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출연작 타율 끝내주는 ‘짭데이먼’ 제시 플레먼스에 대하여

<윈드폴>

처음 봐도 어색하지 않은 얼굴을 한 배우 제시 플레먼스. 다른 배우들과 닮았다는 이유로 이름보단 별명으로 자주 불리는 그가 3월 1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윈드폴>로 돌아온다. 2021년에 출연한 작품마다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으며 특히 <파워 오브 도그>를 통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제시 플레먼스를 ‘짭’이 아닌 ‘찐’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과 이야기를 준비했다.


영화계에서도 인정한 ‘짭데이먼’

맷 데이먼(왼쪽)을 닮은 제시 플레먼스.

제시 플레먼스를 처음 본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어딘가 맷 데이먼 같은데 그 답지 않은 묘한 분위기. 어딘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같은데 그보단 좀 더 거친 이미지. 이렇게 제시 플레먼스는 맷 데이먼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닮은꼴 배우로 유명하다. 사실 이들을 닮았다고 말하는 건 비단 팬들이나 대중만이 아니다. 영화계에서도 공식 인증받은 사실이다. <올 더 프리티 호시즈>(2000)에선 맷 데이먼의 아역으로 출연했고, <마스터>(2012)에선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아들 역으로 출연했기 때문. 오죽하면 국내에선 제시 플레먼스라는 본명보다 ‘짭데이먼’ ‘짭세호’(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줄인 필세호에 짭을 붙인 것)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할까. 미국에서도 (맷 데이먼보다 통통해서) ‘펫(Fat) 데이먼’, <브레이킹 배드>에서 메스암페타인을 제조하는 토드 역을 본떠서 ‘메스(Meth) 데이먼’)이라도 불린다고 한다.

<마스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왼쪽), 제시 플레먼스

사실 별명으로 많이 불린다고 하지만, 그처럼 꾸준하게 좋은 작품에 출연한 배우도 흔치 않다. 1998년 <파인딩 노스>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 <브래이킹 배드>, <파고>(시즌 2) 등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이후 폴 토마스 앤더슨, 스티븐 스필버그, 아담 맥케이, 찰리 카우프만, 마틴 스콜세지 등 유명 감독들의 픽(pick)을 받았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는 <스파이 브릿지> <더 포스트>, 마틴 스콜세지는 <아이리시맨>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으로 두 작품에서 그를 캐스팅해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력을 높게 사고 있다.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

<브레이킹 배드>


존재감 쾅쾅 찍은 2021년

<파워 오브 도그>

<파워 오브 도그>

제시 플레먼스의 필모그래피는 줄곧 상승세이긴 했으나 2020년과 2021년은 특히 알차다. 가장 최신작부터 살펴보자면 <파워 오브 도그>에서 필 버뱅크(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동생 조지 버뱅크를 연기했다. 카우보이답게 터프하고 직설적인 형과 달리 예의가 있는 도시 남자 같은 성격. 필을 형으로서 아끼지만 그의 생활 방식이나 성격은 살짝 마뜩하지 않다. 로즈(키어스틴 던스트)에게 반해 결혼까지 성공했으나 필을 무서워하는 로즈의 두려움을 완전히 해소해 주지 못한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제시 플레먼스의 다소 모호한 연기가 만나 조지라는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함께 출연한 코디 스밋 맥피(피터 고든 역)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정글 크루즈>

<정글 크루즈>는 드웨인 존슨과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은 어드벤처 영화. 제시 플레먼스는 두 주인공이 노리는 ‘달의 눈물’을 선점하고자 추적하는 요아힘 왕자 역을 맡았다. 왕족 출신으로 우아한 듯하지만 인정사정없는 악역 연기를 펼쳤고, 그러면서도 독일 악센트로 코믹한 장면까지 만들어 인상적인 존재감을 남겼다. 개봉 연기를 거듭하고 디즈니 플러스로 동시 개봉을 해서 그런지 <정글 크루즈>는 주연 배우들의 티켓 파워에 비하면 화제가 덜 된 듯하지만 제시 플레먼스의 상업 영화 속 연기를 즐길 수 있는 영화.

