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가 찍고도 감동받은 장면은? <신문기자>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신문기자>

여운(餘韻). 좋은 건 언제나 짙은 여운을 남긴다. 일본 현지에서 6월 28일 개봉한 이후 3개월 넘게 상영 중인 <신문기자>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한 내부고발자의 서류를 받고 진실을 추적해가는 신문기자 요시오카(심은경)와 선배의 미심쩍은 죽음에 의문을 가진 정부 관료 스기하라(마츠자카 토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끝맺음과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강렬함도 품고 있다.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왼쪽),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내한 기자회견 현장

10월 17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신문기자>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가 한국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은 <신문기자>에 한국 배우 심은경이 출연한 사실에 주목했지만, 사실 그 점을 제하고도 할 말이 많은 영화임은 분명했다. 씨네플레이는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문기자>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스포일러가 될 만한 질문은 본문 말미에 배치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신문기자>는 본인이 연출한 작품 중 처음으로 한국에 개봉하는 영화다. 간단한 소감을 듣고 싶다.

= 사실 한국에 두 번째 온 것이다. 7년 전, 단편영화로 영화제에 온 적이 있다. 그때 한국 영화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완패한 느낌으로 너덜너덜하게, 억울한 심정으로 돌아간 걸로 기억한다. 어제 서울에 왔는데 너무 바빠서 차하고 호텔에만 있었다. 오늘 다 끝나고 저녁에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한잔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웃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나?

= 술(웃음). 음식은 뭐든 잘 먹는다. (한국말로) “진로”. “참이슬 주세요.” 일본에 방송된 광고 중에 이렇게 말하는 광고가 있었다. 이병헌이 나왔던가.



<신문기자> 요시오카 에리카 역으로 출연한 심은경

심은경을 요시오카 역으로 제안한 사람은 프로듀서라고 알고 있다. 그 캐스팅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 심은경씨가 캐스팅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매우 흥분됐다. 나는 일본 영화만 보고 자란 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다양한 영화들, 거장들의 영화를 보고 자랐다. 나를 비롯해 키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이창동 감독님을 좋아하고, 개인적으로는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을 매우 좋아한다. 심은경씨가 10대 때 출연한 <써니>도 봤다. 이건 처음 밝히는 건데, 데뷔작을 가지고 오키나와 영화제를 갔을 때 심은경씨와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인연이 이번 영화로 이어진 것 같아 흥분되는 일이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심은경 배우만의 장점은 무엇이었나?

= 심은경씨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고, 조용하다. 그러다 촬영 현장에서 액션이 들어가면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사람이 바뀌어서 표정만으로 모든 것들을 표현한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음에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고, 현장 스태프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해오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 젊은 스태프들과 수다도 떨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현장으로 돌아오면 다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다.



<신문기자>의 인물 관계도

일본 배우들 또한 영화 출연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 캐스팅하는 과정이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힘든 점이 없었다. 사회파 영화고 정치에 대해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영화라 걱정을 했지만, 의외로 일본 영화인들도 이런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 영화에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캐스팅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건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심은경, 마츠자카 토리와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은 배우가 많아서 캐스팅 난항 없이 척척 해결됐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저서는 한국에 정식 발간이 되지 않았다. 원작과 얼마나 비슷한지, 얼마나 다른지 설명해주면 좋겠다.

= 책 <신문기자>는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가 살아온 삶과 신문기자가 된 과정을 담은 책이다. 내가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신문기자>의 각본은 주인공이 어떻게 정치권력에 맞서는가의 드라마만 있었다. 연출을 맡으면서, 나처럼 정치에 흥미가 없는 세대의 사람에겐 단순히 ‘신문기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만 그려내는 것은 흥미를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난해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엔터테인먼트로서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적 지식이 없어도 이해 가능한 내용을 다시 짜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대립축으로서 스기하라 관료를 집어넣게 됐다.

실제 사회, 그것도 일본의 현 정권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다. 기존의 영화와 달리 이 영화만을 위한 원칙, 철칙 같은 게 있었나?

= 꼭 지키겠다, 이건 절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은 없었다. 제가 제작진에 말씀드린 건 “제가 찍으면 이런 형태의 영화가 될 것이다” 였다. 주어진 각본을 그대로 찍으라 하면 제가 아닌 어떤 감독이든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제가 찍으면 이건 이렇게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렸다. 단순히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초점을 둔, 인간을 축으로 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점에선 이번 영화가 전작들과 달라진 점이 없다고 얘기할 수 있다.

도쿄신문의 기자 사무실과 내각정보실. 두 공간의 극단적인 대비가 영화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대비에 대해 제작진 내부에선 반대가 전혀 없었는지 궁금하다.

= 그런 얘기를 하신 분도 있었다. 사실 그런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만든 건 저와 촬영감독이 한 일이다. 제가 이렇게 강한 대비를 만들고 싶다 했을 때 촬영감독이 그렇게 찍어주셨다. 저희는 그게 <신문기자>가 가진 하나의 승산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에 거리감을 가진 관객들도 많지만, 이 영화의 영상미에 이끌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주제가 어렵긴 하지만 영상에 흥미를 가져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단 걸 고려했다. 한국 사회라면 이런 주제의 영상미를 넣을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정치를 멀리하는 일본 사회이기에 이런 시도를 했다.

도입부 장면에서 날짜와 시간까지 표기하며 시작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있다면?

= 같은 날 시작되는 이야기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표시가 점점 없어지는 것에 의미를 둔 게 아니라 이 이야기가 같은 날 시작되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신문기자>

극중 TV 방송에서 모티브를 제공한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가 나오고, 시위 장면 또한 실제 현장 장면을 사용했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기피하는 메타적인 요소인데, 이런 장면을 사용한 이유는?

