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탕웨이와 산책 많이 했다” 데뷔 22년 차 박해일이 상대 배우와 호흡하는 법

<헤어질 결심>

벌써 데뷔 22년 차를 맞은 배우 박해일. 그의 첫인상으로 남아있는 영화 <괴물> 이후 시간이 한참 흘렀음에도 그는 여전히 말간 소년의 얼굴로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박해일의 얼굴은 유독 더 생소하게 다가왔다. 오래 지속된 불면증으로 눈 실핏줄이 다 터진 채 양복 안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해결되지 않는 조갈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이런 얼굴을 한 박해일을 보는 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데뷔 이후 <헤어질 결심>으로 처음 형사 역을 연기하게 된 박해일은 깔끔하면서도 젠틀한 형사 해준을 본인 식으로 완벽하게 풀어냈다. 지난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연이어 잡혀있을 행사와 인터뷰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눈빛을 반짝이며 <헤어질 결심>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되살아나는 극장가, “재기한 느낌까지 들 정도”

<헤어질 결심>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개봉이 무한정 밀린 영화들이 개봉일을 확정 지으며 사람들은 ‘갑자기 극장에 볼 영화가 너무 많아져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기분 좋은 볼멘소리를 뱉어내기도 한다. 박해일을 만난 것은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을 앞둔 시점. 그의 얼굴은 꽤 들떠 보였다. 아마도 기나긴 ‘비수기’ 끝에 관객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리라. 그는 “스크린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일인 사람인데, 그걸 못하다가 만나게 되는 거니 너무 반갑고 다시 재기한 느낌까지 들 정도”라고 감회를 밝혔다. 또한 그는 “시사회를 하고 뒤풀이도 했는데 정말 기쁘더라”며 “영화인들이 모여 ‘영화가 어떻더라’ 이야기 나누고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뒤풀이에 참석한 탕웨이와도 서로 고생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과는 놀랍게도 첫 작업 “결과물이 마술 같아”

<헤어질 결심>

박해일과 박찬욱, 이상하게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예전에 한 번은 만나지 않았나?’라는 기시감이 든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번 <헤어질 결심>이 박해일과 박찬욱 감독의 첫 만남이라고. 박 감독과는 그간 행사 뒤풀이에서 잠시 잠깐 만난 게 전부였다고 밝힌 박해일은 이러한 인연을 두고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쌓아오던 조각조각들이 누적되어 있던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그는 “시나리오만 봤을 때랑 결과물을 봤을 때 어떤 부분들은 상상했던 느낌 그대로 나온 것 같고, 어떤 부분은 차이가 나더라”며 “박찬욱 감독님과 첫 작품이다 보니 시나리오만 보고서 미처 파악할 수 없는 공간 안에서 연기를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마술 같았다. 미술적인 힘이 배우와 섞이는 게 정말 황홀했다. 음악, 카메라 구도 등에서도 감독님의 스타일이 확실히 느껴졌다”며 박찬욱 감독 함께 작업한 소회를 밝혔다.

“내가 가진 색깔이 박찬욱 감독 방식으로 스크린에 전해지는 게 흥미로웠다”

<헤어질 결심>

앞서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헤어질 결심>을 두고 “전작들은 관객의 눈앞에 바짝 가져다 대는 류의 영화였다면, 이번엔 조금 다르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며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인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객 스스로가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게끔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리해 보자면 박찬욱 감독은 이번 영화를 ‘전작과는 다른 방식’으로 구현해냈고, 이러한 변화는 연기하는 박해일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을 터.

박해일은 이를 두고 “내가 예상한 것과 빗나간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그렇기에 나라는 배우를 감독님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는 “감독님을 만족시켜드릴 수 있을지, 나 역시 신나게 즐길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님이 전과 달리 이번에는 배우들을 먼저 캐스팅하고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방식을 택했기에, 시나리오 속에 배우의 성질이 더욱 흡수되어 있더라. 감독님의 세계에 나를 좀 더 잘 활용하신 것 같아 감사했다”며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탕웨이? 언어 감각이 출중한 사람!”

<헤어질 결심>

박해일은 함께 작업한 배우 탕웨이에 대해 “모던함과 클래식함이 공존하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탕웨이를 도회적인 이미지로 생각했다는 박해일은 “실제로 만나니 수수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많이 느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 사람은 촬영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잘 맞춰가기 위해 영화 촬영 중간중간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고.

박해일은 “산책을 해보겠냐고 제안하면 흔쾌히 그러자고 하더라”며 “절도 걸었고, 달맞이 고개도 걸었다. 중간중간 우리가 잘 해내고 있는지 서로의 기운을 살피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헤어질 결심> 촬영에 뛰어든 탕웨이를 두고 박해일은 ‘언어 감각이 출중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그는 “탕웨이는 외국 배우니깐 리딩을 할 때 한국어, 중국어, 영어 버전 시나리오를 동시에 놓고 읽고 있더라”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며 동료 배우 탕웨이에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요즘은 ‘안개’ 노래만 들어도 약간 젖는 느낌이다”

<헤어질 결심>

앞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만들 때 가수 정훈희의 ‘안개’라는 곡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안개’가 정훈희가 부른 버전과 송창식이 부른 버전으로 각각 발매됐다는 특징을 따와 안개를 두 번 사용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는 박 감독은 ‘안개’를 영화 수록곡으로 트는 간단하고도 노련한 방법을 택했다.

‘안개’는 물기 가득한 영화 분위기를 더욱 강렬하게 살려주는 동시에 여운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해일 역시 해당 곡에 깊은 애정을 느꼈는지 “사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물난리 나면 어떡하냐’ 싶어 자다가도 깼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비가 멈췄기에 ‘안개가 끼려나’ 생각하며 정훈희의 ‘안개’를 들으면서 인터뷰를 하러 왔다”며 “요즘은 ‘안개’ 노래만 들어도 약간 젖는 느낌이 있다. 아마 아직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내가 출연한 영화지만 볼 때마다 다르고, 뭉클하게 다가오는 장면들이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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