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자퇴한 열정, 13살에 계약한 천재성이라니! 할리우드 이 장르 대표하는 스타들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 많고, 춤 잘 추는 사람 많다. TV를 켜면 노래 경연, 춤 경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한국도 ‘흥의 민족’이긴 하지만 적어도 영화에서만큼은 발리우드는커녕 할리우드도 따라잡기 어렵다. 전성기 할리우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가 (서부극을 뺀다면) 뮤지컬이기 때문에. 이번에 재개봉한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처럼 뮤지컬은 할리우드의 주류 장르였고 실제로 할리우드 뮤지컬로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 배우도 적지 않다. 이번 포스트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인공 진 켈리를 비롯해 할리우드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스타들을 정리했다.


진 켈리

프랭크 시나트라(오른쪽)와 출연한 대표작 <닻을 올리고>

깊은 눈매와 부드러운 미소, 이 사람 좋아보이는 남자는 누구보다 날렵하게 춤을 추며 스크린을 종횡무진했다. 진 켈리는 유년기부터 춤을 추며 자랐고, 그 결과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스타로 이름을 남겼다. 한때는 로스쿨까지 진학했다는데, 끝내 무용의 열망을 버리지 못해 학교를 자퇴하고 안무가로 일을 시작했다. 배우 이전에 춤을 사랑한 댄서였기에 안무에 굉장히 엄격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에 재개봉한 <사랑은 비를 타고>는 그의 대표작인데, 단순히 배우로 출연만 한 것이 아니라 스탠리 도넌과 공동 연출을 맡아 뮤지컬 넘버와 안무 등에 참여하며 자신의 인장을 남겼다. 그 유명한 ‘싱잉 인 더 레인'(Singin’ in the Rain) 장면에서 그가 보여주는 유쾌하고도 낭만적인 뮤지컬 연기는 ‘사랑의 설렘’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사실 영화 전체가 명장면이라 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댄스와 뮤지컬 시퀀스가 연이어진다. 프랑스 감독 자끄 드미가 그에게 여러 차례 러브콜을 보내 <로슈포르의 숙녀들>에 출연했는데, 여기서도 사랑에 빠진 남자의 황홀경을 아름답게 표현했다(노래는 그의 목소리가 아니지만). 이외에도 <파리의 아메리카인>, <춤추는 대뉴욕> 등 지금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오마주를 바치는 작품들에 출연했다.

진 켈리의 대표작이자 상징적인 장면 <사랑은 비를 타고>(왼쪽), 자신과의 춤을 보여준 <커버 걸>


프레드 아스테어

<화니 페이스>

뭐 하나라도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다면, ‘씹어먹는다’고들 한다. 프레디 아스테어가 한국에서 유명했다면 ‘씹어먹는다’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을까. 프레디 아스테어는 보통 작품이 아니라 그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건 그가 작품 활동이 소홀했다거나 모든 출연작이 별로여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 이상으로 본인의 댄스가 빛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내에는 <타워링>이나 오드리 헵번 주연의 <화니 페이스>가 유명한 편인데, 그의 진가는 <톱 햇>이나 <스윙 타임> <밴드 웨곤> 등에서 만날 수 있다. 턱시도를 입고 영혼의 파트너 진저 로저스와 보여주는 각종 춤사위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경쾌함과 흥겨움, 우아함을 모두 아우른다. 프레드 아스테어의 피지컬과 스탠리 도넌의 연출력이 만난 <로얄 웨딩>의 ‘유아 올 월드 투 미’ 장면은 아스테어의 춤실력과 표현력에 경외감마저 들 정도. 그래도 프레드 아스테어 하면 가장 유명한 건 그의 탭댄스 실력. 다리에 ‘백만 달러 보험’을 들었을 정도로 훌륭한 탭 댄서였고 지금도 그의 탭 댄스는 많은 배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프레드 아스테어의 트레이드 마크는 역시 연미복을 입고 보여주는 댄스들.


