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의 뒤를 이어 지천명 아이돌로 지명된 이 배우



<경관의 피>

새해 극장가의 포문을 여는 영화 <경관의 피>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이 풍부한 작품이다. 조진웅과 최우식이 손을 잡고 영화의 무게감을 지키는 동시에 빈틈없는 조연진들은 두 배우의 관계성에 살을 더하며 알찬 활약을 펼친다. 단연 눈에 띄는 얼굴로는 박희순이 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으로 ‘섹시 빌런’이란 타이틀을 얻은 박희순이 이번 작품에선 경찰 신분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경찰 조직 내 비리 경찰을 걸러내기 위한 일념 하나로 최우식과 조진웅을 몰아붙이는 감찰계장 황인호를 연기한다. 사실상 황인호란 캐릭터는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인물이지만 박희순의 목소리를 거치며 특별한 무게감을 부여받았다. 이것이 바로 배우 박희순의 능력이자 힘. 어느덧 데뷔 33년 차에 진입했지만 재발견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박희순의 연기 인생을 굵직하게 돌아본다.

경관의 피

감독

이규만

출연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개봉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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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극단 ‘목화’의 단원으로 활동했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배우 박희순의 출발점에는 연극 무대가 서 있다. 대중 매체를 통해 유명세를 얻기 보다는 연기 그 자체를 사랑했던 박희순은, 배우 사관학교라 불리는 극단 ‘목화’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치열한 20대를 보냈다. 당시 박희순은 “12년간 연극을 하면서 난 이거밖에 할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무대에 서는 게 그만큼” 좋아서 연극 외에 다른 선택지를 떠올려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대 연기에 그가 얼마나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이미 연극계에선 베테랑 그리고 꽃미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대학로를 주름잡던 박희순은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본격적으로 카메라 앞에 서기 시작한다. 영화 <보스 상륙 작전>이 바로 영화배우로서 박희순의 시작점이다.

보스 상륙 작전

감독

김성덕

출연

정운택, 김보성, 이지현, 안문숙, 윤기원, 성현아

개봉

200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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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마녀>

조직폭력배 캐릭터 전문 배우?
영화계에 한창 조직폭력배라는 소재가 성행하던 때가 있었다. 2000년대 개봉한 많은 영화들이 그렇다. 자연히 남성 배우들은 폭력 조직에 몸을 담은 캐릭터들을 자주 맡게 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에서도 박희순은 조직의 ‘보스’ 역할을 자주 맡아왔다. 데뷔작 <보스 상륙 작전>를 시작으로 <귀여워>(2004) <가족>(2004) <얼렁 뚱땅 흥신소>(2007)까지. 연달아 보스 캐릭터에 이름을 올렸고, 이후 <작전>(2009) <마녀>(2018) 그리고 최근작인 <마이 네임>(2020)에서도 조직폭력배 우두머리를 연기하며 무리 7번이나 보스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는 저음의 목소리와 매서운 눈매를 극대화시켜 악의 얼굴을 훌륭하게 표현해낸 결과였다. 물론 고충도 있었다. 업계에서 악역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가는 걸 우려하던 박희순은 “도대체 이 사람이 왜 이리 악랄해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는 악역”들은 정중히 거절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박희순의 연기 입지가 잠시 좁아지기도 했다고.

작전

감독

이호재

출연

박용하, 김민정, 박희순, 김무열, 조덕현, 김준성

개봉

20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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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감독

박훈정

출연

김다미,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개봉

20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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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일기>


<10억>


<맨발의 꿈>

오지 전문 배우 그리고 아쉬운 흥행
원신연 감독의 <세븐 데이즈>를 기점으로 박희순은 단순히 악역의 얼굴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역할들을 떠안기 시작했다. ‘조직폭력배 보스’ 전문 배우에서 그다음으로 그가 얻은 수식어는 바로 ‘오지 전문 배우’. 영화 <남극일기>(2005)에 이어 <10억>(2009), <맨발의 꿈>(2010)까지. 남극과 호주 사막, 동티모르를 넘나들며 고된 현장을 연이어 경험했다. 박희순은 “왜 이렇게 힘든 작품만 들어오는 것 같냐”는 질문에 “유명배우, 흥행배우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나한테 주연 역으로 들어오는 작품은 고생을 하거나 핸디캡이 한두 가지 있다”며 주연 배우로서 짊어져야 할 의무감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이 작품들이 흥행을 했다면 박희순의 현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박희순의 ‘고생작’들은 아쉬운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물론 그에게 이 작품들이 아쉬움보단 도전의 성취를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의 말마따나 “‘안전빵’보단 모험”을 즐긴 결과기도 하니까.

