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째 시상식을 맞이한 춘사국제영화제가 대중들의 성대한 응원 속에 동시대 영화인들에게 기쁨과 감동의 순간을 안겼다. 춘사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대중과 함께 하는 대면 시상식을 진행했다. 소월아트홀에서 진행된 27회 춘사국제영화제는 추첨으로 초청된 일반 대중이 현장에서, 네이버 나우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함께 했다. 이번 시상식은 신인배우 지은호, 김예은이 진행자를 맡고 홍보대사 이순재, 소유진, 그리고 영화감독협회 이사장 양윤호가 시상식을 열며 젊은 에너지와 관록을 아우르겠다는 춘사국제영화제의 자세를 내비쳤다. 2021년 7월부터 2022년 7월 개봉작 중 선정된 후보작·자들도 자리에 함께 했다.
시상식의 시작을 연 부문은 기술상으로 촬영과 음악, VFX 등 작품의 기술적인 부분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스태프들이 후보에 올랐다. <모가디슈> 최영환 촬영감독과 방준석 음악감독, <싱크홀> 김태영 미술감독, <외계+인> VFX를 담당한 제갈승과 박재현, <한산: 용의 출현> VFX를 담당한 정성진과 정철민, <헤어질 결심> 김지용 촬영감독까지 다섯 작품이 후보로 선정됐다. 기술상은 <모가디슈> 최영환 촬영감독에게 돌아갔다. 수상자 최영환 촬영감독이 촬영으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해 <모가디슈>의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대리수상했다. 강혜정 대표는 “<모가디슈>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고 (이 상은) 잘 전달하겠다”고 간략한 소감을 밝혔다. 또 “방준석 음악감독도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하지 못해 난처하게 됐다”며 “멋진 인상을 남겨준 방준석 음악감독도 기억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각본상 시상. <갈매기> 김미조, <모가디슈> 이기철·류승완,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윤홍기·이나라, <헤어질 결심> 박찬욱·정서경, <휴가> 이란희가 각본상 후보로 지명됐다. 배우 겸 감독 구혜선과 필명 ‘브라키오’로 활동 중인 정현진 작가가 시상한 각본상은 <한산: 용의 출현> 팀이 받았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김한민 감독을 제외하고 윤홍기, 이나라 작가가 무대에 올랐다. 윤홍기 작가는 “다른 작품 때문에 오셨지만 이순신 장군(박해일)도 여기 있다”고 장난스러운 농담으로 입을 연 후 “(영화가) 충무공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우리가 장군님의 큰 뜻을 이해하고 있는 게 맞나 싶었는데, 이 상을 받아서 적어도 ‘곡해하고 있진 않았구나’ 싶다”고 말했다. 제작으로도 참여한 이나라 작가는 “이 압도적인 이야기를 쓰게 해준 이순신 장군님께 감사드린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신인남우상은 <뜨거운 피> 이홍내, <오마주> 탕준상,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 <인질> 김재범, <장르만 로맨스> 무진성이 후보로 지명됐다. 일생에 한 번 받을 수 있다는 신인상의 주인공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김동휘, <장르만 로맨스> 무진성이 됐다. 공동 수상으로 무대에 올라 먼저 마이크 앞에 선 무진성은 “연기를 시작하고 처음 받는 상”이라고 감격스러움을 밝히고 “(연기한) 유진이란 인물처럼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자 배우가 되겠다”고 전했다. 감사 인사 대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고 입을 연 김동휘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앞길이 보이지 않고 막막할 때 이 영화를 만났다”며 “저를 알아봐 주신 감독님과 대표님, 최민식 선배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최민식 선배님은) 오디션 때부터 봐주셨다. 얼어있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했을 때도 ‘네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잘하고 있다’ 말씀해주셨다. 그 과정을 잘 지켜가는 배우가 되겠다”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이어서 신인여우상은 배우 최정운(<남매의 여름밤>)과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시상에 나섰다. 전년도 신인여우상 수상자와 MC에 이어 시상자로 만난 두 사람은 소회를 나누고 수상자를 발표했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신시아, <불도저에 탄 소녀> 김혜윤, <브로커> 이지은, <최선의 삶> 방민아, 네 배우 중 <브로커> 이지은이 수상에 성공했다. 이지은은 해외 일정 후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음성 메시지를 보낸 이지은은 “동경하던 고레에다 감독님의 모니터 안에서 최고의 배우들, 스태프들과 제 인생 첫 영화를 작업한 경험은 다시 일어나기 힘든 이벤트로 기억될 것 같다”며 “참 많이 배웠다. <브로커>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분한 선물을 안겨줬다. 