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놉> 능동적 삶을 원하십니까? 타인의 렌즈로 세상을 보고 있을지 모르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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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빠지것어요

상징과 비유

모든 영화는 대중영화일까?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은 극단에는 아마 실험영화 쯤 되는 것이 존재할 터, 문득 의문이 든다. 그런 영화는 대체 누가 보는걸까? 나랑 무슨 상관이지? 패션을 예로 들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런웨이에서만 보는 하이패션의 옷은 누가 입는 걸까? 내가 입는 옷도 아닌데? 하는 의견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06)의 컨셉 회의 장면. 앤디(앤 해서웨이 분)는 패션업계의 회의를 보고 콧방구를 낀다. 얼어버린 분위기를 깬 것은 보스인 미란다 (메릴 스트립 분) 였다. 그녀는 앤디가 입고있는 볼품없는 세룰린 블루 컬러의 스웨터를 언급하며 그 컬러는 4년전에 입생 로랑이 컬렉션을 했고 백화점과 각종 명품 매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나서야 할인매장으로 갔다고 알려준다. 그제서야 너는 단물빠진 옷을 구입했고 그 보풀잔뜩한 것을 걸치고 우리를 경멸하는 역설적 태도에 대해 언급한다.

메릴 스트립이 소화했던 최고의 악역

실은 영상의 표현방법도 비슷하게 흐른다. 실험영화나 작가영화에서 선구적인 표현을 연구하면, 그것은 대중적 색채를 띄는 영화로 흘러가며 문법에 영향을 끼친다. <덩케르크> (2017)에서는 시간대를 달리하는 실험적 편집을 볼 수 있다. 이는 놀란 감독이 만드는 작품의 대중적 교차편집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좋은 예시다. 그렇게 약간은 전위적이고 개인적인 작품에서는 직접적인 표현 보다는 상징과 비유를 선보인다. 그것은 대중영화를 보거나 만드는 사람의 감각과 저변을 늘려준다. 더 넓은 시야를 지닌 창작은 다양성을 품고, 결국 관객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놉>(2022)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과 비유에 점쳐져 ‘읽어야’하는 영화일 수 있다. 이런 감상은 약간의 사유만 곁들이면 말초적 재미만큼이나 명민하고 날카로운 맛을 제공할 것이다.

사실은 이 포스터를 메인으로 하고 싶었으나 파일을 찾을 수가 없다 ㅜㅠ

*아래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지 않을 것인가

<놉>만큼 스토리의 설명자체가 스포일러인 영화도 드물다.

이 영화는 말목장이 있는 평원에 비행접시가 나타나고, 그것을 카메라로 찍어 세상에 알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정체가 가려져 호기심과 공포심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으며 오랫동안 실체를 숨기기 때문에, 그 괴이한 무언가의 실체 자체가 영화에서는 스포일러처럼 작동한다.

이 자극적인 것의 등장에 모든 인물이 일단 열광한다. 문제는 비행접시가 사람을 잡아먹는 존재라는 것. 그러나 말 조련사인 오제이(다니엘 칼루야 분)는 비행접시가 생물임을 알아보고는 그것을 컨트롤하려면 짐승을 조련하듯 다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러면서 비행접시는 자신을 쳐다보는 존재를 잡아먹는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오제이는 저 괴물의 눈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괴물을 계속 쳐다본다. 그리고 잡아먹힌다.

조던 필 감독은 조동필, 주인공 오제이는 오재희. 그냥 민증 발급받으세요.

보여지는 것과 보는 것

<놉>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다 보는 것과 연관된 사람들이다.

오제이와 동생인 에메랄드 (키키 파머 분)는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말을 조련하는 일을 한다. 오제이는 조용히 말 조련에 몰두하는데 반해, 에메랄드는 기괴한 비행접시를 찍어서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가고 싶어하는 관심 종자다. 이들의 집에 씨씨티비를 설치하는 앤젤(브랜든 페레아 분)은 함께 비행접시의 존재를 찍으려고 한다.

