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내린 꿀팔자,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김은희 남자 장항준의 모든 것



닮고 싶다 이 남자.

윤종신이 임보하고 김은희가 입양했다.

‘아주 부럽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러고 살면 참 속 편한 건데’. ‘라디오스타’ 진행자 김구라가 ‘장항준의 윤종신 더부살이’ 에피소드를 듣던 중 부러움에 내뱉은 말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윤종신과의 가난했지만 찬란했던 청춘의 한자락 내보이며 대중에게 눈도장 찍은지 벌써 3년 반이 지났다. 그 사이 장항준은 ‘복세항살(복잡한 세상 항준이처럼 살자)’, ‘신이 내린 꿀팔자’,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김은희의 남자’로 불리며 예능 대세가 되었고, 특유의 깜찍발랄명랑한 삶의 태도로 김구라를 넘어 많은 이들의 워너비로 급부상했다. 

‘(내 맘속) 같이 술 마시고 싶은 감독 1위’에 오르기도 한 장항준은 예전부터 특유의 입담과 안정적 연기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지붕뚫고 하이킥> 같은 시트콤과 토크쇼에 간간이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본격적인 ‘예능 치트키’로 급부상한 2020년 이후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 높은 모습, 그러면서 밉지 않은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 



장고커플 이후 최고의 셀럽 부부

특히 흐뭇한 부분은 아내 김은희를 대하는 그의 태도. 김은희 작가를 ‘한국의 아가사 크리스티’, ‘세계적 대문호’, ‘경제적 도덕적으로 완벽한 가장’이라 치켜세우고 아내의 성공이 가져다준 부와 여유가 ‘너~~~~무 좋다’ 스스럼없이 말하는, 내면의 열패감 일도 없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슬플 땐 무릎을 빌려주고, 잘 됐을 땐 카드를 내어주는 이상적 부부관계를 이어온 장김부부. 때론 본인들의 이야기를 개그로 승화시키며 호감 이미지를 구축,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셀럽 부부로 등극한다.

장항준=명감독=명각본가


MBC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심혜진이 연기한 뱀파이어 ‘프란체스카’는 인간 세상에선 ‘박봉곤’이란 이름을 사용한다.

하지만 잊지 말자. 장항준은 경력이 상당한 영화 각본가 겸 감독이라는 것을. 크게 잘 된 작품이 없다고 자신을 낮추지만, 그는 <박봉곤 가출사건>(1996)의 각본을 쓰며 성공적으로 영화계에 데뷔한다. 이 작품은 제32회 백상예술대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고, ‘박봉곤’을 연기한 심혜진에게 제17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기는 등 그 작품성을 인정받는다. <박봉곤 가출사건> 이후로 영화계가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수순. 장항준은 1999년 <북경반점> 집필 후, 2002년 <라이터를 켜라>로 꿈에 그리던 감독 데뷔를 하게 된다.

박봉곤 가출 사건

감독

김태균

출연

안성기, 심혜진

개봉

199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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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반점

감독

김의석

출연

김석훈, 명세빈, 신구, 정준

개봉

199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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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를 켜라> (2002)

장항준은 자신의 장기인 마이너한 인생들이 벌이는 지질한 소동극을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유감없이 펼친다. 동네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는 별 볼일 없는 허봉구(김승우)와 폼생폼사 건달보스 양철곤(차승원)의 300원짜리 라이터로 시작된 기차강탈극을 다룬 <라이터를 켜라>. 영화는 기차 속 물고 물리는 관계와 이름 없는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그려냈다는 호평 속 제3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시나리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쫄깃한 이야기와 더불어 지금은 한 자리에 모을 수 없는 엄청난 배우들이 주조연, 단역 가릴 것 없이 출연해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연을 맡은 김승우, 차승원은 물론이거니와 유해진, 강성남, 이문식, 김선경, 장현성, 박영규 등 영화는 초호화 출연진을 자랑한다. 이후 장항준은 <불어라 봄바람>(2003, 연출 및 각본), <귀신이 산다>(2004, 각색) 등의 작품에 참여했고 마침내 드라마로 그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된다.

