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 우리 학교는> 하승리 “나만 알고 있는 장하리의 이야기가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장만으로도 극의 공기를 뒤바꿔 놓는 캐릭터들이 있다. 비중보다도 존재감으로 승부를 거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은 느슨해진 마음을 졸이며 화면 앞으로 몸을 당긴다. 아마도 <지금 우리 학교는>에선 양궁부 학생들을 실은 버스가 카메라에 담긴 순간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양궁부 버스 꽁무니를 보며 우리 모두는 어쩌면 이 지옥도를 구할 유일한 구원자가 등장했다는 안도감에 휩싸임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흥분감을 느끼며 자연스레 그들의 다음 신을 고대했다. 그리고 장하리(하승리)가 활을 당겨 좀비의 목을 관통하는 순간, 관객들은 이 캐릭터가 드라마의 흐름을 뒤흔들 중요한 얼굴이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 하승리(장하리 역)

장하리를 연기한 하승리는 캐릭터와 많이 닮아 있다.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책임감이 강하다는 점, 말보다는 행동이 앞선다는 점이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하승리는 장하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장하리의 가장 큰 무기이자 매력인 단단한 마음가짐과 특유의 침착함을 하승리에게도 발견할 수 있었다. <청춘의 덫>(1999) 혜림을 시작으로 2022년 장하리를 만나기까지, 4살 꼬마에서 28살 어른이 되기까지. 23년간 묵묵히 한 우물만 판 배우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아우라와 우직한 내면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하승리

<지금 우리 학교는>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여기저기서 섭외 연락을 받고 계실 것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많이들 바쁘지 않냐고 물어봐주시는데, 바쁘지 않구요. 하하하. 인터뷰를 좀 많이 하고 있고. 그렇게 크게 바쁘진 않습니다.

장하리 캐릭터에 대한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다들 저를 만나려고 약속을 잡아야 하는데 요근래 계속 인터뷰가 있어서 바빴어요. 그랬더니 친구들이 “야~너 이제 돈 버는 거야?” 이러더라고요. 더 열심히 하라고 그러고. (웃음) 캐릭터에 대한 말은 별로 없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일진 역할 맡았을 때는 “너 연기 안 해도 되겠더라” 농담삼아 이런 말이라도 했었는데, 이번엔 할 말이 없었나 봐요.

헤어스타일 바꾼 하승리 근황 (@seung_lee.vv)

확 달라진 헤어스타일이 눈에 띄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고 하던데. 이유가 있나요?

<지금 우리 학교는>을 촬영하면서 머리를 1년 이상 길러서 엉덩이까지 자랐었어요. 근데 청소기 돌리는데 머리카락이 자꾸 걸려서, 촬영 끝나자마자 잘라버리고! 일없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자는 마음에 바로 탈색도 했습니다. (웃음)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로 23년 차에요. 지금까지 많은 현장들을 경험하셨지만, 장르물은 처음이다 보니 새로움이 더 많은 촬영 현장이었을 것 같은데요. 촬영하면서 신기하거나 새로웠던 게 있었다면요?

학교 세트장이 4층 높이로 쫙 지어져 있는데, 거기에 잔디까지 깔려있어서 처음 세트장 들어갔을 땐 진짜 학교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내부도 교실이면 교실, 미술실이면 미술실 너무 세팅을 잘해놓으셔서 일단 거기에 1차로 놀랐고요. 그리고 나선 좀비분들 분장하신 모습이 생각보다도 더 리얼해서 장르물은 이런 거구나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웃음) 아, 그리고 이건 비단 <지금 우리 학교는> 현장뿐만은 아닌 것 같은데. 당일 촬영한 부분을 그 자리에서 바로 편집해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전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고 느꼈죠.

편집본을 보는 게 연기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죠, 맞아요. 눈앞에서 방금 했던 거를 타다다닥 바로 연결해서 볼 수 있으니까, 확실히 몰입이 잘 되더라고요. 그 제일 좋죠.

처음 <지금 우리 학교는> 대본을 받았을 땐 은지(오혜수) 역할을 제안받았다고 들었어요. 은지 역할은 고사를 하고 그 이후에 장하리를 만나면서 출연 확정을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과거 인터뷰들을 보면 센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을 여러 차례 드러냈었는데, 하리 역할을 선택하는데도 그 마음이 크게 작용했을까요?

