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본 지 좀 됐는데 목소리만으로도 바쁜 배우 태런 에저튼

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는데, 얼굴이 아닌 목소리로 만나는 배우가 있다. <씽2게더>에서 조니를 연기한 태런 에저튼이다. 2019년 <로켓맨> 이후 첫 개봉작인데, 그동안 푹 쉰 건 아니고 많은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아 열일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그가 성우로 출연한 작품들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씽>

2편이 개봉한 김에 태런 에저튼의 목소리 연기 첫 도전작 <씽>부터 짚어보자. 그가 맡은 마운틴고릴라 조니는 커다란 덩치와는 달리 무척 순수한 청년이다. 아빠 빅대디(피터 세라피노윅)는 아들 조니가 자신처럼 갱스터가 되길 바라며 이런저런 일을 알려주지만, 조니는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몰래 오디션에 참가한다. 태런 에저튼은 이런 조니의 착한 심성을 잘 표현했고, 조니의 노래 실력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성우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재밌게도 이 작품에서 조니가 부른 노래는 엘튼 존의 ‘아임 스틸 스탠딩(I’m Still Standing)’인데, 태런은 훗날 <로켓맨>에서 엘튼 존을 연기하게 됐다(그리고 이 노래도 또 부른다). <씽>에서 보여준 역량이 <로켓맨> 캐스팅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하는 팬들도 있다.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태런 에저튼의 두 번째 목소리 연기는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 제목처럼 토끼들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지만, 토끼들 간의 세력 다툼과 생존기를 그린 원작 소설처럼 삭막한 판타지이다. 여기에 태런 에저튼이 출연했다는 소식을 알았어도 그의 목소리는 놓치기 쉬운데, 작품 도입부의 신화를 설명한 장면에서 잠깐 나오기 때문. 그가 맡은 역은 엘 아흐레라. 모든 토끼들의 선조격인 신화적 존재로 등장했다. 분량은 터무니없이 적지만, 이런 상징적인 캐릭터로 화려한 출연진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기뻤을 듯하다. 이 애니메이션엔 제임스 맥어보이, 니콜라스 홀트, 존 보예가, 벤 킹슬리, 톰 윌킨슨, 젬마 아터튼, 올리비아 콜먼 등이 함께했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

넷플릭스로 서비스한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에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에도 태런 에저튼이 출연했다. 그래도 전자와 달리 10부작의 주인공을 맡았으니 분량은 톡톡히 보장받은 것.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는 1982년 짐 헨슨과 프랭크 오즈가 연출한 퍼펫 애니메이션 <다크 크리스탈>의 후속작이자 프리퀄. 출연 배우들의 말처럼 이런 퍼펫 애니메이션은 기존 애니메이션의 연기와 또 다르다. 3D 애니메이션이 배우의 연기를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는 퍼펫 연기자들의 연기를 기반으로 목소리 연기를 입히기 때문. 요약하자면 더빙 작업에 더 가까운 것이다. 어쩌면 쉽지 않은 작업이었겠지만, 태런은 아버지가 <다크 크리스탈>을 보여줬을 때부터 팬이었던 작품이라 기쁘게 참여했다고. 여자친구의 죽음과 스켁시스의 이면을 목격한 이후 달라지는 리안의 성격을 입체적으로 그리며 판타지 명작의 귀환에 기여했다.

태런 에저튼(왼쪽)과 극의 악역을 맡은 마크 해밀


<무민밸리 대소동>

태런은 묵직한 판타지 직후 대중적으로 친숙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다크 크리스탈: 저항의 시대>에 이은 출연작은 <무민밸리 대소동>. 이번 작품도 주인공격인 무민트롤을 연기했다. 우리가 ‘무민’하면 떠올리는 (아무것도 안 입은) 그 캐릭터가 맞다. 사고뭉치 10대 무민트롤답게 극중 귀여운 장면들이 많아 조니나 리안과는 또 다른 태런 에저튼의 목소리를 잔뜩 들을 수 있다. 그의 억양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챙겨봄 직하다. 태런은 애니메이션의 각본이 마음에 들어 원작도 잠깐 읽어볼까 하고 책을 폈다가 두 권을 연이어 읽었다고 한다. 현재 차기 시즌 예정돼있는데, 아쉽게도 태런은 복귀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팟캐스트 시리즈 <더 샌드맨>

<씽2게더> 직전 태런 에저튼의 목소리 출연작은 아마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본’ 사람은 없을 수밖에. 그가 참여한 <더 샌드맨>은 팟캐스트 시리즈, 즉 오디오드라마이기 때문. 오더블에서 제작한 <더 샌드맨>은 죽음, 운명, 꿈, 파괴 등 신적 존재들의 이야기를 그린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이 인기가 많고, 출연진이 어마무시해 공개 전에도 화제였다. 원작자 닐 게이먼은 물론이고 제임스 맥어보이, 캣 데닝스, 앤디 서키스, 마이클 쉰 등이 출연했다. 태런 에저튼이 팟캐스트 시리즈에서 맡은 역은 존 콘스탄틴. 영화 <콘스탄틴>의 그 콘스탄틴이다(물론 이 작품과 원작의 캐릭터성은 상이하다). DC코믹스 산하의 버티고 레이블에서 세계관을 공유하기에, 원작에서 콘스탄틴 및 다른 DC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원작은 옴니버스식 연작으로 콘스탄틴의 분량이 많지 않은데, 그가 활약하는 부분이 팟캐스트의 주요 내용이어서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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