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흥행스타, 넷플릭스에선 명배우? <허슬>로 돌아온 아담 샌들러



<허슬>

OTT 시대가 오고 난 뒤 넷플릭스가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 그중, 남들과 다르게 재평가를 받는 배우가 있다. 남들이 스타가 될 때,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가 된 아담 샌들러다. 미국식 코미디의 대표 주자로 유명한 아담 샌들러는 6월 8일 공개한 <허슬>로 빼어난 연기를 보여줬다. <언컷 젬스>에 이어 <허슬>로 과감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아담 샌들러. 흥행 배우에서 최악의 영화인으로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온 그의 영화 인생을 요약했다.


(뒤에서) 15등까지 한 역대급 데뷔작

<코스비 쇼>

아담 샌들러의 데뷔 초를 거슬러 올라가면 보통 ‘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작가 겸 출연자’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하지만 SNL이 아담 샌들러의 데뷔작은 아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그가 매체에 처음 얼굴을 비춘 건 <더 코스비 쇼>란 시트콤이다. 아담 샌들러는 테오 허스터블(말콤 자말 워너)의 친구 스미시 역으로 몇몇 에피소드에 출연했다.



<고잉 오버보드>

이후 1989년에 <고잉 오버보드>로 장편 영화로도 데뷔하는데 우연찮게 유람선 무대에 선 코미디언 셔키의 이야기다. 셔키의 직업이나 영화의 장르로 아담 샌들러와 잘 맞아보였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어마어마한 혹평을 받았다. 그나마 SNL로 아담 샌들러가 급부상하면서 재개봉까지 했었으나 영화가 별로이니 지금도 잘 회자되진 않는다. 그 명성이 자자해서 오죽하면 IMDb 유저 평점에서 15위라고 한다. 뒤에서.

고잉 오버보드

감독

발레리 브라이먼

출연

아담 샌들러, 톰 호지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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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스타로 승승장구, 90년대 말



<백만장자 빌리>

이렇게 폭삭 망한 거 같은 출발선에 선 아담 샌들러지만, SNL에서 대활약 한 후 사람들이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1995년까지 SNL에서 활동하며 알음알음 조연으로 영화에 출연한 그는 1995년 다시 주연을 맡을 수 있었다. 그 작품은 <백만장자 빌리>로 아버지의 신뢰를 얻기 위해 2주마다 한 학년씩, 총 12학년을 이수해야 하는 철부지 재벌 2세를 주인공으로 한다. 1천만 달러 제작비로 2640만 달러 수익을 올렸으니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아담 샌들러가 대세픽이 되고 첫 주연작임에도 손익분기점을 안정적으로 넘었다는 건 그에게 관심을 쏟아지도록 했다.

<웨딩 싱어>


<워터 보이>

이듬해 개봉한 <해피 길모어>도 제작비 대비 3배 수익을 남겼고, 1998년 <웨딩 싱어>와 <워터 보이>가 연이어 1억 달러를 훌쩍 넘는 ‘가성비’ 흥행에 성공해 아담 샌들러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특히 <워터 보이>는 아담 샌들러가 각본에 직접 참여해서 이룬 성취였기에 더욱 값졌다. 그리고 그의 흥행 기세는 바로 다음 작품, <빅 대디>가 2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워터 보이>와 마찬가지로 각본 겸 주연으로 참여한 <빅 대디>는 아담 샌들러식 철없는 청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코미디와 감동 모두를 잡았다. 

아담 샌들러식 코미디의 희망편 <빅 대디>(왼쪽)와 절망편 <리틀 니키>.

<빅 대디>를 ‘정점’이라고 말한 이유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의 기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담 샌들러 필모그래피 중 이견없는 명작으로 꼽히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펀치 드렁크 러브>, 지금도 로맨틱 코미디의 표본으로 거론되는 <첫키스만 50번째> 등 실패만 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00년에 찍은 <리틀 니키>는 그동안 ‘저예산 고흥행’이란 아담 샌들러 영화의 명제를 박살 냈다. 8000만 달러 든 영화는 고작 5830만 달러를 벌었다. <리틀 니키>의 실패는 아담 샌들러 열풍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워터보이

감독

프랭크 코라치

출연

아담 샌들러

개봉

199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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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싱어

감독

프랭크 코라치

출연

아담 샌들러, 드류 베리모어

개봉

199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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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샌들러?” 믿고보는 배우 VS 맨날 같은 캐릭터

2000년대 아담 샌들러 대표작 <펀치 드렁크 러브>(왼쪽), <클릭>. 한국 관객에겐 이때의 그가 더 익숙할 것이다.


