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콤달콤> 장기용, “내 실제 모습이 많이 반영된 작품”

<새콤달콤>

“귀여우면 가져야지.”(<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녹음기 꺼. 카메라 치워.”(<이리와 안아줘>) <고백부부>의 남길을 시작으로, 장기용은 소위 띵언이라 불리는 명언을 여럿 남기며 로맨스 장르 속 다정하고 바람직한 캐릭터를 꽤나 완벽하게 소화해왔다.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새콤달콤>을 틀었다가는 예상이 빗나간 것에 적잖이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박모건도, <이리와 안아줘> 채도진도 없다. 장기용의 두 번째 영화 <새콤달콤>은 현실보다 현실 같아서 씁쓸하기도 한, 그래서 더 공감되는 현실 로맨스다. 그가 연기한 장혁은 서울의 대기업으로 파견 나온 비정규직 회사원이다. 인천에 있는 여자친구 다은(채수빈)과 장혁 사이는 점점 벌어지고, 회사 동기 보영(정수정)과 장혁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감돌기 시작한다. 지난 6월 1일 장기용을 만났다. 그에게서 들은 <새콤달콤>의 뒷이야기를 전한다.


플롯 트위스트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다. 영화 최종 편집본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

후시 녹음할 때였으니까 한두 달쯤 전이다. 그때 최종 편집본을 처음 봤는데. 재밌었다. 아직 음악도 입히기 전이고, 커트를 편집해서 엮어둔 것뿐이었는데도 재밌었다. 이유 중 하나가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과 관련 있는데. 이계벽 감독님의 가장 좋은 점은 현장 리허설을 하면서 대본에 없는 동선이나 애드리브를 추가하신다는 것이다. 즉흥적으로 나온 것 중 쓸 만한 것들이 꽤 있었고. 재밌던 기억들뿐이라 편집본을 처음 봤을 때, ‘나 재밌게 했네’ 싶었다. 결과물은 시청자분들이 판단해주시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재밌게 연기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계벽 감독과 대화를 자주 하며 캐릭터에 본인 평소의 모습을 많이 녹였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이 있을까.

실제 기용이가 보였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 주문해주셨다. 말투부터, 웃는 표정, 인상 쓰는 표정, 걸음걸이, 다은과 싸울 때의 모습. 어떤 특정 장면에 반영되었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내 모습이 묻어있다. 다은과 있을 때 특히 더 내 모습이 보인다.

이계벽 감독이 실제로 제목을 지을 때 과일향 캐러멜 ‘새콤달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들었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장기용은 군것질을 좋아하나. 아님 극 중 장혁처럼 단 건 싫어하나.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좀 지칠 때나 단 게 확 땡길 때, 그때만 초콜릿이나 마카롱을 찾는다. 초코우유보다는 딸기우유를 좋아하고. 단 걸 썩 좋아하진 않는다.

<새콤달콤>

이경영 배우가 연기한 경비원 캐릭터가 독특하다.

장혁과 경비원의 첫 만남부터가 임팩트 있었지. 장혁이 대기업에 파견 나간 첫날, 경영 선배님이 나를 지하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로 안내하신다. 내려가면 다른 세계가 펼쳐질 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음산한 느낌을 주는 그 장면은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경비원 캐릭터를 장혁의 속마음이라고 받아들였다.

보영과 장혁이 둘이 남겨졌을 때마다, 경비원이 불을 갑자기 꺼버린다. 그게 장혁을 부추기지. 경비원이 장혁의 내적 갈등을 반영하기도 하고. ‘아니야. 너 그런 거 아니야.’ ‘아니야. 해.’ ‘아니야. 그러지 마.’ 끊임없이 갈등하게 한다.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니까 장혁도 더 흔들리지 않았을까.

다은에 몰입해서 장혁을 미워하게 되기도 하더라. 장혁은 마냥 멋있기만 한 캐릭터는 아닌데. ‘이건 내가 봐도 좀 얄밉다’ 싶은 장면이 있던가.

다은이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을 때. 다은이를 위로해주려 장혁이 옆에 누워있는데, 회사에서 문자가 온다. ‘급하다. 빨리 와라.’ 보고는, “아. 몰라, 몰라!” 하긴 하는데, 다은이가 “바쁜 거 아냐?” 하니까 장혁이 “아니야~ 너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 아니야~”라고 한다. 또 다은이가 “아니야~ 괜찮아, 가~” 이러니까, “진짜?” 하고 간다. 이때는 정말. ‘아? 이거 진짜가 진짜가 아닌데 왜 그걸 모를까…’ 싶고, 좀 밉더라.

장기용은 알았다는 거네. 그게 진짜가 아니란 걸.

아. 그럼! (일동 웃음) 나는 당연히 알았다. 장혁이가 순수하고 달달한 면도 있는 캐릭터인데, 그땐 좀 덜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고백부부> 때까지만 해도 선배들에게 의지하며 연기했다고 했는데. 그 이후 근 3년간 참여한 작품에서는 주로 또래 배우들과 극을 이끌고 있다.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인가.

늘 느낀다. 특히 <이리와 안아줘>는 첫 주연 작품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싶고 너무 무서웠다. 그렇지만, 매 인터뷰에서 말씀드리듯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잘하든 못하든 내게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줄 시기니까. 다행히 시청자분들이 ‘어? 곧잘 하네?’라는 반응도 주셨고, 천천히 나를 배우로 받아들여 주셨다고 생각한다. 부담 느끼는 건 언제나 같지만, 요새는 어떻게 성숙하게 연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더 한다.