감사한 마음을 되새기며 좋은 배우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신인감독상은 <갈매기> 김미조, <범죄도시2> 이상용, <십개월의 미래> 남궁선, <인질> 필감성, <장르만 로맨스> 조은지, <최선의 삶> 이우정, <휴가> 이란희가 후보를 장식했다. 이번 춘사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유영식 감독과 영화제의 ‘춘사’를 쓴 서예가 손동준이 시상한 신인감독상은 <범죄도시2> 이상용 감독이 수상했다. 이상용 감독은 “가문의 영광이다”라며 “코로나19로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그 난관에도 함께해 준 배우님들과 스태프님들 덕분에 마지막까지 힘낼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한 “존경하는 선배영화인이자 큰 형님, 제작자, 배우인 마동석 배우님께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춘사국제영화제가 모토로 삼은 춘사 나운규 선생처럼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이끈 영화인들에게 수여하는 공로상은 신승수 감독과 이장호 감독이 받았다. 신승수 감독은 <장사의 꿈>, <달빛 사냥꾼> 등을 연출하고 특히 <아래층 여자와 윗층 남자>, <가슴 달린 남자>, <계약 커플> 등으로 9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부흥을 이끌었다. 신승수 감독은 “영화계에 온지 40년이 넘었더라. 공로상을 받아 황송스럽다”고 짧지만 많은 소회가 담긴 소감을 남겼다. 이장호 감독은 <별들의 고향>,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보선언> 등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영화를 만드는 ‘사회파 감독’으로 활동했다. 이장호 감독은 “좀 젊어보이려고 흰머리를 모자로 가렸다. 이 흰머리 덕분에 공로상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후배 영화인들이 세계적인 성과를 얻고 있어서 나 또한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감사하다”고 여전한 열정을 내비쳤다.
공로상 이후 잠시 동시대 영화계를 돌아볼 수 있는 최고 인기 영화상이 시상식을 이어갔다. 최고 인기 영화상은 말 그대로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범죄도시2>가 수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는 제작사 홍필름의 김홍백 대표와 배우 허동원, 하준이 수상자로 자리했다. 김홍백 대표는 “운이 좋아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면서도 “더 재밌는 시리즈로 보답드리겠다”고 포부를 보였다. 허동원과 하준의 수상소감 이후 마동석의 깜짝 영상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는 “관객들이 직접 뽑아주신 영화상에 선정돼서 감사드린다.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곧이어 춘사 월드 어워즈 시상이 이어졌다. 시상자로 나선 한국영화감독협회 양윤호 이사장과 허프포스트코리아 강나연 편집장은 월드 어워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하는 상이라며 국제영화제로 거듭난 춘사영화제의 상이라고 설명하고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수상자로 호명했다. 영상 메시지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전에 전달받은 상을 보여주며 “멋진 트로피가 도착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믿고 함께해 준 스태프와 배우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국제공동제작은 서로 다른 생각이나 환경을 넘어 영화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이번 <브로커>처럼 꼭 만들어보고 싶은 영화라면 그런 어려움도 넘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작품으로 증명했다”고 <브로커>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말했다.
시상식이 고조되면서 영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요 부문 시상이 이어졌다. 남우조연상은 <모가디슈> 구교환/허준호, <범죄도시2> 박지환/손석구, <킹메이커> 조우진, <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이 후보에 올랐다. 유독 조연배우들이 빛난 작품들 사이에서 <범죄도시2> 박지환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1편에 이어 장이수를 연기한 그는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관객들의 폭소를 끄집어냈다. 박지환은 “여기 계신 선생님, 선배님, 동료 배우들, 자극을 주는 후배 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영광이고 늘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하다”고 배우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난다. 두 분 다 하늘에 계신데 이 모습을 보셨으면 얼마나 좋으셨을까”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관객들에게 희로애락을 혼란스럽게 드리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활약을 약속했다.
