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말고 킹반인도 사로잡았다! 아묻따 봐야 할 2022년 애니메이션 결산

In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한참 빠져봤던 일본 애니메이션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수많은 변신소녀물이나 메카닉물, 지금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포켓몬스터>나 <원피스> 등등. 그럼에도 어른이 되면 ‘덕스럽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일본 애니메이션과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한다. 올해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귀멸의 칼날>이 극장판으로 신드롬을 만든 것처럼 올해, 덜 매니악하고 대중적인 작품들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올 한 해, 애니메이션 마니아만이 아니라 ‘킹반인’까지 사로잡은 애니메이션을 정리했다.


스파이 패밀리 (방영중)

<스파이 패밀리>

엔도 타츠야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탄생한 <스파이 패밀리>는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의사로 위장해 임무를 수행 중인 적국의 스파이, 공무원이란 일상 뒤로 사람을 살해하는 암살자,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자 어린이. 세 사람이 각자의 목적을 숨긴 채 ‘가짜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스파이 패밀리>의 골자. 이렇게 보면 무시무시한 마피아 게임이 연상되는데, 이런 무거운 배경 설정을 토대로 재치있는 상황을 연출해 코믹함을 자아내는 것이 <스파이 패밀리>의 성공 비결. 냉철하고 유능한 스파이 ‘황혼’이 가짜 가족을 위해 자신도 모르게 노력하는 과정은 뭉클하고, 상냥하지만 암살자답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암살자 ‘가시공주’ 요르의 활약은 비현실적이어서 폭소하게 된다.

귀여우면서도 다양한 표정을 가진 아냐. 오른쪽 표정이 특히 유명하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초능력자 아냐의 귀여움. 시종일관 아이다운 천진난만함과 다양한 표정 변화는 <스파이 패밀리>를 직접 접하지 않은 사람조차 미소 짓게 한다. 원작 만화부터가 인기작이었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 원어로 자막 방송을 한 후 더빙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블리치 천년혈전 편 (파트 1 종영)

<블리치 천년혈전 편>

한 번쯤은 ‘원나블’이란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원나블은 200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소년만화 삼대장,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를 뜻하다. 이중 쿠보 타이토의 「블리치」는 사신의 힘을 받은 고등학생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능력 배틀물. 작가의 묵직한 작화와 참신한 설정 등으로 이렇게 ‘삼대장’ 소리까지 들었는데, 사실 중후반부 이후로 전개 패턴이 반복되는 능력 배틀물의 패착과 작가의 연출 과잉이 안 좋은 시너지를 내 비판도 많이 받았다.

2004~2012년까지 방영한 <블리치>

<블리치 천년혈전 편>은 화려한 작화로 사신들의 전쟁이란 스케일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2022년, 갑자기 이 「블리치」가 재평가 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만화의 ‘천년 혈전’ 에피소드를 애니로 옮긴 <블리치 천년혈전 편>이 걸출한 완성도를 뽐냈기 때문. 전성기에 해당하는 2004년부터 2012년에 방영해 호평을 받았던 <블리치> 이상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원작까지 재평가된 것. 원작자 쿠보 타이토가 총감수로 참여해 원작에서 보여주지 않은 인물들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반면 다소 중요하지 않은 원작의 요소를 과감히 거둬 내 ‘속이 꽉 찬’ 애니화에 성공했다. 더불어 제작 기간이 길었던 만큼 작화와 연출도 이전 애니메이션보다 화려하고 강렬해서 사신들의 싸움을 훨씬 더 큰 스케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트위터 전 세계 트렌드 1위까지 차지하며 ‘왕의 귀환’에 성공했다. ‘이제 만화 안 봐’라고 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다는 「블리치」가 이렇게 복귀하면서 다시 한번 킹반인까지 설레게 만들었다.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방영 중)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오래됐다. 모든 시리즈가 다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오래된 시리즈라는 것만으로도 발 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특히 SF 장르가 유독 마이너인) 한국에선 브랜드의 인지도와 별개로 건담이 대중적이라곤 할 수 없다. 이번엔 다르다. 건덕들을 넘어 일반인들의 마음까지 흔들고 있는 건담이 나왔으니,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이하 <수성의 마녀>)다. 파일럿을 양성하는 아스티카시아 고등 전문 학원을 배경으로 수성에서 온 편입생 슬레타와 동급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수성의 마녀>는 10대 여성 주인공과 학원물스러운 분위기로 캐주얼한 애니메이션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그러다 경악스러운 반전으로 ‘건담스러운’ 전개가 이어져 건덕들도 만족하고 있는 상황. 건담의 제작사 선라이즈는 <수성의 마녀>를 앞으로의 건담을 이끌 메인 작품이라고 소개했는데, 이처럼 호평과 흥행 모두를 다 잡으며 시리즈 생명 연장에 성공했다.

이런 것과 이런 것이 함께 하는 <수성의 마녀>.


유루캠 (시즌 3 제작 중)

<유루캠>

앞서 소개한 애니메이션과 달리 <유루캠>은 올해 신작이 아니다. 아f로 작가의 원작 만화는 2015년부터 연재 중이고, 애니메이션도 2018년부터 방영한 구작인데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이유? 이 애니메이션이 캠핑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루캠>은 고등학생 린과 친구들이 일본 이곳저곳에서 캠핑을 즐기는 일상물인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유루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특히 사회인이 된 주인공들이 모여 캠핑을 즐기는 외전격 이야기를 다룬 <극장판 유루캠△>가 올해 개봉해 직장 생활에 지쳐 힐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입소문을 탔다. 다른 작품들처럼 ‘초대박 히트!!’ 같은 대흥행은 아니나 캠핑이란 소재로 롱런하고 있어 누구라도 쉽게 입덕하기 좋은, 진입장벽이 낮은 작품.

캠핑의 꽃 먹방도 <유루캠>의 핵심.


외톨이 THE ROCK! (종영)

<외톨이 THE ROCK!>

2022년 연말을 뜨겁게 다룬 주인공은 <외톨이 THE ROCK!>. 하마지 아키의 「봇치 더 록!」이 원작이며 친구 한 명 없는 기타리스트 고토 히토리가 비슷한 또래 친구들과 ‘결속 밴드’ 멤버로 활동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밴드하는 여고생이란 소재도, 외톨이가 음악으로 성장한다는 스토리도 어떻게 보면 진부할 정도로 친숙한 것들인데, <외톨이 THE ROCK!>은 실제 라이브하우스를 소개하는 등 일본 록 음악계를 충실하게 묘사해 차별화했다. 주인공 고토 히토리의 자학적인 기질도 코믹하게 소화하고 동시에 그가 ‘결속 밴드’로 활동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까지 착실하게 담아내 코미디+성장+음악이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회 참신한 연출과 현재 활동 중인 밴드들이 참여한 OST 등 애니메이션만의 장점도 확실해 ‘올해의 화제작’ ‘올해의 다크호스’로 거론되고 있다.

사회성이 낮은 주인공 고토 히토리가 ‘고장’나는 장면들이 특히 인기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Must Read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