장혁은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도로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일에 치여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생수로 머리를 감는 회사원 장혁을 보면 참 치열하게 사는구나 싶더라. 장기용은 어떨까. ‘나 정말 열심히 사네.’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음… 당장 떠오르는 건 없지만. 운동할 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운동선수 출신이시다. 어린 시절 기억에,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등산에 많이 가주셨다. 조깅도 하고. 노출 장면이 있으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가벼운 운동은 종종 했어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적은 없었다. 작품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고, 몸이 바뀌는 걸 볼 때 스스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새콤달콤>

<새콤달콤>은 청춘의 불안함과 초조함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델 시절 한 시즌에 쇼를 하나 서는 등, 장기용에게도 지금만큼 바쁘지는 않았던 때가 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당시 다른 형들이 쇼를 열 개, 열두 개, 스무 개씩 설 때 나는 하나 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딱 하나였다. 지금 비록 내가 하나 하고 있지만 다음 시즌, 다다음 시즌에 꼭 더 서야지. 그리고 이뤘다. 그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낙담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했다. 산책이 도움이 됐다. “왜 난 일이 없지?” 이러는 것보다는 혼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걷고 생각을 정리했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 그 시간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아 올릴 수 있었다.

아직도 산책을 많이 하나. 휴식을 어떻게 보내나.

요새 바빠서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하는데, 시간 여유가 생길 때 종종 기름 넣고 혼자 드라이브를 한다. 색다른 데 가는 것도 좋아하고. 차 안에는 나밖에 없으니까 혼자 노래 부르면서 다닌다.

<간 떨어지는 동거>

현실 로맨스 <새콤달콤>과 판타지 로맨스 <간 떨어지는 동거>를 동시에 선보이게 됐다. 장기용에게 판타지 장르는 또 새로운 도전이다.

일단 해보고 싶었던 장르라 설렜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어려웠다. 우여(장기용) 옷을 입고 우여 머리 스타일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니 또 다르더라. 초반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감독님이나 상대 배우 혜리 씨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단단해졌고. 초반은 내가 봐도 아쉬운 점들이 좀 있는데,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끝까지 힘 빠지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도 잃지 않고.

작중 몽환의 세계에 몰입해야 하는 작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장르이기도 하다.

대본에 충실하려 했다. 장르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서 초능력을 쓸 때 분위기 같은 걸 참고하려 <도깨비>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작품을 보긴 했다. 그래도 따라 하는 것보다는 장기용의 우여를 만들려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우여의 섹시함이 드러날 거라 나도 기대하고 있다. 잘 나왔으면 좋겠다.

다른 작품을 참고했다고 해서 생각 난 건데. 얼마 전 이수혁을 인터뷰했다. 소속사 선배이기도 하고 모델 선배이기도 하고. 판타지 전문 배우이지 않나. 혹시 이수혁 작품 중엔 참고한 게 없나.

수혁이 형, <밤은 걷는 선비>를 잘 봤다! 잘 좀 써주시라. (농담) (소곤소곤)

장혁이 처음 등장했던 장면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한다. <킬잇> <본 어게인> 등의 작품에서 극과 극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선악이 공존하는 배우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일단 그렇게 봐주신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한 작품에서 두 가지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재밌다. 내가 장르물을 많이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상상력을 통해 연기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상상해서 표현해냈을 때의 희열감도 있고. 최근에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같이 힘 빼는 연기를 주로 해왔는데.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연기라는 것에 적응하고 있다. 전보다 편해지기도 했고. 장르물이든 로맨스든 코믹이든 사극이든, 다 잘하고 싶다. 지금이 딱 도전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30대 후반엔 또 내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코믹 하니까 생각나는 작품이 있다. 인터뷰 준비하면서 최우식 배우와 유사 연인으로 함께한 <썸남>을 봤다. 재밌더라. 짧아서 정주행하기도 좋고.

<썸남>을 보셨구나. 그거 보셨으면 대화가 또 되지. (웃음) 처음으로 내가 캐릭터로 들어가서 연기한다는 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느낌은 있는데, 방법은 잘 몰랐다. 그래서 지금 생각했을 때 아쉬운 점은 꽤 있다. <썸남> 자체가 병맛이 매력인 작품이라 (웃음) 우식이 형의 연기를 내가 더 잘 받아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같은 거. 아쉬움도 남았지만 감사하며 찍었다.

지난해, 30살을 앞두고 나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장기용은 30대가 되면 더 깊어질 테니까 기대된다고 답했다. 반년 정도 겪었다. 30살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

반년밖에 안돼서 딱히. (웃음) 1년쯤 지나면 슬슬 감이 올 것 같다. 피부로 와닿는 무언가는 없는데. 전보다 비타민 C 같은 영양제를 잘 챙겨 먹고 있다.

2012년 서울 패션위크에서 데뷔했다. 모델 때부터 치면 곧 데뷔 10주년이다.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기분일까.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쉬운 길은 아니지만, 안 다치고 건강하게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차기작은 송혜교와 함께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다.

어제도 새벽까지 찍었다. 내일도 새벽에 나가야 하고. 송혜교 선배님의 상대 배우로 합을 잘 맞추고 잘 표현하려 노력하며 찍고 있다. 보여줘야지, 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콤달콤>이 공개된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건 처음이라 기대된다. 시청자분들 반응이 기대되고 설렌다. 동료 배우들과 함께 재밌게 찍었으니까, 편하게 즐겨주시면 좋겠다.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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