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개봉한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대표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가 주인공이다. 우주 비행사 버즈의 모험담 속엔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가 여럿 있는데, 그중 관객들을 사로잡은 신스틸러는 다름 아닌 고양이 로봇 삭스. 삭스는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로봇답게 다재다능한 모습으로 버즈를 도와주며 활약한다. 이 삭스는 픽사의 <굿 다이노>를 연출한 피터 손 감독이 목소리를 맡았다. 화상 인터뷰로 만난 피터 손 감독에게 들은 <버즈 라이트이어>, 그리고 픽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영화에 어떻게 성우로 참여하게 됐나?
좋은 질문이다. 픽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스토리보드에 쓸 임시 목소리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영화를 연출한 앤거스는 스토리보드를 짤 때 내게 임시 목소리를 부탁했다. 고양이 목소리였다. 지금의 삭스와 얼마나 다른지 잘 모르겠지만 영화를 만드는 6년 동안, 이것도 6년이라고 하지만 다를 수도 있는데. 아무튼 당시 다른 작업을 하고 있는 내게 앤거스가 스토리를 짜는 동안 임시 목소리를 부탁했다. 아마 삭스는 영화를 만드는 동안 점점 자라서 지금의 삭스가 된 것 같다. 그게 내가 목소리를 맡게 된 계기 같다.
자신의 애드리브나 아이디어가 들어간 장면은?
앤거스와 각본을 가지고 작업하는 과정은 정말 재밌었다. 내게 시나리오의 일부를 주고 대사를 조금씩 다르게, 혹은 다른 소리를 내면서 작업했다. 예를 들면 “고래 울음소리(웨일 콜)~?”와 같은 부분이다. 적혀있는 부분도 있고, 새로 만든 지점들도 있다. 비프음을 다양한 방법으로 내고 여러 가지 소리를 내보라고 했다. 예를 들면 고양이의 털 뭉치를 토하는 소리를 제안하면 “오케이” 하고 “으에에” 하는 식이었다. 영화에 쓸 농담의 순간들을 찾기 위해 그런 우스꽝스러운 일도 했다. 그런 것들이 작품을 채울 농담의 방법들을 찾는 방법이었다.
영화 제작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재밌는 순간이 많았다. 제작하는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었기에 지금처럼 화상 미팅을 해야 했다. 오랜 시간 집에서 혼자 녹음했다. 가장 즐거웠던 건 마침내 팬데믹이 지나가고 다시 앤거스와 작업실에서 만났을 때였다. 그때 몇몇 장면들을 더 발전시켰는데, 그래서 더 생생하게 남았다. 그때 그 이상한 알람시계? 그 효과음을 다르게 해보라고 해서 이것저것 해봤는데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삭스는 정말 귀여운 고양이 로봇이다. 본인은 고양이를 좋아하나, 개를 좋아하나?
개를 키운 적은 있는데, 고양이를 키운 적은 없다. 삭스는 고양이처럼 생겼고 고양이처럼 군다. 하지만 그가 버즈랑 얘기하는 걸 볼 때 나는 삭스가 개처럼 충성스럽다고 느꼈다.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주인을 떠났다가 돌아오고 떠났다가 돌아오고 하니까. 이게 삭스가 가진 고양이에 대한 비틀기가 아닐까 싶다. 나는 개를 더 좋아한다.
삭스의 대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은?
영화를 어제 다시 봤다. 이게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삭스가 눈앞에 있는 경비원들에게 갑자기 수면 다트를 쏘는 장면이다. 그러고 삭스가 버즈에게 “제가 5분 벌어드렸어요”라고 말한다. 관객들 반응이 정말 좋았다. ‘앤거스 감독과 제작진이 해냈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재밌는 장면이다.
가장 좋아하는 SF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 2>이다. 여러 차례 보면서 공부했다. 이 영화가 얼마나 강렬한지, 그리고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믿지 못할 정도다. 진짜 완전 사랑한다. 이유를 더 얘기하자면 <에이리언 2>는 모녀의 이야기다. 그게 마음에 든다. 이 영화에서 리플리는 오랜 시간이 지나 딸을 잃었지만 뉴트라는 새로운 아이를 만나고 영화 후반은 그 아이를 지키는 것이 그려진다. 그 아이디어가 정말 좋다.
삭스같은 로봇을 만든다면 꼭 넣고 싶은 기능은?
오븐 기능. 언제나 날 위해서 요리해 줄 수 있게(웃음)
지금까지 연기한 픽사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무엇인가?