센 캐릭터를 하고 싶은 욕구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았고요. 그냥 하리라는 역할을 받았을 때, 지금의 내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또 일단 양궁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배울 수 있다는 거에 되게 설렜고요. <괴물>의 배두나 선배님도 생각나면서 이 캐릭터는 정말 즐기면서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하게 됐습니다.

장하리라는 인물의 연기 톤을 잡아가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가 극한의 감정을 드러내는 상황 속에서도 적당한 건조함을 유지해야 했는데, 하리의 말투와 표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땠나요?

톤을 잡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지는 않았고요. 그냥 하리라는 역할을 처음 만나는 날, 오디션장에서 감독님이 “하리는 어떤 캐릭터인 것 같아?”라고 딱 물어보셨어요. 그때 제가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라면 일단 하리는 굉장히 책임감이 강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줄 것 같은 묵묵한 친구 같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전체 대본을 받아 보니까 하리는 진짜 그런 친구였던 거에요. 아, 그러면 오디션장에서 느낀 그 느낌 그대로 캐릭터의 틀을 잡으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고, 크게 표정이라든지 톤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대사 한 줄 한 줄에 마음을 담는 데 신경을 썼어요. 동생을 찾으러 가기 위해 하는 한 마디라던지, 하리 자체가 워낙 말이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대사 한 줄 한 줄에 마음을 담는 데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스스로 장하리라는 인물의 전사를 상상했다고 들었어요. 부모님이 해외에 계신다는 점, 양궁부인 누나를 따라 동생도 효산고등학교로 전학을 온 점 등등 극 중에 없는 서사를 만들어 냈다고 하던데.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 알고 있는 하리의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다른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에 더하자면, 하리는 컴파운드 활을 쏴요. 보통은 모든 양궁 선수분들이 리커브 활로 시작을 하거든요? 근데 리커브를 하다가 어깨 부상 때문에 컴파운드로 넘어가는 분들이 꽤 있으시다고 해요.

두 개의 차이는 뭔가요?

어, 리커브는 일단 활을 한 번 당기면 똑같은 힘으로 장력을 버텨줘야 해요. 근데 컴파운드는 위아래 캠이 있어서, 캠이 한 번 돌 때까지만 당기면 그다음부터는 버티는 게 굉장히 쉽고 명중률도 높아요. 그래서 어깨 부상을 당하신 분들이 컴파운드로 넘어간다고 해요. 감독님께서 하리는 양궁부지만 비주얼적으로 달랐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컴파운드 종목 선수로 설정이 됐는데요. 여기서도 저는 저만의 전사를 상상했던 것 같아요. 하리는 리커브 종목을 하다가 어깨 부상으로 컴파운드로 넘어갔고, 슬럼프에 빠져서 대회에 나가서도 멘탈이 계속 흔들리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혼자 갖고 있었어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전사를 많이 떠올리시는 편인가요?

저는 제가 이해가 가지 않으면 연기를 하질 못해요. 일단 저 자신을 이해시키는 게 제일 우선이에요. 또 이번 작품에선 우진이(손상연)와의 서사가 많이 쌓여있질 않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내가 이야기를 만들고 나에게 주입시켜야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왼쪽부터) 박지후, 하승리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젊고 어린 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현장이었어요. 데뷔 이후 당신이 연장자에 속하는 촬영 현장은 거의 처음이었을 것 같은데요. 박지후 배우는 언니, 오빠들에게 농담삼아 삼촌, 이모라고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기분이 묘했을 것 같아요.

