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돌아왔다, 송새벽 주요 필모그래피



송새벽 (출처: 아레나 옴므 플러스)

한때 제2의 송강호라고도 불렸던 송새벽이 드디어 돌아왔다. 2019년 <진범>을 마지막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지 않던 송새벽은 3년 동안의 공백기를 깨고 <특송>의 조경필로 다시 등장했다. 송새벽, 하면 대부분 소심하고 찌질한 캐릭터를 떠올리지만 의외로 그가 표현해 낸 모습은 다양하다. <방자전>(2010), <위험한 상견례>(2011), <아부의 왕>(2012)에서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기엔 송새벽이란 배우가 가진 색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준비한 ‘송새벽 주요 필모그래피’. 때로는 한없이 찌질했다가, 때로는 한없이 서늘한 그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마더>(2009)
세팍타크로 형사



연극 <날 보러 와요> 무대 위의 송새벽(왼쪽)

1998년 연극 <피고지고피고지고>로 처음 연기자 데뷔를 한 그는 연극 무대 위에서 10년간 무명 생활을 했다. 그리고 2009년, 그에게 처음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마더>에 출연할 기회를 얻은 것. 그는 도준(원빈)이 물고 있는 사과를 발로 차서 날리는 형사 역을 맡았는데, 이름도 없는 배역이었지만 <마더>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1분 남짓한 시간에서 송새벽은 묘한 긴장감과 코믹함을 동시에 표현해 내며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마더> (왼쪽부터) 송새벽, 원빈

이름 없는 형사에게 ‘세팍타크로’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건, 송새벽의 무명 10년이다. 그가 <해무>를 공연할 당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원빈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의 연기를 좋게 본 것인지 이후 제작사 측에서 오디션을 보라고 연락이 왔다고. 연극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매일이 시험의 연속인 것 같았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세팍타크로 장면을 위해 자료 화면을 보면서 계속해서 연습을 했고, 촬영 당일 갑작스럽게 바뀐 발차기 형태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촬영 2시간 전부터 발차기만 쉬지 않고 연습했다. 오랜 시간 한 동작만 연습해 결국 다리가 올라가지 않을 정도로 골반에 무리가 오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기회를 잡았다. 시나리오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없었지만 그가 직접 봉준호 감독에게 제안을 주기도 했다. 깡으로 버텨왔던 10년의 힘이, 이름 없는 형사를 세팍타크로 형사로 바꿔주었다.  

마더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개봉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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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2010)
변학도



<방자전>

<마더>로 관객은 물론 관계자들에게 눈도장 제대로 찍은 송새벽은 2010년, 무려 5편의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송새벽의 찌질하고 능글맞은 이미지를 만들어 준 영화가 바로 <방자전>이다. <방자전>은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방자와 춘향이 서로에게 끌렸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다. 그중에서 송새벽은 변태끼 다분한 변학도 역을 맡았는데, 그 변태력이 “오직 고을 여자들과 그 짓을 많이 할 수 있을 듯해서” 사또를 지망한 수준이다. 

송새벽이 연기한 변학도는 단순히 능글맞은 변태 캐릭터가 아니라, 조금 더 별나다. 찌질하게 뭉개지는 발음에 불안하게 계속 굴리고 있는 눈동자는 그 속에 있는 음습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스크린에 데뷔한 지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연 배우들에게 결코 묻히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한 신 스틸러 역할을 해내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기만 보면 타고나길 변태처럼 보이지만, 그는 <방자전> 촬영 이후 “영화 출연할 때마다 산 넘어 산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방자전>에서 춘향이의 뺨 때리는 장면에서는 도저히 맨정신으로 때릴 엄두가 나지 않아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연기에 들어갔다고. 실로 변태 연기의 신성(!)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롭게 표현해 낸 그는 변학도로 단숨에 충무로의 기대주가 되었다. 

