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에 숨겨진 잔인하고 강인한 카리스마, <늑대사냥> 장영남



배우 장영남, @앤드마크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전적으로 믿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직접 대화를 나눠보지도 않고 눈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믿겠는가?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악역을 연기한 장영남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깐깐하지만 다정한 수간호사 ‘박행자’와 사이코패스인 ‘도희재’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연기하는 그녀를 본 순간, 굴뚝같던 내 소신은 다 무너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영남의 연기는 무조건 믿을 수 있다. 누군가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지겨울 수 있겠지만 나에게 장영남은 정말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1995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장영남은 연기 생활을 한 지 올해로 27년이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다진 그녀는 장진 감독의 연극에 출연한 뒤로 자연스럽게 드라마, 영화 쪽으로 길을 넓혔지만 2010년까지는 큰 비중이 없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엔 점차 실력을 인정받아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할 수 있는 배역도 다수 맡게 되었다. <헬로우 고스트>, <뱀파이어 검사>, <늑대소년>, <하모니> 등. 비록 작품을 이끄는 주연 배우가 아니었지만 장영남은 눈길을 끄는 배우였다. 특히 <해를 품은 달>에선 1회만 출연했는데도 시청자들은 그녀의 연기를 기억했다. 피투성이로 고문을 당하는 상황에서 두 눈을 똑바로 뜬 채 상대 배우를 보던 장영남의 눈빛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배우 장영남의 행보가 기대되지 않는가.

해를 품은 달

연출

김도훈, 이성준

출연

한가인, 김수현, 정일우, 진지희, 이태리, 서지희, 임시완, 안내상, 김영애, 전미선, 김소현, 남보라, 김유정, 여진구, 김민서, 양미경, 송재림, 송재희, 윤승아

방송

2012,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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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남자> – ‘대비’



<왕이 된 남자>


2019년 방영된 <왕이 된 남자>는 영화 <광해>를 드라마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장영남은
이 드라마에서 ‘하선’, ‘이헌’ 역의 여진구와 대립하는 ‘대비’ 역을 맡았다. ‘대비’는 자신의 아들인 ‘경인 대군’이 폭군인 ‘이헌’의 손에 죽자 복수를 꿈꾸는 인물로, 임금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고 ‘중전’을 불임으로 만드는 악행까지 저지른다. 사실 악역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선 작품의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연기력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긴장감을 조성할 악역의 연기가 어설프다면? 재미는 물론이고 드라마의 몰입도마저 떨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장영남은 <왕이 된 남자>에서 자식 잃은 엄마의 처절한 분노가 담긴 연기를 아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하선’의 정체를 알고 그에 맞서 독기 어린 말들을 쏟아낼 때가 압권이다. 결국 ‘대비’는 사약을 먹고 살기 어린 눈빛을 한 채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장영남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왕이 된 남자

연출

김희원

출연

여진구, 이세영, 김상경, 권해효, 장광, 정혜영, 장영남, 윤종석, 시은, 오하늬, 윤경호, 서윤아, 신수연, 이규한, 민지아

방송

2019,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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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0> – ‘구애란’



<F20>

<F20>은 조현병을 앓는 아들의 정체를 숨기고 싶어 하는 엄마 ‘애란’의 이야기다. ‘애란’은 조그마한 결함만 있어도 카페에 글이 올라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아파트에서 홀로 산다. 주민들에겐 자신의 아들이 뉴욕에 공부하러 갔다며 거짓말한 상태. 어느 날 아는 언니 ‘경화’가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오고 ‘애란’은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경화’의 아들도 조현병을 앓아 병원에서 알게 된 사이이기 때문이다. 영화 <F20>의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장영남은 홀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게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105신 중 102신에 나왔다고.



<F20>

더불어 장영남은 “한 인물의 감정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관객들에게 오롯이 보여주는 인물을 한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이 “고무적이었고, 책임감을 느끼면서 긴장도 많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장영남이 단독 주연을 맡은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매 작품마다 보는 사람이 섬뜩해질 만큼 리얼한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 배우인데도 단독 주연 스릴러 영화를 맡은 게 처음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장영남은 영화 <F20>을 통해 자신이 한 작품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힘이 있는 배우라는 걸 증명했다. 한 마디로 <F20>은 장영남이 캐리하는 영화다. 그녀의 폭발적인 시너지가 제대로 분출될 수 있는 작품을 또다시 만나길 바란다. 

F20

감독

홍은미

출연

장영남, 김정영, 김강민

개봉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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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지만 괜찮아> – ‘박행자’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연기 구멍이 단 한 명도 없기로 유명한 드라마다. 배우들끼리 치열한 연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그만큼 누구 하나 특별히 돋보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장영남은 돋보였다. 그저 깐깐한 완벽주의자 간호사인 줄 알았던 인물이 숨겨진 악역이라는 게 밝혀지고 ‘도희재’가 웃어 보일 때를 잊지 못한다. 클레멘타인 자장가가 아직도 귀에 들려오는 기분이다. ‘박행자’의 정체가 밝혀진 당시 시청자들은 “장영남의 연기가 소름 끼친다”며 감탄했다. 연기를 한 장영남마저 여태 “한 번도 1인 2역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흥미롭고 스릴 있었다”고 밝혔다. 처음 한 연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잘 해낸 거 아닌가.

또한 인터뷰에서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살짝 찍어 너무나 고무적인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진 “슬럼프의 연속이었다”고. 장영남은 오랫동안 배우의 길을 밟아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좌절해온 듯하다.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 건 분명하”다 말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연출

박신우

출연

김수현, 박규영, 서예지, 오정세, 김주헌, 김창완, 김미경, 장영남, 강기둥, 박진주, 장규리, 정재광, 이얼, 최우성

방송

2020,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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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사냥> – ‘명주’



<늑대사냥> 제작보고회, @엑스포츠 뉴스

<공모자들>, <기술자들>, <변신>의 감독 김홍선이 <늑대사냥>으로 돌아왔다. <늑대사냥>은 필리핀에서 검거된 한국인 범죄자들이 바다 위의 교도소 ‘프론티어 타이탄’에 탑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작품이다. 살벌하기 짝이 없는 범죄자들을 태평양에서 한국까지 무사히 이송시키기 위해 형사들이 ‘프론티어 타이탄’에 합류하는데, 이 작전명이 ‘늑대사냥 프로젝트’다. 장영남은 <늑대사냥>에서 범죄자 ‘명주’ 역을 맡았다.

제작보고회에서 ‘명주’를 연기한 소감에 대해 묻자 장영남은 욕쟁이 캐릭터인 ‘명주’를 연기할 때 “욕하기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악역을 자주 맡아왔지만 그녀가 범죄자 역할을 본격적으로 연기한 건 처음이다. 날 것 상태인 욕쟁이 장영남, 궁금하지 않나. 변신에 능 장영남이 이 영화에서 보여줄 활약이 기대된다. 서인국, 장동윤, 성동일, 박호산, 정소민, 고창석 등 매력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속도감 좋은 액션 영화 <늑대사냥>은 9월 21일 개봉하여 현재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늑대사냥

감독

김홍선

출연

서인국, 장동윤, 성동일, 박호산, 정소민, 고창석, 장영남, 손종학, 이성욱, 홍지윤

개봉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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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다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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