<웨딩 싱어> 주역들의 재회 <첫키스만 50번째>

<리틀 니키>의 실패에도 아담 샌들러는 금세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펀치 드렁크 러브>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코미디 배우 이상의 새로운 가능성을 내비쳤고, <미스터 디즈>가 저예산(5천만 달러)으로 1억7130만 달러를 벌어들여 기존의 흥행 스타 이미지도 간신히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첫 키스만 50번째>, <클릭>, <조한> 등 작품들이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면서 여전히 아담 샌들러라며 믿고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그야말로 매 작품 승승장구하던 분위기에 비하면 아담 샌들러에 대한 이미지는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그의 캐릭터는 항상 비슷했고, 그 비슷한 캐릭터들은 어눌하거나 (직설적으로 말하면) 멍청한 편이었다. 그 특유의 일관적인 캐릭터에 싫증이 났다는 반응이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은 <잭 앤 질>의 대실패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을 휩쓴 <잭 앤 질>

<잭 앤 질>은 아담 샌들러가 이란성 쌍둥이 잭과 질을 연기했다. 거기에 대배우 알 파치노도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런 영화인 만큼 엄청난 대기록을 세우는데, ‘망작계의 아카데미’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전 부분 수상하고야 만 것이다. 최악의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여성인 질 역할도 연기했기에), 남우조연상(알 파치노가 받았다), 여우조연상(데이비드 스페이드가 여성으로 출연했다)을 비롯해 10개 부문에서 ‘최악’ 마크를 받은 것. 그 외에도 곳곳에서 2011년 최악의 영화 순위에 오르면서 ‘아담 샌들러 거품론’이 점점 두각 되고 있었다.

잭 앤 질

감독

데니스 듀간

출연

아담 샌들러, 알 파치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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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발굴한 명배우…?

이쯤에서 ‘코미디 배우 아담 샌들러’의 수명은 거의 다다른 것 같았다. 흥행이야 꾸준히 한다 해도 3억 달러는 한 번도 돌파하지 못했으니 마냥 낙관적인 상황은 아녔다.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 시리즈의 꾸준한 흥행이 든든했지만, 아담 샌들러라는 본인의 이미지 회복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었으니까. 2013년에는 포브스에서 선정한 ‘과하게 출연료가 높은 배우’ 1위에 오르면서 아담 샌들러란 배우에 대한 양가적인 시선을 더욱 심화됐다.

그런 그에게 활로가 된 건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OTT 시대를 일찌감치 내다보고 독점 콘텐츠 시장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 흐름에 많은 감독들이 넷플릭스 작품 연출에 나섰는데, 노아 바움백은 아담 샌들러와 벤 스틸러를 주연으로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고른 신작)>을 연출했다. 코미디로서 위세를 떨친 두 배우의 조우는 상상 이상으로 깊은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보답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아담 샌들러를 선택한 감독은 샤프디 형제였다. <굿타임>으로 쫀쫀한 긴장감을 유발하며 호평을 받은 두 사람은 언제라도 폭발할 듯 위험한 선택을 거듭하는 하워드 래트너 역에 아담 샌들러를 선택했다. 아담 샌들러 또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담대한 하워드를 훌륭하게 소화하며 ‘코미디 배우’가 아닌 ‘배우’로서의 가치를 재입증했다.

그런 그가 <휴비의 할로윈>(또 하나의 ‘아담 샌들러 영화’)을 지나 <허슬>에서 펼친 연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결을 더한다. 배리(<펀치 드렁크 러브>)나 하워드(<언컷 젬스>)의 비정상적인 성격을 거둬내고 땅에 발붙인 한 사람의 집요한 열정을 그리면서 자신의 연기 인생 변곡점을 하나 더 추가했다. 세상 풍파 다 맞은 것 같은 외면 뒤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이 아담 샌들러의 눈빛으로 형형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호평 속에서 아담 샌들러는 또 코미디 영화 <머더 미스터리> 속편에 착수했다. 동시에 <체르노빌>을 연출한 요한 렌크의 SF 드라마 <스페이스맨>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이스맨>은 역시나(!) 넷플릭스로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와 아담 샌들러, 그 조합에서 또 하나의 완벽한 연기가 피어날지 기대해본다. 

언컷 젬스

감독

베니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

출연

아담 샌들러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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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

감독

제레미아 자가

출연

아담 샌들러, 퀸 라티파, 벤 포스터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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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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