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함 한도 초과! BL과 퀴어 사이, <체리마호>가 보여주는 무해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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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눈빛, 영화 <체리마호> 스틸컷

동명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의 탄탄한 팬층에 힘입어 개봉한 영화 <체리마호 :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2022)는 BL(Boy’s Love) 장르에 속한다. 이는 이 장르가 가진 문법을 따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BL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주 소비층이며 그 목적이 확실하다. 잘생긴 두 남성의 애정 관계를 적극적으로 대상화함으로써 쾌락을 얻는 것. 그래서 배우의 케미가 절대적으로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두 주연 배우 아다치(아카소 에이지 분), 쿠로사와(마치다 케이다 분)의 조합은 많은 시청자들의 덕질 세포를 깨우며 큰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주연 배우 마치다 케이다는 일본에서 가장 핫한 배우 중 하나가 됐다. 드라마가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확신하게 된 순간에 끝난 만큼 이번 영화화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높았다.

드라마 <체리마호>는 여느 BL이 그렇듯 동성 간 사랑이 가진 갈등과 한계보다 주인공의 다정한 성격과 잘생긴 외모에 집중했다. 문구회사에서 근무 중인 아다치는 30살까지 동정으로 마법사가 되고 신체가 닿는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를 통해 영업부 에이스이자 여성들에게 인기 많은 입사 동기 쿠로사와가 자신을 7년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시작되며 ‘쿠로닷치(쿠로사와 + 아다치)’ 커플이 탄생한다.

영화는 지금껏 드라마가 보여준 둘의 섬세한 사랑의 연장선상에서 아다치와 쿠로사와가 알콩달콩한 사내연애를 시작한 모습과 이들이 어떤 미래를 바라보고 나가는가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카자마 히로키 감독의 “두 사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말처럼 함께 집에서 요리를 해먹거나 낚시를 가는 등의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 사건은 아다치가 갑작스럽게 전근 제안을 받고 장거리 커플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두 사람은 결국 서로가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둘의 관계는 더욱 단단해진다.

‘겁쟁이’와 ‘완벽주의자’ 주인공의 성장

진심을 털어놓으며 둘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영화 <체리마호> 스틸컷

이번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두 주인공 아다치와 쿠로사와가 한 인간으로서 분명히 성장했다는 점이다. 아다치는 스스로를 ‘겁쟁이’라 칭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 해왔고, 쿠로사와는 어디서나 인정 받는 외모와 능력으로 완벽한 이미지에 대한 내적인 부담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이런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각자의 용기가 된다. 쿠로사와는 아다치를 만나 ‘자신의 약한 부분을 보여도 괜찮다는 것, 늘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쿠로사와 개인의 성장은 아다치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나가사키로 찾아간 순간에 가장 돋보인다. 그 전까지는 상대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쿠로사와는 아다치에 진심을 털어놓으며 처음으로 눈물을 보인다. 드라마부터 쿠로사와가 줄곧 가져왔던 완벽해야만 한다는 ‘남자다움’이라는 짐을 조금씩 내려놓는 장면이다. 물론 모든 짐을 내려놓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쿠로사와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분명한 계기로 작동하며 이를 통해 성장한다. 또 흥미로운 것은 아다치라는 캐릭터가 겪는 서사 자체를 통해 퀴어 장르의 코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쿠로사와라는 세계를 만나서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고 열리는 경험을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렇게 둘은 더욱 동등한 관계로 나아감을 영화는 보여준다.

BL 서사를 넘어 : 동성혼 보는 사회적 인식 드러내다

두 주인공 아다치와 쿠로사와가 관계에 확신을 가지고 각자의 가족에게 서로를 소개하는 이야기도 주목할만 하다. 아다치네 집에서의 분위기는 기존 체리마호가 드라마에서 가져간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와 유사하지만, 쿠로사와네 집에서의 장면에서 제작진이 동성혼 부부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시사점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적 맥락에서 보자면, 현재 일본 지방자치단체는 동성 커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동성 커플을 인정하는 지자체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체리마호>로 BL이라는 세계를 그리면서 LGBT로 분류되는 실제로 존재하는 섹슈얼 마이널리티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글을 써내려갔다.

혼나 카나미 PD (2022.07.17 영화 <체리마호> GV)

이 장면은 지금껏 그저 둘만의 세계에서만 벌어지던 달콤한 로맨스였던 이들의 관계가 ‘남자와 남자 간의 사랑’이라는 세간의 이해를 요구하는 무언가였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일깨운다. 지금껏 보여준 BL 문법의 서사에서 더 나아가 인물들이 각자 주체로서 사랑의 힘으로 현실을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퀴어 장르의 요소를 담아내며 이 시리즈 자체도 더 나아간 셈이다.

무해한 힐링물 그 자체, 마법같은 사랑은 영원하다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쿠로사와(마치다 케이타 분)와 아다치(아카소 에이지 분), 영화 <체리마호> 스틸컷

BL물의 순수함과 퀴어 장르의 현실 조명 사이에, <체리마호>는 존재한다. 무해한 인물들이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보여주는 힐링물 그 자체, 이것이 이 시리즈의 미덕이기도 하다. BL은 현실보다 판타지에 가까울 때 그 존재 의미를 달성한다. 104분의 러닝타임이 흘러가는 동안, 둘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입이 내려올 틈을 주지 않으며, 그 이름처럼 마호(마법)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잠시 현실이 놓인 곳과 다른 곳에 데려다 주는 것. 어쩌면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험이 아닐까. 후반에 아다치가 책을 덮으며 그들의 결혼식이 상상일 수도 있음을 은유하지만 실제로 결혼을 했느냐 아니냐 여부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마지막에 두 손을 잡고 걸어나가는 둘의 묵묵한 표정과 뒷모습은 이들이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함께 살아나갈 것임을 짐작게 한다.

따로따로 태어난 우리들이니 남은 시간은 곁에 있으면 좋겠어

엔딩 크레딧의 음악이 말하듯, 아다치와 쿠로사와는 앞으로도 함께일 것이다. 사랑의 영원성을 믿지 않는다 해도, 영원을 꿈꾸는 사랑은 승리할 것이기에. 둘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새로운 후속작 소식을 기대해본다.


씨네플레이/ 허프포스트코리아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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