방자전

감독

김대우

출연

김주혁, 류승범, 조여정

개봉

20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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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견례>(2011)
현준



<위험한 상견례>

<위험한 상견례>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아무도 영화가 흥행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흔하디흔한, 이제는 한물간 조폭 소재에다가 지역감정을 다루고 있는 코미디 영화라니. <가문의 영광> 아류작 정도로 치부되던 <위험한 상견례>는 개봉 당시 국내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는 송새벽의 역할이 컸다. 송새벽은 영화에서 순정 만화가이자 사랑하는 여성에게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순수한 전라도 청년 현준 역을 맡았다. 당시 송새벽은 충무로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상태였으나, ‘연기 잘하는 조연’ 정도의 인식이었다. 티켓파워가 있는 주연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어떠한 네임 밸류에도 기대지 않고 오로지 연기 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영화의 명장면

김진영 감독 역시 송새벽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건 도전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택한 건 <방자전>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연기력 덕분. 그는 오히려 그가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진짜 전라도 사람이라고 느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조연 연기만으로 평가받지 않고, 송새벽의 힘을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완벽히 성공했다. 송새벽을 캐스팅할 때 우려되었던 혀 짧은 소리는 오히려 순박한 캐릭터성을 강화시켰고,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장르에 충실한 연출과 만나 빛이 났다. 

위험한 상견례

감독

김진영

출연

송새벽, 이시영, 백윤식, 김수미

개봉

201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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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2014)
용하



<도희야>

<위험한 상견례> 이후 그는 <아부의 왕> 동식처럼 다소 찌질한 모습을 가진 코미디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했다. 하지만 배우에게 이미지가 굳어지는 건 배우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기도 한 만큼, 그에겐 이미지 확장이 필요했다. 처음 그가 <마더>에 등장했을 때와 같은 임팩트 있는 한 방이 필요하던 시점, 그는 <도희야>의 용하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용하는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의붓아버지이자 도망간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다. 코믹하고, 찌질한 송새벽은 그 자리에 없었다. 모두가 그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배역’이라 말할 때, 그는 과감하게 용하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그는 용하라는 캐릭터를 두고, “완벽한 악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배우들은 매 작품 인물에 대해 연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도망간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고 홀어머니와 살며 마을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남자. 그가 가진 복잡한 마음을 눈빛 하나하나에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송새벽에게 용하는 소화해내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그는 작은 김새론 배우를 때려야 할 때 ‘못 할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배우로서도 한 단계 성장을 거친 그는 장르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를 펼쳤다. 신선함이 무기였던 그가 식상함으로 넘어가고 있을 무렵, 다시 길을 개척한 셈이다. 

도희야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개봉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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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송>(2022)
조경필



<특송>

<도희야> 이후 한층 스펙트럼이 넓어진 그는 <도리화가>(2015), <7년의 밤>(2018), <해피 투게더>(2018), <진범>(2019)에서 주연을 맡으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이렇다 할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그렇게 2019년 이후 그는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리고 2022년 1월, 다시 돌아온 송새벽은 또 다른 모습으로 처음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송>은 성공률 100%인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가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로, 송새벽은 은하를 쫓는 베테랑 경찰이자 악인인 조경필 역을 맡았다. 

송새벽은 조경필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해 “베테랑 경찰이자 악당의 우두머리, 조경필의 이런 양면성에 구미가 당겼다. 예전부터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가 연기한 조경필은 단순히 무거운 분위기를 잡는 악인이 아니다. 평소 모습과 악인일 때의 모습이 손 뒤집듯 휙 변하는 인물로, 갑작스러운 변화에 관객들의 예상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갭이 조경필을 더욱 섬뜩하게 만들었다. 마치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준비해서 돌아온 송새벽이지만 원체 사람 좋기로 유명한 만큼 악역을 할 때마다 고생이 많다고. 그는 “악역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연기를 할 때마다 촬영 내내 체해서 손발을 몇 번이나 땄는지 모른다. 즐겁게 찍을 수도 없고 며칠 전부터 잠도 못 자고 굉장히 날이 서 있다.” 고 말하며 악역을 맡은 고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타고난 배우인 듯, 스크린 속 그는 조경필이었다. 지금껏 대중이 그에게 씌워 놓은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듯, 그는 많은 고민 끝에 <특송>으로 다시 대중 앞에 섰고, 그의 도전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특송

감독

박대민

출연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 정현준

개봉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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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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