애들한테 새로운 것 많이 배웠어요. 하하하. 예를 들어 하트를 한다고 치면, 제가 아는 마지막 하트는 손 하트 거든요? 사진 찍을 때 손 하트를 했더니 애들이 언제적거냐고, 요즘도 이걸 하고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뭐 하는데?라고 물었더니 요새는 볼 옆에다가 하트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거 막 따라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애들이 아무래도 어리다 보니까 젖살이 아직 있잖아요? 저는 이미 젖살이 다 빠진 나이였기 때문에 애들이랑 사진 찍을 때 저도 모르게 볼에 바람을 넣게 됐어요. (박)지후가 언니는 왜 사진 찍을 때마다 볼에 바람을 넣냐고 해서, 사실 이러이러해서 그렇다 설명했더니 너무 즐거워하면서 사진 찍을 때마다 볼에 바람 넣어달라고 그러더라고요. (일동 웃음)

사실 다른 배우들과 나이 차이는 그렇게 많이 나는 편은 아닌데, 경력이 워낙 어마어마하잖아요? 대선배님이기 때문에 처음엔 후배들이 다가오는데 좀 시간이 걸렸을 것 같기도 해요.

나중에 친구들한테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 딱 봤을 때는 다가오기가 어려웠데요. 뭔가 차가울 것 같았고, 너무 언니 같아서 되게 조심스러웠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현장에서 막상 지내다 보니까 제가 웃음도 굉장히 많고 친구들이 장난을 치면 저도 즐겁게 치는 편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언니가 열려있는 사람이었구나!’ 뭐 이런 걸 느꼈다고 뒤늦게 얘기해주더라고요. (웃음)

존재 자체로 의지가 되는 선배였을 것 같은데요. 혹시 현장에서 따로 조언을 구한 후배 배우도 있었나요?

현장에서 누구한테 조언하기보다는 배우들끼리 얘기를 많이 했어요. 서로서로 의견을 공유했고, <지금 우리 학교>에도 아역 때부터 활동해왔던 친구들이 좀 있잖아요? 촬영이 끝나고 그 친구들이랑 만남을 땐 오히려 아역의 고충이랄까, 그런 고민들을 좀 나눴던 것 같아요.

“겁나 내 스타일이야, “X나 멋있어”라고 말하는 미진(이은샘)의 대사가 보여주듯이 하리라는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멋있음을 장착하고 있어야 하는 캐릭터여야 했어요. 촬영하면서 그 부분이 굉장히 신경 쓰였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일단 감독님도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말했을 때, “하리는 그냥 멋있으면 돼”라고 말씀하셨어요. 아~ 하리는 멋있어야 되는 구나! 이 마인드가 저도 처음부터 장착이 돼 있었어요. (웃음) 그래서 제일 신경을 썼던 건 활을 쏘는 자세였던 것 같아요. 제가 직접 선수분들에게 배운 것도 있고 하다 보니까 자세 만큼은 정말 제대로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아, 근데 뭐 이걸 멋있게 보여야지~라고 생각하고 한 건 아니고요. (웃음) 배운 대로 했더니 멋있게 나왔더라고요. 아 이게 선수분들의 노하우구나~! 라는 걸 깨달았죠.

활을 쏘는 자세가 어색하질 않더라고요. 자세에 굉장히 신경 쓴 티가 나던데요.

네 맞아요. 맞아요. 아 그리고 원래 화살을 뺄 때도 선수분들 중에서도 그냥 빼시는 분들이 있고, (시범을 보이며) 이렇게 한 번 훅 돌려서 빼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제가 돌리는 것도 배우긴 했어요. 드라마상에서 잘 보이진 않았는데. (웃음)

이 장면은 내가 봐도 멋있었다 하는 장면이 있을까요?

활을 쏘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하리가 활을 딱 쏘면 머리카락이 한 번 확~날렸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아 그러면 머리를 좀 더 길게 하고, 반가발도 붙이고 하자 했는데. 현장에서는 사실 그런 부분들이 잘 표현이 안 됐어요. 노력한 거에 비해서 안 나와서 아쉬웠는데. 막상 드라마를 보니까 머리가 한 번 촥 날리더라고요. 아 의도한 대로 잘 나왔다, 다행이다 싶었어요. (웃음)

하리와 닮은 구석이 많다고 들었어요. 말수가 적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점이 닮아있다고 하던데,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한 점이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그렇죠. 너무 많이 줬다고 생각을 해요 어쩔 수 없이. (웃음) 근데 뭐 사회생활도 사회생활이지만 저는 부모님에게도 공부는 못 해도 인성은 바르게 자라야 한다고 교육을 받아서. 성격적인 측면에선 부모님께 영향을 받은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하리는 밖으로 마음을 꺼내는 것 보다 속으로 간직하는 스타일이잖아요? 요즘 말로 츤데레라고 하죠. 이런 점도 배우님과 비슷할 것 같은데. 평상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편인가요.

