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고 화제작! <수리남>의 ‘진짜 빌런’과 ‘박찬호 사인볼’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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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신작이자 첫 번째 드라마 연출작인 <수리남>이 지난 9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수리남. 독특한 제목이다. 무슨 별명인 줄 알았는데 웬걸. 남미 공화국 이름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일어난 마약 대소동을 재구성한 작품이라니 기대가 안 될 수 없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공작> 등 실화에 기반한 범죄 장르물을 전문으로 연출해온 윤종빈 감독의 작품이어서 더 그랬다.


‘수리남’이 수리하는 남자라고? 양면적인 제목과 인물들

작품을 다 보고 나니 제목인 ‘수리남’은 나라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도 읽혔다. ‘수리하는 남자’로. 작중 하정우가 연기한 주인공 ‘강인구’의 여러 직업 중 하나가 자동차 정비공이기 때문이다. 고장 난 자동차처럼 위험하고 긴박한 상황을 어렵게 헤쳐나가는 강인구는 여러모로 ‘수리하는 남자’였다.

마약왕 전요환 목사(황정민), 홍어 사업가 강인구(하정우)와 그의 파트너이자 절친 김응수(현봉식)

영어 제목 <Narco-Saints>에서도 말장난이 발견된다. Narco는 스페인어로 마약상을 의미하는데, 그 뒤에 성자를 뜻하는 Saints를 붙여 마약상-성자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만들었다. 드라마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바로 황정민이 연기한 ‘전요환’ 목사-마약왕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자신이 유통하는 필로폰을 이용해 사람들을 신자-노예로 만들어 부리는 그의 악독하면서 치밀한 면모를 잘 보여주는 제목이다.

이처럼 <수리남> 속 A는 있는 그대로 A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B가 되기도, C가 되기도 한다. 수리남에서 홍어를 팔아 한국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강인구,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는 마약왕으로 부와 권력의 꼭대기에 오르려는 전요환 목사, 그리고 강인구를 이용해 전 목사를 잡으려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은 각자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가면을 쓰고 연기한다. 앞서 윤종빈 감독은 넷플릭스 측을 통해 “각 캐릭터들이 두 가지 정도의 양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라며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 인물의 성격을 강조한 바 있다.

수리남 차이나타운의 실세 첸진(장첸)

그렇다면 윤 감독이 이야기한 양면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 인물은 누구일까? 마약왕 목사 전요환? 수리남엔 돈 벌러 왔다면서 전 목사를 잡으려 목숨까지 내던지는 강인구? 땡. 정답은 박해수가 연기한 ‘최창호’, 자신을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국정원 요원이다.


진짜 빌런은 전 목사 아닌 최창호였다

최창호는 무서운 인물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는 점에서 그는 위험하다. 물론 최창호가 전 목사와 같은 악인은 절대 아니다. 그가 추구하는 바는 전 목사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약 밀매를 막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구하는 게 그의 일이니까.

국정원 요원으로 전 목사 검거에 심혈을 기울이는 최창호(박해수)

문제는 그 과정에 있었다. 최창호는 전 목사의 덜미를 잡기 위해 어느 무고한 사업가를 감옥으로 보내고는 그 방법밖에 없었노라고 하소연한다. 그리고 그 무고한 사업가 강인구는 최창호가 위하는 국가의 국민이다. 국가를 위한다며 국민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최창호.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술 더 떠서 강인구에게 요청한다. 전요환 목사 검거 작전에 함께해달라고. 최창호의 눈에 강인구가 입은 피해는 대의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심지어 최창호는 강인구가 요구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보상도 약속하지 않았다. 드라마 상에서 가장 지적이고 신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최창호인 만큼, 이러한 행동 양식이 더욱 대조적으로 부각되는 바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가? 박찬호 사인볼에 숨은 비밀

뛰어난 언변과 사업 수완, 필로폰으로 사람들을 포섭한 전 목사

이처럼 이중적인 정의의 수호자 최창호를 자세히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전 목사 쪽이 더 진실돼 보인다는 착각 아닌 착각에 빠진다. 전 목사는 시도 때도 없이 “할렐루야!”를 외치지만 일부 추종자를 제하고는 다들 알고 있다. 그가 사기꾼에 지독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전요환 목사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필로폰’과 동급이다.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도구일 뿐 진정한 가치는 전부 돈과 권력에 가 있다. 그런 전 목사는 차라리 솔직하다는 인상을 준다. 비록 남에게는 온통 거짓말만 하지만 자신의 욕망에는 100%의 진심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욕망하는 악인과 자신의 행동의 파급력을 모르는 선인 사이에서,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신의 뜻”은 마약 밀매를 위한 것?

이 질문은 작품의 결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 목사가 검거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이전처럼 카센터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강인구. 그는 약속했던 보상은 받지 못한 채 그저 꿈같은 무용담만 하나 갖게 됐을 뿐이다. 그런 인구를 찾아와 최창호는 전 목사를 만나고 왔다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 목사가 인구와의 동업을 기념해 선물했던 박찬호 사인볼은 놀랍게도 ‘진짜 박찬호’의 사인볼이었다.

전 목사가 여기저기 뿌리고 다닌 수많은 짝퉁 선물과 거짓말 그 사이. 그의 진심이 담긴 물건이 인구에게 전해졌던 것이다. 인구는 손에 쥔 그 사인볼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악인의 진심, 그리고 선인의 허황된 약속이 교차하는 순간. <수리남>의 크레딧이 올라간다.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냐는 질문을 남긴 채.


강인구, 강속구처럼 날아가 꽂히는 그가 간과한 것

“어깨가 좋은” 강인구

신과 마약, 둘 다에 의존하면 그건 전요환의 광신도다. 둘 중 어느 것에도 시큰둥하면 그건 강인구다. 강인구는 초반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묘사되며 돈 되는 일이라면 다 하고 돈 안 되는 일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강인구는 국정원의 전 목사 체포 작전에 동참하며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전 목사의 광신도들이 서로 매질을 하고 아이들에게도 코카인을 먹이는 광경을 보고 그는 결심한다. 반드시 전 목사를 검거하기로. 자신의 사업을 망치고 감옥살이를 시킨데다가 친한 친구마저 잃게 한 국정원의 손을 굳게 잡고, 확률이 낮은 작전에 목숨을 건 것이다. 그런 강인구에게 망설임은 없다. 아내 혜진(추자현)이 아무리 돌아오라고 해도 요지부동이다. 분명 가족을 위해 수리남으로 간다고 한 그였는데, 홍어를 팔아 사업을 한다고 했는데 나가서는 딴 소리다.

누가 광신도인가.

그런 인구의 앞에 한 아이가 비를 쫄딱 맞으며 걸어와 말한다. “살려주세요”. 아이는 인구가 일전에 본 광신도의 딸이었다. 당황한 그에게 아이는 이어 “집에 가고 싶은데, 아빠는 외국 갔다 안 오고 엄마는 계속 기도만 해요”라고 말한다.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다. 늘 교회에 가라고 잔소리하는 엄마와 외국에 가서 안 오는 아빠. 바로 인구네 가족의 이야기다.

사업을 하겠다고 수리남으로 왔다가 어느샌가 악인의 뒤를 쫓느라, 정의로운 일을 하느라 ‘광신도 아빠’가 되어버린 인구. 그가 전 목사로부터 받은 것은 ‘진짜 박찬호’의 사인볼이었는데 이를 가짜라 믿어 의심치 않았듯, 그는 어쩌면 정의라는 환상을 쫓다가 정말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씨네플레이 유해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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