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겨울왕국 안나? 저예요!” <럭>으로 돌아온 박지윤 성우와 ‘럭키한’ 대화

<겨울왕국> 안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겨울왕국>을 안 본 사람이라도 한 번은 <겨울왕국> 안나와 엘사 자매를 다룬 이미지나 짤을 봤을 것이다. 그때 그 유명한 ‘안나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가 있다. 이름은 박지윤. 2005년 KBS 31기 공채 출신으로 올해 18년 차가 된 베테랑 성우다. 최근에는 티빙 <유미의 세포들>에 출연해 다채로운 감정을 연기하는 ‘감성 세포’를 완벽 소화하기도 했다. 스크린과 OTT를 활발하게 넘나들며 보폭을 넓히던 그가 이번에는 Apple TV+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럭> 한국어 더빙을 맡았다. 맡은 역할마다 특유의 세밀한 표현력을 자랑하며 찰떡같은 소화력을 보여주는 그이기에, <럭>의 주인공 ‘샘 그린필드’는 어떤 식으로 해석할지 궁금했다. 지난 7월 22일, <씨네플레이>가 박지윤 성우를 인터뷰한 이유다. 지금부터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공개한다.


행운과 불행을 위트 있게 그려낸 애플TV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럭>

<럭>

디즈니 <팅커벨> 시리즈와 <인어공주 3: 에리얼의 비기닝>의 페기 홈즈 감독이 연출을 맡은 <럭>은 세상에서 가장 운이 나쁜 인물인 ‘샘 그린필드’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불운의 아이콘 ‘샘 그린필드’는 우연히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운의 왕국’을 발견하게 된다. 샘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행운을 가져다주기 위해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계획한다. 하지만 운의 왕국은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샘 그린필드는 여행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마법의 생명체들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샘은 수상한 검은 고양이 ‘밥’의 도움으로 운의 왕국을 탐험하는 첫 인간이 된다. 인간이 접근할 수 없어 더 매력적인 운의 왕국에서 펼쳐지는 여정은 오는 8월 5일 Apple TV+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럭>

Apple TV+ <럭>에서 주인공 ‘샘 그린필드’ 역을 맡으셨어요. 불운의 아이콘인 샘이 ‘운의 왕국’을 발견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하려면 기본적으로 상상력이 풍부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평소에 무언가를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지녀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성우 일을 하기 전에도 관찰하는 걸 즐겼어요. 어릴 적부터 가족이나 지인의 특징을 곧잘 따라 했었는데 그런 습성이 성우 일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전속 시절 어떤 선배님께서 “대중교통을 즐겨 타고 사람을 많이 관찰해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사람뿐 아니라 동물의 감정, 때로는 물건의 감정도 표현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더 그렇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장난감으로 놀아줄 때도 장난감마다 생명을 불어넣어 줬죠. 이 또한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럭>

<럭>은 OTT 작품이에요. 평소 작업하신 영화, 드라마 녹음 현장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은데요. 이전 현장과 차이가 있던가요?

앞서 OTT 작품을 여러 번 작업했는데 대부분 이런 장편 작품인 경우 극장판과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제작하더라고요. 극장판은 큰 스크린에 띄우기 때문에 입길이(캐릭터의 대사 속도와 더빙하는 사람의 대사 속도가 동일한 것)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이 작품도 여러 가지로 세심하게 진행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럭>

<럭>을 통해 Apple TV+와 처음으로 작업하셨어요. 오디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럭> 같은 경우 오디션을 보고 진행한 작품이에요. <럭>에서 샘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엔 ‘이 소울은 내가 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곡이 마돈나의 ‘Lucky star’였거든요. “노래는 안 해도 된다”는 감독님 말을 기다렸는데 “이건 지윤 씨가 불러야 하고 부를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바로 열심 모드로 들어갔죠. 열심히 했는데, 결과물이 어떨지는 저도 궁금하네요.

<럭> 녹음할 때 생긴 재미난 에피소드는요?

앞서 나온 이야기와 이어지는데, 혼자 계속 마돈나의 ‘Lucky star’를 연습하고 노래 중간에 나오는 애드리브 부분도 계속 연습하다 보니 또 되더라고요. 사실 처음 오디션 볼 때도 영어로 노래를 불러야 할 수도 있는데 가능하냐고 물어오니 어떤 곡일까 내심 설레고 긴장했었거든요. <럭> 덕분에 마돈나 곡 하나 클리어했네요.

