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 우리 학교는> 박지후 “집에 가자고 외치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박지후.

좀비 바이러스가 덮친 학교에 고립된 아이들이 있다. 멈추지 않는 위협을 가까스로 버텨내는 동안에도 어른들의 모습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살기 위해 스스로 길을 찾아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절망보다는 용기를, 분열보다는 연대를 발견한다.

박지후는 운 좋게도 자신이 맡은 배역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 중학교 2학년의 박지후는 <벌새>의 은희와 동갑이었고, 고등학교 2학년의 박지후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온조와 동갑이었다. 더없이 보편적이면서도 너무나도 특별했던 영화의 순간들은 그의 삶에 깊이 각인되어 어쩌면 함께 성장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공개된 이후 열흘도 안 되는 사이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0만(현재는 300만이 훌쩍 넘어있다.)이 넘었다.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나.

솔직히 말하면 정말 실감이 안 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이게 정말 내 계정이 맞나 싶기도 하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이 숫자 정말이냐며 못 믿어 한다. 숫자로 느끼고 또 기사로 접하면서 전 세계 많은 분들이 <지금 우리 학교는>을 사랑해 주시는구나 싶어 매일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벌새>(2017) <빛과 철>(2020)을 이은 작품으로 <지금 우리 학교는>을 선택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평소에 좀비물을 좋아했다. 출연 당시엔 미성년자라 <지금 우리 학교는>의 원작 웹툰을 보진 못했지만 엄청나게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항상 실검 1위하고 내 주변의 다른 성인분들은 다 보시고. 저 웹툰은 나중에 성인이 되면 꼭 봐야지 했는데 때마침 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오디션 기회가 생겼다. 너무 기뻤다. 오디션 현장에서 온조 대본과 나연 대본을 받고 둘 다 연기를 해봤다. 감독님께서 둘 중 한 역할을 한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 물으셨는데 나는 정말 망설임도 없이 온조를 외쳤다. 당시에는 나연이란 역할을 할 용기도 안 났고, 어떻게 해야할 지 감도 안 잡혔다. 그래서 온조를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는데, 온조도 나도 고등학생이고 나이까지 같아 감독님이 그런 면을 좋게 보시고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좀비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어떤 작품을 즐겨봤나.

일단 <부산행>(2016) <#살아있다>(2020) <반도>(2020) 같은 K-좀비물은 다 봤다. 아무래도 이 장르는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이 없지 않나. 그래서 당시에는 <좀비딸> <극야> <데드데이즈> <1호선> 같은 좀비를 다룬 웹툰들을 많이 봤다. 내가 웹툰 덕후기도 하고. (웃음) 이제 성인이 되어서는 <워킹데드> 시리즈도 정주행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대규모 세트에서의 촬영은 처음 아닌가.

세트 촬영이 처음이었다. 4층 규모의 학교가 통째로 만들어져서 현장 갈 때마다 학교에 등교하는 기분이었다. 진짜 학교처럼 화단도 깔려있고 여러모로 신기하기도 했다. 덕분에 연기에 몰입도 더 잘할 수 있었다. 정말로 학교에 좀비가 나타나면 어떨까 상상할 수 있게 잘 만들어진 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속 온조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나.

원작 속에서도 온조가 1인칭 화자로 내레이션하며 시작되지 않나. 넷플릭스 시리즈도 온조의 시점으로 모두를 바라본다. 두드러지게 나오기보다는 친구들을 챙기고 보살피는 면이 크다고 생각했다. 털털하고 밝고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그런 점을 성격으로, 또 대사로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촬영할 당시는 극중 온조처럼 고등학교 2학년이였다. 본인의 학교생활이 연기에 반영된 것이 있을까.

학교에서 공부도 물론 열심히 하지만 (웃음) 친구들이랑 있으면 정말 잘 논다. 친구들이 내가 학교 빠지면 심심하다고 할 정도로 정말 수다쟁이이고 친구들 모아 랜덤 게임 같은 것도 열심히 한다. (웃음) 온조도 그런 나와 별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다 접점이 있고 모두와 잘 지내지 않나. 내가 진짜 학교생활에서 이랬지, 단짝 친구 대할 때도 이렇게 했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연기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온조와 청산(윤찬영)이 티격태격하며 빚어내는 그 또래의 순수한 감정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내가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보면서 어색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 진짜 이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10대니까. 10대면 그런 순수함이 있고, 극한의 상황이라도 친구들끼리 있으면 장난도 칠 수 있는 거다. 또 그런 상황이니까 몰랐던 감정들을 이야기할 수도 있는 거고.