평소에 진짜 표현 못 하고요. 가족들이랑은 사실 대화도 많이 안 해요. 그러다가 뭐 이제 기념일이나 이럴 때 현금이나 툭 챙겨주고? 하하하.

지금은 친오빠와 단둘이 지내고 있다고 들었어요. 극 중에서 그려지는 남매의 모습과 비슷한가요?

오빠랑도 대화가 거의 없지만. 오빠가 저한테 장난도 많이 치고. 저를 많이 아껴줘서. 그 덕에 대화를 좀 하고 있어요.

장하리와 하승리의 닮은 점을 또 꼽자면, 단단한 멘탈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도 멘탈이 강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멘탈을 지키는 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딱히 멘탈을 관리한다기보다는 태생이 원래 덤덤해요. 네, 그래서 아픔도 그렇게 크게 느끼질 못하고, 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금방 잘 잊는 편이에요. 좋은 일이 있어도 금방 잊지만. (웃음)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연예계 생활을 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딱히 하는 방법이 없고 그냥 먹고 자요. 특히 잠을 좀 오래 자요. 최대 30시간까지 자 봤어요. (웃음) 침대에서 자다 깨도 눈만 뜨고 있다가 다시 자고 깨면 또 자고 깨면 또 자고 계속 그렇게.

먹는 것보단 잠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일할 때는 먹는 거로 풀게 되더라고요 잠을 못 자니까. 군것질을 원래 잘 안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막 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살도 갑자기 막 급격하게 찐 적도 있었고.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장에선 막창이 소울 푸드였다고 들었어요.

악, 하하하하 하하하하 (박장대소)

막창 이야기만 나와도 웃음이 나오는 건가요. (웃음)

거기(안동에 위치한 ‘서울막창’) 내일 또 가거든요! (일동 웃음) ‘양궁즈’ 친구들과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했던 학교 한 번 가보면서 겸사겸사 가기로 했어요

‘서울막창’에서 막창 먹는 두 배우 (유튜브 @jwin entertainment)

얼마나 맛있으면 매번 3~4인분씩 먹었는지 궁금하네요. (웃음)

(엄지를 치켜들며) 정말 너무 맛있어요. 거기가 근데 이제 딱 정말 막창만 팔거든요. 밥이 없어요. 밥을 드시고 싶으시면 햇반을 따로 사서 가져가시면 돼요.

내장류를 좋아하나 봐요.

저 내장류 좋아하고요. 초밥도 되게 좋아하고. 그리고 김치찌개 좋아하고. 주로 좋아하는 건 한식인 것 같아요.

언젠가는 사이코패스 역할 또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악역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밝혀왔어요. 좋아하는 악역 캐릭터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오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에요. 좋아하는 악역 캐릭터라…. (아주 오랜 고민 끝에) 지금 딱 생각하려니까 생각이 안 나네요….

조커를 최애로 꼽는 배우들도 많더라고요.

아 조커! 근데 저는 마블영화를 더 좋아해서. (웃음)

마블 이야기를 하니까 <지금 우리 학교는> 촬영장에서 그루트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한 게 생각이 나네요. (웃음)

(박장대소하며) 하하하하, 인터뷰 때 한 번 얘기한 적이 있는데 아셨군요. 현장에서 친구들이 저 보고 그루트라는 별명을 지어줬어요.

묘하게 닮았습니다. 누가 붙여줬나요.

보윤이가요. (웃음)

그럼 마블 영화 안에선 좋아하는 악역 캐릭터를 꼽을 수 있겠어요.

근데 타노스를 얘기하기가…. (일동 웃음) 전 타노스도 좋긴 좋았어요. 너무 이해가 갔어요. 타노스의 행동이 너무 공감이 갔던 게, 사실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다시 건강해지고 있는 자연환경을 목격했고,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셨잖아요? 그런 부분을 보면서 와 타노스는 정말 똑똑한 악역이고, 한 편으론 공감도 가면서 사연 있는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엔 다시 농사지으러 돌아갔잖아요?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보면 목적은 참 좋았는데 과정이….

