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싸우진 않아! 많이 싸우지만… 매혹적인 영화 속 바이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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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피리를 불며 전투에 뛰어들고, 우악스럽게 고기를 뜯어먹는 모습. 바이킹이란 단어에 생긴 이미지는 야성적이고, 야만적이지만 8월 31일 개봉한 <노스맨>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모티프 암레트 왕자의 전설을 담은 <노스맨>은 사실적인 바이킹들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근래 바이킹은 드라마 <바이킹스>를 제외하면 그렇게 자주 만나는 소재는 아닌데, 그동안 영화계에서 그린 바이킹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대표적인 영화들로 정리해봤다.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드래곤이란 환상종이 소재이긴 하나

바이킹들이 주인공인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적어도 현시점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킹’ 이야기라면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가 단연 1위일 것이다. 드래곤이란 환상의 존재가 등장해서 그렇지, 북유럽 배경에 건축과 복식 모두 바이킹 문화를 반영한 흔적이 역력하다. 항해와 전투로 유명한 바이킹이 모티브라서인지 청소년 시기부터 적과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아이들 또한 그런 풍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바이킹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심치 않게 내비친다. 작중 정착생활을 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바이킹들 또한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항해를 해서 각지로 나아간 후에는 정착해서 살았다. 드래곤과의 사건을 그린 1편을 지나 2~3편에는 다른 바이킹 부족들이 속속들이 등장한다. 드래곤들과 사투를 벌이다가 마침내 화합을 이룩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정착해서 각 문화에 스며든 역사 속 바이킹 같기도 하다.


<베오울프>

판타지 영화하면 떠오르는 모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욕망의 드라마에 가까웠던 <베오울프>

어떤 민족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신화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바이킹들을 알려면? 일단 북유럽 신화, 이른바 노르딕 신화를 살펴봐야 할 테고, 그게 방대해서 어렵다면 적어도 그들 사이에서 구전돼오던 「베오울프」 정도는 알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 신화는 바이킹 사이에서 구전되다 고대 영어로 기록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대 영어 문학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후 몇몇 감독이 실사화를 했는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건 2007년 <베오울프>. 로버트 저메키스가 퍼포먼스 캡처로 완성한 CG 애니메이션으로, 레이 윈스턴과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나 원작의 무거운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와 악에 맞서는 영웅의 서사시와 인간 내면에의 고찰을 동시에 포착했다. 고대 판타지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험보다는 악을 물리친 영웅조차 욕망과의 싸움에 항복한 패배의 이야기라 원작의 인지도에 비해 성공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보면 장대한 서사 끝에 라그나뢰크라는 끝을 맞이하는 노르딕 신화처럼 무언가의 ‘끝’을 바라보는 바이킹들의 시선이 투영됐다고 볼 수 있다.


<라스트 킹: 왕가의 혈투>

설원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 일품이다.

항해의 민족, 바다의 아들이라고 불린 바이킹들은 수많은 지역으로 퍼져 정착했다. 그래서 여러 국가가 바이킹, 즉 노르드인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래도 바이킹의 후예라고 하면 북유럽 국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라스트 킹: 왕가의 혈투>는 그중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내전과 그 내전을 승리로 이끈 인물들을 그린다. ‘라스트 킹'(마지막 왕)이란 제목이 의미하는 건 아직 아기에 불과하지만 유일한 왕족 호콘 호콘슨을 의미한다. 왕가와 농민을 중심으로 뭉친 비르케바이너와 덴마크의 지원을 받은 성직자와 부농으로 이뤄진 바글러의 대립 속에서 비르케바이너는 어린 왕 호콘 호콘슨을 온전하게 모셔 왕으로 추대해야 한다. 바이킹하면 떠오르는 바다의 전투 같은 건 없지만 북유럽의 설원을 배경으로 스키를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진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바이킹의 호전성을 닮은 비르케바이너 전사들의 용맹함이 이 내전을 어떻게 마무리 짓는지 지켜볼 만하다. 특히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은 지금, 이 설원 속 생존기와 전투를 보면 몸은 차고 마음은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발할라 라이징>

국내에선 다소 늦게 주목 받은 <발할라 라이징>. 매즈 미켈슨에게 속아(?) 영화를 접한 관객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나는 북유럽이고 바이킹이고 전~~혀 관심 없다! 그런 사람에게도 이 단어는 익숙할지 모른다. ‘발할라’. 마블 영화의 <토르> 시리즈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접했을 이 발할라는 쉽게 말하면 ‘천국’이다. 종교나 문화마다 사후세계가 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후세계가 하나씩 있는데 바이킹들에겐 발할라가 그곳이었다. 노르드 신화가 체계적인 종교와는 거리가 있었기에 발할라 또한 시대마다 묘사가 달랐다지만,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한 전사들이 가는 곳이란 점은 일맥상통한다. 바이킹의 호전성이 엿보이는 ‘입국요건’이다. 발할라는 바이킹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죽음을 상징하는 곳이어서 각종 매체에서 자주 인용되는 곳인데, 니콜라스 빈딩 레픈 감독의 <발할라 라이징>도 그중 하나다. 물론 이 영화가 발할라에 가려고 피 튀기게 싸우는 그런 액션 영화는 아니다. 전투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끝없는 투쟁의 굴레를 발할라라는 이름을 빌려 표현한다. 꼭 액션 영화일 것만 같은 제목이나 스틸컷과 달리 이미지와 종교적 상징으로 노르드 신화의 차가움을 전하는 신기한 영화.


드라마 <바이킹스>(왼쪽)와 <라스트 킹덤>

1989년 영화 <바이킹>


1958년 영화 <바이킹>

바이킹 문화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현재는 영화보다는 다른 매체나 다른 장르와 결합했을 때 더 매력적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위의 작품들을 제외하면 2000년대 바이킹 영화는 <아웃랜더>처럼 SF 장르와 결합하거나 <패스파인더>처럼 아메리카 문화가 더 돋보이는 식이다. 그래서 결국 돌고 돌아 드라마 <바이킹스>나 <라스트 킹덤>에 정착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아예 더 과거로 시간을 돌리거나. 한때 ‘폭망’의 아이콘이었던 <13번째 전사>는 역사적 인물 이븐 파들란의 눈을 통해 베오울프 신화를 재해석한다.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튼’은 진중하고 야성적인 바이킹의 이미지를 비튼 <바이킹>이란 코미디 영화를 탄생시켰다. 우리에겐 <쇼생크 탈출> 앤디 듀프레인으로 익숙한 팀 로빈스의 코믹 연기가 일품(사실 팀 로빈스는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은 1958년 <바이킹>이다. 여타 영화와 달리 8~9세기 바이킹, 그러니까 우리가 바이킹 하면 떠올리는 약탈과 항해의 민족 시절 바이킹을 그린 이 영화는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맹렬한 에너지로 바이킹 문화를 스크린에 재현한다. 국내엔 잘 안 알려진 작품이지만 1950년대 할리우드의 ‘스펙터클 경쟁’ 속에 탄생한 대작이며 흥행에도 성공한 영화이니 바이킹에 관심이 생겼다면 반드시 챙겨보시라.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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