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서 더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연일 화제를 모으는 <파친코> 속 배우 김민하가 그렇다. 김민하가 대표적이지만, 그가 유일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여성 신예 배우 4인을 소개하려 한다. 그들이 작품을 통해 자주자주 손 흔들어주기를 바라며!
김민하
1995년생. 네이버TV <두여자 시즌2>(2016)로 데뷔.
3월 24일 공개된 애플TV+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Pachinko)>는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는 조선 이민자들의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파친코>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다. 공개되자마자 연일 화제를 모으는 작품 <파친코>의 힘은 단지 탄탄한 작품성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파친코>는 다양한 배우 간의 조화와 연대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며, 그 중심엔 절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배우 김민하가 있다.
<파친코>의 주인공 선자의 노년 시절을 윤여정이 연기하고, 젊은 시절을 김민하가 연기했다. 두 사람은 한 인물을 연기하기 때문에 촬영 당시에는 아예 접점이 없었다고. 배우 윤여정은 해당 작품을 두고 “이 방대한 이야기가 어떻게 영화화될지 걱정됐다”며 “신인 배우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완성된 첫 에피소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모두 너무나 잘 했고 작품 자체가 좋았다”고 감회를 드러낸 바 있다. 또한 윤여정은 “김민하와 나는 한 인물을 연기했기에 정작 촬영 당시에는 만나질 못했다.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었다. 최근에 처음 만났는데 보자마자 너무 잘했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잘 해냈다”라며 김민하에게 애정 어린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앞서 윤여정 배우가 언급했듯 김민하는 신인이다. 데뷔한 지 이제 막 6년 차. 김민하는 한 인터뷰에서 <파친코> 주연을 맡은 소감으로 “어떤 순간에는 부담감을 느꼈지만, 점차 느긋하게 우리 팀에 기대게 됐다. 약간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선자 역을 연기할 때 94세인 본인의 친할머니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할머니는 김민하에게 “네가 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네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고. 김민하는 <파친코> 촬영 이후 “할머니 말씀을 이제야 이해했다. 이제 할머니가 겪으신 일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전한 바 있다.
선자를 온 마음으로 이해해서일까, <파친코> 공개 이후 그의 연기에 외신의 호평이 쏟아진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불굴의 주인공 선자를 연기한 신인 김민하는 어린 부인으로, 어머니로 오스카 수상자 윤여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기를 선보인다”고 극찬을 건네기도 했다. 또한 <파친코>의 감독 코고나다는 김민하를 두고 “김민하의 연기는 정말이지 진짜 같았다. 탄탄한 경력을 지닌 동료 배우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며 그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냈다.
그가 <파친코>의 선자 역에 캐스팅된 경위를 궁금해하는 이가 많을 터. 김민하는 <파친코>의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오디션에 응하라는 제안을 받았고, 이후 4개월에 걸쳐 오디션에 참여했다. 그가 <파친코>에서 단숨에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 건 이미 모든 준비가 완료된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일. 김민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극영화과가 아니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선포한 뒤 갖은 노력 끝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이후 2016년 <두 여자 시즌 2>로 데뷔한 그는 충실하고 성실한 자세로 필모를 쌓아올렸다. 김민하는 본인을 향한 뜨거운 관심에 대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와중에 제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답하며 단단한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파친코>로 이제 막 두각을 드러낸, 낯설어서 더 좋은 배우 김민하의 행보가 기대되는 바다.
원지안
1999년생.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2021)로 데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본 사람들은 모두 배우 원지안을 선명히 기억할 것이다. 그는 <D.P.>에서 서늘한 비밀을 가진 문영옥 역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는데, 실은 해당 작품이 데뷔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원지안의 <D.P.> 출연이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는 사실 또한 충격을 안기기엔 충분했다. 이처럼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며 대중에게 각인된 원지안은 <D.P.> 오디션을 볼 당시 소속사도 없었다고. 그는 직접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한준희 감독 앞에 섰고, 100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문영옥 역을 따냈다. 이후 한준희 감독은 원지안 배우를 두고 “여유로워 보이는 작품 속 모습과는 달리 첫 촬영 내내 긴장을 떨치지 못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D.P.>를 통해 단숨에 연기력을 입증한 원지안은 지난 25일 공개된 OTT seean <소년비행>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또한 그는 ‘네덜란드 말기 암 환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재단’을 모티프로 잡은 드라마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에 캐스팅되어 최수영, 지창욱, 성동일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연
1995년생. 영화 <무명>(2018)으로 데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10대 소년 백성우를 연기한 배우 이연은 놀라운 캐릭터 해석 능력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소년심판> 첫 화에서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등장한 그는 마지막 화에서 문신과 피어싱이 가득한 얼굴로 주인공 심은석과 재회하며 작품의 시작과 끝을 여닫았다. <소년심판>이 공개된 이후 10대 소년 역을 맡은 배우가 28세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화제가 됐는데, 사실 처음부터 이연이 백성우 역할에 지원한 건 아니었다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여러 여자 소년범 역할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오디션을 진행한 뒤 감독님께서 각자 어울리는 포지션을 찾아주신 걸로 알고 있다”며 “저는 이전 작품에서 삭발을 했기 때문에 <소년심판> 오디션 당시에는 까치머리였는데, 덕분에 제가 백성우 역할에 적합하다고 보신 것 같다. 남자 역할로 캐스팅됐다고 해서 처음에는 놀랐지만, 홍종찬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안심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유연한 연기력을 보이며 놀라움을 안긴 이연은 원래는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다고. 그는 고등학교 때 음악을 시작해 보컬 전공으로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이연은 “실용음악과를 다니다 무대 공포증이 심해져서 연기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연기를 하게 됐다”며 “음악은 그만뒀다. 연기할 때 제가 맡은 역할 덕분에 제 스스로가 치유되더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출연을 확정 지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영화 <길복순>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았던 변성현 감독의 신작으로 앞서 전도연, 설경구, 구교환, 이솜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큰 기대를 모았다. “작품 속 역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 연기를 통해 증폭된다면 그것만큼 감사한 건 없을 것 같다. 저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해서 제 안에서 가장 솔직한 연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배우 이연이 앞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날지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최성은
1996년생. 영화 <시동>(2019)으로 데뷔.
최성은은 영화 <시동>의 빨강 머리 소경주 역을 연기하며 데뷔했다. 그는 데뷔와 동시에 ‘춘사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영화계에서 주목을 한 몸에 받은 배우가 됐다. 이어 그는 첫 드라마 <괴물>을 통해 브라운관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이며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고, 이후 해당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신인상 후보에 올라 본인의 저력을 입증했다. 최성은은 한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한 단계 뛰어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촬영장에 몸을 내던질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라며 “저는 아직까지 믿는 구석을 만들어놓고 촬영장에 가야 마음 편히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인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걸 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커진다”라고 답했다.
그는 곧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새로운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안나라수마나라>는 하일권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며 철없는 마법사를 만난 한 소녀의 성장 서사를 그린다. 최성은은 여기서 고등학생 윤아이 역을 맡았다고. 또한 최근 촬영을 마친 웨이브(wavve) 첫 오리지널 영화 <젠틀맨>도 곧 공개된다. 최성은은 <젠틀맨>에서 본인이 연기한 김화진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화진은 솔직하고 정의감 있고, 검사로서 맡은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밝혀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올해 스물일곱이 된 최성은은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다짐하며 앞으로 한층 더 진솔한 연기를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씨네플레이 황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