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나타난 다니엘 헤니! <공조2> 말고도 그동안 뭐했어?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수 473만 명이라는 기염을 토해내며, 추석 박스 오피스에서 강한 저력을 보여준 영화 <공조 2>의 흥행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2013년 <스파이> 이후 9년 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한 다니엘 헤니의 이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따금 예능 <나 혼자 산다>와 CF에 출연하며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그가 한 작품의 주연으로 국내 관객들을 만나는 일은 없었기에, 이번 국내 활동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였다. 9년이라는 긴 국내 활동 공백기 동안 다니엘 헤니는 어떤 활동들을 이어 나갔을까? <공조 2>로 다시 한 번 다니엘 헤니에 빠진 당신이라면, 그가 9년 동안 미국에서 이뤄온 할리우드의 다른 컨텐츠들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2013년을 전후로 다니엘 헤니는 할리우드에서 왕성히 활동을 이어 나갔다.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에서 보안관 레이 오웬스 (아놀드 슈왈제너거 역)과 FBI 팀장 존 베니스터 (포레스트 휘태거 역)을 도와 마약왕 코르테즈 검거를 돕는 유능한 FBI 요원 필 헤이즈 역을 맡아 좋은 연기로 호평을 얻었다. 로맨틱 코미디인 <상하이 콜링>에서는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스윗한 그의 매력을 맘껏 펼쳤다. 유능한 변호사 샘을 연기하며, 아만다 역의 앨리자 쿱과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보는 이들의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당시 다니엘 헤니는 국내와 해외 활동을 병행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가 할리우드에 전념하게 된 2014년 우리는 매우 낯선 작품으로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귀여운 베이맥스와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 고고로 많은 인기몰이를 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최근에는 베이맥스에 대한 인기에 힘입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오리지널 시리즈인 <베이맥스>가 7년만에 공개될 정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이 작품에서 다니엘 헤니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제왕인 그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지 당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다니엘 헤니는 주인공 히로 아르마다의 7살 차이 나는 형이자 의료용 로봇 베이맥스의 개발자인 테디 아르마다 역을 맡았다. 특유의 중저음으로 사춘기를 겪는 히로를 보살피는 그의 성우 연기는 따스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목소리가 이성을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일 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와 보살핌일 수도 있다는 점은 다니엘 헤니가 지닌 다채로운 역량 중 하나를 드러낸다.

지금은 OTT를 통해 수많은 미국 드라마를 접할 수 있겠지만, 2000년대 중후반 국내 미국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휘어잡은 시리즈는 단연 CBS 표 수사물 시리즈다. CSI, NCIS 시리즈와 함께 3대 CBS 표 수사물로 손꼽히는 작품이 바로 <크리미널 마인드>. 다니엘 헤니는 2016년 크리미널 마인드의 두 번째 스핀오프 작품인 <비욘드 보더스>에 전직 군인 출신 프로파일러 맷 시몬스 역으로 합류하며 국내 미국 수사물 팬들로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 국제수사라는 전작들에 비해 커진 규모와 브레이킹 배드, 워킹 데드, CSI 시리즈 등에서 호연을 펼쳤던 배우들의 화려한 캐스팅이 합쳐지며 커진 기대감과 달리, <비욘드 보더스>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아쉬웠다. (특히 시즌 2의 한국 에피소드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한국 묘사로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시즌 2를 끝으로 종영하게 되었지만, 다니엘 헤니는 맷 시몬스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계속 이어 나갈 기회를 얻었으니…

2017년 <비욘드 보더스 시즌 2>의 종영 끝에 다니엘 헤니는 전격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13>에 합류하였다. 전작의 캐릭터인 맷 시몬스 그대로 본 시리즈에 합류한 그는 국제수사팀 해체 이후 BAU로 합류한다는 설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팀에 녹아들었다. 비록 시리즈 내에는 루크 알베즈라는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로 인해 큰 비중을 가져갈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유사성이 많은 두 캐릭터 간의 특징 때문에 단단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었다. 많은 인물이 죽거나 떠난다는 설정으로 하차 되는 시리즈의 특성상 마지막 시즌까지 동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비록 주요 출연진이었던 에런 하치너 역의 토마스 깁슨이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당한 시즌 12 이후 줄곧 크리미널 마인드의 시청률이 바닥을 찍었지만, 그럼에도 다니엘 헤니는 맷 시몬스라는 관능적인 캐릭터를 통해 15년간 300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다룬 장수 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의 마지막 시즌 15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크리미널 마인드>를 성공적으로 끝낸 다니엘 헤니의 다음 행보는 아마존 프라임의 야심작 <시간의 수레바퀴>였다. 그는 극 중 모레인 (로저먼드 파이크 역)의 수호자인 랜 만드라고란 역을 맡았다. 과묵하지만 정이 많은 캐릭터로 그려지는 랜은 다니엘 헤니가 가진 표정 간의 격차와 매우 잘 어울린다. 그가 침묵하고 있을 때의 중후함에서 아주 드물게 웃어 보일 때의 따스함 간의 폭이 지니는 매력을 한껏 살린 이 캐릭터는 <시간의 수레바퀴> 내의 인물들이 지닐 혼란 가운데에서도 든든함과 평정심을 유지하게 만든다. 특히,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 수상 경력이 있는 로저먼드 파이크와의 빼어난 조합을 보여주면서, 두 배우 모두 무게감 있는 호연을 펼친다. 다양성을 지닌 판타지물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시간의 수레바퀴>는 시즌 2와 시즌 3의 제작을 확정 지으며, 다니엘 헤니의 랜이라는 인물도 최소한 두 시즌 이상은 같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공조 2에 이어 다니엘 헤니는 <도그 데이즈 (가제)>에 캐스팅되며 국내 관객들을 다시 한번 찾을 예정이다. <도그 데이즈 (가제)>는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동물병원에서 반려견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위로하며 마음을 나누게 된다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다니엘 헤니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반려견 ‘스팅’을 보기 위해 그의 남자친구인 ‘현 (이현우 역)’을 찾아온 인물인 다니엘 역을 연기한다. 강아지와 다니엘 헤니의 조합이라니! 벌써부터 달콤한 세포들이 솟아오를 것만 같은 기대가 든다. 

 또한 다니엘 헤니는 국내활동뿐만 아니라, 왕성하게 할리우드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예정된 <시간의 수레바퀴 시즌 2,3>와 더불어 2018년 가장 의외의 흥행작이었던 할리우드 영화 <서치>의 후속작 <서치 2>에도 캐스팅이 확정되며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공조 2>를 통해 화려하게 국내 무대로 복귀한 다니엘 헤니의 지난 9년간의 행적을 알아보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 이번 기회에 <빅 히어로>로부터 <시간의 수레바퀴>까지 그의 해외 활동 필모그래피를 쭉 정주행하는 것은 어떨까?

최현수 씨네플레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