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공주의 남자> 등에 출연한 뒤 사극과 한복이 유독 잘 어울리는 배우로 여겨지던 문채원이 3년 만에 복귀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2020년 드라마 <악의 꽃> 이후 오랜만에 SBS 드라마 <법쩐>으로 대중을 찾은 문채원은 못 본 사이 더욱 단단해진 딕션과 눈빛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난 1월 6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법쩐>은 첫 화 만에 전 채널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시원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는 2년 전 방영된 <펜트하우스> 시즌 3 이후 가장 높은 성적이라 더욱 유의미하다.
법쩐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 장사꾼 은용(이선균)과 법률 기술자 준경(문채원)의 통쾌한 복수극이다. 김은숙 작가와 함께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집필했으며 <여왕의 교실>, <맨투맨> 등의 작품을 선보인 김원석 작가와 영화 <대장 김창수>, <악인전>을 연출한 이원태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특히 <법쩐>은 이원태 감독의 첫 드라마 데뷔작이기도 한데. 이와 관련해 그는 “채널과 매체가 많아진 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며 “매 장면 미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영상미를 선보이려 했다”고 밝혀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원래는 정의로운 검사였지만, 엄마의 복수를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기로 한 준경 역을 맡은 문채원은 전작인 <악의 꽃>에 이어 다시 한번 장르물에 도전했다. 문채원은 3년 만의 복귀작으로 <법쩐>을 고른 이유에 대해 “예전부터 이선균과 꼭 작품을 하고 싶었다. 제 꿈이었는데, 오늘 그 꿈을 이뤘다”고 밝혀 동료 배우 이선균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두 작품 모두 장르물이지만, <법쩐>에 나오는 문채원과 <악의 꽃>에 등장하는 문채원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라 이 또한 호평받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데. 다음은 <악의 꽃>을 비롯해 문채원의 다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정리한 글이다.

- 법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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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이원태
출연
이선균, 문채원, 강유석, 박훈
방송
2023, SBS
악의 꽃
2020년 방영된 tvN 드라마 <악의 꽃>은 아내 지원이 14년간 사랑한 남편을 두고 ‘피도 눈물도 없는 연쇄살인마’란 의심을 품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 백희성(이준기)과 그의 실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차지원(문채원)의 서사를 따라간다. 외면하고 싶은 진실 앞에 마주 선 두 사람의 종극을 그려낸 감성 추적극이다. <악의 꽃> 최고 시청률은 5.7%로 조금은 아쉬운 성적을 거뒀으나, 그에 반해 ‘2020년을 빛낸 드라마’라는 호평이 이어질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현재 상황을 잃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금속공예가 백희성 역에는 이준기가, 범죄 현장에서는 예리한 수사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하지만 남편 앞에서는 허탕 치는 강력계 형사 차지원 역에는 문채원이 맡아 열연했다. 두 배우의 만남은 <악의 꽃>이 처음이 아니다. 그들은 2017년 tvN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로 3년 전 한차례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준기는 문채원과의 호흡에 대해 “현장에서의 배우 문채원은 섬세하고 집중력이 높다. 본인이 그 감정을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배우다. 서로 연기 합을 맞춰갈 때 내가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 자극받고 도움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문채원에게 있어 <악의 꽃>은 ‘디테일 장인’, ‘연기력 보증 수표’ 등 다양한 수식어를 얻게 해준 작품이다. 문채원은 한 인터뷰에서 <악의 꽃> 종영 소감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애정을 많이 쏟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애정이 컸던 만큼 차지원이라는 역할과 그의 감정을 최대한 진실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웠던 과정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최선을 다해 보람된 작품이 될 것 같아 만족한다. 모든 스태프분들과 동료분들에게 감사하지만 특히 김철규 감독님에 대한 고마움이 정말 크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감독님이 안아주셨을 땐 시원섭섭해서 많이 울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악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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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김철규
출연
이준기, 문채원, 장희진, 서현우, 임나영, 김수오, 최병모, 김지훈, 남기애, 임철형, 최대훈, 최영준, 양혜진, 정서연, 손종학, 윤병희, 조경숙, 박현준
방송
2020, tvN
굿 닥터
2013년 방영한 KBS 드라마 <굿 닥터>는 대학병원 소아외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문의들의 노력과 사랑을 담은 휴먼 메디컬 드라마다. <굿닥터>는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리메이크된 작품으로 꼽히며, 미국에서는 시즌 6까지 만들어졌다. 그 때문에 방영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작을 다시 찾아보는 이들이 많다고. <굿 닥터>의 자체 최고 시청률은 21.5%로 첫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타 방송사 경쟁작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뺏긴 적 없다. 간단한 줄거리 소개만 보면 앞서 만들어진 타 의학 드라마와 별다른 것 없어 보이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주연으로 다루고 있어 의미가 깊은 작품으로 남아있다.
문채원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소아외과 2년 차 펠로우 차윤서를 맡아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문채원은 차윤서라는 인물에 대해 “윤서랑 저는 안 닮았다”며 “사실 저는 제가 맡은 어떤 캐릭터보다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캐릭터에 다가가려고 많이 노력하는데 늘 저와 그 캐릭터 사이에 괴리감이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고 솔직한 감정을 전했다. 또한 <굿 닥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의학 드라마를 하고 싶어 했지만 그래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소아외과라는 배경, 자폐아라는 설정 등이 어쩌면 저의 배우 인생에서 또 올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여성 의사로 등장하는 나도 극 중에서 집도할 수 있다는 것, 멘토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온이를 좋아한다는 것에 마음이 끌린 것”이라고 설명하며 “능동적인 차윤서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 굿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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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기민수, 김진우
출연
주원, 문채원, 주상욱, 곽도원, 김영광, 김민서, 천호진, 나영희, 정만식, 엄현경, 윤봉길, 고창석, 왕지원
방송
2013, KBS2
공주의 남자
2011년에 방영한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정치적 숙적이었던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두 자녀 이세령(문채원)과 김승유(박시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설화를 바탕으로 한 퓨전 사극 드라마다. 왕을 능가하는 권력가 김종서의 막내아들인 김승유 역에는 배우 박시후가 단정함, 차분함, 얌전함 따위와는 거리가 멀고 호기심 많고 대담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수양대군의 장녀 이세령 역에는 배우 문채원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드라마 <바람의 화원>, 영화 <최종병기 활>과 더불어 문채원의 사극 작품 중 하나인 <공주의 남자>는 ‘문채원이 한복만 입으면 흥행한다’는 수식어처럼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한 작품이며 문채원에게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해당 작품을 두고 문채원은 “<공주의 남자>는 멜로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작품이다. 세령은 여태껏 봐왔던 사극 속 여자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나만 노력한다면 조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그 점이 흥미로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주축이 멜로고 마무리가 멜로로 된다는 점도 재밌었다. 또한 ‘사극에서 남녀 간의 애정을 이렇게 하드하게 표현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도전에 대한 큰 즐거움이 있었다”고 생각을 밝혀, 그가 평소 어떤 신념으로 작품을 선택하는지, 연기를 해나가는지를 깨닫게 만들었다.

- 공주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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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김정민, 박현석
출연
박시후, 문채원, 홍수현, 송종호, 이민우, 이순재, 김영철, 정동환, 이희도, 이효정, 유하준, 허정규, 이주석, 정근
방송
2011, KBS2
씨네플레이 김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