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퀄리티에도 불안한 스코어 <외계+인>, 관객들이 감내하기에 버거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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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염둥이 썬더는 어디갔는가!

TV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 : <오징어 게임>의 경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2021)에서 유난히 각인됐던 분절이 있다. 바로 4화와 5화에 걸친 줄다리기였다.

오일남 (오영수 분)은 줄다리기의 팁을 주며 시작과 동시에 드러누워 버티라고 한다. 상대의 힘이 빠지면 그때서야 당겨야 하지만 힘의 열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조상우(박해수 분)가 재치를 발휘해 앞으로 세 걸음만 가자고 제안을 하고 같은 팀의 한미녀(김주령 분)는 미쳤냐며 반발한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데…..ㅔ 툭! 하고 4화가 끝난다.

당장 5화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넷플릭스 본사에 불을 지를 정도로 기막힌 악마의 엔딩점이지만 막상 5화를 시작해 보면 어떤가? 4화 마지막 컷의 엔드지점은 실은 인서트로 들어간 기능적 컷에 지나지 않았다. 약간의 낚시성이 있는 호기심 증폭 장치인 것이다. 5화에서 주인공의 팀은 전진한 덕에 상대방이 무너져 승리하고, 무사히 다음 게임으로 넘어간다. 전 에피소드의 엔딩지점이 만들어낸 소구점은 격렬했지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동력으로써만 활용하고 얼른 뒷 이야기로 바톤을 넘기는 것이다.

이 지독한 놈들아!

<오징어 게임> 4화에선 중요한 감정적 포인트가 두 번 정도 나온다. ‘이러다가 다 죽어’로 유명한 취침시간 아수라장 씬과 한미녀가 장덕수(허성태 분)에게 배신당하는 씬이다. 두 장면 다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면서 탄탄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지만, 회내의 이 클라이막스 장면이 5화를 곧바로 보게 만드는 힘은 아니다. 되려 미끼에 가까운 엔딩처리가 훨씬 더 강한 동력이라고 할 수있다. (물론 각 화의 그런 개별요소가 시리즈 전체를 판단하는 요인은 아닐 것이다.)

이후 솜씨좋게 장면을 넘기기 때문에 4화의 엔딩에서 느꼈던 강렬함에 억울함을 느끼는 일은 없다. 만약 그럴 정도로 낚시질이 강했다면 그것은 막장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드라마의 이야기는 젠가 게임같은 인상을 준다. 아무리 앙상하고 구멍이 숭숭 나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버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게 더 완벽 같기도 하고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은 드라마와 다르다

만약 영화를 젠가에 비유한다면 부적절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극장이라는 감상 시스템과도 무관하지 않다. 즉, 리모콘이 관객의 손에 들린 tv드라마와는 달리 황송하옵게도 상영시간에 맞춰 극장까지 오셔서, 거금 만오천원을 투자하여, 두 시간 동안 핸드폰도 보지 않으며, 오직 스크린에만 눈길을 줘야 한다.

두 시간이라는 기한 안에 관객이 체험에 가까운 전달을 받기 위해선 설계가 필수적이다. 그 텐션이 농익어야하는 부분에서 적절히 터져 나오려면 압축과 수렴이 뚜렷해야 유리하다. 이윽고 클라이막스로 명명된 그 구간을 지나 관객도 인물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나면, 엔딩이라는 최종점으로 향해 너울거리며 걸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집약적인 형태가 다음 장면으로 가는 동력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감정의 축적은 고사하고 뒷장면으로 넘어어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영화는 젠가보다는 ‘구 형태’ 퍼즐에 가깝다. 플롯의 관계라는게 인과와 상관을 모두 띄고 있기 때문에 조각 하나를 빼면 와르르 무너진다.

구 퍼즐하면 또 데스스타지!

<외계+인> 1부는 과연 어떤 형태인가

최동훈 감독의 필모를 보면 세대를 뛰어넘는 감탄이 나온다. 그가 빚어내는 구의 퍼즐은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서 굉장한 파괴력으로 이야기를 빚어내며 영화적 이야기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이번에 선보인 <외계+인>1부(2022) 는 크게 두 가지 갈래를 띈다. 첫째로 신검을 차지하기 위한 도사들과 의문의 인물들간의 대결, 그리고 지구인의 몸에 우주죄수를 가두는 외계인과 거기서 탈옥하려는 무리의 대결을 그린다. 이 두 사건 사이엔 600여년이라는 시간차가 있다. 그리고 1부는 이형적인 요소를 지닌 세 이야기의 일관성을 찾아 들어간다.

영화의 포스터만 봐도 알겠지만 <외계+인>의 장르는 여러 요소가 한데 모여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외계의 존재에서 SF – 육신이 공중에 떠 다니는 이미지를 보면 SF호러적 감성에 가까우며

도술이라는 판타지와 액션이 있고

사극배경에서 피어나는 남녀의 로맨스가 있고

아이를 돌보는 가족물의 요소가 있으며

신검을 차지하는 과정에서의 케이퍼 무비가 있고

시간을 오가는 타입슬립물의 형태가 있고

지구 종말의 톤을 지닌 재난물의 성격 또한 띄고 있다.