여우조연상은 춘사국제영화제 홍보대사 이순재와 전년도 여우조연상 수상자 배종옥(<결백>)이 시상자로 나섰다. <기적> 이수경, <모가디슈> 김소진, <장르만 로맨스> 오나라, <최선의 삶> 심달리, <한산: 용의 출현> 김향기 중 배우들에게도 존경받는 두 시상자에게 상을 건네받은 건 <장르만 로맨스> 오나라였다. 오나라는 “제의를 받고 처음 미팅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조은지 감독이 머리를 빡빡 깎고 앉아있었다. 이 영화에 대한 마음이 엄청 크구나 생각돼서 나도 이 영화에 진심으로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었다”라고 털어놨다. 그 선택이 이 자리까지 온 것 같아 잘한 것 같다고 말하는 오나라는 영화로 처음 받는 상이라며 눈시울이 붉혔지만, 이내 “저는 머리를 깎진 못하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파이팅 넘치게 열심히 하겠다”고 재치 있게 소감을 마쳤다.
시상식의 클라이맥스를 알리는 남우주연상은 <모가디슈> 김윤석, <브로커> 송강호, <인질> 황정민, <킹메이커> 설경구, <헤어질 결심> 박해일이 후보에 올랐다. 이중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은 박해일이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박해일은 “영화로 버틴 분들이 주신 상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한 후 “20년 전 박찬’옥’ 감독님의 <질투는 나의 힘>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박찬’욱’ 감독님의 <헤어질 결심>으로 이 상을 받는다”고 장난섞인 농을 던졌다. 그는 “장해준을 붕괴시켜준 탕웨이와 이 상을 공유하고 싶다. 같이 호흡한 배우들과 내 부족한 연기를 메워준 예술가 스태프분들에게 감사 인사드린다”라고 감사를 전한 후 “팬데믹 때 개봉하지 못한 작품들이 개봉해 관객들이 극장으로 많이 찾아올 나날들을 힘주어 기대한다”고 영화계에 더 많은 활기가 필요하단 걸 환기했다.
여우주연상은 <당신얼굴 앞에서> 이혜영, <앵커> 천우희, <오마주> 이정은, <특송> 박소담, <헤어질 결심> 탕웨이가 수상을 두고 겨루게 됐다. 유독 장르적 특색이 강한 작품에서 활약한 후보들이기에 더욱 수상자를 예측하기 힘든 부문. 상의 주인은 <헤어질 결심> 탕웨이로 밝혀졌다. 현재 중국에 있어 시상식에 영상 메시지를 보낸 탕웨이는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그는 “불러주신 박찬욱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서경”하고 각본가 정서경 작가의 이름을 부르고는 손인사를 하며 애정을 표했다. 이 상의 주인공은 스태프 여러분이라고 마음을 전한 탕웨이는 한국말로 “춘사국제영화제 감사합니다”고 영상을 마무리 지었다.
마지막으로 최우수 감독상이 시상식의 피날레를 알렸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인을 고취하는 영화 <아리랑>을 제작하며 한국 영화계의 막을 올린 춘사 나운규 선생을 기리는 영화제 명칭처럼, 춘사국제영화제는 감독상이 곧 영화제의 그랑프리인 세계 유일의 영화제. 27회 춘사국제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할 최우수 감독상에는 <당신얼굴 앞에서> 홍상수, <모가디슈> 류승완, <오마주> 신수원, <킹메이커> 변성현,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헤어질 결심> 박찬욱이 후보에 올랐다. 이중 최우수 감독상은 박찬욱 감독이 수상했다. 현재 차기작 작업으로 미국에 머무는 박찬욱 감독은 영상 메시지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 작업하고 있으니 <헤어질 결심>을 한국에서 한국어로 만들었다는 것이 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영화감독이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혼자서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영화에 함께 한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이렇게 27회 춘사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헤어질 결심>과 <범죄도시2>의 선전과 다양한 후보들을 통해 영화계의 지난 1년을 돌아보게 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대중과 함께 한 이번 시상식은 온라인으로 전할 수 없는 현장 관중들의 호응과 뜨거운 반응이 돋보였다. 또한 단순히 트로피만 수여하지 않고 NFT를 접목해 동시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수여하는 신선한 시도도 눈에 띄었다. 10월에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연말에 열릴 대종상영화제를 비롯해 엔데믹 시대를 맞아 풍성한 영화계로 돌아가는 움직임의 전초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