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과 11년째 연애 중! 일타사랑꾼 정경호가 씨름부 활동한 까닭?

공식의 완성은 증명. ‘tvN드라마×정경호=성공적’이라는 공식을 입증하려는 듯, 정경호가 이번에는 일타 수학강사로 tvN에 돌아왔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일타 스캔들>(토·일 오후 9:15~)을 통해서다. 
 
방영 3주 차, <일타 스캔들>은 고공행진 중이다. 1회 시청률은 4%였는데 6회 차에는 10%까지 치솟았다. 사교육 1번지의 몸값 1위 일타강사 ‘최치열’과 반찬가게 사장님 ‘남행선'(전도연)의 로맨스라니. 다 아는 익숙한 맛인데 그 익숙함에 끌린다. 쌀국수처럼. 술술 넘어간다. 회를 거듭하며 투입되는 미스터리한 요소도 감칠맛을 더한다. 종영까지는 5주나 남았다. 그러니 그 전에 먼저 [tvN드라마 X 정경호 = 성공적]이라는 공식이 성립할지 따져보자. 정확히는 정경호에 대해 속속히 파헤쳐보자. 공식의 가장 큰 변수이자 핵심이 바로 그니까.

연예계 대표 장수 커플, 하면 단연 1순위로 거론되는 정경호-수영 커플. 2012년 지인 소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종교와 직업을 교집합 삼아 11년째 연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개 꽁냥거림은 덤이다. 정경호에게 수영은 “서로에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로맨스 장인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위는 <일타 스캔들> 속 한 장면이다. 일타강사 최치열은 인터넷 공부 카페에 올라온 어느 게시물을 유심히 보다가 ‘추천’ 버튼을 누르는데. 게시물 속 사진에는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바로 강아지다. 그냥 강아지가 아니다. 정경호와 수영이 함께 키우고 있는 강아지다. 이름은 ‘호영’. 두 사람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고 한다. 스쳐 지나갈법한 장면에 ‘(경)호(수)영’의 사진을 넣어달라 부탁하는 그를 상상해보라.

악역 전문, 회장님 전문 등 특정 배우 이름 앞에는 종종 ‘OO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반복되는 스타일의 배역을 인상 깊게 소화하는 경우에 그렇다. 하나도 어려운(?) 이 수식어를 정경호는 두 개나 가졌다. ‘스타 전문’ 그리고 ‘병약 전문’이다.
 
그가 톱스타 역을 맡은 작품만 한 다발이다. 데뷔작인 <미안하다 사랑한다>부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하정우 감독의 <롤러코스터>, 직접 노래를 부른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특별출연한 <사랑의 불시착>까지. 어쩌면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 ‘정스타’가 빛을 발한 걸지도 모르겠다.

키 183cm에 70kg. 정경호의 프로필이다. 키 183cm 성인 남성의 표준 몸무게가 약 75kg임을 감안할 때 다소 마른 편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맡은 역할 중에는 유독 ‘병약’ 속성을 가진 인물들이 눈에 띈다. <순정에 반하다>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M&A 전문가 ‘강민호’, <라이프 온 마스>의 환각과 환청으로 괴로워하는 형사 ‘한태주’ 등이 그 예다.
 

그럼 ‘병약’한 ‘스타’는 없냐고? 있다. 그것도 두 편이나. 지금 방영 중인 <일타 스캔들>의 최치열은 병약한 스타강사다. 다른 강사들에 1위를 빼앗길까 하는 스트레스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매일 불면에 시달린다. 달리기는 100m에 20초, 당기면 당겨지고 밀면 밀리지만 본업에서 만큼은 최강. 뛰어난 문제풀이 실력과 화술, 외모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스토커까지 있으니 스타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또 다른 병약 스타는 <미씽나인>(2017)의 생활력 빵점 밴드 리더 ‘서준오’다. 무인도 표류라는 극한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주제에 다혈질과 허세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룹 멤버들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깊으니 덮어두고 미워하긴 어렵다.

