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는 공포 영화?! 칸으로 간 <브로커> 아이유, 배우 이지은의 영화들

‘국힙원탑’은 연기도 탑이었다. 2008년 데뷔한 가수 아이유는 2011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출발은 조금 장난스러웠다. 아이유는 고정 출연하던 SBS 예능 ‘영웅호걸’에서 멤버들과 함께 스마트폰 영화제에 출품할 공포 영화를 찍었는데 제목부터 무시무시한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주연은 아이유, 연출은 브라운 아이드 걸스 나르샤, 시나리오는 배우 유인나였다. 이 영화는 네이버에서 아이유를 검색하면 필모그래피에 당당히 올라와 있는 작품이다.

아이유의 연기 인생은 1회성 예능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해 드라마를 시작한 아이유는 <드림하이(2011)>, <최고다 이순신(2013)>, <예쁜 남자(2013)>, <프로듀사(2015)>,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2016)>, <나의 아저씨(2018)>, <호텔 델루나(2019)> 등등 찍는 족족 흥행에 성공했다. 아이유는 2016년부터 연기할 때는 본명 이지은을 사용한다. 이지은의 드라마가 약 10년 가까이 대박 행진하는 동안 이상할 만치 이지은의 영화는 뜸했다. 그러나 국힙원탑은 역시 원탑이다. 2022년 이지은은 장편 영화 <브로커>를 통해 칸으로 직행해버렸다. 시작부터 화려한 영화배우 이지은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필모그래피를 정리해 봤다.

– 페르소나(2019)

사실 이지은은 영화의 길을 차근차근 걷는 중이었다. 지난 2019년 넷플릭스가 공개한 앤솔로지 시리즈 ‘페르소나’에서 이지은은 네 명의 감독과 함께 단편 영화 네 편을 작업했다. 영화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 영화 <마담 뺑덕> 임필성 감독, 영화 <소공녀> 전고운 감독, 영화 <최악의 하루> 김종관 감독이 참여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지은’을 조명했다. 촬영지도 서울 종묘, 경기도 포천과 안산, 강화도 등 제각각이었다. 이 프로젝트 이름이 ‘페르소나’인 것도 그 때문이다.

페르소나 프로젝트의 특징은 작업을 하기로 결정을 한 후에 영화 시나리오가 나왔다는 것. 초반에는 많이 혼란스러웠다는 이지은은 감독들과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특히 임필성 감독과의 작업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서는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이지은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인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아이유의 4집 수록곡 ‘잼잼’의 가사인데, 시나리오를 다 쓴 임필성 감독은 이 노래를 놓고 이지은과 대화를 나눈 뒤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했다.

사랑한다고 해

입에 발린 말을 해 예쁘게

끈적끈적 절여서 보관할게

썩지 않게 아주 오래

I need some sugar

I need something fake

각각 20분 남짓의 영화 네 편에서 이지은은 아빠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IU, 약혼자가 있는 남자를 유혹하는 은, 위기에 빠진 절친을 외면하지 않는 한나, 사랑했던 남자를 남겨놓고 먼저 세상을 떠난 지은을 연기했다. 특히 제목처럼 헤어진 연인의 밤길 데이트를 그린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는 흑백 영화라는 특이점이 있는데, 분위기도 내용도 다소 어두운 영화이지만 이지은의 얼굴과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는 매력이 있다. 이지은은 ‘페르소나’ 제작 발표회에서 첫 번째 영화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어떤 작품을 할 때보다 부담이 크다. 특히 각각 단편이다 보니 몰입할 시간이 길지 않다. 촬영장에서는 동화되는데, 동화될 만하면 끝나버리니 그런 부분도 아쉽고. 내가 두 배로 많이 노력해야 하는 작업인 것 같다”

– 아무도 없는 곳(2021)

이지은의 두 번째 영화는 독립영화 <아무도 없는 곳>이다. 김종관 감독의 작품으로 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개봉했다. 티저 예고편과 메인 예고편에서 주인공처럼 등장한 이지은은 사실 특별 출연이었다. 김종관 감독과의 ‘페르소나’ 인연이 작용했다.

예고에서처럼 본편 또한 이지은을 전면에 내세운다. <아무도 없는 곳>은 시작과 동시에 어쩐지 낡아 보이는 카페 창가에 기대어 잠들어버린 미영(이지은)의 말간 얼굴을 비춘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미영의 앞에는 진짜 주인공 창석(연우진)이 앉아있다. 그렇게 급전개되는 어색한 소개팅. 어쩐지 전혀 흥미가 없어 보이는 미영에 반해 창석은 의욕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런 창석 앞에서 미영은 아무렇지 않게 하품을 해댄다. 급기야 두 눈을 감아버리기까지.

근데 그쪽 제 애인 닮았어요. 내 남자친구도 여기서 만났었는데. 콧날이 내 애인하고 닮았네. 원희 언니가 자기 이종사촌을 여기서 소개시켜줘 가지고 만나고 두 달 만에 결혼했어요. 좋은 사람이었는데 죽었네요. 담배를 너무 좋아해서”

영화에서 총 12분 정도 등장하는 이지은은 무대 위 에너지 넘치는 아이유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저음으로 대사를 한 줄 한 줄 말해나가는 이지은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보다 관객들은 서울 어딘가에서 남편을 잃고 살아온 미영이라는 사람의 하소연을 직관하게 된다.

– 드림(2022)

넷플릭스 앤솔로지 시리즈와 독립영화로 ‘몸풀기’를 제대로 한 이지은의 첫 번째 장편 영화는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다. 위기에 놓인 축구선수가 이끄는 특별한(?) 국가대표팀이 홈리스 월드컵에 도전한다는 설정. 이 한 줄만으로 감지되는 유쾌한 청춘의 기운은 공개된 포스터에서 대폭발한다.

이지은은 홈리스 월드컵 도전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방송국 PD 이소민을 연기했는데 “(촬영하는 동안) 밝고 가벼워지는 느낌이라 저 개인에게도 좋은 시간이었다. 관객분들이 <드림>과 함께 많이 웃으시고 따뜻한 마음도 느껴 보실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지은의 파트너는 배우 박서준이다. 박서준은 축구 선수이자 국가대표팀 감독인 윤홍대를 맡았다. 월드컵을 다룬 만큼 해외 로케이션까지 진행한 <드림>은 지난달 모든 촬영을 마쳤다. 개봉일은 미정이다.

– 브로커(2022)

<드림>보다 늦게 촬영을 시작한 영화 <브로커>가 먼저 개봉한다. 다음달 8일 개봉하는 <브로커>는 이지은을 비롯해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등 걸출한 배우들이 출연하며 화제가 됐는데 유명세에서는 감독도 만만치 않다. <브로커>는 지난 2018년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출신의 고레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배우와 한국에서 촬영한 첫 영화이기도 하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아무도 모르게 거래하는 브로커들의 이야기로, 이지은은 브로커와 동행하게 된 아기 엄마 소영을 연기한다. 이지은이 연기하는 아기 엄마의 모습은 어떨까. 감독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라는 힌트를 던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에게 푹 빠졌다. 한없이 절제된 연기를 드라마 전편에 걸쳐 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놀라웠다”라며 이지은을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브로커>는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상태다.


씨네플레이 도혜민 기자

Must Read

Related Articles

Enable Notifications OK No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