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를 좋아하는가. 어떤 이는 빗소리로 안정감을 느껴 ASMR로도 찾아듣는다고 한다. 나는 빗소리를 무서워하는 편이다. 창을 두드리는 나지막한 소리가 언젠가부터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할까? 특히 어두운 저녁에 들리는 빗소리는 더욱 섬뜩하게 들린다. 빗줄기를 뚫으며 연쇄살인범이 걸어 나오는 장면이 자동으로 연상된다. 좀 유난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 속에선 이런 장면이 흔히 나오니까. 비가 오면 나는 이따금씩 공포 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창밖을 내다본다. 항상 아무도 없었지만 말이다. 이제 장마철이다. 더위로 달궈진 우리의 뒷덜미를 차갑게 식혀줄 공포 영화를 모아봤다.
<데쓰 캘린더>
2022.06.23 개봉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은 공포 영화 <데쓰 캘린더>가 지난 23일 개봉했다. <데쓰 캘린더>는 <호빗>과 <엘리시움>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로 지난 21년에 개최된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언더 더 커스>라는 이름으로 상영된 적 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전직 댄서 ‘에바’가 친구에게 어드벤트 캘린더를 받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하루하루 설레는 기분으로 열어봐야 할 어드벤트 캘린더가 저주로 물든 채 ‘에바’를 조종하고 욕망으로 물들게끔 유도한다. <데쓰 캘린더>는 쉽게 생각하지 못할 소재를 역설적이고 신선하게 풀어내어 관객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또한 장애인 여성이 주인공인 만큼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이 실제로 받고 있는 차별적인 시선을 호러 영화 속에 효과적으로 녹아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저 주인공이 무서운 존재에 쫓겨 두려움에 떠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작품이다. 영화 <데쓰 캘린더>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큐어>
2022.07.06 개봉 예정
일본 스릴러 영화 좋아하는 사람? 올여름 <큐어>가 극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큐어>가 개봉한 지 올해로 25년 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스릴러 영화로 꼽히는 <큐어>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이다. 최면술을 통해 사이코패스인 연쇄 살인범을 수사하는 형사가 서사의 중심이며 스릴러 영화 특유의 자극적인 연출은 없지만 긴장감을 조성하는 심리 묘사가 매력적이다. 눈으로만 보이는 살인사건 현장보다 뼛속 깊이 느껴지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더욱 무섭게 와닿지 않나. 기억을 잃은 듯한 살인사건 용의자 ‘마미야’와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형사 ‘타카베’의 모습을 보면 인간의 본질에 대한 많은 의문을 갖게 된다. 한 마디로, 인간의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보는 무게감을 가진 스릴러 영화라 할 수 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마저 담백하고 잔인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는 4K로 리마스터링되어 오는 7월 6일 개봉 예정이다.
<멘>
2022.07.13 개봉 예정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의 감독 알렉스 가랜드의 신작 <멘>이 국내에 개봉한다. <멘>은 남편의 죽음을 목격한 ‘하퍼’가 정신적인 치유를 위해 영국의 시골로 이사 온 뒤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공포 영화다. 어느 날 주인공 ‘하퍼’는 숲속에서 산책을 하다 의문의 존재를 발견하여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숲속에서 무사히 도망쳐 나와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존재를 알리지만 그 누구도 심각히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하퍼’를 정신적으로 괴롭히며 혼란스럽게 한다. 숲속의 존재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멘>은 그린 맨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포 영화라고 한다. 그린 맨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면 구글에 영어로 검색해 보시길. 그린맨은 숲에 해가 되는 침입자가 들어오면 숲 밖으로 쫓아내는 나무 정령이다. 생김새가 다소 무서울 수도 있으니 두툼한 베개를 끌어안은 채로 검색하는 걸 추천한다. <멘>은 지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공식 초청받아 좋은 평을 들은 바 있다. <미나리>와 <유전>, <미드소마>로 이름을 알린 A24가 제작을 맡아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스마일>
2022.9.30 북미 개봉 예정
저런 섬뜩한 미소가 어디에 또 있을까. 진심으로 꿈에 나올까 무섭다. 영화 <스마일>은 신인 감독 파커 핀이 자신의 단편 영화 <잠들지 못하는 로라>를 장편 영화로 다시 제작한 작품이다. 기존 원작 <잠들지 못하는 로라>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로라’가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리치료사에게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영화 <스마일>에선 <잠들지 못하는 로라>에서 마저 풀어내지 못한 서사를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라 한다. 환자 ‘로라’의 시점으로 진행되었던 기존 원작과 다르게 <스마일>에선 정신과 의사 ‘로즈’가 주인공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불안 증세를 보이던 ‘로즈’의 환자가 그녀의 눈앞에서 기괴한 웃음을 지은 뒤 자살을 한다. 그 뒤로 ‘로즈’는 자신이 곧 죽을 거란 생각에 얽매여 괴로워한다. 그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환영에 시달리며 주변에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로즈’의 트라우마가 그녀를 서서히 옭아맨다. 이번 작품에도 ‘로라’가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스마일>은 국내 개봉이 확정되었으나 정확한 개봉 일자가 밝혀지지 않았다.
<블랙폰>
2022.06.24 북미 개봉
영화 <블랙폰>은 1978년 덴버의 작은 마을에서 ‘피니 쇼’라는 소년이 아동 연쇄살인범에게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든 걸 포기한 채로 지하실에 갇힌 ‘피니 쇼’에게 믿기지 않을 일이 벌어진다. 연결이 끊어진 검은 전화기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 ‘피니 쇼’가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살인범에게 죽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블랙폰>은 뉴욕타임스 작가 조 힐의 단편 소설 <검은 전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북미에선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큰 관심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에단 호크의 출연이 밝혀졌기 때문. 마스크를 쓰고 있어 알아보기 힘들겠지만 에단 호크는 <블랙폰>에서 아동 연쇄살인범 ‘더 그래버’ 역을 맡았다. MCU 드라마 <문나이트> 이후로 연이어 악역을 연기한다. 앞서 진행된 시사회에서 그의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평이 압도적이었기에 에단 호크의 팬이라면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블랙폰>은 이미 지난 6월 24일 북미에서 개봉했지만 국내에선 9월에 개봉될 예정이다.
씨네플레이 김다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