줄리 앤드류스

위의 두 배우가 조금은 ‘클래식’한 사람이라면, 현 세대가 기억하는 최고의 할리우드 뮤지컬 스타는 줄리 앤드류스 일 것이다. 영화를 안 보는 사람이라도 살면서 한 번은 들어봤을 “도는 하얀 도화지” 도레미송과 “수퍼칼리프래질리스틱엑시피알리도우셔스” <메리 포핀스> 노래의 주인공이 줄리 앤드류스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데뷔한, 진성 뮤지컬배우이긴 하지만 이 영화 두 편이 그를 세계적인 스타로 끌어올렸으니 고전 뮤지컬 대표 배우로 선정할 만하다. <메리 포핀스>의 메리 포핀스 역은 월트 디즈니가 줄리 앤드류스가 아니면 안 된다고 직접 고른 캐스팅인데, 실제로 신비로우면서 유쾌한 보모 메리 포핀스를 완벽 소화했다. 그 결과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골든 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 여세를 몰아 <메리 포핀스> 음악감독 어윈 코스탈의 또 다른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화의 주연으로 발탁됐고, 이 영화 또한 히트하며서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의 얼굴로 합류했다.

<메리 포핀스>, <사운드 오브 뮤직> 단 두 편으로 브로드웨이 스타에서 할리우드 스타까지 달성안 줄리 앤드류스


캐서린 그레이슨

할리우드 뮤지컬이라면 군무나 화려한 댄스가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뮤지컬은 자고로 넘버를 소화할 수 있는 훌륭한 보컬이 빛나는 작품도 있는 법. 캐서린 그레이슨이 그런 화려한 할리우드 뮤지컬 스타 사이에서 빛나는 가창력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그 재능이 얼마나 빛났는지 노래하는 그를 보고 오페라 가수 프랜시스 마셜이 그에게 직접 노래를 가르쳐줬고 MGM과 계약을 맺었을 때 고작 13살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구태의연한 표현이지만) 꾀꼬리 같은 청아함이 돋보였다. 짧은 무대 활동 후 본격적으로 (MGM의 주요 사업인)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데 특히 프랭크 시나트라, 진 켈리와 출연한 <닻을 올리고>가 대성공을 거두며 할리우드의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극중 오페라 가수를 맡은 <토스트 오브 뉴 올린스>나 연극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공연하게 된 이혼 부부를 그린 <키스 미 케이트> 또한 캐서린 그레이슨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아무래도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고, 눈길을 확 끄는 퍼포먼스보다 보컬이 돋보이는 배우였기에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보이지만 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로 봐도 무방하다.

<닻을 올리고>

<키스 미 케이트>(왼쪽). <싸우전드 치어>


셜리 템플

마지막은 (아마도) 할리우드가 계속되는 한 영원히 기억될 셜리 템플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금발 곱슬머리로 천사 같은 모습을 한 셜리 템플은 할리우드 전성기 시절 가장 어리지만 티켓파워는 성인 배우 못지않은 흥행력을 가진 배우였다. 연기가 훌륭한 것은 물론이고 탭 댄스 실력이 상당해 지금까지도 그와 빌 로빈슨의 탭 댄스 장면은 회자되고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 해당 장면을 사용하며 헌정한 바 있다. 1935년부터 1938년까지 4년 연속 흥행 1위를 달성한 배우이자, 앞서 말했듯 빌 로빈슨과의 공연으로 흑인 배우와 협업한 최초의 배우이며, 정말 아무 문제 없이 배우를 은퇴하고 새로운 직종으로 이직한 배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시절 할리우드의 명암이 부각되는데, 그래서 셜리 템플이 활동했던 행적은 더욱 빛나고 있다. 괜히 많은 미국인들이 지금까지도 그에게 애정을 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차용한 셜리 템플의 영화 <리틀 코로널>

빌 로빈슨과의 탭 댄스(왼쪽)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Must Read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