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소년심판> 속 김무열 연기를 두고 연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원래부터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차태주를 연기하는 김무열은 유독 빛난다. <소년심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을 가르는 캐릭터인 차태주의 신념을 흔들림 없이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복잡다단한 감상을 안긴다. 김무열이란 배우가 지닌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바. 늘 제 몫을 해내는 배우 김무열에 대한 소소한 사실 몇 가지를 한자리에 모아봤다.
대학로 아이돌이라 불렸던 20대
공연 분야에 관심이 적은 이들이라면 김무열의 과거를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겠으나. 한때 김무열은 대학로 아이돌이라고 불릴 만큼 뮤지컬 계에서 소위 알아주는 배우였다. 특히 <쓰릴 미>의 놀라운 흥행은 김무열이란 배우를 더 많은 이들에게 닿게 만들었는데, 당시 언론들은 <쓰릴 미>의 인기를 두고 ‘김무열 신드롬’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만큼 김무열의 호연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2007~2008년 초연 이후 2010년과 2017년까지. 무려 세 차례나 <쓰릴 미> 무대에 올랐던 만큼 김무열 본인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출세작이다. 그의 영화 데뷔작인 <작전> 역시 <쓰릴 미>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무대 위 김무열을 인상 깊게 본 <작전>의 제작사 대표가 언젠가 본인의 영화에 캐스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김무열을 점찍어 뒀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김무열은 영화/드라마 활동과 병행하며 거의 매년 무대 위에 올랐다. 여전히 김무열은 무대가 제 고향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
김무열을 수식하는 가장 대표적인 어구 중 하나가 바로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다. 김무열의 눈은 오묘하다. 때론 정의롭다 못해 무한한 신뢰를 주는 눈망울이다가도 잠시라도 눈을 떼면 속을 알 수 없는 음흉한 기운을 뿜는다. <기억의 밤>을 함께 한 장항준 감독은 김무열을 두고 “야누스적 매력을 극대화하는 얼굴을 가진 배우”라 평하기도 했다. 김무열의 필모그래피는 그가 얼마나 다채로운 얼굴을 할 수 있는 배우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작들만 봐도 그렇다. <소년심판>에서 김무열이 연기하는 차태주의 얼굴에선 <악인전>의 정태석과 <보이스>의 곽동팔이 보이지 않는다. 속을 알 수 없는 눈빛. 배우로선 오묘하고 매력적인 마스크를 지닌 덕분인지 김무열은 유독 스릴러 장르에서 눈에 띄는 호연을 보여줬다. <기억의 밤>(2017), <침입자>(2019), 그리고 최근 공개된 <그리드>까지. 김무열의 얼굴은 미스터리 서사를 견인하는 데 힘을 보탰다. 김무열은 한 인터뷰에서 다양한 장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서 “애매한 저의 마스크?”라는 재치 있는 답을 내놓기도 했는데. “예전에는 얼굴이 못생겼다, 혹은 평범하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그때만 해도 그게 약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저한테 오히려 득이 되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설의 트위터 고백
한 개인의 사랑 고백 메시지가 전 국민의 귀여운 놀림거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배우 김무열은 그 어려운 걸 해낸 배우 중 한 명이다. 배우 윤승아와 김무열은 연예계 공식 워너비 부부이자 어느덧 결혼 8년 차 커플. 두 사람의 열애 소식이 알려진 건 다름 아닌 김무열의 취중 실수 때문이었다. 윤승아에게 개인적으로 보내야 할 메시지를 전체 공개 게시글로 올리며 두 사람의 열애가 공개된 것. 당시 화제가 된 건 열애 사실만이 아니었다. 김무열이 윤승아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 더 큰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한 편의 시를 떠올리는 로맨틱한 내용으로 그야말로 김무열은 단숨에 국민 사랑꾼으로 등극한 것. 이후 김무열은 이와 관련해 비하인드 아닌 비하인드를 털어놓기도 했는데. 취중 고백이라고 알려졌지만 그 고백은 “사실 (맥주를 조금 마시고) 제정신일 때 보낸 것”이며 “당시 시를 공부하고 있었을 때여서 감성적인 고백을 하게 됐다”고. 김무열이 윤승아에게 보낸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여전히 김무열은 이 고백 메시지로 ‘광명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받는다고 한다.
술 마신 깊어진 밤에 네가 자꾸 생각나고 네 말이 듣고 싶고 네 얼굴이 더 궁금해. 전화하고 싶지만 잘까봐 못하는 이 마음은 오늘도 이렇게 혼자 쓰는 메시지로 대신한다. 너라는 변수를 만난 나는 너무나도 내일이 불완전하고 어색하고 불안해. 반이었던 김무열의 내일을 그렇게 만드는 너는 정말로 이젠 날 하나로 만들건가봐. 잘자요. 오늘은 괜히 어렵게 말만 늘어놓네. 보고싶어. 이 한 마디면 될걸…
김무열 트위터
소설가 어머니의 영향?
예사롭지 않은 고백 메시지에서도 엿볼 수 있듯, 김무열은 남다른 글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소설가 어머니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열의 어머니는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박민형(필명) 작가다. 장편소설 <4번 출구는 없다>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김무열은 영화 <은교> 촬영 당시 소설가인 어머니를 관찰하며 연기에 큰 도움을 얻기도 했다. <은교>에서 김무열은 국민의 존경을 받은 70대 노시인 이적요(박해일)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소설가이자 애제자 서지우를 연기했다. 김무열은 <은교> 당시,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소설가 캐릭터를 잡았다”고 밝히며 “실제로 보조작가와 상주하는 어머니의 모습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그런 모습을 관찰하면서 스승 이적요를 동경하지만 그의 재능을 질투하는 서지우를 연기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무열의 호연 <은교>에서 김무열은 이적요를 향한 서지우의 동경과 질투, 욕망과 매혹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김무열을 향한 김혜수의 극찬
<소년심판>은 배우들의 열연이 유달리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그리고 소년범을 연기하는 신예 배우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그 안에서도 김혜수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원리와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시키면서 극의 무게를 잡는 김혜수의 카리스마는 다시 한번 김혜수란 이름이 지닌 가치를 상기시킨다. 그런 김혜수는 <소년심판> 홍보를 하는 내내 김무열의 연기를 치켜세웠다. “좋은 동료들과 많이 작업해 봤는데 정말 이 배우가 대단하다는 건 같이 해봤을 때 느끼는 것 같다. 실제 연기해보니 정말 작고 사소한 하나하나까지 그 인물로 연기하더라. 강성 판사들 사이에서 대립과 융화에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해줬다”며 김무열을 “스마트한 접근과 진심으로 집중해서 해내는 너무 좋은 파트너”라 칭했다.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거쳐 오며 늘 제 몫을 해내는 배우라는 인상을 남긴 김무열은 <소년심판>을 통해 그 이상의 강렬한 흔적을 새겼다. 하나의 장르, 배역, 분야에 고정되기보다는 늘 어떤 작품이든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는 김무열의 다음 얼굴이 더욱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