로맨스 장르에 대한 욕심은 보이질 않는 것 같아요.

지금은 큰 로망이 없고요. 아직 로맨스를 할 준비는 안 된 것 같아요. 굉장히 뭔가 불편할 것 같고, 오그라들 것 같아서? (웃음) 당연히 기회를 주신다면 열심히 잘하겠지만요.

한 인터뷰에서 장하리를 위해 한마디를 하는 부분에서 눈물을 흘린 걸 봤어요. 그것만 보더라도 장하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눈물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해준다면요?

촬영하면서도 좀비에게 죽임을 당했던 친구들이 계속 생각났어요. 후반부 촬영을 하면서, 우진이가 죽을 때도 그랬고 몰입이 너무 잘 됐어요. 좀비라는 세계관이 어떻게 보면 현실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너무 몰입을 해서…. 그래서 그때 상황이나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날 정도예요. 왜 그런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작품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데. 아직 제 안에 뭔가 남아있나 봐요. 계속 인터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캐릭터와 이별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편인가요?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기억력이 안 좋아서…. 다른 작품 할 때는 여운이 길게 남는 다거나 그런 건 없었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이 유독 그런 것 같아요.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극복할 과제로 여기기보다는 감사히 생각한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아역 배우 출신이기 때문에 좋았던 점을 찾아본다면 뭐가 있을까요.

그래도 관계자분들은 저라는 존재를 알아주시니까 그 부분에서 제일 감사함이 커요. 그리고 <청춘의 덫> 혜림이가 정말 강력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 부모님 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요.(웃음) 그런 부분에서 감사함이 커서 아역 출신이라는 데 큰 부담감이 있지는 않아요.

어느덧 데뷔한 지 23년이 흘렀고, 20대 후반에 다다랐어요. 개인적으로는 고민도 많아지는 시점일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을 가장 많이 하시나요?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사실 <지금 우리 학교는> 하리가 딱 연기력으로만 화제가 된 건 아니잖아요? 차기작에선 연기적으로 좀 더 확실히 보여줘야 많은 분들이 저를 더 좋게 바라봐 주시고 인정해 주실 텐데 그런 부담감이 살짝 있어요. (웃음) 뭐, 그거 말고는! 저는 제 나이를 체감하고 있지 않아서 철들고 싶지 않고 그런 것 같아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곧 30대에 접어든다는 생각과 고민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들에 대한 생각이 더 큰 것 같아요.

(왼쪽부터) 하승리, 임재혁

이번 주 <지금 우리 학교는> 출연 배우들과 <아는 형님> 녹화를 한다고 들었어요. 다들 걱정 반 설렘 반일 것 같은데, 서로 얘기 나눈 부분이 있나요.

안 그래도 저희 다섯 명이서 ‘아는 형님’ 이름으로 단톡방을 만들었어요. 다들 “개인기 뭐 할 거냐”, “우리 에피소드 뭐 있냐” 이러면서 얘기를 하더라고요. (웃음) 다들 잘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긴 했는데. 모르죠 또. 다들 비장의 무기 하나씩은 가지고 나오지 않을까요?

단톡방에서 누가 가장 활발한가요. (웃음)

음 은샘이, 은샘이랑 찬영이? 찬영이가 은근히 굉장히 활발하더라고요. 반전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었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 액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이 뻣뻣해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은데, 프로필상 취미가 ‘컨토션’으로 나와 있더라고요. 혹시 잘못된 정보인가요?

(토끼 눈을 하며) 네…!! 저도 너무 궁금해요. 어느 인터뷰를 갔는데 질문지에 이 질문이 있는 거예요. 저도 ‘내가 컨토션을 했다고?’ 하다가 컨토션이 뭔지 몰라서 검색을 해봤어요. 와, 저랑 완전 상반된 몸을 가진 분들이 하는 스포츠더라고요. 어디서 이런 정보가 와전됐나 싶었어요. 잘못된 정보라고 꼭-!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사진 jwin entertainmen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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