰프를 좋아하게 됐다. 모두 개성 넘쳤다”고 후기를 전했다.
이외에도 랄프 파인즈는 3스타 미슐랭 셰프인 도미니크 크렌으로부터 주방에서 셰프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배웠다. 랄프는 “주방에서 셰프의 태도를 배우는 게 매우 중요했다. 어떻게 움직이고 사람들과 대화하는지 배워야 했다”며 셰프 도미니크 크렌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단 1화만으로 기네스북 신기록! <자정 클럽> 감독의 남다른 철학
어두운 밤이 오면 특별한 클럽의 불이 켜진다. <자정 클럽>은 시한부 환자인 청소년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에서 지내며 특별한 클럽으로 모인 여덟 친구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매일 밤 도서관에서 열리는 자정 클럽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은 한 가지 약속을 한다. 먼저 죽는 사람이 저세상에서 나머지 회원들에게 신호를 보내자는 것. 그리고 호스피스에서 기이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크리스토퍼 파이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자정 클럽>은 넷플릭스 시리즈 <힐 하우스의 유령>의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과 제작진이 함께해 섬뜩한 공포와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여기에 있든 여기에 없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면 <자정 클럽>으로 함께 떠나볼까?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자정 클럽>의 1화는 기네스북 신기록을 세웠다는 사실! 1화에만 무려 21번의 ‘점프스케어'( 공포 영화 및 공포 컴퓨터 게임에서 자주 사용되는 관객(플레이어)을 갑작스럽게 무섭게 하는 것을 의도하고 주로 큰 무서운 소리와 함께 이미지 (영상)와 사건을 갑자기 변화시키는 기술)이 들어가 있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플래너건 감독에 따르면 원래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지만 제작 중 고위직에서 계속 ‘좀 더 많은 점프스케어를 넣어라’라는 압력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일종의 ‘항의’의 의미로 플래너건 감독은 신기록을 세울 만큼 많은 양의 점프스케어를 한 회차에 쏟아부었다. 오히려 점프스케어가 반복되면 그 효과가 떨어지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플래너건 감독은 데드라인과 인터뷰하며 “점프스케어를 그 정도로 많이 넣으면 오히려 무서운 효과가 떨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고위직이 하도 넣으라고 그래서 이만큼이나 넣었다”라고 말했다. 원래 그는 작품 속 지나친 점프스케어를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영화에서 과도한 점프스케어가 나오는 것을 싫어했다. 할 거면 제대로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내 이름이 기네스북에 1화 내 최다 점프스케어로 기록되다니 마침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점프스케어 세계 신기록 보유자로서, 내 생각에는 더 이상 점프스케어는 필요 없어’라고.”
가을밤, 매혹적인 끌림을 느끼고 싶다면 <향기를 만드는 자>
매혹적인 범죄 스릴러 <향기를 만드는 자>는 전 세계를 강타했던 베스트셀러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넷플릭스 영화다.
잃어버린 후각과 떠나간 연인을 되찾고 싶은 형사 서니는 의문스러운 살인 사건의 범인을 마주한다. 범인은 완벽한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향수 제조자였고 서니는 그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며 냄새 맡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완벽한 향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 향수 제조자와 후각에 집착하는 서니는 서로의 조력자가 되어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간다.
영화 <쁘떼뜨>의 에밀리아 쉴레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한 절박함에 사로잡힌 주인공을 연기하고 넷플릭스 시리즈 <위 아 더 웨이브>의 루트비히 지몬이 광기 어린 향수 제조자로 분했다. 원작과 비교해 넷플릭스의 <향기를 만드는 자>가 어떻게 새로운 해석을 했는지 비교하는 쏠쏠한 재미를 놓치지 말자!
씨네플레이 안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