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바리’ 아닌 ‘이공삼칠’ 배우 전소민 “계산 없이 사랑하다 죄인 된 역할”

“캐릭터의 일부분이다”. 배우 전소민과 예능인 전소민의 딜레마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누군가에게는 <오로라 공주>의 오로라가, 누군가에게는 <런닝맨>의 ‘전소바리’가 먼저 떠오를 테지만 분명한 건 전소민은 어느 자리에서나 제 몫 이상을 해낸다는 것이다. 영화 <이공삼칠>에서는 간통죄 폐지 직전 수감된 여성 재소자 장미가 되어 “사랑은 숫자로 세는 게 아냐”라고 말한다.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교도소 이야기는 이름처럼 화사한 장미의 활약 덕분에 한층 더 밝아진다. 지난 5월 26일, 언론배급시사회 직전 만난 전소민과의 대화를 전한다.


<이공삼칠> 홍보와 예능, 드라마 촬영까지 정신없이 바쁠 것 같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

드라마 <클리닝 업> 촬영을 지금 하고 있다. 발목 부상 때문에 촬영에 참여를 잘 못했고 좀 딜레이됐다. 그래서 일단 지금 그 촬영에 집중을 하고 있다.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길진 않지만 조금 공백기를 가지다가 만난 작품이다. 다들 캐스팅이 된 상태였고, ‘장미’ 역할과 몇몇 역할만 캐스팅 보드에 비어 있었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을 뵙고 캐스팅 보드를 보는데 평소에 너무 존경하던 선배님들, 함께 작품 해보고 싶은 선배님들이 확정돼 있었다. 영화 대본도 감명 깊게 봤고 같이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이 작품을 시작으로 많은 선배님들과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모홍진 감독에게 캐스팅 이유도 들었나.

내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장미’라는 인물이 10호실의 얼굴이라고.(웃음) ‘가장 예쁜 친구’라고 하셔서 조금 부담감을 느끼긴 했다.

장미의 등장 신이 인상적이다. 손가락에 빨간 사인펜을 묻혀서 입술에 바르던데. 장미의 신발에 있는 꽃 그림도 그렇고, 배우 본인 아이디어인가.

아니다. 지문에 명시되어 있었다. 사실 장미라는 캐릭터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작품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서 그런 것들은 지문 하나로 유추해내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 지문 한 가지로 장미의 많은 성격과 사람들과의 서사를 상상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장미를 연기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감독이 특별하게 주문한 부분이 있다거나.

10호실 안에서의 케미와 유쾌함을 많이 말씀하셨다. 영화가 무겁고 어두울 수도 있기 때문에 10호실 안에서만큼은 따뜻하고 유쾌하고 활기차고 재미난 부분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참고한 작품이 있나.

<이공삼칠>을 만나기 전에 푹 빠져 있던 외국 드라마가 있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라는 미드다. 시즌 7까지 다 보고 있는 상태였다. 하나하나 버릴 이야기가 없는 작품이다. 어제의 악인이 오늘의 선인이 됐다가 오늘의 선인이 어제의 악인이 됐다가. 너무 재미있게 봐서 메이킹까지 찾아봤다. 그러다 <이공삼칠>을 만나서 더 해보고 싶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또래 후배 친구들도 있고 하지만 선배님들이랑 같이 촬영을 하니까. 짧은 시간 안에 같이 생활하는 그 호흡들을 잘 끌어내야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황석정 선배님도 그렇고 김미화 선배님도 그렇고 다 너무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나는 동생들도 좀 어려워하는 편이라, 편하게 잘 지내보려고 해서 급격하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동생들은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다만 좀 아쉬웠던 건 윤영 역을 연기한 홍예지 배우가 캐릭터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서 많이 어울리거나 즐기지 못해서 마음이 좀 아팠다. 함께 즐거웠으면 좋았을 텐데.