남극일기

감독

임필성

출연

송강호, 유지태

개봉

200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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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감독

조민호

출연

박해일, 박희순, 신민아, 이민기, 정유미, 이천희, 고은아

개봉

20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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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꿈

감독

김태균

출연

박희순, 고창석

개봉

201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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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데이즈>


<의뢰인>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 <세븐 데이즈> 그리고 <의뢰인>
약 20년간 쌓아온 배우 박희순의 영화 출연작들을 가로질러 단 두 편의 영화만을 고르자면 <세븐 데이즈> 그리고 <의뢰인>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박희순에게 소위 터닝 포인트를 마련해준 작품들이다. <세븐 데이즈>를 통해 박희순은 악의 탈을 벗고 다양한 캐릭터를 입기 시작했다. 뻔하디뻔한 캐릭터마저 박희순을 거치면 달라진다는 걸 입증하며 업계 관계자와 관객들에게 믿음을 심어줬고, 좀 더 굵직한 역할들에 이름을 올릴 발판을 마련했다. 그해 대부분의 남우조연상이 박희순에게 돌아갔다. 영화 <의뢰인>은 흥행 실패와 주연 배우로서의 무게감에 지쳐갈 때쯤 박희순에게 손을 내밀어 준 작품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연기자로서 초심을 찾고 싶었다는 박희순은, 하정우 그리고 장혁과 함께 짜임새 있는 법정 영화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하며 또 하나의 가능성을 열었다.

세븐 데이즈

감독

원신연

출연

김윤진, 김미숙, 박희순

개봉

200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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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

감독

손영성

출연

하정우, 박희순, 장혁

개봉

201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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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봉오동 전투>, <물괴>

왕, 애국자 전문 배우?  
근 몇 년간 박희순의 캐릭터 계보를 나눠 보자면 왕, 애국자, 악역 캐릭터 정도로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다. <광대들: 풍문조작단>, <물괴>, <가비>에선 각각 세조, 중종, 고종을 연기했고 <봉오동 전투>, <밀정>, <남한산성>에선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를 맡아 강인함을 담당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안에 개봉한 작품들인 <1987>과 <마녀>에선 그의 능숙함이 빛나는 악의 얼굴을 드러내며 더욱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박희순의 섹시한 매력을 캐낸 인생작 <마이 네임>
멀리 돌아왔지만 사실 이 기사의 출발점은 <경관의 피>가 아닌 <마이 네임>이었다. 작년 하반기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마이 네임>을 통해 박희순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경관의 피>를 채우는 그의 연기에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마이 네임>에서 박희순은 지우(한소희)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파괴시키려 하는 동천파의 보스 최무진을 연기했다. 지독하고 집요한 역할 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사연 있는 목소리와 눈빛으로 무장한 박희순은, 최무진이란 캐릭터에 백만 가지 서사를 부여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샀다. 무엇보다 <마이 네임> 공개 이후 그의 이름 앞엔 ‘섹시한’이란 형용사가 따랐다. 김진민 감독은 처음부터 최무진의 섹시함을 만들기 위해 굉장한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슈트 핏을 위해 세세한 수작업을 거친 건 물론, 수염 역시 따로 제작했을 정도라고. 마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설경구에게 ‘지천명 아이돌’이란 수식어가 따랐듯, 이제 박희순에게도 플래카드를 든 팬들이 함께한다. 최근 <경관의 피> 무대 인사에서 아이돌 못지않은 박희순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관의 피> 무대인사 (출처 – 트위터 @hotelliberr)



<세븐데이즈>


<마녀>


<마이 네임>

여성 원톱 작품에서 힘을 발휘한다?
<마이 네임>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희순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자들만 나오는 영화가 너무 많으니 비율이 좀 맞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을 좋아한다. 작게나마 여성 영화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이다. 이에 더해 박희순은 “그들이 빛날 때 묵묵히 서포트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며 <마이 네임>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그의 말을 더하자면 “여성들을 보필하는 데 굉장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박희순은, 유독 여성 원톱 작품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세븐데이즈><마녀> 그리고 <마이 네임>까지. 본인의 캐릭터가 조금은 덜 돋보이더라도 여성 캐릭터들의 존재감을 형형하게 밝히는데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세븐데이즈>와 <마이 네임>은 배우 박희순에게 ‘전성기’라는 수식어를 안겼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돋보인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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