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정유미? 누가 수상해도 이상하지 않은 제41회 청룡영화상 후보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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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청룡영화상이 오는 2월 9일 개최된다. 코로나 19로 한차례 개최를 연기한 청룡영화상은 청룡 역사상 이례적으로 당해 연말이 아닌 해가 지난 연초에 시상식을 진행하게 됐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올해 2월 9일은 <기생충> 팀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지 딱 1주년이 되는 날이라 영화계에선 그 의미가 더욱 뜻깊게 됐다. 작년 영화계는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최악의 시기를 보내긴 했지만 그 속에서도 좋은 작품, 좋은 배우들이 굳세게 피어났다. 과연 청룡영화상은 어떤 이름들을 후보에 올렸을까. 청룡영화상이 선택한 후보(작)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주목하면 좋을 후보(작)들을 짚어본다. 그저 영화제를 기다리며 가볍게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5명의 후보(작) 중 가장 주목할만한 후보(작)를 선정해 유색 표시 했습니다.

*주요 부문 후보만을 소개합니다.


신인여우상

*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

<윤희에게> 김소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신현빈

<결백> 신혜선

<야구소녀> 이주영

(왼쪽부터) 강말금, 신혜선

(왼쪽부터) 신현빈, 김소혜, 이주영

2020년 영화계를 정리할 때면 빠지지 않는 하나의 키워드. 바로 여성 서사다. 2020년은 여성의 마음과 시선을 오롯이 담아낸 영화들이 관객의 마음을 보듬었던 한 해였다. 이번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치열한 부문이라 꼽히는 여우주연상 못지않게 신인여우상 후보들의 면면 역시 쟁쟁하다. 청룡영화상은 충무로가 주목해야 할 신인 배우들로 강말금, 김소혜, 신현빈, 이주영, 이들을 선택했다. 단연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이다. 작년 한 해 우리가 가장 많이 들었던 ‘영화 속 이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말금의 ‘찬실이’는 많은 관객들을 위로했다. 강말금은 이미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부일영화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거머쥐며 제 저력을 입증한 바 있다. 청룡영화상에서도 강말금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을지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신인남우상

* <신의 한수: 귀수편> 우도환

<버티고> 유태오

<소리꾼> 이봉근

<어서오시게스트하우스> 이학주

* <결백> 홍경

(왼쪽부터) 우도환, 홍경

(왼쪽부터) 유태오, 이봉근, 이학주

강말금이 신인여우상의 유력한 수상자로 꼽히는 반면, 신인남우상은 대세감이 분명하지 않은 부문 중 하나다. 그럼에도 주목할만한 후보로는 <신의 한수: 귀수편> 속 빌런 우도환과 <결백>에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년, 정수를 연기한 홍경을 꼽을 수 있겠다. <신의 한수: 귀수편>에서 우도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귀수(권상우)를 향한 복수심과 스스로를 향한 악에 받쳐 바둑을 두던 외톨이, 우도환의 얼굴은 영화의 주요한 서사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미 우도환이 <구해줘> <매드독> <사자> 등을 통해 얼굴을 비친 것과 달리 홍경은 <결백>을 통해 스크린 데뷔를 한 따끈따끈한 신예다. 신혜선, 배종옥 사이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정수(홍경)의 미묘한 얼굴은 범인을 헤아릴 수 없었던 <결백>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배종옥이 ‘실력자’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배우. 과연 청룡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참고로 작년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의 주인공은 <양자물리학>의 박해수였다.


신인감독상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사라진 시간> 정진영

<소리도 없이> 홍의정

(왼쪽부터) 윤단비, 홍의정

(왼쪽부터) 김도영, 김초희, 정진영

올해 가장 기대되는 부문 중 하나는 단연 신인감독상이다. <82년생 김지영> <찬실이는 복도 많지> <사라진 시간> <남매의 여름밤> <소리도 없이>. 작년, 신인 감독들이 빚어낸 작품들은 가장 큰 화제적으로 낙점되며 괄목할만한 흔적을 새겼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는 이는 <남매의 여름밤>의 윤단비 감독이다.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남매의 여름밤, 그 속에 흩어진 우리 모두의 향수를 포착해낸 윤단비 감독은 <남매의 여름밤>을 통해 단번에 올해의 감독으로 떠올랐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은 물론, 유수의 해외 영화제 수상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그가 청룡영화제에서도 트로피를 거머쥐지 않을지 예상해본다. 덧, <남매의 여름밤>과 함께 자신의 데뷔작을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린 <소리도 없이>의 홍의정 감독 역시 영화 팬이라면 꼭 주목해야 할 신예 감독 중 한 명.


여우조연상

* <82년생 김지영> 김미경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혜수

* <결백> 배종옥

<반도> 이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솜

(왼쪽부터) 김미경, 배종옥

(왼쪽부터) 박해수, 이레, 이솜

후보에 오른 박해수, 이레, 이솜. 젊고 재기발랄한 세 배우의 활약도 빛났지만, 올해 청룡영화상의 트로피는 <82년생 김지영>의 김미경 혹은 <결백>의 배종옥에게 향해야 마땅할 것이다. 우선 김미경.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던 순간은 언제일까. 지쳐가는 지영(정유미)의 얼굴보다도,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지영(정유미)의 모습보다도 지영을 바라보는 엄마(김미숙)의 눈빛에 우리 모두는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라는 한 마디에 울렁거리는 마음을 참던 관객들은 눈물을 쏟았다. 이 세상 모든 ‘엄마’의 세월을 온전히 담아낸 김미숙 못지않게 <결백>의 배종옥의 연기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치매에 걸린 노인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배종옥은 관객과 평단의 고른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청룡영화상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남우조연상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박정민

