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아웃 오브 안중! 무능한 현실정치에 환멸 느낄 때 보면 좋은 영화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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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에 투표하는 모습(2022.06.01). 출처: 뉴스1

현실 정치에 종종 환멸을 느낄 때가 있다. 최근 정치인들이 서로 자리를 놓고 싸우는 꼴을 보면, 국민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시급한 민생 현안 해결은 뒷전이고 자멸적인 정쟁을 일삼는 패거리 정치를 보여주니까. 정치 뉴스를 보면 이러려고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나 싶다. 정치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 때,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코미디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 <맨 오브 더 이어>, 인류 멸망 위기에도 선거 승리에 눈이 먼 지도자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영화 <돈 룩 업>, 투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영화 <스윙 보트>다. 지금부터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 스포주의: 이 글은 영화 <맨 오브 더 이어>, <돈 룩 업>, <스윙 보트>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맨 오브 더 이어

(Man of the Year, 2006)

톰 돕스가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출처: 영화 <맨 오브 더 이어>

정당 싸움에 지친 국민, 대선 후보로 코미디언 추천

영화 <맨 오브 더 이어>는 코미디언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 선거의 과정을 담았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에서 인기 있는 정치 코미디쇼를 진행하던 MC 톰 돕스(로빈 윌리암스). 톰 돕스는 쇼에서 신랄하게 정치를 풍자하고 비판하여 정치에 실망했던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제공한다. 시청자들은 톰 돕스를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추천하며 지지한다.

정치적 양극화로 두 개로 갈라진 나라. 톰 돕스는 “민주당 주, 공화당 주는 없다”며 “오직 미국 만이 있다”고 말한다. 정치 지도자들은 민생 현안보다 정당과 이익단체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고, 국민들은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 정치계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그는 국민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 대변자가 되기로 하고, 대선에 첫발을 내딛는다. 톰 톱스는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새로운 인물로 급부상하고, 정당과 로비스트에 충성하는 기성 정치인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톰 돕스가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장면. 출처: 영화 <맨 오브 더 이어>

거짓말 하지 않는 솔직한 대선 후보

왜 유권자들은 그를 지지할까? 거짓 없이 솔직한 톰 돕스는 유쾌하면서도 진정성이 있다. 외형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지 않고, 미디어 광고에 돈을 쓰지 않는다.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마치 토크쇼를 진행하듯 토론회를 주도한다. 톰 돕스는 정당(party)의 정치인들이 문 뒤에서 파티를 벌인다는 언어유희를 선보이며 웃음을 유발한다. 그는 “국방부 장관의 성명을 들으면, 어딘가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게 틀림없다”면서, “자신들이 대표하는 게 뭔지를 잊었다”고 꼬집는다. 통괘한 웃음이 터져나오고 기립 박수가 쏟아진다. 또한,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빙빙 돌려 말하는 정치인들의 화법을 쓰지 않는다. 특히 그는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인 대마초 흡연을 인정하는데, ‘내로남불’을 시전하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 정면돌파형이다. 권력을 가지려고 사실을 은폐하지 않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진실을 국민에게 고백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생각의 충돌이며 다양성이라고 정의한다. 거창한 이념은 입에 담지 않는다. 단지 그는 자신이 대변하는 국민 삶의 변화를 원할 뿐이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무슨 말이든 하는 정치인과 달랐다. 그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을 하며,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고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정장 입은 송장’ 같은 기성 정치인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간다. 톰 돕스는 자신을 잘 알고, 욕심부리지 않는다. “어릿광대가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다. 어릿광대는 왕을 놀림감으로 삼는다.”는 말에 따라 그는 자신이 필요한 곳으로 돌아간다.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올린 대통령이 행성 지구 충돌 위기 상황을 보고받는 장면. 출처: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예고된 대형 재난 알고도 “기다려보자”

