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의 죽음, 코로나 팬데믹, 여러 가지 역경을 겪고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11월 9일 개봉했다. 다소 무거운 극의 분위기 때문인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신작치고 반응이 적적한 편인데, 그래도 이번 작품으로 탈로칸이란 새로운 국가가 소개되며 MCU 세계가 더욱 확장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포스트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신규 캐릭터로 출연, MCU에 첫 발을 내디딘 배우들을 소개한다.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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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레티티아 라이트, 다나이 구리라, 루피타 뇽,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
개봉
2022.11.09.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 = 네이머
마블 코믹스의 대표 안티 히어로 캐릭터 네이머. 많은 팬들이 실사 영화의 그를 기다렸고, 그 결과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등장하게 됐다. 코믹스의 아틀란티스 대신 탈로칸 출신이 된 그는 멕시코 배우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가 연기했다. 마야 문명을 기반으로 설정한 탈로칸이기에 멕시코 배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부계, 모계 모두 중앙아메리카 원주민의 혈통이라서 꽤 납득할 만한 캐스팅이다. 메히아는 자국 멕시코에서 2006년 데뷔한 이래 6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할리우드 활동이 많았던 편이 아니라 한국 관객에겐 아직 낯선 얼굴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선 <더 퍼지: 포에버>에 와서야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아내와 평화롭게 살다가 얼떨결에 퍼지데이에 휘말리는 후안 역을 맡았다. 국내 개봉한 작품으로는 <호랑이는 겁이 없지>(아이들의 뒤를 쫓는 치노 역)와 <33>(광부 카를로스)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또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웬만한 남미계 배우를 다 볼 수 있는 <나르코스: 멕시코>에서 라파엘 카로 킨테로로 출연했다. 작중 주인공 미겔 앙헬 펠릭스 가야르도(디에고 루나)와 함께 마약 카르텔을 형성한 인물로 다혈질적인 성격에 큰 사고를 치고 구속된다. 영화 <스카페이스>의 광팬이란 설정에 따라 토니 몬타나처럼 흰 정장을 입고 다니는데, 제법 잘 어울린다. 짧은 헤어컷의 네이머와 달리 웨이브가 잔뜩 들어간 장발이라 사뭇 다르다.
- 더 퍼지: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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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베라도 구트
출연
안나 데 라 레구에라, 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 조쉬 루카스, 캐시디 프리먼
개봉
2021.07.14.
도미니크 손 = 리리 윌리엄스
네이머만큼 이번 영화에서 화제를 모은 건 일명 ‘아이언하트’라는 히어로명을 사용하는 리리 윌리엄스다. 리리 윌리엄스는 도미니크 손이 맡게 됐는데, 손은 <블랙 팬서> 제작 단계에서 슈리 역으로 오디션을 봤었다고 한다. 하지만 슈리 역은 레티티아 라이트에게 돌아갔고, 손은 대학교로 돌아가 졸업을 한 후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으로 영화계에 입성했다. 베리 젠킨스 감독의 이 영화에서 그는 포니 헌트(스테판 제임스)의 동생 셰리아 헌트 역을 맡았다. 이 작품에서도 주연 티시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키키 레인이 최종 낙점됐고 대신 그의 연기를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은 그에게 셰리아 헌트를 제안했다. 미국 문학사에서 상징적인 문학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베리 제킨스를 중심으로 당대 흑인 영화인들이 뭉친 영화가 데뷔작이었기 때문일까. 도미니크 손의 차기작 또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라는 블랙 필름(흑인 중심의 영화)으로 정해졌다. 흑표당 지도자 프레드 햄튼(대니얼 칼루야)의 밑에 잠입한 FBI 첩자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을 그린 이 영화에서 도미니크 손은 흑표당의 일원 주디 하몬 역을 맡았다.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이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다. 고작 3편이지만 도미니크 손의 필모그래피가 알차게 채워진 이유는 그가 (어쩌면 리리 윌리엄스처럼) 천재적인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 물론 그가 ‘공돌이’라는 건 아니고, 예술 쪽에서 두각을 보였다는 것이다. PPAS(전문 공연 예술 학교)와 코넬 대학교를 졸업했고, 10대 시절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영아츠’ 장학금까지 받았으니 그 이력만으로도 영화인들의 눈길을 잡아두긴 충분했을 것이다. 당장은 리리 윌리엄스에 대한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기지만 드라마 <아이언하트>에서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만하다.