불어라 봄바람

감독

장항준

출연

김승우, 김정은

개봉

200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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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산다

감독

김상진

출연

차승원, 장서희

개봉

200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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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싸인> (2010)


<싸인>은 현재 웨이브와 왓챠에서 볼 수 있다.

2010년은 장항준의 해였다. 그는 드라마 <싸인>을 연출하며 작가와 감독의 영역을 넘나드는 맹활약을 펼친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첫 장면부터 충격적인 반전까지.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싸인>은 당시 지상파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둔다. 국내 최초 법의학 드라마의 흥행으로 당시 국과수 법의관 10명이 동시에 충원되는 등 그 홍보효과도 대단했다고. 그러나 데드라인에 몰린 작가의 SOS에 더해 쪽대본, 무리한 촬영 일정 등으로 10회만에 연출에서 물러나 극본을 도와야 했고, ‘영화판은 여기 비하면 신사’인 드라마 제작 현장의 험난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드라마의 제왕>(2012)을 집필한다. 시청률 지상주의, 과도한 PPL, 쪽대본, 밤샘 촬영, 작가 교체, 편성 전쟁과 돈 로비, 언론플레이, 연기력 논란 등 방송계의 모든 부조리를 종합 세트로 보여주며 드라마는 관계자들 사이에선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김명민을 필두로한 배우들의 연기단연 압권이이후 장항준은 영화 <끝까지 간다>(2014)의 각색을 거쳐 <기억의 밤>(2017)으로 14년 만에 영화 연출에 복귀했고,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다.

싸인

연출

김형식, 김영민

출연

박신양, 김아중, 전광렬, 엄지원, 정겨운, 문천식, 안문숙

방송

2011,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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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연출

홍성창

출연

김명민, 정려원, 시원, 오지은, 권해효, 정만식, 서동원, 전무송, 송민형, 정한헌, 김승환, 윤주상, 허준석, 서주희, 김경범, 장원영, 박근형, 후지이 미나, 윤상훈, 정인기

방송

2012,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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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밤

감독

장항준

출연

강하늘, 김무열

개봉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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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간다

감독

김성훈

출연

이선균, 조진웅

개봉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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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ng soon! <오픈 더 도어> <리바운드>


영화 <리바운드>


개봉을 기다리는 감독의 차기작만 2개다. 먼저 조선판 슬램덩크로 벌써부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는 <리바운드>다. 서울 용산고와 부산 중앙고가 맞붙은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고교부 결승전을 둘러싼 실화를 그린 <리바운드>는 해체 위기의 모교 농구부에 부임한 신임 코치(안재홍)와 여섯 명의 선수들이 전국 대회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실화는 이렇다. 강양현 당시 부산 중앙고 코치는 길거리 농구판을 전전하던 학생 등 6명을 모아 가까스로 대회에 출전한다. 그나마 예선 2회전에서 선수 1명이 쇄골을 다쳐 한 팀 구성 인원 5명을 가까스로 채운다. 중앙고는 이때부터 결승까지 단 한 번의 교체도 없이 연속 출전했다. 그런데도 결과는 눈부셨다. 중앙고 천기범(당시 3학년)은 개인 타이틀 4관왕(득점·어시스트·수비·우수선수상)을 차지했다. 비록 결승에서 용산고에 패했지만, 중앙고 농구부 투혼은 고교농구 역사에 남게 됐고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화는 후반부 작업을 거쳐 2023년 하반기 공개 예정이다.



<오픈 더 도어>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오픈 더 도어>는 <리바운드>와는 사뭇 다르다
. 같은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혼란스러울 정도. 미국 이민 가정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가족의 욕망, 의심 그리고 파멸을 다룬 <오픈 더 도어>는 과거를 되짚어가며 숨겨진 사연을 조금씩 풀어놓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한다. 4개의 챕터로 이뤄진 영화는 숨겨진 진실보다 그에 이르는 과정에 집중하며 인물들이 불안과 의심으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조금씩 증폭시켜 나간다. 부산국제영화제 공개 당시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인물, 긴 호흡의 카메라를 활용해 밀도 높은 긴장감을 쌓아나가는 솜씨가 놀랍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가벼운 감독의 밀도있는 연출, 그 짜릿한 언발란스를 하루빨리 극장에서 느껴 보고 싶다.


문화기획자 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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