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뺑덕>에도? 우리가 놓쳤던 박소담의 얼굴들



<특송>

도전을 가까이하는 배우 박소담이 이번에도 처음이란 수식어를 들고 관객들을 찾았다. 박소담의 첫 단독 주연작 <특송>을 통해 연기 인생 처음으로 액션에 몸을 던졌다. 늘 담대함과 단단함이 깃든 얼굴들을 대변해 온 그였지만, 유난히 액션 장르와는 연이 없었다. 본인 스스로도 “액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갈증이 항상 있었다”고 밝혔을 만큼 박소담표 액션은 팬들도, 본인도 오랜 시간 기다려온 영역. 그간의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박소담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특송>의 모든 액션신을 유려하고 능숙하게 소화하며 박소담의, 박소담을 위한, 박소담에 의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더욱이 영화 속 박소담의 몸짓은 단순히 멋져 보이기 위함에 그치지 않고 상황의 생동감과 현실성을 살리는 데 활용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눈부시다.



<검은 사제들>


<기생충>

<특송>을 연출한 박대민 감독은 시나리오의 마지막 점을 찍자마자 박소담의 얼굴을 떠올렸다고 한다. “무슨 역이든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진 그의 아우라가 이 영화에 꼭 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을 통해 충무로의 중심에 들어선 박소담이 어느덧 연출자들에게 신뢰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까지. 조급해하기보단 본인의 에너지를 빚는 것에 공을 들여온 박소담은 캐릭터의 크기가 작든, 크든 늘 인상적인 존재감을 새겨왔다. 묵묵히 제시간을 기다려온 박소담의 우직한 끈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의 박소담을 만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검은 사제들>과 <기생충> 속 박소담이 아닌, 비교적 덜 알려진 박소담의 필모그래피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특송

감독

박대민

출연

박소담, 송새벽, 김의성, 정현준

개봉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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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투기> 연희 役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들 사이에서도 “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부지런히 연기 작업을 이어 오던 박소담은 일찌감치 장편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잉투기>에 얼굴을 비추며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잉여들’, 아니 청춘들의 싸움을 그리는 <잉투기>에서 박소담은 엄태구, 류혜영에 비해선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형형한 인상을 남겼다. 고등학생 연희가 지니고 있는 불안한 내면을 개성 있게 표현해 비중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더 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니만큼 <잉투기>는 박소담의 첫인상과도 같은 작품이 되었다. <잉투기> 이후 여러 작품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소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잉투기

감독

엄태화

출연

엄태구, 류혜영, 권율

개봉

20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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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뺑덕> 클럽 청이친구 役

어쩌면 가장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필모그래피가 <마담 뺑덕>일지도 모르겠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박소담이란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짧게 출연한다. 사실상 단역 출연에 가까운 경력이기에 박소담의 필모그래피를 논할 때면 자연히 배제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담 뺑덕>은 박소담의 경력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지금의 박소담이 충무로에 중심에 들어설 수 있었던 데에는 꾸준히 영화계의 문을 두드린 끈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시기 박소담은 <마담 뺑덕>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작은 역할들을 소화하며 경험인 곧 재산인 시기를 보냈다. 박소담은 “운 좋게 출연한 작품들이 다 잘 돼서 (필모그래피가) 화려해 보이는 거 같다”며 신인 시절엔 오디션만 19번을 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생충> 이전까지도 꾸준히 오디션을 통해 역할을 따낸 박소담은, <기생충>을 기점으로 오디션 단계를 건너뛰게 되었다.

마담 뺑덕

감독

임필성

출연

정우성, 이솜, 박소영

개봉

201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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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원> 유월 役

<마담 뺑덕>과 같은 시기 박소담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또 있다. 이원석 감독표 사극 영화 <상의원>이다. <마담 뺑덕>과 마찬가지로 크게 눈을 뜨지 않으면 박소담의 흔적을 발견하기 쉽지 않을 만큼 짧게 스쳐 지나가는 역할을 연기했다. 박소담이 연기한 궁녀 유월은 왕의 옷에 불을 붙게 해 영화의 새로운 전개를 만드는 인물이다. 단시간 여러 현장들을 경험한 박소담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내공을 키워가며 본인에게 주어질 기회를 기다렸다.