<라따뚜이>의 에밀이다. 물론 삭스도 좋아한다. 하지만 에밀의 콘셉트, 뭐든지 먹으면서 자신만의 입맛을 배우고 찾으려는 그 콘셉트가 재밌다. 그 지점을 항상 좋아하고 유대감을 느낀다. <몬스터 대학교>의 스퀴시는 예민하고 순수하며 뭐든 잘 속아넘어가는 성격이 마음에 든다. 삭스는 정말 재밌는 캐릭터지만 나 때문은 아니다. 애니메이터들과 앤거스 감독이 그를 그렇게 재밌게 만들었다. 그들의 결과물로서 삭스가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뭐든지 먹어치우는 창고 쥐(에밀)가 좀 더 좋다.
20년 넘게 픽사에서 일했다. 픽사에 장기근속 직원을 위한 이벤트가 있나.
픽사에는 시상식이 있다. 10년 근속마다 상을 준다. 10년 근속했을 때는 우디 스태츄를 주는 걸로 알고 있다. 20년 때는 버즈 스태츄다. 그외에 다른 이벤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시상식 기간 동안 모두가,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지난 10년, 20년에 한 일들에 대해 얘기한다. 다들 재밌는 얘기나 감정적인 얘기를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이게 아마 근속 근무자들을 위한 유일한 이벤트로 알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감독이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아주 어렸을 때 한국 방송을 정말 좋아했다. 부모님과 나는 아주 옛날 TV쇼를 봤다. 예를 들면 <모래시계> 같은. ‘세상에, 이건 역대 최고의 TV쇼일거야’ 했던 기억이 난다. 자라면서 한국전쟁이나 역사에 관한 여러 작품들을 봤고, 그렇게 영화를 봐왔던 역사들이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타는 순간까지 계속 성장한 것 같았다. 이제 더 많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이 있고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현재 한국의 TV쇼를 보고 있다. 내게는 자부심의 근원과도 같다. ‘세상에, <오징어게임>, 친구들이랑 이 TV쇼에 대해 얘기해야겠어’ 하는 것처럼. 내 어린 시절엔 오직 한국인들, 내 부모님 같은 한국계 미국인들끼리만 한국 쇼에 대해 얘기했다. <응답하라 1988> 이혜리(혜리)와 박보검을 정말 좋아한다. 멈출 수가 없어서 가족들하고 많이 봤다. 그러다 어느 순간 미국인 친구가 보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드라마는 특히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좋았다. 거기엔 80년대 한국 문화에 대한, 많은 미국인들이 그것을 통해 한국 문화와 연결될 여러 레퍼런스가 있었다. 내게 굉장히 큰일이었다. 나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한국의 유산,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문화와 연결될 수 있었다.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본인의 연출작 <굿 다이노>와 이번 <버즈 라이트이어>를 빼고 픽사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가장 많이 본 작품은 <토이 스토리> 1편일 것이다. 그게 개봉한 1995년에 학생이었는데, 많은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작진에서 캘리포니아 남부 작은 마을 발렌시아에 영화를 가져왔다. 당시 우리 중 누구도 CG 영화라는 걸 본 적이 없었다(<토이 스토리>가 최초의 CG 애니메이션이다-기자 주). 이건 완전 새것이었다. 우리는 디즈니에 가기 위해 그림을 배우고 있었다. 이 젊은 제작진이 가져온 영화는 우리 모두를 뒤흔들었다. 정말 재밌었다. 버즈 라이트이어가 자신이 날 수 있다고 믿으며 벽을 향해 날려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막 노래가 나오고…. 아마 18살, 19살즈음에 이 영화를 봤는데, 그때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후에도 엄청나게 봤다. 이제 12살, 9살 된 내 이들도 <토이 스토리>를 좋아해서 같이 정말 정말 자주 봤다.
현재 제작 중인 <엘리멘탈>에 대한 힌트를 말해준다면?
이 영화는 내가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한다. 뉴욕에서 자랐던 시간, 정말 다양한 문화들이 유입됐던 아버지의 가게, 그런 문화들 중 어떤 것에 접근하고 접근하지 말아야 했는지 찾으려고 시도했던 것들. 아버지는 때때로 사람들하고 싸우고, 어머니도 때때로 사람들과 싸웠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친구들과 가족들을 갖게 됐다. 어른이 되고 우리 부모님이 하신 것에 많은 자부심을 가졌다. 아버지는 빈손으로 미국에 오셨다. 딱 150달러뿐이었다. 그는 핫도그 카트를 빌리고 맨해튼 미드타운에 연필을 파는 일을 했다. 그 작은 돈을 아끼고 아껴서 가게를 사고 지었다. 그렇게 이룬 일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런 개인의 인생사 많은 부분이 영화에 영감을 줬다. 더불어 사고자 노력하고, 함께 살고자 노력하는. 서로 다른 점이 있는 관계에 대한 것들. 나는 한국말을 못 하는 사람과 결혼했는데, 그래서 부모님과 나 모두 이 부분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들이 이번 영화의 영감을 주고 하나의 요소가 됐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