<강철비2: 정상회담> 신정근

<강철비2: 정상회담> 유연석

* <남산의 부장들> 이성민

<남산의 부장들> 이희준

(왼쪽부터) 박정민, 이성민

(왼쪽부터) 신정근, 유연석, 이희준

남우조연상 후보들을 보시라. 작품마다 ‘강렬함’을 담당했던 이들이 모두 후보에 올랐다는 점이 흥미롭다.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가장 유력하게 꼽히는 두 사람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악>)의 박정민과 <남산의 부장들>의 이성민이다. 작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박정민은 <다만악>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캐’를 경신했다. 인남(황정민)을 돕는 트렌스젠더 유이를 연기한 박정민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게 환기하는 것은 물론, 트렌스젠더의 체형과 특성을 그대로 옮겨내 좋은 평가를 얻었다. 박정민 못지않게 <남산의 부장들> 속 이성민의 변신을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이성민은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을 연기했는데, 생김새는 물론 실존 인물의 모든 습관을 복제해내며 영화에 리얼리티를 더했다.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이성민이 제 진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다. 신정근, 유연석, 이희준. 후보에 오른 다른 배우들 역시 쟁쟁하지만, 박정민과 이성민의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을지 예측해본다.


여우주연상

* <윤희에게> 김희애

<정직한 후보> 라미란

<디바> 신민아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 전도연

*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왼쪽부터) 김희애, 정유미

(왼쪽부터) 라미란, 신민아, 전도연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돋보였던 만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면면이 쟁쟁하다. 김희애, 정유미, 라미란, 신민아, 전도연까지. 대한민국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걸캅스>에 이어 제 장기를 맘껏 발휘한 라미란, 서늘한 얼굴을 드러낸 신민아,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로 관객을 놀라게 한 전도연의 호연도 좋았지만, 이번 여우주연상은 어쩐지 <윤희에게> 김희애와 <82년생 김지영> 정유미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느낌이다. 비슷한 듯 확연히 다른, 한 여성의 무기력함과 성장을 동시에 담아낸 두 배우는 각자의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들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윤희에게>를 통해 지극히 현실적인 고단함부터 사랑의 일렁거림을 표현해낸 김희애의 또렷한 얼굴,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많은 여성들을 대변한 정유미의 밀도 있는 연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아쉬움이 없을 만큼 두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다.


남우주연상

* <소리도 없이> 유아인

*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정재

<강철비2: 정상회담> 정우성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황정민

(왼쪽부터) 유아인, 이병헌

(왼쪽부터) 이정재, 정우성, 황정민

남우주연상 부분에선 <남산의 부장들>의 이병헌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춘사영화제, 부일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아시안필름어워즈, 백상예술대상 등 여러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최우수연기상)을 휩쓴 이병헌. 그는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그가 얼마나 폭넓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인가를 증명하기에 다다랐다. ‘왜 그는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득시키기 위해 분노와 질투 사이 미묘한 감정을 쌓아간 이병헌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모든 것을 터뜨리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이병헌의 적수(!)는 없는 것인가. 지금까지 이병헌이 받은 트로피 추세로만 본다면 이병헌의 수상이 유력해 보이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더하자면 <소리도 없이>의 유아인을 언급하고 싶다. <소리도 없이>에서 유아인은 대사 한마디 없이 한 인물의 기승전결을 온전히 표현해냈다. 유아인이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코로나19로 비교적 많은 사랑을 받진 못한 작품이지만 유아인의 연기는 트로피를 받아야 마땅할 만큼 훌륭했다.


감독상

<강철비2: 정상회담> 양우석

<반도> 연상호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 <윤희에게> 임대형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원찬

(왼쪽부터) 양우석, 임대형

(왼쪽부터) 연상호, 우민호, 홍원찬

늘 그렇듯 감독상은 예측하기가 가장 어려운 부문 중 하나다. 한국형 좀비물을 완성시킨 <반도> 연상호 감독과 <남산의 부장들>로 재기(!)에 성공한 우민호 감독의 이름이 불릴 법도 하지만, 올해 청룡은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까. 진즉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거머쥔 임대형 감독은 <윤희에게>을 통해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조명했다. 윤희(김희애)와 쥰(나카무라 유코)이 꾹꾹 눌러온 사랑의 감정을 그저 담담하게 지켜본 임대형 감독의 담백함이 빛난 작품. 대중들의 맘은 물론, 평단의 마음마저 훔친 임대형 감독에게 트로피가 쥐어질 확률이 꽤나 높다.


최우수작품상

* <남매의 여름밤>

* <남산의 부장들>

<소리도 없이>

<윤희에게>

<82년생 김지영>

(왼쪽부터) <남매의 여름밤>, <남산의 부장들>

(왼쪽부터) <소리도 없이>, <윤희에게>, <82년생 김지영>

대망의 최우수작품상. <남매의 여름밤> <남산의 부장들> <소리도 없이> <윤희에게> <82년생 김지영> 이렇게 다섯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남산의 부장들> 그리고 <남매의 여름밤>을 가장 유력한 수상작으로 꼽아본다. <남산의 부장들>은 이미 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올해의 영화’로 인정을 받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이 ‘올해의 영화’라면 <남매의 여름밤>은 ‘올해의 독립영화’다. 청룡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잘 만든 실화 영화는 영화제의 작품상을 받기 위한 유리한 조건 중 하나다. 영화평론가협회상에 이어 <남산의 부장들>이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쥘지 지켜보자.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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