상의원

감독

이원석

출연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마동석

개봉

20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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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존재> 수진 役

박소담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두터운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은 바로 단편 부문이다. 연기만 할 수 있다면, 작품의 크기와 역할의 크기는 후순위 고려대상이었던 박소담은 “기회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러 단편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스무 작품이 넘는 단편 영화에 이름을 올리며 한때는 ‘단편 영화계의 전도연’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영화 <가장 보통의 존재>는 박소담의 연기 인생을 되짚어 볼 때면 빠지지는 않는 작품 중 하나다. 대학생 진우(이지수)와 수진(박소담)이 공유하는 풋풋한 감정을 스크린 위에 펼쳐낸 <가장 보통의 존재>는 두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녹여낸 두 사람의 감정선은 ‘보통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베테랑> 앳된 막내 役

박소담이 조연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을 꼽자면 <베테랑>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서도철(황정민)이 조태오(유아인)의 악마성을 처음 발견한 술자리 장면, 박소담 역시 이 둘과 함께 했다. 자신의 마음대로 상황이 굴러가지 않자 조태오는 옆에 앉은 여성의 얼굴에 케이크를 투척하는데. 이때 조태오의 화풀이 대상이 된 막내 캐릭터를 맡으며, 박소담은 류승완 감독의 유일한 천만 영화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한때 박소담을 수식하는 말 중 하나는 대형 감독들의 선택이었다. <마담 뺑덕>의 임필성 감독,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그리고 그 이후에는 <사도>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도 출연하며 이준익 감독과 이해영 감독 역시 박소담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감독들로 통했다. 그리고 몇 년 뒤 박소담은 봉준호 감독과도 함께 하며 대형 감독들의 선택이란 제 수식어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베테랑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개봉

201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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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내인 문소원 役

“조선의 눈이다.” 이준익 감독이 박소담을 보자마자 외친 말이다. 영화 <사도>의 오디션장에 들어온 박소담을 마주한 이준인 감독은, 박소담의 눈매에서 대체 불가능한 한국적인 미를 발견했다고 한다. 어떻게 빚어내려고 해도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 눈매를 소유하는 박소담은 사극과 참 잘 어울리는 배우이기도 하다. <상의원>에서 짧게 그 가능성을 엿보긴 했지만, 분량이 아쉬웠다. <사도>에서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박소담의 사극 연기를 만나볼 수 있다. 박소담은 영조(송강호)의 눈에 띄어 내인에서 후궁의 자리까지 꿰차는 문소원을 연기한다. 영조와 인원왕후(김해숙)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표독스러움과 기고만장함이 눈에 띄는 캐릭터. 단순히 악인을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개인이 지닌 그릇된 욕망을 표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둔 듯한 박소담의 연기가 눈에 띈다.

사도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개봉

201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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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행: 눈길을 걷다> 마리아 役

박소담은 <설행_눈길을 걷다>를 통해 수녀의 얼굴을 표현하기도 했다. <검은 사제들>보다 먼저 만난 작품인 <설행_눈길을 걷다>를 통해 알콜 중독자 정우(김태훈)를 치유하는 마리아 수녀를 연기하며 남다른 경험을 쌓았다.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획일적인 역할들에 도전하기보다는 다채로운 역할들에 도전장을 던진 박소담의 담대함이 엿보이는 부분. 연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박소담의 면모는 <검은 사제들>로 이어졌다. 개봉 시기가 뒤엉켜 관객들은 <검은 사제들>을 먼저 만나게 됐지만, <검은 사제들> 이전 <설행_눈길을 걷다>가 있었다. <설행_눈길을 걷다> 촬영 당시 <검은 사제들> 오디션에 도전한 박소담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다.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검은 사제들>에 캐스팅된 박소담은 이후 충무로의 중심에 서는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설행_눈길을 걷다

감독

김희정

출연

김태훈, 박소담

개봉

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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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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