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에서 어떤 빌런일까? 보고 또 보고 싶은 배우 손석구를 “추앙”하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배우가 있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추앙(推仰)’의 임무를 시작한 외지인 구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역을 맡은 배우는 다름 아닌 손석구. 손석구가 열일한 덕분에 우리가 손석구를 처음 접하는 경로는 무궁무진하다. 손석구의 활약은 특히 드라마에서 도드라지는데 <60일, 지정생존자> <멜로가 체질> <D.P>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작품에 고루 출연했다. 그는 물론 영화에도 열심이다. <뺑반> <연애 빠진 로맨스> <범죄도시2> 등 장르를 불문하고 출연했다. 손석구는 ‘취미로 연기하는 배우’로 불리기도 하는데, 연 매출 55억원의 제조업체 지오엠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손석구의 아버지가 이 회사의 전신인 남선정공의 대표 이사장이다. 그런데 말이다. 배우 손석구는 취미라고 치부하기엔 출구 없는 매력적인 연기력을 자랑한다. 점점 더 알고 싶은 손석구의 TMI를 모아봤다.

원래 꿈은 배우 아닌 다큐멘터리 감독

찰진 연기력을 자랑하는 손석구는 놀랍게도 배우가 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갔던 손석구는 시카고 예술대학교에서 미술과 영화를 공부했다. 연기보다 연출에 관심이 많았고,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꿨다. 그랬던 손석구가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사연에는 굴곡이 가득하다. 손석구는 군대 제대 후 친동생이 있는 캐나다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평소 좋아하는 농구를 직업으로 삼고 싶었지만, 20대 나이에 프로 농구 선수가 될 리 만무했다. 마이클 조던이 되겠다는 꿈을 접은 손석구는 우연한 기회로 액팅 스쿨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고, 차츰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

29살, 늦깎이 시작은 대학로 연극으로

29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손석구의 첫 작품은 연극이었다. 2011년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오이디푸스의 왕>으로 무대에 올랐다. 손석구는 2018년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연기 초년병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코러스 중 한명이었어요. 그때 같이 코러스를 하던 형들이 오디션 사이트를 알려줘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찾아다녔죠. 제대로 된 프로필 사진도 찍고요. 당시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전부였거든요. 그만큼 뭘 몰랐어요.

손석구는 연기를 잘 몰랐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손석구는 세상이 찾아주지 않는 자신의 연기력을 뽐내기 위해 쇼케이스를 연다는 마음으로 연극을 직접 제작했다. 절친한 배우 최희서와 함께 연극 <사랑이 불탄다(2014)>를 만들었고, 손석구는 남자 주인공과 미술 감독을 맡았다. 한성대학교 근처 시장 골목에 위치한 소극장에서 겨우 5일 공연했던 <사랑이 불탄다>는 손석구의 연기 인생에서 변곡점이 됐다. 손석구는 <사랑이 불탄다>를 본 미드 <센스8> 캐스팅 담당자 눈에 띄어 오디션을 보게 됐고, 당당하게 합격했다. 그렇게 손석구는 단번에 할리우드로 진출했다.

감독으로도 데뷔한 손석구의 <재방송>

배우 손석구는 손석구 감독이기도 하다. 지난해 손석구는 배우들의 단편 영화 연출 프로젝트인 왓챠의 ‘언프레임드’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제목은 <재방송>이다. 영화는 이모와 조카의 다소 어색한 동행을 그렸는데, 손석구는 한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목격했던 사람들의 관계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확장했다고 밝혔다. 손석구 감독이 <재방송>을 연출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리얼리티’였다. 그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극장> 보는 느낌이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왓챠피디아에는 손석구 감독의 탁월한 연출과 각본을 칭찬하는 감상평으로 가득하다.

너드美 낭낭한 손석구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컷

연극 무대를 떠난 손석구는 훨훨 날아다녔다. 2017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검사, 칼럼니스트, CF 감독, 육군 대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다양한 인물들을 소화했고, 찍을 때마다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수많은 배역 중 손석구가 직접 뽑은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는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의 잡지사 칼럼니스트 박우리다. 극 중 너드미 낭낭한 박우리는 일할 때도, 연애할 때도 호구를 잡히는 짠한 캐릭터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티빙에서 볼 수 있다.

손석구의 너드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손석구는 모두가 볼 수 있는 포털 사이트 프로필에 여권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된 바 있다. 배우 아우라가 느껴지는 화보 사진을 삭제하고 여권 사진을 내걸었던 것인데, 손석구는 “(화보 사진은) 싫다. 저 같지가 않고 뭔가 잘 못 보겠다. 여권 사진은 여권이 만료돼서 찍었는데 되게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손석구는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여권 사진’을 박제했다.

“기왕 가는 군대, 많은 경험하고 싶어” 이라크로 직행해버린 이등병

이라크 파병 당시 손석구 @손석구 인스타그램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서 오래 생활했던 손석구는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쳤다. 원래는 해병대에 가고 싶었다는 손석구는 걱정하는 부모님 때문에 육군에 입대했는데, 이등병 때 ‘자이툰 부대’에 자원해 이라크로 파병을 갔다. 손석구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대목인데, 다행히 손석구는 별 일 없이 제대했다. 그는 보그와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지원해서 간 거예요. 기왕 군대에가는 김에 많은 걸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보병은 단 한 명을 뽑았어요. 연기하면서도 그렇게 높은 경쟁률을 뚫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손석구가 빌런이라니! 영화 <범죄도시2>에서 범죄자로

그동안 손석구가 연기한 인물들은 현실에서 볼법한 캐릭터가 많았다. 대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고, 나른하지만 귀에 팍팍 꽂히는 딕션으로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자꾸만 보고 싶은 매력 같은 게 있다. 굳이 선악을 구분짓자면 선한 쪽이 많았다. 4월 9일 첫 방송한 JTBC <나의 해방일지>에서 손석구가 연기한 외지인 구씨도 그렇다. 구씨는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그렇듯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지독한 회의를 느끼는 인물이다. 낯선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구씨는 매일 술만 퍼마시다가 자신과 닮은 염미정(김지원)을 만나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서사는 ‘추앙’으로 막을 연 상태다.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착한 얼굴을 한 손석구가 빌런 중의 빌런으로 거듭난다. 오는 5월 영화 <범죄도시2>에서 괴물 형사 마동석과 대립하는 범죄자 강해상으로 등판할 예정이다. 티저 예고편에 따르면 강해상은 베트남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데, 공개된 그의 첫 대사는 “너 납치된 거야”다. 왠지 어색할 것 같았던 손석구표 빌런은 대사 한 마디만으로 기대감을 폭발시켰다. 손석구는 <범죄도시2> 촬영을 마치면서 “몸을 던져 연기한 만큼 재미있는 액션 영화를 기대하셔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씨네플레이 도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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