영화 <돈 룩 업>의 배경은 행성 충돌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행성 파괴자’라고 불리는 큰 혜성이 99.78%의 확률로 지구에 충돌할 예정이다.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억 배에 달하는 위력으로 지구를 산산조각 낼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 행성을 최초로 발견한 디비아스키 박사 수료생(제니퍼 로렌스)과 천문학과 교수인 민디 박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대통령에게 위급한 상황을 보고하려 한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과학자들이 위급한 상황을 전하며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올린 대통령(메릴 스트립)은 미친 소리라고,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웃어넘긴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재선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위급한 상황을 모두 듣고도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척한다. ‘기다리면서 상황을 보자’고 답한다. 중간선거까지 얼마 안 남았다면서 그전에 이런 말이 퍼지면 선거에서 불리하겠다고 생각한다.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한다는데도 지지율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타이밍 타령을 한다. 영화는 대통령의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올린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 출처: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인류 재앙보다 대선 승리가 우선

민디 박사는 뉴스쇼에 나가 행성의 지구 충돌을 알리지만, 뉴스쇼의 진행자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류 멸망 위기 소식 보다, 연예인의 이별과 재결합 가십뉴스가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세계는 ‘올려다봐(Look Up)’와 ‘올려다보지 마(Don’t Look Up)’ 운동으로 양분되고, 서로를 조롱하고 비난하기 바쁘다. 문제 해결에 함께 힘쓰기 보다, 서로를 향한 혐오가 창궐한다.

민디 박사는 하늘을 보라고 말하고 말하며 행동을 촉구한다. 반면, 올린 대통령은 편을 갈라 저들이 국민의 두려움을 바라는 것이라며 고개를 숙이고 앞을 보라고 연설한다. 결국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세계 시민들은 저마다 다른 일상을 보낸다. 계획 실행이 수포로 돌아가자, 올린 대통령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영원히 퇴근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은 1도 없는 비겁한 겁쟁이다.


스윙 보트

(Swing Vote, 2012)

주인공 버드가 방송사와 인터뷰하는 장면. 출처: 영화 <스윙 보트>

정치에 무관심했던 국민의 소중한 한 표

영화 <스윙 보트>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유권자가 자신의 한 표로 세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경험하는 이야기다. “투표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주인공인 버드(케빈 코스트너)는 투표를 독려하는 어린 딸 몰리(매들린 캐롤)에게 염세적으로 말한다. 버드는 선거일을 잊어버릴 정도로 정치나 투표에 관심이 없는 부동층이다. 부동층(swing voter)은 고정 지지층이 아닌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 한 사람을 말한다. 선거의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투표 층이다. 영화 제목인 스윙 보트는 ‘부동층의 표’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의 한 표는 나라를 흔드는 스윙보트가 된다. 투표율이 동률이 되면서 무효표 처리된 버드는 재투표해야 하고, 버드의 한 표에 따라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후 미국 대선 후보들은 자신의 운명을 쥐고 있는 버드의 말에 따라 정책과 공약을 바꾸게 된다. 언론의 관심이 버드에게 집중되고, 버드는 어깨가 점점 더 무거워진다. 물리의 제안으로 대선 후보 토론회가 개최되고, 국민들의 목소리가 버드를 통해 후보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영화는 선거에서 유권자의 한 표가 단순히 숫자 1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죽은 표(사표, 死票)는 없다고, 유권자의 살아있는 한 표가 정치를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다.

버드의 딸 몰리가 학교에서 왜 투표하는 것이 중요한지 발표하는 장면. 출처: 영화 <스윙보트>

투표는 왜 중요한가? “정치인과 기저귀는 자주 갈아줘야”

이 영화에서 투표의 중요성을 말하는 사람은 미래의 유권자가 될 딸 몰리다. 버드와 달리 딸 몰리는 투표는 ‘시민의 의무’, ‘사회적 약속’이라고 말하며, 누구보다도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는 인물이다. 딸 몰리의 발표 장면은 투표의 의미를 상기한다. 몰리는 세계의 모든 위대한 문명들은 ‘속박→자유-→번영→만족→무관심→속박’ 순서로 진행되어 왔다고 말한다. 몰리는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해지면 다시 속박의 역사가 시작되고, 과거를 기억하지 않으면 이러한 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여전히 투표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영화는 이야기한다.

이 세 편의 영화는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 ‘재난 상황에서 지도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투표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는 변화를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결코 달라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영화들은 모두 코미디 영화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 더 코미디 같다고 느껴질까? 여기서 우리는 ‘정치인들은 기저귀와 같아서 자주 바꿔줘야 한다’는 코미디언 톰 돕스의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씨네플레이 / 허프포스트코리아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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