때로는 수상할 정도로 발랄한 악당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제시 플레먼스가 맡은 역은 FBI 요원 로이 미첼. 주인공 윌리엄 오닐의 불법 행위를 약점으로 잡고 흑표당에 잠입해 내통자가 되도록 유도한 인물이다. 피를 흘리는 오닐을 붙잡아두고 은근히 압박한다던가, 흑표당 연설 현장에서 조용히 오닐을 주시하고 있다던가 여러모로 당시 FBI의 집요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이제 그만 끝낼까 해>

<이제 그만 끝낼까 해>

2020년의 유일한 출연작은 <이제 그만 끝낼까 해>. 남자 친구 제이크(제시 플레먼스)와 함께 그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여자 친구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찰리 카우프만이 각본·연출을 한 작품답게 난해하기 짝이 없다. 여자 친구는 제이크의 부모님을 만나지만 과거와 환상이 겹쳐지고 반복되는 이상한 현상을 겪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감을 조성한다. 전반적으로 여자 친구의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지만 영화가 전복되는 순간, 제시 플레먼스가 제이크로서 쌓아온 정서가 영화를 뒤덮는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언어로 형용하기 어려운 영화이고, 또 그런 만큼 그의 연기를 쉽게 말할 수 없지만 극단적 고독의 정서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작품만큼 적당한 것도 없다.

<게임 나이트>

<더 포스트>

이외에도 제시 플레먼스는 명감독의 픽을 자주 받았고, 본인도 작품을 잘 선택한 덕분에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 6편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로 올랐다. 연도순으로 나열하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스파이 브릿지>(2015), <더 포스트>(2017), 아담 맥케이의 <바이스>(2018), 마틴 스콜세지의 <아이리시맨>(2019), 샤카 킹의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2021), 제인 캠피온의 <파워 오브 도그>(2021)이다. 그의 연기와 훌륭한 완성도 둘 다 잡고 싶다면 이 작품들에 <마스터>까지 챙겨보면 적당할 것 같다.


해외 누리꾼이 만든 맷 데이먼+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제시 플레먼스

지금까지 그의 연기 활동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는데, 제시 플레먼스도 은근히 재밌는 구석이 많은 사람이다. 앞서 맷 데이먼,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닮은 꼴이라고 언급했는데 사실 두 사람과 제시 플레먼스의 나이차를 생각하면 다소 굴욕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1967년생, 맷 데이먼은 1970년생인데 제시 플레먼스는 1988년생이다. ‘할리우드의 성장주’라고 해도 손색 없는 젊은 나이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야 아버지와 아들로 연기했으니 그렇다 쳐도, 맷 데이먼이 동안인 건지 제시 플레먼스가 노안인 건지.

<파고>에서 만나 약혼한 커스틴 던스트(왼쪽)와 제시 플레먼스

<파워 오브 도그>에서 커스틴 던스트와 함께 출연했는데, 두 사람은 2016년 <파고> 시즌 2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이듬해 2017년 약혼했다. 말은 약혼이지만 슬하에 두 아들을 둔 사실혼 부부다. 두 사람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각각 올랐는데, 같은 시상식에 나란히 후보로 오른 커플이 또 있다. 다른 커플은 남녀 주연상 후보 하비에르 바르뎀(<리카르도 가족으로 산다는 것>)과 페넬로페 크루즈(<패러렐 마더스>).

<파고>(왼쪽), 부부로 출연한 <파워 오브 도그>

밴드 ‘카우보이 앤 인디언’(왼쪽),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의 캐릭터도 밴드를 하는 걸로 나온다.

우직하게 연기만 했을 거 같은 인상이지만, 제시 플레먼스는 다양한 재능을 가졌다. 인디밴드 ‘카우보이 앤 인디언’(Cowboy and Indian)의 멤버로 활동했다. 또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 학창시절엔 미식축구를 즐겨서 그의 출세작인 미식축구 드라마 <프라이데이 나잇 라이츠>에서 미식축구를 실제로 해본 유일한 배우였다고도 한다.

<앤틀러스>

제시 플레먼스는 2022년에 영화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과 드라마 <러브 앤 데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는 마틴 스콜세지의 차기작이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 등과 함께 출연한다. 지금까지 꾸준히 고점을 경신한 제시 플레먼스의 또 다른 도약점이 될지 궁금하다.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한 <앤틀러스>도 아직 안 챙겨 봤다면 차기작을 기다리며 챙겨봐도 좋을 것이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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