<럭>

캐릭터와 성우의 더빙이 잘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분석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아요. 이번 ‘샘 그린필드’란 캐릭터에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또 어떤 특징을 살려서 표현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네요.

일단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그 캐릭터 이미지에 맞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게 가장 기본이에요. 주인공 샘이 자라며 형성됐을 여러 가지 성격적인 측면과 인물이 놓인 여러 상황을 종합해서 샘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보육원에서 자란 샘이 성인이 되면서 그곳에서 퇴소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거든요. 샘은 보육원에서 친동생처럼 지낸 헤이즐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따뜻한 친구예요. 전체 스토리를 보고 작은 사건을 하나하나 보면 성격이 보여요. 우리도 함께 생활하거나 어떤 문제를 겪고 나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게 되듯 작품 속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럭>

<럭>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본인이 불운하다고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온 샘이 자신의 불운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전달될까 봐 겁이 나서 여러 가지 도전을 하거든요. 그런 도중 샘이 말하는 고양이 ‘밥’을 만나게 되고 그때 벌어지는 여러 사건 속에서 순간순간 깨닫게 되는 요소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느끼기엔 이러한 부분이 <럭>의 관전 포인트 같네요.

성우님이 꼽은 <럭>의 명장면은요?

샘이 더 이상 불운을 불운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 그 시점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결과와 늘 다른 결말이더라도 우리는 매일매일 도전하고 실패하고 또 생각지도 못한 다른 길로 가곤 하잖아요. 그게 늘 불운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받아들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겨울왕국> 안나에서 <유미의 세포들> 감성 세포까지

<겨울왕국> / <유미의 세포들>

이번 <럭>과 마찬가지로 <겨울왕국> 역시 더빙은 물론 노래까지 부르셨어요. 그 당시만 해도 더빙 성우가 노래까지 맡는 경우가 드물었다고요.

<겨울왕국1>

<겨울왕국> 박원빈 더빙 감독님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도 연출하셨어요. <라푼젤> 출연 당시엔 제가 정말 신인이었던 때라 노래도 녹음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못 했어요. 제가 대사 오디션을 본 날 옆 부스에서 노래 오디션을 보고 있었는데 ‘와 잘한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갈 정도였으니 말이에요. 대사를 녹음하고 나중에 극장에서 <라푼젤>을 보는데 남자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했던 위훈 성우님은 직접 노래까지 부르셨더라고요. 그걸 보고 ‘아, 나도 다음 작품에선 꼭 노래에 도전해 봐야지’ 했었죠. <겨울 왕국> 같은 경우 대사 오디션을 먼저 진행했고 이후 감독님이 노래 오디션도 보겠느냐고 하셔서 기다렸다는 듯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어요. 대사 더빙은 확정된 상태였는데 노래도 꼭 부르고 싶은 마음에 엄청나게 연습하고 오디션을 보러 갔던 기억이 나네요. 좋은 결과가 있어서 감사했죠.

<유미의 세포들>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유미의 세포들>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어우러진 작품이니 아주 특별한 작업이 되었을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야 할지 혹은 더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씀하신 걸 봤어요. 이러한 고민이 작품에서 어떤 방향으로 풀렸는지 궁금하네요.

<유미의 세포들>은 음성이 없는 웹툰 작품이기 때문에 제가 표현한 감성 세포의 목소리가 감성 세포의 원음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이에 기분 좋은 부담감을 느꼈죠. 해외 작품 같은 경우 해외에서 처음 녹음한 음성을 옵티컬로 들으며 연기하는데 이런 제작 애니메이션은 한국 성우의 목소리가 원음이 되는 거라 초반 캐릭터 설정 및 녹음 진행할 때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연기 폭이 넓은 거죠. 감성 세포 같은 경우 캐릭터 이미지가 보이기 때문에 너무 드라마처럼 하는 것보다는 캐릭터를 살리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너무 뿌듯했어요.

<유미의 세포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올해로 18년 차 성우가 되었더라고요. 전엔 무언가를 계획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꿈도 꾸었지만, 결과는 내가 계획했던 것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좋은 쪽이든, 아쉬운 쪽이든요. 그래서 전 늘 계획 없이 지낸다고 말씀드려요. 계획은 없지만 주어진 일에 후회 없을 정도로 늘 최선을 다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건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성우로서는 어느 정도 노련함이 생긴 것 같은데 엄마로서는 아직도 모르는 게 참 많네요. (웃음)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기 위해 성우 일을 더 열심히 해야죠.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씨네플레이 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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