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가 아름다운 용의자를 수사한다. 불 보듯 뻔하게 흘러갈 소재 같지만, 영화는 예상 밖의 길로 걸어가며 ‘마침내’ 관객을 바다에 빠뜨린다. 29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의 이야기다. 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박찬욱 감독의 사단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두 배우는 이번이 박찬욱 감독과 함께한 첫 작품이다. 이외에도 공개 전까지 철통 보안을 유지했던 코미디언 김신영이 출연해 화제다. 해준(박해일)의 부인 역을 연기한 이정현과 살인사건 용의자로 등장해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정민도 있다. 이정현은 박찬욱, 박찬경 형제의 단편 영화 <파란만장>으로, 박정민은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으로 찍은 단편 영화 <일장춘몽>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찬욱 감독과 새로 연을 맺은 배우들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떻게 등장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박해일 | 장해준 役
의아하겠지만 박해일도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작품에 출연한 것은 <헤어질 결심>이 처음이다. 박찬욱 감독조차 박해일과 이미 몇 번 작업을 함께한 것 같다고 전했다. 둘의 인연이 깊은 것은 사실이다. 박찬욱 감독은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촬영 현장을 시작으로 박해일과 자주 어울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박해일, 염정아 주연의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에 박찬욱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며 인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 해준 역의 이름은 바다를 좋아하는 남자, 바다 해(海)이기도 하지만, 박해일의 ‘해’를 의도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물론 박해일의 ‘해’도 바다 해(海)라고.
탕웨이 | 송서래 役
탕웨이는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1)의 개봉 이후 <헤어질 결심>으로 11년 만에 한국 영화에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은 정서경 작가와 작품을 구상할 때부터 송서래 역에 탕웨이를 고려했고, “언제나 탕웨이 배우와 일해보고 싶었다. 탕웨이 배우를 통해 당당한 ‘서래’ 캐릭터에 설득력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전하며 탕웨이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었다. 탕웨이가 연기한 서래는 서툰 한국어지만 예상치 못한 표현과 답변으로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변사 사건 사망자의 아내이자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지만 늘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비밀스러운 인물을 표현해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고경표 | 수완 役
고경표의 캐스팅은 <응답하라1988>(2015)에서 시작됐다. 박찬욱 감독은 “고경표 배우는 <응답하라 1988>에서 눈여겨봤다”며 “캐스팅 단계에서 원한 건 박해일이 연기하는 해준과 다르지만 유사하기도 한 후배를 출연시키고 싶었다. 선배를 존경하고 따르는 후배로서 같고도 달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박해일은 함께 연기한 고경표에 대해 “박찬욱 감독님께서 후배 형사로 고경표가 어떠냐고 물어보시는데, 지체 없이 너무 좋다고 답했다. 형사 연기가 처음이라 후배 형사가 누구냐도 중요할 것 같았다”라며 “앞으로 보여줄 매력이 더 많은 배우가 고경표”라고 칭찬했다.
김신영 | 연수 役
코미디언 김신영의 출연은 <헤어질 결심>의 캐스팅 중 가장 화제가 된 부분이다. 박찬욱 감독의 팬심으로 이뤄진 이번 캐스팅은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 시절로 거슬러간다. <웃찾사>의 ‘행님아’ 코너 시절부터 김신영을 눈여겨봤던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에게 <헤어질 결심> 출연을 제안해 만남이 성사됐다.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 캐스팅에 대해 “봉준호 감독도 나보고 잘했다더라. 자기도 김신영이 연기한 모습을 모아놓은 파일도 따로 가지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신영은 해준의 새로운 후배 형사 연수 역으로 영화 중반부터 등장한다. 연수는 유능한 선배 형사를 향한 존경심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열정 가득한 캐릭터로, 김신영은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며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친다.
박용우| 호신 役
박용우는 서래의 새로운 남자인 주식 애널리스트 호신 역을 맡았다. 현실감 넘치는 생활 연기부터 소름 끼치는 악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캐릭터를 소화해온 배우 박용우는 탕웨이와 관계된 주요 인물로 등장하며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에 힘을 더한다. 박찬욱 감독은 박용우를 “유머 센스가 있는 배우”라고 설명하며 “<달콤, 살벌한 연인>을 볼 때마다 많이 웃는데 이번에도 박용우 배우의 유머 감각이 빛을 발했다”라고 전했다.
서현우 | 사철성 役
서현우는 주식 애널리스트 호신에게 사기 피해를 본 어머니를 둔 조폭 사철성 역을 연기한다. 서현우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 <유체이탈자>(2020), <혼자 사는 사람들>(2021) 등 다채로운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내공을 쌓은 배우다. 지난, 25일 MBC 라디오 <FM 영화음악 김세윤입니다>에 출연한 박찬욱 감독은 김세윤 작가가 서현우의 캐스팅을 언급하며 “너무 좋아하는 배우”라고 이야기 하자 “배우 보는 눈이 확실히 있다”라고 호응한 바 있다. 서현우는 차기작 <정직한 후보2>와 <독전>(2018) 이해영 감독이 연출하고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등이 출연하는 영화 <유령>에서도 독보적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태오, 이학주 | 정안의 직장 동료 役, 용의자 친구 役
유태오는 해준의 아내 정안이 근무하는 원전의 동료로 깜짝 등장한다. 유태오는 <레토>로 전 세계에 눈도장을 찍고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2019), <배가본드>(2019), <머니게임>(2020), 영화 <새해전야>(2020) 등에서 다채로운 매력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왔다. 다수의 연극무대와 독립영화를 거쳐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학주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의 친구로 출연한다. 이학주 역시 짧은 분량이지만 해준, 수완 콤비와 호흡을 맞추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고민시 | 사극 드라마 속 주인공 役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처음 익힐 때 드라마를 여러 번 반복해서 보듯, 중국인 서래도 한국 드라마의 도움을 받는다. 다만 사극으로 한국어를 익힌 서래는 고풍스러운 단어를 사용한다. 한국어가 서툰 서래가 보는 사극의 주인공은 <마녀>(2018), <스위트홈>(2020)의 배우 고민시가 연기한다. 고민시의 사극 연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민시는 사극으로 리메이크 된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2017)를 통해 데뷔했다.
씨네플레이 봉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