= 오리지널 창작 영화였다면 그런 기법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지금, 일본의 현재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래서 모두가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영상을 넣는 것이 이 영화에 힘을 싣는 표현이 될 거라 생각했다. 픽션과 논픽션을 섞는 걸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장면을 넣어 영화를 보는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면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신문이 인쇄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보이지 않는 투쟁이 물질로 형상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종이신문을 읽은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이 장면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 그 장면은 나도 찍고 나서 이렇게 감동하게 될 줄 몰랐다. 우리가 말로 하는 것들이 글자가 되고 문장이 되고, 신문이란 종이 다발이 돼 개인의 집까지 간다. 나처럼 신문을 보지 않는 세대일수록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거라 생각했다. 로케이션 헌팅, 취재를 다닐 때도 알지 못했는데, 그 과정을 체험하듯이 다 보면서 내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 의미를 느끼게 됐다.



스기하라 타쿠미(마츠자카 토리)

최근 본 인상적인 한국 영화가 있나?

= 아직 <기생충>은 못 봤다. <국가부도의 날>은 (일본에서) 제가 직접 코멘트를 썼다. 고퀄리티의, 힘이 있고 재밌는 영화였다.

눈여겨보는 한국 배우는?

= 심은경(웃음). 역시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톱 3. 남자로서도 팬인 배우는 하정우. <1987>도 봤다.



<1987> 촬영장의 하정우(왼쪽)



<신문기자>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신문기자에서 추천하고 싶은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 드라마틱한 표현이 아니라 요시오카와 스기하라, 두 사람의 감정과 거리감을 표현하기 위해 렌즈의 거리감을 멀리하거나 의도적으로 흔들림을 넣는 등 영상적인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 마지막까지도 두 사람의 관계성에 집중했단 걸 알고 봐주시면 좋겠다. 심은경씨와 함께 멋진 체험을 했다. 나는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이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한국 관객분들이 이 영화를 따듯한 마음으로 봐주시기 바란다.


※ 이하 인터뷰 내용은 영화의 전개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신문기자> 캐릭터 포스터



<신문기자>에 등장하는 양 캐릭터

상징적인 양 캐릭터가 등장한다. 귀여운 캐릭터의 이면에 더그웨이 양 사건(1968년 미국 유타주의 군 연구소에서 신경가스가 유출돼 양이 몰살된 사건)이란 섬뜩한 실화를 담고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이 내부고발자의 상징이 실제 있었던 것인지, 영화 고유의 것인지 궁금하다.

= 공동 각본을 맡은 시모리 로바시가 각본을 위해 만든 캐릭터다. 오락적인 부분에서 이야기를 발전시키면서 이전에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암시하고 싶었고, 더그웨이 양 사건으로 정하기 전 여러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양으로 정한 건, 이렇게 말하면 모양이 빠질 수 있지만, 양은 지금 일본 사람들의 모티브로 쓰기에 딱 맞다고 생각했다. 이런 질문을 해주신 기자님께… (미치히토 감독이 가방에서 양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를 꺼내 기자에게 건넸다)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에게 받은 <신문기자> 프로모션용 스티커

요시오카와 아버지, 스시하라와 아기를 통해 아버지와 딸이란 관계가 반복되는 것이 흥미롭다. 정치 영화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이 많았다. 모티브가 된 관계가 있는지.

= 나도 가족이란 지킬 대상이 있다. 스기하라에겐 사회의 일부로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아이를 볼모로 잡히면서까지 내가 하고자 걸 해야 하는가 고민이 생긴다. 그러면서 그는 단념해버리는 사람으로 비친다. 스기하라가, 혹은 요시오카의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인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잃어선 안 되는 것도 있지만 결국 잃게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 게 인생에서는 2차 재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신문기자>에서 사건만 그려내면 공감을 못할 거라고 판단해 가족이란 관계를 가져오게 됐다.



스기하라 타쿠미(마츠자카 토리)

언급한 대로 스시하라 타쿠미는 영화에서 만든 캐릭터인데, 가족, 그리고 대의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그의 모습은 영화를 준비하면서 내부고발자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을 부분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취재를 하면서 여러 관료분들을 만났다.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과 생각들을 취합해서 만든 캐릭터다.

언급하지 않은 장면 중 특별히 신경 쓴 장면이 있다면?

= 마지막 장면은 신경 써서 만들었다. 결말을 그렇게 한 것에 찬반이 있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우리들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엔딩 장면에 대해 질문을 마지막에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이런 영화들이 희망찬 엔딩을 선사하는 것에 비해 이제야 스타트를 끊었다는 느낌이 강해서 인상적이었다. 엔딩에서 스기하라가 말하는 장면에서 입모양만 보이고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게 일본인들 입장에서 입모양으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인지 설명해 줄 수 있나?

= 영화를 한 번 더 보시면 아실 수도 있다. 일본인이라면 입모양으로 추측할 수 있는데, 영화 전반적으로 스기하라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걸 염두에 두면 알 수 있다.



시사회에서 관객들과 GV 시간을 가진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과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

= 한국에 와서 받은 질문 중 인상적이었던 질문이 있나?

어쨌거나 양에 대한 질문은 이번 인터뷰가 처음이다. 매우 기쁘다. 다른 질문은 일본에서도 받았던 질문이었다. (옆에 있는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가 한 말을 듣고) <신문기자>엔 낙엽이 많이 떨어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질문받은 적은 없는데, 영화에서 낙엽을 엄청 많이 보여준 이유는 낙엽을 시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붙어있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도 스기하라의 목소리를 뺐다. 오늘 독점 정보 드린 거다(웃음). 이거에 대해 물어봐 주길 바랐는데,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이 얘기가 나왔으면 좋았을걸 싶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인터뷰 사진 제공 = 더 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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