동양인 아역 배우로서 인기를 끌었던 주프(스티븐 연)는 성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비행접시가 말을 잡아먹는 쇼를 성공시켜 다시 유명해지려고 한다. 촬영감독인 홀스트 (마이클 윙컷 분)는 자극적인 볼거리를 찍으려고 애쓰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은 비행접시라는 존재에 의해 하나로 묶인다.

중간에 잠깐 등장하는 타블로이드 기자 또한 자극적인 볼거리(스펙타클)를 촬영하려는 인물이다. 즉, 모든 인물이 촬영자이거나 피사체다. 그들은 비행접시를 찍으려고 하거나 그의 시야에 들어가려고 한다. 비행접시는 초반에 뷰어viewer라고 불리며 무언가를 찍는(보는) 존재였지만, 오제이에 의해 더 이상 보면 안되는 것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스펙타클을 거부하지 않고 되려 열광한다. 그것은 비극을 초래한다.

오래전 할리우드에선 진짜로 수동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지금은 디지털 녹화를 하지만 여전히 카메라 작동 콜은 ‘rolling’이다

무엇을 볼 것인가

즉, 비행접시가 가진 스펙터클의 면모와 그에 희생당하는 관객의 구경거리적인 불행을 순간의 놀음으로 열광하고 촬영하며 소비하는 미디어의 속성을 비판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막장 예능을 보면 출연자의 비극을 구경하는 일은 일상 다반사다. 딸의 남자친구와 함께 쓰리썸을 하고 싶은 엄마를 구경하거나, 생방송 중 친자확인을 한답시고 무대에서 주먹다짐을 하는 계부와 친부의 모습을 보며 열광하는 것이 미국 미디어의 현 주소다. <놉>에서는 그렇게 말초적 자극만을 찾는 사람들은 비행접시에 잡아먹혀 피비린내를 풍기며 구토당하는 행태를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를 던져준다. 그런 의미에서 극중에서 말하는 ‘나쁜 기적’이란 개인의 비극적인 사태 조차 구경거리가 되어 돈벌이의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주프는 좋지않은 피사체를 상징한다. 어렸을 적 침팬치의 난동으로 인해 관심이 끊긴 그는 스스로 구경거리가 되려고 한다. 그는 선택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침팬치와도, 비행접시와도 소통하는데 실패한다. 홀스트 역시 좋지 않은 촬영자다. 그는 동물의 죽음을 취미처럼 관찰하다 못해 괴 생명체를 찍으려고 하고, 심지어 자신의 죽음이라는 비극조차 촬영하려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에 반해 오제이는 좋은 피사체가 된다. 그는 자신의 선조인 머이브리지가 찍은 기수처럼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무엇을 보아야 할지, 그리고 보지 않아야 할지를 능동적으로 판단하며 불행을 피해간다.

이 과정에서 모두의 시선을 먹은 비행접시는 속빈 강정처럼 처럼 부푼다. 그리고 과대포장지처럼 폭발해 최후를 맞는다.

에메랄드는 처음엔 관종이었지만 타블로이드 기자에겐 자기를 아무것도 아닌 걸로 nobody 소개하며 스스로 각성한다. 그녀는 비행접시에게 카우보이 풍선을 날리고, 그 광경을 ‘촬영’하며 좋은 의미의 미디어를 상징하게 된다. 결국 그녀의 눈으로 보게되는 최후의 광경은 좋은 피사체인 오제이다. 그의 배경 간판에 ‘저 멀리 너머’ out yonder 라는 문구가 있는 것은 미디어 너머의 진짜를 보라는 메세지 일지도 모르겠다.

본다는 것의 진짜 의미

우리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본다. 이렇게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행위가 된다. 선택의 결과,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시야의 범위로 끌어들인다. 이윽고 다르게 본다는 건 질문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 된다.

질문을 새롭게 해야하는 이유는 뭘까? 조던 필 감독은 이에 능동적으로 삶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것 같다.


프리랜서 막노동꾼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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