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브루노 뒤몽의 <프랑스>, 레아 세이두가 펼치는 최고의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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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한 설명부터 해보자. 프랑스 영화 <프랑스>는 프랑스 드 뫼르(레아 세이두)라는 뉴스 채널의 스타 기자 겸 앵커가 주인공인 영화다. “자기는 프랑스 최고의 기자야, 프랑스!”라는 대사가 영화 속에 등장한다. 국가명 프랑스와 주인공 이름 프랑스의 중의적인 쓰임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장치일까.

<프랑스>는 프랑스가 당면한 사회 문제를 정통으로 다루지 않는다. 영화의 첫 시퀀스에서 현직 프랑스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프랑스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또 프랑스는 직접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에서 유럽으로 흘러들어오는 이민자들을 취재하긴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프랑스>는 프랑스라는 이름의 여성 저널리스트에 관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는 스타 언론인이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요청을 받는다. 대부분 그 요청을 받아들이는 그는 자신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분쟁 지역의 취재도 마다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가 취재한 뉴스의 중심에는 늘 그 자신이 있다. 프랑스는 카메라맨에게 항상 지시를 내린다. 이렇게 찍어봐, 내가 질문하는 장면을 다시 찍자, 이슬람 무장단체 IS(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에 반기를 든 지역의 군인에게 포즈를 취하도록 요청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뉴스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단지 아름다운 여성 기자가 만든 뉴스‘쇼’를 보길 원한 게 아닐까. 프랑스는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언론의 공적 역할보다는 더 높은 시청률을 좇는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저널리즘의 정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영화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가 만들어낸 뉴스는 진실과 허구를 오간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 가운데 한 명인 브루노 뒤몽 감독은 이런 미디어의 양면성을 익살스럽게 풍자하는 모습을 보인다. 뉴스 화면이 스크린을 대체하는 장면도 등장하는데 뒤몽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내 영화는 의도적으로 가짜를 보여주며 진실을 재현하는 것”이라 말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관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 영화의 본질 같지는 않다.

“직업이 날 죽이고 있었어. 빌어먹을 명성.” 영화의 후반부, 프랑스는 이렇게 말한다. <프랑스>는 프랑스가 스스로 만든 인기의 덫에 걸려 무너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이야기다. 프랑스의 성(姓)인 ‘드 뫼르’(de Meurs)는 죽음을 암시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반복해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주인공의 삶과 내면 세계. 다시 말해 <프랑스>는 명성이라는 허울에 갇힌 한 인물의 내면을 클로즈업한 작품이다. 익히 잘 알려진 촬영 기법인 클로즈업은 대상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을 의미한다. 뒤몽 감독은 레아 세이두가 연기하는 프랑스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레아 세이두의 연기.”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의 평가처럼 <프랑스>의 중심에는 레아 세이두가 있다. 이 배우의 연기에 대한 극찬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정성일 영화평론가 역시 “말한 것도 없이, 레아 세이두 최고의 연기”라고 평가했다. 세이두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한다. 잘나가는 자신만만한 언론인의 모습에서 시작해, 오토바이를 탄 남자를 치는 교통사고 이후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찾아간 알프스의 요양원에서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 사랑했던 남자의 배신과 직장으로의 복귀와 실패 등 세이두는 다채로운 모습을 연기한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세이두가 연기한 프랑스는 여러 차례 움직임을 멈추고 가만히 카메라를 응시한다. 이때 카메라는 아주 천천히 세이두의 얼굴을 향해 다가간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참석한 행사장에서 프랑스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다가 상념에 잠긴 듯한 서글픈 표정을 짓는다. 분쟁 지역 취재를 나간 프랑스는 총알을 피해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는 갑자기 눈물을 짓는다. 방송 녹화 도중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지기도 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감정이 차오르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카메라가 빽빽하게 천천히 다가갈 때마다 영화 자체가 출렁대는 느낌까지 든다”며 영화에 대한 인상적인 감상평을 내놓았다.

특히, 코로나 19로 작고한 음악감독 크리스토프가 만든 비장미 넘치는 배경음악이 프랑스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게 만든다. 뒤몽 감독은 세이두를 먼저 만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즉, <프랑스>의 본질은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레아 세이두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프랑스>는 세이두의 팬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영화다. 최근에 개봉한 <007 노 타임 투>를 비롯한 시리즈의 매들린 스완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프랑스>는 꼭 봐야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프랑스>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장 따듯한 색, 블루>(2013) 이후 가장 주목해야 할 세이두의 작품이다.

<프랑스>는 분명 세이두의 영화이지만 동시에 뒤몽 감독의 영화이기도 하다. 데뷔 초기 뒤몽 감독은 현대의 극단적인 폭력을 건조한 자연주의풍으로 다루며 인간의 삶과 본질을 조명하는 영화들을 만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화계의 성인”으로 불리는 로베르 브레송의 후예로 거론됐다. 최근에는 코미디나 뮤지컬 등의 장르를 비틀고 전복하는 시도들을 통해 영화적 ‘위반’을 일삼는 문제적 거장으로 불린다. 또한 무명의 배우들과 작업했던 초기에서 벗어나 줄리엣 비노쉬 등 유명 배우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며 더욱더 자신의 영화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중이다. <프랑스>는 2021년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프랑스 정통 영화 매거진 ‘카이에 뒤 시네마’는 2021년 영화 베스트 5에 <프랑스>를 선정하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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