캐릭터 포스터들을 장르에 직관적으로 잘 뽑아냈다.

그리고 <신용문객잔> (1992), <미션 임파서블> (1996) 이나 강시 시리즈를 패러디하는 면에서는 코미디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신선하지만 낯선 느낌의, 이질감에서 발생하는 척력을 기본적인 동력으로 삼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수렴점을 찾다보니 사건과 구성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져서 연출자의 기존 팬들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최동훈 감독의 특기라는게 이야기보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기억에 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후반까지는 사극속 인물들이 총이나 시계등의 엉뚱한 소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텐션을, 이후엔 다른 시간대의 동일한 인물의 등장을 설명하며 이야기의 동력을 이어받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질감의 배치와 이야기 구성적 선도력을 판단하려면 2부의 존재감은 필수적이다. 이것은 분명 다음 장면(=다음 편)에 대한 호기심은 맞다. 그러나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대한 호기심이지, 영화적 이야기 자체가 지닌 동력이라기엔 무리가 따른다.

소품만으로도 이야기적 텐션을 이끌어간다.

그리고 우주죄수를 관리하는 외계의 존재인 가드(김우빈 분)가 희생하는 장면은 감정적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장면을 그 캐릭터 혼자서 이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었고, 아직까진 다양한 장르와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파괴력이 발휘되지는 않는다. 이것은 극장의 관객에게 섭섭한 요소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 수많은 이양적 요소가 어떻게 봉합이 될지, ‘다음 장면’에 관한 궁금증은 발생한다. 그러나 1부에서 어떤 감정적, 공산적 울림을 받지 못한 관객이 다음 이야기를 찾게 되는 일은 요원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다음편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관객은 일종의 드라마처럼 대할 수 있지만, 이것은 분명 영화이기 때문이다.

2부작 영화의 성패는 어디서 갈리는가?

2부작 영화계에서 메가히트를 친 <신과 함께>는 ‘죄와 벌'(2017)편 다음에 ‘인과 연'(2018)편이 나왔다. 둘은 한 시리즈로서 묶여있지만 각자의 엔딩을 가지는 데다 보통의 (상업) 영화들 처럼 강렬한 감정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준다. <어벤저스:인피니티 워>(2018) 는 복잡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일관성을 따라가고 클라이막스에 일조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엔딩을 보여주면서 그 다음 시리즈를 역사상 최고의 흥행으로 이끌었다. <킬빌>(2003) 시리즈는 옴니버스 구성을 띄는데다 클라이막스에서 어떤 장면이 나올지를 오프닝에서 아예 가르쳐준다.

그러나 <외계+인>1부는 설명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느라 캐릭터의 개성에 쏟아부을 여백이 부족하고, 사건 위주의 진행을 해야한다. 이것은 연출자의 기존 작품과 비교했을 때 독소처럼 느껴지는 요소다. 항상 캐릭터들이 활개를 쳐서 매력이 극대화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서사는 그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소임을 다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그 대단했던 ‘대사빨’들도 세계관을 감각적으로 설명하는 데 그친다. 개인적으론 2부를 기대하고 있지만, ‘다음편을 보시면 현 불만은 제거될 것입니다’는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설명이 전작들에 비해 약한 지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퀄리티 자체가 떨어지는 편은 아니며, 대가답게 유려하게 섞어놨다. 하지만 관객들이 감내하기엔 좀 버거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2000개에 가까운 상영관을 확보하며 울트라 릴리즈 개봉을 했지만 5일동안 90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적은 관객수는 아니지만, 다음 3주간 이어질 블록버스터 개봉 전쟁에 대비하자면 안심하기엔 불안한 스코어라고 할 수 있다.


배급사들아 진정해! 숨 좀 쉬자.

선진적 이야기꾼의 메세징

<타짜> (2006)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아귀의 활극도, 평경장의 매력도 아니었다. 고니(조승우 분)가 열차에서 용해(백도빈 분)와 최후의 결전을 치르고 난 뒤 열차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자신의 생명을 책임지는 가방이 열려 돈뭉치가 날리는 장면이었다. 그것을 쳐다보는 고니의 표정에서 돈과 삶에 관한 어떤 최종적 정서가 발생한다. 단지 서사라는 외면이 너무 대단해서 메세지라는 내면에까지 자연히 와닿은 것이다. 이 장면의 메세지를 위해 <타짜>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아마 연출자는 굉장히 유감스러워 할지도 모른다.

<암살> (2015)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지현이라는 1인 ‘히로인’을 표방하면서도, 그녀의 대사가 가장 거대한 메세지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만했다.

<암살> 속 전지현, “알려줘야지,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걸”

<외계+인> 1부는 무륵(류준열 분)의 도술이 실은 우주죄인의 침범에서 비롯됐다는 암시를 주면서 끝난다. 이제 많은 기반을 깔았으니 본격적으로 활개칠 차례다. 2부에서는 무륵이 각성하여 악의 얼굴을 띄었다가 아군의 편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리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본코믹스 <기생수>에서처럼, 외부의 존재에 잠식당하더라도 다른 면모를 보이는 것은 숙주의 의지에 달려있음을, 기발한 뀀으로 보여주지 않을까 고대해본다.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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