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땅 한국형 공포 <엄마> 아이리스 심 감독·피벨 스튜어트

제목부터 화제였던 영화가 한국에 상륙한다. 그 이름은 <엄마>. 한국에 맞춘 제목이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원제부터 ‘엄마'(Umma)다. 한국계 미국인 가족을 주인공으로 색다른 공포를 짚어낸 <엄마>는 한국 미디어 붐과 함께 할리우드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씨네플레이는 한국 개봉 전 <엄마>를 연출한 감독 아이리스 심과 주연 배우 피벨 스튜어트를 화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과 주고받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이번 <엄마>가 주목받은 이유를 함께 정리했다.


<엄마>에서 두각을 보인 두 가지

<엄마>가 다른 할리우드산 호러 영화와 차별화된 점이라면 두 가지를 뽑을 수 있다. 보기 두물게 여성 구성원만 있는 가족이 주인공이란 점, 전형적인 미국 가족이 아닌 이민자 가족을 그린다는 점이다. 이중 후자는 영화을 집필하고 연출한 아이리스 심 감독의 개인사와도 맞닿아있다. 이민자 아만다(산드라 오)의 딸 크리스로 출연한 피벨 스튜어트 또한 아시아계 어머니와 원주민 혈통 아버지를 둔 다문화 가정의 일원이다. 그렇기에 아래에 옮긴 두 사람의 인터뷰는 <엄마>를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크리스 역 피벨 스튜어트

이번 영화 <엄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디션 같은 상황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스토리가 내 안에 깊숙이 자리잡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오디션을 봤는데, 정말 괜찮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정말정말 참여하고 싶었다.

산드라 오와 함께 한 소감은?

아마 어떤 상황을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 어떤 상황을 만날지는 정말 알 수 없다. 산드라와의 작업이 그랬다. 그와 함께 연기한 경험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일까.

가장 어려웠던 건 두 사람(아만다와 크리스)이 논쟁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정말 하루종일 찍었다. 산드라가 내뿜는 감정이 나를 훑고 가는 건 좋은 의미로 날 감정적으로 기진맥진하게 했다. 하지만 몸과 에너지를 힘들게 했기에 가장 힘들었던 장면 같다.

아이리스 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그는 아담해보이지만 정말 힘이 넘친다. 그런 점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처음 대본 리딩을 하러 갔을 때도 감독님을 보며 ‘진짜 감독이다’, ‘자신이 뭘 원하고 그걸 어떻게 얻고 싶은지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정말 대단하다.

영화에서 다양한 한국 문화가 그려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아만다가 크리스에게 한복이 무엇인지, 제사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장면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관객들에게 이게 문화적으로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기회를 얻어서 좋았다.

호러 영화 현장은 가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엄마> 현장은 어땠나?

없었다. 운이 좋았다. 난 이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영적으로 축복받았다고 느꼈다. 나와 산드라와 아이리스 감독 간에 오랫동안 쌓은 연결을 느꼈다. 내 생각에 우리는 영화를 위해 기도했던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완전히 유대했다. 우리는 모두 우리들의 엄마, 아빠, 소중한 사람들의 사진을 모아 하나의 테이블을 만들었다. 이 사진들로 모두가 편안함을 느꼈다. 사진 속 그들의 에너지가 <엄마>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꼈다.

<엄마>는 심리 호러라고 할 수 있다. 혹시 가장 좋아하는 호러 영화 장르가 있나?

개인적으로 샘 레이미의 엄청난 팬이다(샘 레이미는 <엄마> 제작에 참여했다). <이블 데드>는 가장 상징적인 호러 영화 중 하나다. 시간이 가면서 호러에서도 심리적인 것이 있는 걸 더 좋아하게 됐다. <미드소마>나 <유전>처럼 (다른 영화보다) 유혈낭자하지 않지만 더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미드소마>(왼쪽), <유전>

이번 영화는 엄마와 딸에 관한 영화다. 혹시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해줄 수 있는지.

엄마와 나 사이엔 아만다와 크리스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든 자신의 엄마와 안 좋은 기억이 있긴 하겠다(웃음). 하지만 엄마와는 대체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혹시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를 소개한다면?

세상에, (하나만 고르기) 너무 어렵다. <좋아하면 울리는>(Love Alarm). 혹시 봤나? 그게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고, 그걸 어플을 통해 풀어내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이다. 데이트 어플에 익숙하지 않지만, 어플로 사랑이 연결되는 것을 보는 건 정말 흥미롭다.

피벨 스튜어트의 한드 픽은 <좋아하면 울리는>.

장편 출연작 중 <엄마>가 한국에 개봉하는 첫 영화다.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한국관객 여러분. <엄마>를 봐주셔서 감사하고, 영화가 마음에 들길 바라요.


각본 및 연출 아이리스 심 감독

한국계 미국인과 딸의 이야기다. 감독 본인의 경험이 반영됐는지 궁금하다.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분명히 영향이 있었다. 이민자 부모의 자녀로서 내가 이 나라에서 자라면서 한 경험…. 집에서 나설 때마다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붙들려야 했다. 내 생각에 이런 경험은 많은 이민자, 혹은 이민자의 자녀들이 가족과 함께 하는 집에서는 온전히 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밖으로 나서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다. 나 자신의 얼마만큼이 한국적인가, 나 자신의 얼마만큼이 미국적인가는 <엄마>의 캐릭터들을 쓸 때 분명한 테마였다.