윤찬영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제 학교 선후배가 되었는데 진학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나.

찬영 오빠가 현장에 항상 과잠 패딩을 입고 오셨다. ‘저걸 도대체 왜 입지?’ ‘학교 자랑하고 싶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웃음)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또 계속 보니까 그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생기는 거다. 그래서 자꾸 (찬영) 오빠에게 “그 대학에 가고 싶다” “입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이런 거 물어보게 되고, 또 오빠도 친절하게 답해주고. 그러면서 입학에 대한 열정이 더 커지지 않았나 싶다. 찬영 오빠는 연기에 대한 진지함이나 열정이 남달라서 나와 대본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준비해 가는 것보다 현장에서 오빠랑 직접 눈을 보며 호흡을 맞추는 게 더 많은 도움이 됐다. 즉흥적으로 나오는 감정이 참 좋은 배우다.

젊은 또래 배우들이 주축인 현장이라 촬영 외적으로도 남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 같다.

당시 10대가 나랑 내 친구 이삭이(김주아)랑 그리고 지민 역할의 (김)진영 친구랑 우진 역할에 (손)상연 오빠 이렇게만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조금 걱정을 했다. 언니 오빠들이랑 내가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촬영 전에 사무실에 모여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도 나눴고, 윷놀이 같은 게임도 했다. 처음에는 한 반 친구로 나와야 하니까 의도적으로라도 친해지자 했는데 그냥 다들 너무 잘 맞는 거다. 성격들도 너무 좋고 서로 금세 장단점 다 파악할 정도로 진짜 가족처럼 친해졌다. 현장에서도 실제 그 케미가 잘 나온 것 같다. 내가 언니 오빠들에게 장난으로 이모, 삼촌하고 부르면 또 언니 오빠들은 그걸 잘 받아주시고. 우리에게 인생 조언 입시 조언도 열심히 해주셔서 현장 가는 게 항상 즐거웠다.

특히 친했던 배우가 있었나.

아무래도 같은 나이인 진영 배우랑 제일 친했다. 숙소도 같이 썼는데 그 친구랑 같이 있으면서 뿌링클 치킨 맛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매일 진영이와 시켜 먹었다. (웃음) 또 그 친구랑 나랑 노는 것도 비슷하다. 대화하다 보면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서 연기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 많이 하고, 대학 입시 준비하면서도 서로한테 힘을 주며 더 돈독한 사이가 됐다.

<지금 우리 학교는>.

사랑하는 아버지와 자신을 좋아하는 오랜 친구를 잃는다. 격한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는 순간에도 살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온조의 감정이 가장 끓어오르는 장면이었을 것 같다.

온조는 거의 매회 감정신이 있다. 주변 사람들을 가장 많이 잃는 인물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좀비들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처지라 동시에 여러 감정들이 겹치게 된다. 슬픈데 또 도망쳐야 하니 울면서 도망가야 하나 아니면 어떻게 도망가야 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다른 선배 배우께 많이 물어보며 방법을 찾았다. 온조 대사 중에도 있지만 죽고 싶어도 함부로 못 죽는다고, 청산이나 아빠가 도망가라고 가서 살라고 했으니 온조는 더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좀비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쳐야 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

원래 체력이 약해서 체육 시간에도 앉아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아이였다. 그런데 끊임없이 도망치는 장면들 때문에 체력이 필요해서 촬영 전 3개월 정도 액션 스쿨에 다녔다. 체력도 기르고, 낙법도 배우고, 와이어도 타고. 악으로 깡으로 했던 것 같다. 그 덕분인지 현장에서는 그렇게 많이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우리 학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언인가.

다 보고 나서 진짜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준영(안승규)이 ‘집에 가자’라고 외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애드리브였다. 그래서 촬영 당시에는 소음도 심했고, 다들 연기하느라 정신이 없어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나중에 그 장면을 화면으로 보고는 정말 많이 울었다. 그런 애드리브를 했다는 것도 너무 놀라웠고, 그 ‘집에 가자’라는 대사 한 마디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었지 않나. 그 모든 것을 그 한마디로 울부짖으며 표현한 것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소방 호스, 과학실의 드론, 체육관 볼 보관함 등 학교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한 창의적인 액션이 신선했다. 나라면 좀비를 물리치거나 피하기 위해 학교에 있는 물건 중 활용했을 것 같은 게 있다면.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좀비랑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도망 다닐 것 같다. (웃음) 그냥 매점 같은 데 가서 식량 확보하고 구석에 숨어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싸워야 한다면 그래도 좀 길고 뾰족한 물건이 좋을 것 같다. 대걸레 자루를 부러뜨려서 미진이(이은샘)처럼 사용하면 살 확률이 조금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다. (웃음)

은희에게는 성수대교 붕괴의 충격이 온조에게는 세월호의 상흔이 어쩔 수 없이 묻어난다. 시대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벌새> 은희도 그렇고. <지금 우리 학교는>의 온조도 그렇고. 그런 일을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매체로, 또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그것들을 떠올리면서 연기를 했다.