촬영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감독님이 촬영장에서 옷이 불편하셨는지 아니면 저희랑 마음을 함께하고 싶으셨는지 수감복을 착용하고 촬영을 하셨다. 내가 놀란 건 사랑 역할로 나온 윤미경 배우가 그때 굉장히 짧은 헤어스타일이었는데 감독님이랑 뒷모습이 똑같았다. 그게 너무 혼란스러웠다. 계속 착각을 해서, 사랑인 줄 알고 감독님을 사랑이라 부르기도 했다. 고개 돌리다가 감독님이 시야에 들어오면 사랑인 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웃음)

<이공삼칠>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하나 꼽는다면.

가장 슬펐던 장면은 윤영이 엄마를 처음으로 면회를 하는 장면이었다. 예고편으로 잠깐 나오지만 둘이 만나는 그 장면, 대본을 읽을 때도 사실 많이 울었다. 실제로 첫 리딩 날도 김지영 선배님과 홍예지 배우가 눈물을 흘리면서 리딩하는데 그때 다들 숙연해졌다.

원래도 눈물이 많은 편인가.

눈물이 많다. 그런데 너무너무 속상한 건 연기를 할 땐 눈물이 그렇게 나지 않는다. 평소에는 눈물이 너무 많은데 일할 때는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한가 보다.

<이공삼칠>에서도 장미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다.

사실 그 장면을 다 따로 촬영을 했는데 내가 가장 마지막에 촬영했다. 다른 분들이 먼저 촬영하는 모습을 모니터로 지켜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그때 너무 많이 울고 촬영장에 들어가서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촬영을 했다.

장미를 비롯한 10호실 동료들이 윤영을 도우려고 애를 쓰고, 반대로 윤영의 등장이 수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전소민 배우에게 영향을 준 일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캐릭터에 빗대어 얘기하자면 장미는 굉장히 계산 없는 사랑만 하다 보니 그게 죄인데, 죄인지도 모르고 수감이 된 경우다. 나도 20대는 사랑이 중요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엔 개인의 행복, 나의 행복을 조금 더 우선시한다. ‘나를 보살피고 나에 대한 시간과 나에 대한 여러 가지가 여유로워져야 이 마음을 나눠 줄 수 있겠다. 그것도 건강하게 나눠줄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됐다. 전환점이 생긴 것 같다. 사랑이 1번이었다면 일단 나에 대한 사랑이 더 1번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느꼈다. 마음이 많이 흩어지고 너덜너덜해져 있구나. 이걸 잘 키워봐야지 하는 과정에서 생긴 마음인 것 같다. 내가 좀 여유롭고 편안해지니까 다른 이들에게 더 많은 걸 나눠줄 수 있구나. 장미의 경우에는 사랑이 가장 우선시 되는 가치였는데 그런 게 이루어지려면 나의 행복이 우선시 돼야 하는구나. 그게 확보가 되어야 나눠줄 수 있구나.

<술 먹고 전화해도 되는데>를 보고 전소민 배우와 사랑을 떼어놓고 이야기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행복이 우선이라고 하니, 그렇다면 혹시 요즘도 혼자 있을 때 글을 쓰나.

요새는 잘 쓰지 못한다. 그 부분이 좀 아쉽다. 나중에 여유가 되고 시간이 된다면 조금 더 단단하게 글을 쓰는 작업을 해서 내 이야기를 한 번 더 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어떻게 보면 예전에는 글을 쓰는 게 스트레스 해소나 그런 통로가 됐었는데 요새는 그런 감정을 마주하는 게 조금 피로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옛날에는 감정을 마주하고 해소가 됐다면 지금은 감정을 마주하고 더 피곤해지고 싶지 않아서 자꾸 제쳐두고, 글 쓰는 걸 피하게 되더라.

인터뷰 시작 전 대기하면서 얼핏 들었는데 ‘유느님’이란 단어가 나오더라. 주변에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어떤 단단한 집단이 있다는 것만큼 좋은 친구나 동료는 없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긴 하지만 그 연이 끝까지 이어지기 힘든 부분도 있지 않나. 동창들도 만남이 뜸해질 수 있고. 예능 멤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보는 멤버들이고, 많이 든든하다.

