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제니가 HBO에? 배우로 성공한 아이돌 모음.zip

이번 주 ‘블랙핑크’ 제니의 미국 HBO 새 드라마 시리즈 ‘더 아이돌’(The Idol) 출연 소식이 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는 아이돌을 둘러싼 음악 산업의 이면을 비추는 내용으로 팝스타 위켄드가 제작을 맡고, 릴리 로즈 뎁, 트로이 시반 등이 출연할 예정. ‘연기돌’로의 제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일찌감치 아이돌에서 배우로 성공적인 커리어 전환을 해낸 이들도 조명되고 있다.

배우 최민식이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를 도를 넘어 비난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인터뷰한 것이 2013년.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났다. 데뷔 때부터 ‘배우’의 길을 염두에 둔 촘촘해진 매니지먼트사의 트레이닝, OTT와 유튜브 등의 보급으로 인한 활동 채널의 확장 등으로 과거 역량 없는 1, 2 세대 아이돌이 주요 드라마 주연자리를 꿰찬 후 ‘발연기’ 지적을 받았던 2013년과 지금은 확실히 다른 세상이다. 아이돌과 배우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조차 식상해진 상황. 
 
아이돌의 인지도나 팬덤이 콘텐츠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작품을 통해 판명 났다. 결국 좋은 작품에서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관건. 드라마 명가 HBO에서 보여줄 제니의 새로운 변신 기대하며 꾸준히 발전하는 연기로 대중에게 인정받은 ‘뭘 해도 하는 아이돌 출신 배우’를 정리해 봤다.

아이돌 최초로 칸의 레드 카펫을 밟은 인물은 의외로 아이유가 아니다. 무려 5년 전 배우 임시완이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제70회 칸 영화제에 먼저 입성한 것. 임시완은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염앓이’ 신드롬을 일으키며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부상한다. 이 정도의 배우가 사실은 가수였다는 것에 시청자들은 ‘꺼진 아이돌도 다시 보자’라는 재미난 화젯거리를 남기기도. 첫 주연작 tvN 드라마 <미생>에서는 사회 초년생 장그래를 연기, 현실 직장에 대한 청년들의 감상을 200% 이끌어낸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이후 송강호 주연 영화 ‘변호인'(2013)에서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는 대학생 진우로 분해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영화팬들의 인정도 받았다. 임시완은 한 해 사이에 <변호인>으로 1980년대의 청춘을, <미생>으로 2014년의 청춘을 연기, 연기돌에서 배우로 수식어를 달리하게 됐다. 임시완이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온 승객 진석’을 연기하는 <비상선언>은 오는 8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예쁜 돌아이 연기 중 단연 발군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이하 술도녀>에서 한선화는 통통 튀는 매력과 하이톤을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돌아이 한지연’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술도녀> 1화 충격의 ‘닭발’ 장면은 아직도 필자의 뇌리 깊숙이 박혀있다. 이 장면이 애드리브였다는 사실에 ‘이 배우,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 나온 거야?’ 감탄했지만, 사실 그는 2006년 데뷔한, 내공 16년 차 중견 연예인이다. 한선화는 2016년 그룹 ‘시크릿’ 탈퇴 후 JTBC 드라마 <언더커버>, 영화 <영화의 거리>, <강릉> 등 다양한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 펼치며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왔다. <술도녀>로 역대급 인생 캐릭터 탄생 시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선화. 올 하반기에 <술도녀> 시즌2가 공개된다고 하니 그녀가 보여 줄 업그레이드된 돌아이 연기 기대해 보자.

앞의 임시완, 한선화가 아이돌을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한 케이스라면, 김세정은 연기자, 아이돌, 뮤지컬 배우 등 전천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아이돌이다. 근육, 노래, 얼굴 다 가진 김세정. ‘한국의 엠마 스톤’이라 불리며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2017년 KBS 드라마 <학교 2017>을 통해 연기를 시작한 김세정은 OCN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경이로운 소문>을 거쳐 최근 종영한 <사내맞선>까지 작품마다 인생 캐릭터 갱신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사내맞선>은 입소문만으로 38개국에서 넷플릭스 톱10에 오르고,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도 긴 시간 머무는 등 기록적인 글로벌 흥행까지 성공시켰다. 김세정은 올 하반기 방송되는 SBS 새드라마 <오늘의 웹툰> 주인공 ‘온마음’ 역 출연을 확정했다.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의  ‘긍정의 아이콘’ ‘쿠로키 하루’를 좋아한다면 <오늘의 웹툰>에 주목하자. <중쇄를 찍자!>의 한국 리메이크판이다. 

이제 연기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해 굳이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이 불필요한 배우들도 있다. 최근 ‘안나’에서 원톱 주연에 도전한 수지가 그중 한 명. 수지는 2010년 미쓰에이로 데뷔했다. ‘벳걸굿걸’로 느슨해진 가요계에 긴장감을 안겨주며 데뷔한 미쓰에이는 데뷔한 해 ‘신인상’과 ‘대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춤, 노래, 비주얼 다 되는 사기캐 수지의 등장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그녀의 연기 도전도 꽤 성공적이었다. 수지는 2011년 KBS2 <드림하이>를 시작으로,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국민 첫사랑의 수식어를 얻은 것. 이후 <백두산>,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발전하는 연기자의 면모를 보여주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특히 최근작 ‘안나’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 선보이며 배우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임윤아’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접한 젊은 층은 최근 ‘소녀시대’의 컴백을 ‘배우의 아이돌 데뷔’쯤으로 받아들이려나? 임윤아는 2017년 영화 <공조>로 처음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후 <엑시트>(2019)에서 주연을 자리를 꿰차며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조정석과의 찰떡 케미 보여준다. <엑시트>는 94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 흥행에도 성공하며 배우 임윤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 ‘임윤아’와 같은 시기 아이돌 활동을 했던 또 다른 대세 배우가 있다.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룹 2PM 출신 ‘이준호’가 그 주인공. 가히 신드롬이라 불리며 엄청난 인기몰이를 한 ‘산덕커플’의 애절한 사극 로맨스 <옷소매 붉은 끝동>. 드라마는 17%대 시청률 기록하며 수년간 드라마 부분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에 ‘대박’을 안겼다. 이 작품 후 받은 대본만 100개라는 이준호.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2021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까지 수상하며 명실상부 대세 배우로 우뚝 섰다. 

아이돌로 같은 시대를 풍미한 임윤아, 이준호가 한 작품에서 만난다. 둘은 최근 드라마 ‘킹더랜드'(가제) 출연을 확정 지었다. 이준호는 극 중 호텔, 항공, 유통을 거느리고 있는 킹 그룹의 상속 전쟁에 내던져진 ‘구원’으로, 임윤아는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준 킹호텔에 취직해서 주변의 온갖 편견과 오해에 맞서 성장하는 ‘천사랑’으로 분할 예정.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두 배우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서부터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온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많다. 작년 독립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로 주연 데뷔한 안희연(하니)은 수위 높은 연기를 뛰어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고, 영화 <홀리>(2013), 단편 영화 <좋은 말>(2019)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걸스데이 출신 방민아는 최근작 <최선의 삶><2020)으로 2021년 부산영평상 신인여우상을 수상, 불안하고 복잡미묘한 10대의 삶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