산드라 오와 피벨 스튜어트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산드라는 내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상상한 배우다. 그는 지금 활동 중인 훌륭한 배우들 중 한 명이다. 처음에는 정말 꿈이었다. 이 역할에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상상했지만, 정말 그를 캐스팅할 거라곤 확신하지 못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그가 출연하기로 했다. 산드라는 이 캐릭터와 이야기를 탐험하는 데 정말 신나있었다. 우리는 산드라를 캐스팅하고 그와 다른 배우들의 시너지를 테스트했다. 이건 정말 도움이 됐는데, 산드라와 피벨이 서로를 상대할 때 유기적인 불꽃이 일었다. 첫번째 리딩에서. 피벨을 캐스팅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촬영하는 동안 두 사람은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우리가 촬영하는 동안 두 캐릭터의 친밀감을 실제로 느끼고 유기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서로의 관계를 형성했다.

영화에서 벌이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벌을 소재로 정한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교외 생활양식의 일종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농사 생활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야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전기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그러면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테마에 맞출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그러다 양봉을 떠올렸다. 벌은 우리를 쏴서 아프게 하니까 무서운 것이지만, 동시에 달콤하고 영양가있는 꿀을 만든다. 이 부분이 흥미로웠다. 고통을 주면서 동시에 달콤하면서 사랑스러운 무언가를 만드는 벌들의 이중성이. 또 벌들의 소리는 전기 소리와 유사하게 들린다. 그런 부분들을 스토리텔링에 녹여냈다.

<엄마>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을 뽑자면?

좋은 질문이다. 정말 많지만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산드라가 낸 아이디어다. 우리가 촬영을 시작하기 전 다같이 어떤 공간을 만들었다. 우리는, 배우든 스태프든 촬영장의 모든 사람들은 의미있는 것을 올릴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엄마의 사진을 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을 냈다. 이건 세트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리마인더였다. 우리는 가족과 부모님, 특히 엄마에 대한 사랑을 그릴 수 있었다. 비록 모녀의 지독한 관계를 그리는 호러 영화를 만들고 있었지만, 그것이 사랑에 뿌리를 둔것임을 보여주는 시각적 기억들이었다. 우리는 촬영하는 동안 그런 종류의 영감과 에너지를 활용하려고 노력했다.

영화에 많은 한국 문화를 그렸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한국 문화는 무엇인가.

나는 제사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이 새해마다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하는 가장 큰 행사고. 어렸을 때 이걸 정확하게 이해하진 못했다. 한복을 입는 것도 싫어했는데, 너무 간지럽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걸 도대체 왜 입어야 해?” 이렇게 느꼈다. 이 모든 걸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나이가 들자 이런 걸 기대하기 시작했다. 새해가 되면 다같이 모여서 서로를 보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까. 뿐만 아니라 우리 이전의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기억하고 상기할 수 있다.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존중하는지 되새기며 우리의 중심을 잡아준다. 그래서 지금은 일 년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집에 가면 우리 가족들은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묵념을 한다. 이런 부분은 제가 영화에서 탐험해보고 싶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현재 한국 미디어가 굉장히 주목 받고 있다. 감독으로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느끼는지.

굉장히 놀랍다. 정말 오래 전부터 한국 영화의 팬이다. 그래서 한국 영화가 메인스트림의 일부가 돼가는 과정을 보는 게 정말 흥분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신나는 건 한국계 미국인, 혹은 아시아계 미국인 콘텐츠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이다. 자라면서 내가 스크린에서 아시아인의 얼굴을 본 건 대부분 아시아 영화를 통해서였다. 미국에서 자란 나로선 그들은 나와 비슷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했던 것과 같은 경험은 아녔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경험은 미국인이나 한국인의 경험과는 다른, 독특하고 구체적이다. 이 두 가지 경험 모두와 연결되는 특별한 종류의 것이다.

호러 장르 중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면?

당연히 심리 호러다. 항상 이 영역에 끌렸다. 커가는 동안엔 호러 팬이 아니었다. 호러가 할 수 있는 넓은 영역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샤이닝>, <악마의 씨> 같은 영화들을 보면서 호러 장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항상 심리적인 부분에 흥미를 느꼈다. 그런 캐릭터들의 시선, 왜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가 동기들을 통해 스토리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호러 장르 안에서는 이런 심리적인 요소를 가진 서브장르를 좋아한다.

2000년 이후 작품 중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이런 심리적, 문화적 공포 영역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넷플릭스에 있는 <그 남자의 집>이다. 영국에서 쉼터를 찾는 난민커플을 그린 영화인데, 정말 많은 종류의 심리적 문화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내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많이 고민한 부분인데, 이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 남자의 집>

한국 관객들에게 특히 관전 포인트가 될 부분을 소개해달라.

아마도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일 것이다. (미국 관객들은) 한국인 캐릭터를 스크린에서 보지만 미국 문화를 통해서 보게 된다. 그 과정이 아만다라는 캐릭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 관객들은 미국 문화적 세팅이 된 사회의 한국인 캐릭터를 보게 되니 정반대의 시각으로 보게되지 않을까 싶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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