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에??? 갑자기 은퇴요??? 게리 올드만과 자비에 돌란

비상이다. 날아오른다는 비상 말고, 긴급하다는 비상. 며칠 사이 바다 건너 할리우드에서 ‘은퇴할 것 같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은 배우가 두 명이나 등장했다. 두 사람 다 영화계에서 맹활약하는 인물이었기에 대중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남겼다. 그나마 한 쪽은 ‘그럴만하지’ 할 수 있지만, 한 쪽은 ‘갑자기 왜?’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11월 중순,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으로 영화계에 긴장감을 선사한 게리 올드만과 자비에 돌란 이야기를 전한다.


게리 올드만

영국 MI5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슬로 호시스>에 출연 중인 게리 올드만. 그는 이 드라마에서 무능한 요원들이 좌천당해 오는 부서 ‘슬라우 하우스’의 팀장 잭슨 램을 맡았다. 다혈질에 시종일관 무례하게 구는 램은 영락없이 ‘무능함’ 그자체지만, 당연히 과거의 유능함을 여전히 잃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건을 쫓곤 한다. 게리 올드만은 이 복잡미묘한 ‘무능한 팀장’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드라마 전체를 장악했다.

현재 <슬로 호시스> 시즌 2 공개를 앞둔 상황에서 게리 올드만은 은퇴해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제 곧 70대가 되는데, 80대까지 연기하고 싶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많은 배우들이 노년까지, 때때로는 병중에까지 현장에 나섰던 것과는 사뭇 다른 자세다. 올드만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자신의 커리어가 점점 하락세인데다 연기보다 더 집중하고 싶은 관심사가 생겼기 때문이란다.



게리 올드만의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작 <다키스트 아워>


불행 중 다행히, 게리 올드만은 잭슨 램을 끝까지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슬로 호시스>는 현재 시즌 4까지 예정돼 있다. 잭슨 램이 드라마에서 퇴장하지 않는 한, 게리 올드만 또한 잭슨 램으로서 드라마에서 활약할 것이다. 어쩌면 잭슨 램을 연기하는 동안 다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돌아와 은퇴를 번복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을 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영화 차기작은 <오펜하이머>가 남아있다. 그 크리스토퍼 놀란의 차기작으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에 게리 올드만의 이름도 올랐다.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그릴 <오펜하이머>에서 올드만은 당시 미국 대통령 해리 S. 트루먼으로 출연한다.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캐릭터들

그동안 게리 올드만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연기력으로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가 나온지 3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역대급 악역으로 꼽히는 <레옹> 노먼 스탠스필드, <제5원소> 조르그, <에어포스 원> 예고르 코르슈노프 등 악역을 연기하면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과시해 ‘악역 전문 배우’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생기기도. 최근에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 <해리 포터> 시리즈의 시리우스 블랙, <다크 나이트> 삼부작의 고든 경감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랜 시간 아카데미 무관 배우 라인업에 머물다가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을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자비에 돌란



연출 및 주연을 맡은 <탐엣더팜>

게리 올드만이 ‘그럴만 하지’라면 ‘갑자기 왜’의 주인공은 자비에 돌란이다. 현재 캐나다 대표 배우이자 감독이라 해도 무방한 자비에 돌란은 20살의 나이에 연출과 주연을 맡은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로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하트비트>, <로렌스 애니웨이>, <탐엣더팜>, <마미> 등등을 연출했고 <엘리펀트 송>, <보이 이레이즈드>, <그것: 두 번째 이야기> 등에 출연했다. 매해 모습을 드러내는 다작 배우는 아니었지만 연출과 연기를 꾸준히 지속하는 ‘열일’ 영화인임은 틀림없었다.

그런 그가 최근 인터뷰에서 “더이상 이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피로감을 내비쳤다. 그는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이야기를 하고, 나 자신과 관계를 맺을 필요성을 더는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실 자비에 돌란의 작품, 특히 그가 연출한 영화들은 대개 자전적인 요소가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동성애자이기에 작중 인물이 동성애자이거나 본인이 연기하는 인물이 그런 코드를 띠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그런 자기표현이 원동력이었던 자비에 돌란에겐, 어쩌면 자신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소수자를 언급하는 현 문화계가 한숨 돌릴 타이밍처럼 느껴졌을지도.



연출 및 출연작 <마티아스와 막심>

돌란은 이런 식으로 은퇴를 언급하는 것을 두고 “단지 다른 삶을,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그가 현재 생각하는 일은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라고. 광고에 도전하거나 재산이 넉넉할 때 시골에 집을 지어보는 것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엄밀히 말하면 자비에 돌란도 4살 때부터 배우로 활동했기에 연예계에 발 들인지 30년이나 됐고, 활동 햇수로만 보면 은퇴를 언급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은 시점이긴 하다.

다만 그의 발언이 연예계 활동 전체가 아닌, 연출만을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는 영화 감독으로 각광받던 시절에도 여러 차례 자신은 배우라고 밝혔으며 이번 발언 또한 영화 제작 전후에 따라붙는 작업과 활동의 피로감을 토로하던 중 나온 발언이기 때문. 이 발언을 보도한 ‘르 저널 드 몬테리얼’은 기사에 “그는 이번 작품 또한 신나게 촬영했다”고 밝혔기에 단순히 현장에서의 연출이나 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돌란의 은퇴 발언이 나온 것이 아님을 명시했다. 

한편으론 방금 언급한 매체를 제외하고 북미 메이저 언론사에서 돌란의 은퇴 발언을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어, 해당 매체에서 돌란의 발언이 오독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신빙성 있어보인다. 즉 돌란 본인이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면 해프닝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신작 드라마 촬영장의 자비에 돌란(왼쪽)


신작 드라마 속 자비에 돌란

돌란은 현재 (어쩌면 마지막이 될) 연출작 겸 주연작 <La nuit où Laurier Gaudreault s’est réveillé>(직역하면 로리에 고드로가 깨어난 날)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드라마는 <탐엣더팜>과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데, 미셸 마크 부샤르의 연극을 영상으로 옮겼기 때문. 자비에 돌란은 이번 드라마를 연출, 출연하면서 2019년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총 5화로 구성된 드라마는 3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밀레유가 겪는 일을 그린다.



자비에 돌란의 연출작 <마미>

자비에 돌란은 앞서 말한 <마미>로 그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단지 세상의 끝>으로 그해 칸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해 ‘칸의 총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차기작 <존 F. 도노반의 죽음과 삶>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지지부진한 후반 작업(유명 배우가 통편집되기도 했다)과 비평적 실패, <마티아스와 막심>의 동어반복적 스토리텔링으로 감독으로서의 위상은 많이 낮아졌다. 이번에 공개하는 드라마가 그의 연출력을 발휘한 작품이 됐을지는 11월 24일 공개 후 반응에서 알 수 있을 듯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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