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슬램덩크> 못지않아! 추억 불씨 되살려줄 올해 개봉 예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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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재개봉 예고 포스터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8090세대의 사랑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어쩌면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감성의 신작으로 만나는 건 팬들에게 무척 반가운 일. 한국 애니메이션 또한 이런 사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도 이미 신작을 선보이려 했다가 무산된 사례들이 몇 차례 있었기에 내심 아쉽고 안타깝다. 그래도 올해는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신작’은 아녀도 깔끔하게 정돈한 모습으로 돌아올 한국 명작 애니메이션이 있기 때문. 바로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이다.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개봉 포스터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이하 <얼음별 대모험>)은 1996년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당시 ‘국민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극장판이라고 하지만 TV애니메이션을 반영한 다이제스트나 결말에서 이어지는 속편이라기보다 ‘빙하 속에 얼어있던 공룡 둘리가 고길동 가족 집에 살게 된다’를 줄기만 가져온, 일종의 리부트나 평행우주 이야기에 가깝다. TV애니메이션판은 둘리가 고길동 가족 집에 살면서 사고치는 일상물인데, 극장판 <얼음별 대모험>은 둘리와 친구들이 타임 코스모스를 타다가 얼음별에 불시착한다는 어드벤처물이다.

사실 이런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80~90세대, 넓게는 00 세대까지 이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유명 애니메이션이긴 하다.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이 좋았고, 이후 명절 특선 영화로 TV 방영을 정말 많이 한데다 최근 유튜브·인터넷 밈으로도 한 차례 유행을 선도했기 때문. 둘리부터가 엄청 오랜 세월 롱런 중인 국민 캐릭터고 <얼음별 대모험>만의 완성도가 더해졌으니 20년이 넘도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KBS의 ‘옛날TV’ 채널의 <아이공룡 둘리> 몰아보기는 조회수 415만을 넘었다.

<아기공룡 둘리>

둘리의 원전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부터 1993년까지 연재했다. 대중들에게 확실히 인기 캐릭터로 쐐기를 박은 TV 애니메이션은 1987~1988년에 걸쳐 13화를 방영했다. 대중이 체감한 것보다 기간도 회차도 무척 짧은 편인데, 이후 꾸준히 재방영해 실제보다 더 분량이 많았다고 기억하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 재방송이 2006년이었으니 근 20년을 재방영하며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괜히 국민 캐릭터, 국민 애니메이션이란 수식어가 붙는 게 아닌 것. 2006년부터 재방영이 없는 것도 2008년 새로 제작한 속편 <NEW 아기공룡 둘리>(총 26화)가 있기 때문이지, 그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도 재방영을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얼음별 대모험>은 1996년 개봉한 작품인데, 특히 원작자 김수정이 직접 작품에 참여한 것이 기념비적이다. 「아기공룡 둘리」는 다소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했는데, TV애니메이션은 그런 부분이 대폭 수정됐고 그래서 김수정이 TV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극장판은 원작자 김수정이 각본과 총감독을 담당해 완전히 어린이 애니메이션도, 완전히 성인 애니메이션도 아닌 적당한 수준으로 ‘둘리’의 맛을 살렸다. <얼음별 대모험>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얻었고, 당시 서울 관객 35만 명을 동원했다. 전국 관객 집계가 되기 전이라 체감하기 어려운데, 96년 한국 영화 중 흥행 4위였다고 한다.

둘리나라 공식 블로그에서 공개한 복원 전(위)-후(아래). 해당 스틸은 순수 리마스터링 결과물이며 차후 색감 조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둘리나라 공식 블로그에서 공개한 복원 전(오른쪽)-후(왼쪽)

그래봤자 재개봉인데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 할 수 있지만, 이번 재개봉은 오랜 묵은때를 벗겨낸 4K 리마스터 버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얼음별 대모험>은 흥행작이고 기념비적인 영화임에도 (당시 많은 영화들이 그랬듯) 원본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아 극장 상영 이후에는 상태가 좋은 버전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원본 필름이 보존되지 않아서 복원도 녹록지 않았는데, 독일에서 마스터 포지티브(원본을 복사한 필름)를 공수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지금 시대에 맞춰 4K 리마스터링을 거친 것. 2022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상영하여 성공적인 복원 결과를 보였다. 공개 전에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리마스터링 결과물의 스틸컷으로 보여주기도 했고. 16:9 화면비를 만들고자 상하를 잘라낸 것 또한 복원했다.

배급사 워터홀컴퍼니 공식 SNS의 <얼음별 대모험> 재개봉 예고

영화제 상영 후 복원판이 나왔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알려졌는데, 배급사 워터홀컴퍼니가 공개한 2023년 개봉 예정작 리스트에 <얼음별 대모험>이 올랐다. 현재 계획으로는 역시 어린이 영화의 대부답게 가정의 달 5월 개봉한다. 2022년 영화제에서 상영하고 곧바로 재개봉을 하지 않은 건 2023년이 ‘둘리 40주년’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 봐도 음성이 들리는 건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얼음별 대모험>에서 명장면을 뽑기란 쉽지 않다. 작품 퀄리티가 훌륭한 것은 물론이고 특히 인상적인 장면들이 이 영화의 생명력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래도 그중 몇몇 장면을 뽑아 소개한다면, 역시 1순위는 바로 마이콜과 고길동의 처형 장면일 것이다. 얼음별의 바요킹에게 포획된 마이콜과 고길동은 목이 달아날 위기에 처하는데, 이때 마이콜은 아직 못다 한 꿈을 아쉬워하며 노래한다. 바요킹이 마이콜의 노래에 감탄하자 고길동은 이때다 싶어 자신 또한 설운도의 나침반(종로로 갈까요~ 명동으로 갈까요~)을 부르는데, 이를 들은 바요킹이 “저질이군, 쳐라!”라고 외친다. 아마 영화를 봤다면 읽기만 해도, 스틸컷만 봐도 장면 전체가 그려질 터. 홍승섭(마이콜), 이인성(고길동), 유해무(바요킹) 성우의 연기와 호흡이 정말 기막히게 좋다.

<얼음별 대모험>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킨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극장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일반적인데, <얼음별 대모험>은 그 스타일을 차용하면서도 둘리만의 재치 있는 방식으로 변화를 줬다. 한 번 들으면 “콜, 콜! 마이콜!”하고 자동으로 따라부르게 되는 (후크송급 중독성의) 마이콜의 노래, 고길동 자녀들의 군무가 귀여운 둘리 요리사의 노래, 악역다운 박력이 넘치는 바요킹의 노래 등등 수록곡 모두 <얼음별 대모험>의 쾌활한 분위기를 빛나게 한다.

새삼스럽게도, 재관람을 거듭하면서 알게 된 사실. <얼음별 대모험>은 성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하다. 캐릭터의 성격을 잘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각 장면에서의 티키타카가 어떤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겨냥한다. 흔히 말하는 ‘구멍’이 없어서 영화 내내 캐릭터들과 함께 웃고 우는 감상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라면 가시고기. TV애니메이션이나 원작에 없는, 이 애니메이션만의 오리지널 캐릭터로 “기사님~”하는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는 누구라도 한 번쯤 따라해봤을 터. 문관일 성우의 연기가 정말 찰떡 같다. 물론 박영남(둘리), 이인성(고길동), 최덕희(도우너), 이선(또치), 유해무(바요킹) 등등 모든 성우들의 연기도 기막히고.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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