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계약 아님? 글로벌 스타 박해수, 공무원 짬바 넘쳐흐르는 필모그래피



넷플릭스에 등장했던 박해수 모아보기. 출처: 넷플릭스

넷플릭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 배우가 있으니, 바로 배우 박해수다. 박해수는 ‘넷플리스 공무원’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오징어 게임> 외에도 <페르소나>, <사냥의 시간>, <야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그리고 최근 공개된 <수리남>까지 모두 빠짐없이 박해수가 등장한다.



배우 박해수. 출처: 넷플릭스

박해수는 ‘넷플릭스 전속 배우’로 손꼽히게 된 계기에 대해 본인도 잘 모르겠다면서 “일부러 넷플릭스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냥의 시간>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판권을 넘긴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그의 작품만 해도 <야차>, <종이의집:공동경제구역 파트1>, <수리남>까지 세 편이나 있으니, 지금이 박해수의 ‘전성기’라는 소리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닐 테다.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가 등장한 작품과 그가 맡았던 배역은 무엇인지 함께 들여다보자.


페르소나

2019년 / 단편영화 4편 / 정우 역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속 아이유와 박해수. 출처: 넷플릭스


정우 역을 맡은 박해수. 출처: 넷플릭스

<페르소나>는 네 명의 감독이 페르소나 아이유(이지은)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단편영화 묶음이다. <페르소나>는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로 구성되어 있다. 박해수는 그 중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 ’은’(아이유)의 남자친구 ‘정우’로 등장한다. 박해수와 ‘멜로’의 조합이라니. 거칠고 강렬한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박해수의 반전 멜로 연기를 <썩지 않게 아주 오래>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극 중 정우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여자친구로 인해 골머리를 썩이면서도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하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을’의 연애를 한다.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총길이 27분으로 비교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페르소나

감독

임필성, 이경미, 김종관, 전고운

출연

아이유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사냥의 시간

2020년 / 134분 / 한 역



<사냥의 시간>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박해수. 출처: 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속 서울은 경제적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려 마약과 총이 활기를 띠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준석(이제훈),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는 어려움 속에서도 끈끈한 우정을 보이며 큰 한방을 위해 도박장을 털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들을 쫓는 형사가 있었으니 바로 박해수가 맡은 ‘한’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싸움을 넘어 ‘사냥’을 연상케 한다. 박해수는 무비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수 부대 출신인 한을 연기하기 위해 총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며 몸에 익혔다고 전했다. 또한 웬만하면 밝은 곳에 가지 않고, 촬영장에서도 혼자 지내며 거리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박해수는 이러한 노력 끝에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사냥꾼 ‘한’의 이미지를 완성해내 관객들에게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선사했다.


오징어 게임

2021년 / 9부작 / 상우 역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박해수. 출처: 넷플릭스

대중에게 박해수의 존재감을 단단히 새긴 것이 있었으니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기훈(이정재)의 동네 후배 상우 역을 맡았다. 상우의 가족과 동네 사람들은 상우가 서울대학교를 나와 대기업을 다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상우는 고객의 돈까지 손을 댔으나 투자에 실패했고, 거액의 빚더미에 앉는다. 상금을 얻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후 뛰어난 두뇌 플레이를 선보이고, 기훈과 묘한 신경전을 벌인다. <오징어 게임>은 최근 에미상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박해수의 어머니는 수상 소감을 써서 손 편지로 전달했고, 박해수가 이를 턱시도 안에 넣어갔지만 결국 수상은 불발됐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박해수에게 엄청난 인기와 대중성을 안겨준 효자 작품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야차

2022년 / 125분 / 한지훈 역

<야차>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일명 ‘야차’가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접전을 그린 첩보 액션 영화다. 박해수는 선양지부 특별감찰 파견검사 한지훈 역을 맡았다. 한지훈은 극강의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인물이지만, 후반부로 향할수록 크고 작은 변화를 몸소 겪으며 올곧게 자리 잡고 있던 그의 신념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사람 잡아먹는 귀신 ‘야차’로 불리는 블랙팀의 리더 지강인(설경구)과 끊임없이 충돌한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2022년 / 6부작 / 베를린 역

베를린 역을 맡은 박해수. 출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초록색 체육복을 입었던 박해수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에서는 빨간색 점프슈트를 입고 열연을 선보였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은 넷플릭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박해수는 강도단의 리더 베를린 역을 맡아 조폐국 안에서 인질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모습을 연기했다. <종이의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은 한국적인 요소를 살리기 위해 하회탈을 사용하고, 영화의 배경 역시 남북한 통일 직전으로 재구성했다. 박해수는 파트2에서 베를린이 더 폭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밝혀 기대감을 모았다. 파트2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수리남

2022년 / 6부작 / 최창호 역



수리남 속 최창호(위)와 구상만(아래)로 변장한 모습. 1인 2연을 방불케 하는 명연기를 선보인 박해수. 출처: 넷플릭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강인구(하정우)가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해수는 냉정한 국정원 요원 최창호 역을 맡았다. 최창호는 한인 목사로 위장한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을 잡기 위해 강인구와 작전을 벌인다. 극 중 최창호는 전요환을 속이기 위해 사업가 구상만으로 변장하는데, 박해수는 마치 1인 2역 같은 명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긴장감을 배로 높였다. 특히 박해수가 했던 “강프로~식사는 잡쉈어?”라는 대사는 전요환을 속이기 위해 강인구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실감 나게 살려내며 명대사로 손꼽히고 있다. 주변 지인들이 박해수 배우에게 ‘박배우 식사 잘 잡쉈어?’라고 문자를 보낼 정도.



<수리남>까지 박해수가 등장한 넷플릭스 작품 6개를 함께 살펴봤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재 촬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의 차기작 <대홍수> 역시 넷플릭스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해 우리는>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김다미와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더 테러 라이브>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의 신작으로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을 담은 SF 재난 블록버스터이며 방영일은 미정이다.

박해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멸치에 비유했다. 인생에 물살이 찾아오면 때로는 흐름에 휩쓸려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했기 때문이라고. 주로 공연계에서 활동했던 박해수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지란 역을 맡으며 서서히 얼굴을 알리다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단번에 글로벌 스타로 도약했다. 겉보기에 운이 좋았던 멸치처럼 보일지언정 그가 선보인 뛰어난 연기력을 보고 나면 단지 운 때문이 아니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물살 역시 그만의 방식으로 잘 헤쳐 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씨네플레이 / 허프포스트코리아 남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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