-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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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샤카 킹
출연
다니엘 칼루야, 키스 스탠필드, 마틴 쉰
개봉
2021.04.22.
미카엘라 코엘 = 아네카
서술할 때마다 ‘화제’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는데, 어쩔 수 없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그만큼 독특한 캐릭터나 배우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미카엘라 코엘이 맡은 아네카 또한 ‘영화에서 등장하는 레즈비언 커플’로 구설수에 올랐다. 실제 영화에선 동성애 코드가 강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동안 MCU 작품 곳곳에서 활약한 아요(플로렌스 카줌바)의 연인이자 와칸다의 도라 밀라제 소속 군인 아네카는 첫 등장에도 개인 포스터가 공개될 정도로 영화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다. 무서울 정도로 큰 눈과 두꺼운 입술, 날카로운 이미지의 얼굴로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긴 미카엘라 코엘은 연극 무대부터 차근차근 연기 인생을 쌓아왔다.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은 드라마 <츄잉껌>. 본인이 각본과 주연을 맡은 이 작품으로 ‘영국의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BAFTA(British Academy Film Awards)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 코미디 프로그램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드라마 <디 에일리언스>, <블랙 미러>(시즌 3 1화 ‘추락’과 시즌 4 1화 ‘USS 칼리스터’), <블랙 어스 라이징>, 영화 <그토록 오랫동안>에 출연하며 주목받는 배우로 발돋움했다. 특히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아이 메이 디스트로이 유>에서 열연을 펼치며 호평을 받았고, 에미상에서 최우수 각본상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해 작가로서의 역량 또한 다시 인정받았다. 영리하면서도 독특한 발상을 가진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아네카가 괜히 그에게 돌아간 것은 아닌 듯하다.

- 츄잉 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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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출연
미카엘라 코엘, 존 맥밀란, 로버트 론즈데일
개봉
미개봉
마벨 카데나 = 나모라
예고편에서부터 캐릭터에 비해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은 나모라. 예고편에서 나온 마스크 쓴 모습 짙은 눈썹과 또렷한 눈빛이 탈로칸인 특유의 푸른 피부와 대비를 이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네이머가 다스리는 탈로칸 왕국의 일원인 그는 마벨 카데나가 맡았다. 그는 이번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할리우드 데뷔작이라고. 그 이전엔 멕시코나 라틴 아메리카에서 제작한 작품에만 출연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 합류한 경위가 무척 특이한데, 마벨 카데나는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영어를 할 줄 몰랐단다(오디션 주최 측은 이 영화가 마블 영화라고 밝히지도 않았다). 제작진은 카데나에게 여러 가지 특기를 비디오로 요청했고, 그를 영화에 합류시켰다.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마벨 카데나는 열심히 영어와 액션을 연습했다. 다른 작품 중에선 그나마 넷플릭스로 글로벌 론칭한 <댄스 오브 더 41>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20세기 초 멕시코에 어마한 여파를 몰고 온 드래그 퀸(여장남자) 댄스파티 ’41인의 춤’을 다룬 영화에서 마벨 카데나는 대통령의 딸이자 이그나시오 데라토레의 아내 아마다 디아즈로 출연했다.

- 댄스 오브 더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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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다비드 파블로스
출연
알폰소 에레라, 에밀리아노 주리타
개봉
미개봉
알렉스 리비넬리 = 아투마
나모라와 함께 네이머의 충신으로 등장한 아투마는 알렉스 리비낼리가 맡았다. 191cm의 거구인 그는 아투마의 무력을 더욱 실감 나게 보여줬다. 리비낼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유년기를 보내다가 10살 때 미국으로 이민 왔고, 단편 영화와 연극 교육 등을 받으며 배우로 활동할 준비를 마쳤다. 주연으로 전면에 드러난 작품은 많지 않고, 최근 <오자크>(산토스 델가도 역), <워킹 데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시즌 9 2화 ‘미스터 징글스’) 등 여러 드라마에서 얼굴을 비추기는 했는데 순식간에 지나가는 역이 많아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MCU 입성으로 그의 배우 인생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눈여겨봐도 되겠다.

- 알리타: 배틀 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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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로사 살라자르, 크리스토프 왈츠, 마허샬라 알리, 키언 존슨, 제니퍼 코넬리
개봉
2019.02.05.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