<벌새>에서 영지(김새벽) 선생님이 있었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박선화(이상희) 선생님이 있어 숨통이 트였다. 박지후에게도 나를 지지하는,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이 계신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계신다. 김나영 선생님이라고 꼭 써달라. (일동 웃음) 그 당시 내 꿈은 아나운서였다. 그걸 들으시곤 아나운서 관련된 책을 두 권 선물해 주시면서 꿈을 응원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게 어린 나이지만 크게 와 닿았다. <벌새> 개봉하고도 선생님께 연락 드렸고, 또 <지금 우리 학교는> 오픈되고도 선생님께 연락 드렸다. 정말 선생님은 저한테 영지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고, 박선화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시다. 김나영 선생님 카카오톡 한 줄 소개가 ‘<지금 우리 학교는> 세계 1위’다.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이제 성인이 됐다. 성인 연기자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말 무슨 역할이든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성인이 됐고 풋풋할 때니까 새내기 로맨스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 화려한 액션도 해보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대한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매번 바뀌는 것과 변하지 않는 목표가 있을 것 같다.

한 번에 많은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감사함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건 항상 변하지 않는 것인데 내 속의 건강함을 잃지 않는 단단한 은희와 온조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한지민 인스타그램.

롤모델로 언급한 한지민과의 데이트가 화제다. 함께 연극도 보고 와인도 한잔했던데 어떤 기분이었나.

그날 이희준 선배님이 출연하신 연극을 함께 보고 한지민 선배님과 와인 한잔을 했다. (웃음) 정말 성공한 덕후가 됐다. 내 앞에 한지민 선배님이 계시는데 이게 TV 화면인지 영화 스크린인지 정말 실제 인물인지 헷갈릴 정도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연기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인생 얘기도 해주셨다.

한지민 배우가 말한 인생 이야기가 궁금하다.

음. 그건 비밀이다. (일동 웃음)

이병헌 배우가 부녀 역할로 만나자는 말을 했었는데 이후 실제 영화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또 있을까.

김태리 선배님과 꼭 한번 화면에 함께 잡히고 싶다. 강인하면서도 털털한, 무언가 김태리 선배님만의 아우라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대학 커뮤니티에 입학 소감을 올린 박지후.

입학한 대학 커뮤니티에 입학 소감을 올린 것이 화제다. 곧 대학생이 되는데 뭘 하고 싶나.

학식도 먹고 싶고, 찬영 오빠가 했던 것처럼 과잠 패딩 입고 현장도 나가보고 싶다. 또 많은 것을 배워서 연극도 올려보고 싶다.

공부 외에 다른 것은 없나.

나는 약간 자만추라 미팅 같은 것은 딱히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기도 하다. 운전면허 빨리 따서 드라이브하며 자유로운 여행도 해보고 싶다.

윤찬영 배우가 운전을 좋아한다 했는데.

내가 빨리 배워서 더 잘하게 될 거다. (일동 웃음)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드라마 <작은 아씨들> 촬영 예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이 일어나 황폐화된 도시에 한 아파트만 우뚝 서 있게 된다. 그래서 그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화인데 나는 아주 미스터리한 아파트 주민 혜원 역할을 맡았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세 자매의 이야기인데 나는 그중 막내인 셋째 오인혜 역을 맡았다. 인혜는 미술에 소질이 있는데 가정환경이 어려워 꿈을 뒷받침받지 못해 혼자 독기를 품고 열심히 하는 아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 2가 기대된다. 만일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될 것 같나.

남라(조이현)가 자기 같은 친구들이 몇몇 더 있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 절비들, 남아있는 좀비들, 또 인간과의 대립이 나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다. 살아남은 친구들은 한 번 좀비 사태를 겪었으니까 대처 능력도 더 좋아졌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좀 더 수준 높은 액션을 선보이면서 시각적으로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웃음)


글 씨네플레이 심규한 기자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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