“몸이 허약체질”이라는 정경호. 그런 그가 중학교 때는 씨름부에 들어가 3년 동안 정식 선수로 활동했다. 목적은 호신. “몸이 허약체질이라 학교에서 운동화를 뺏긴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신발을 안 뺏길 수 있을까’ 하다 학교 씨름부에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정경호의 체중은 90kg으로 현재와는 약 20kg 차이다. 씨름 선수 당시 하루 10끼씩 먹으며 만든 몸은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축구 등의 운동을 통해 감량했다. 이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연극영화과 하면 떠오르면 몇몇 대학이 있다. 한예종, 동국대, 건국대, 경희대… 고교생 정경호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 그리고 실제로 입학한 곳은 중앙대인데. 바로 하정우 때문이다. 정경호는 입시생이던 시절, 중앙대 재학 중이던 하정우가 출연하는 연극 무대를 보고는 그와 함께 연기하고 싶었다 한다. 그리고 2013년. 충무로에 자리잡은 두 사람은 영화 <롤러코스터>를 통해 감독과 배우로 합을 맞추게 되니 고교생 정경호의 꿈은 그 이상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사랑과 우정에 나이가 무슨 소용인가. 박성웅(50)과 정경호(39)는 작품 안팎으로 붙어 다니는 자타공인 절친이다.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그리고 영화 <대무가>를 통해 3번이나 합을 맞춘 두 사람은 그럼에도 “3번 (같이) 했으니까 이제 97번 남았다”고 이야기하니 서로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겠다. 

1988년으로 돌아간 두뇌파 형사 ‘한태주'(정경호)와 육감파 형사 ‘강동철'(박성웅)의 티격태격 케미를 보고 싶으면 <라이프 온 마스>를, 악마 ‘류'(박성웅)에게 영혼을 판 작곡가 ‘하립'(정경호)이 궁금하면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를, 알코올 중독 무당 ‘마성준'(박성웅)과 냉혈한 조폭 ‘손익수'(정경수)가 어떻게 엮이는지 알고 싶으면 <대무가>를 보면 된다.

<목욕탕집 남자들>,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 <인생은 아름다워>. 위 작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김수현 작가가 쓰고, 정을영 PD가 연출했다는 것이다. 정을영 PD는,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정경호의 부친이다. 아버지가 유명 PD인 탓/덕에 정경호는 어렸을 때부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꿈은 아버지인 정 PD에 배우로서 인정받아 작품에 캐스팅되는 것이다.

데뷔 초 정경호의 주 활약 무대는 KBS였다. 첫 해인 2004년부터 이듬해까지 2년 동안 그는 <낭랑 18세>,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총 5편의 KBS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후 2007년부터 2017년 초까지는 MBC, SBS, JTBC 작품 중심으로 출연했고 2017년 말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필두로 tvN에서의 활약을 개시했다.
 
근 5년 사이 정경호의 필모그래피는 ‘tvN 공무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라이프 온 마스>(OCN)을 제외한 출연작 6편이 전부 tvN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원호 PD와의 인연이 깊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까지 연달아 세 편에 출연하며 ‘슬기로운 시리즈’에 개근 도장을 찍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성공은 주연 배우들의 밴드 결성, 예능 출연으로도 이어졌다. 극중 의사 겸 직장인 밴드 멤버를 연기한 정경호·김대명·전미도·조정석·유연석은 실제로 밴드 ‘미도와 파라솔’을 결성해 작품의 OST를 직접 녹음하는 한편 예능 ‘슬기로운 캠핑생활’ ‘슬기로운 산촌생활’ 등에도 함께 출연했다. 이쯤되면 슬기롭지 않은 정경호는 상상하기 어렵다. <일타 스캔들>에서도 계속 슬기로운 활약 보여주길.

허프포스트코리아/씨네플레이 유해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