이번에도 많이 응원해주었나.

사실 그런 얘기를 잘 안 한다. 멤버들이 물어보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가 막 간지러운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라 속으로 응원한다. 당연히 잘할 거라 생각을 할 테고.

예능 이미지로 굳어지는 데에 불안감은 없냐는 질문에 “그렇게 따지면 아무것도 못한다.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예능 출연을 결심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물론 어떤 선택이든 포기는 필요하다. 그때는 내가 가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했다. 거기서 포기할 부분, 얻어가는 부분을 생각을 하는데 얻어갈 부분이 훨씬 크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게 맞고 또 포기할 부분이 크더라도 꼭 얻고 싶은 게 있다면 사실 그걸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포기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내 이야기를 꺼내어서 나를 내보이는 것보다 웃음 위주의 철저한 버라이어티 쇼, 캐릭터 쇼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도 어떻게 보면 연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전부 나는 아니다. 그 캐릭터를 활용해서 끌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장시간 노출이 돼서 보시는 분들이 예능 이미지로 굳어진다고 느끼실 수는 있으나 캐릭터의 일부분이다. 또 지금 너무 감사하게도 연기 활동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확연히 다른 차이를 느껴준다면 그게 너무 감사할 것 같다. 또 그런 재미를 찾아가면서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걱정을 많이 덜은 상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하게 많은 걸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그 꿈이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싶다. 속상할 때도 있는데 그건 어떤 일에서나 다 있다고 생각한다.

전작 <희수>에서는 아이를 잃은 엄마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럴 때는 연기와 예능 병행이 어렵진 않나.

난 비교적 작품이 끝나면 잘 털고 일어나는 편이다. 힘든 점은 예능이랑 함께 하다 보니, 일주일 동안 5일을 그 캐릭터로 지내다가 하루는 다시 <런닝맨>의 전소민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만의 멘탈 케어 방법을 찾아가려 하고 있다. 텐션을 확 올렸다가 또 확 떨어뜨리고 해야 하니까 그런 게 더 유연하게 되면 훨씬 좋을 텐데. 많이 힘들다기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고는 있다.

<이공삼칠>이 개봉하고 <클리닝 업>까지 종영하고 나면 올해도 벌써 하반기로 접어든다. 올해 계획은 무엇인가.

연말에 다른 작품을 시작하게 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욕심은 올해 더 좋은 작품을 촬영해서 내년에 또 다른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

해보고 싶은 역할도 있나.

시간이 더 가기 전에 멜로드라마도 한번 해보고 싶고, 사극도 너무 해보고 싶다. 만화책이나 영화를 판타지 무협 쪽으로 많이 보다 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시대를 벗어나 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항상 변한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늘 해오던 생각이고, 많이들 물어봐 주시고 하니까, 계속 바뀌고 달라지고 계속 반복한다. 신선함을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가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었다가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다시 이제는 신선함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신선함을 드릴 수 있을 만큼 드리고, 그리고 그중에서 내가 더 잘할 수 것을 특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같이 나이 들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예전에 어머니 젊으셨을 때 방송에 출연했던 선배님들이 지금도 나오고 그러면, 어머니가 TV를 보시면서 그걸 느끼신다. ‘우리가 같이 늙어가는구나’. 거기서 세월도 느끼시고 또 추억도 많이 공유하시고 한다.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면 시간이 가는 거에 덜 슬퍼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니까. 그리고 나를 보고 그렇게 느껴주시면 그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 거기서 많은 공감을 드리면 더 성공한 삶을 사는 거겠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공삼칠>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윤영과 사랑 역을 연기한 홍예지, 윤미경 배우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진짜 예지 씨가 고생을 많이 했고, 미경이라는 친구도 이 작품에 너무 많은 애정과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도전을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신인 배우 두 분을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

사진제공 킹콩 by 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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