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OO을 싣고~’ 테마별로 뽑아본 라디오 소재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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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

레트로 열풍 속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소재로 선택한 영화가 개봉했다. 김고은, 정해인 주연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유열이 진행한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사랑을 꽃피운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때 TV의 부상으로 쇠퇴될 거라는 예측을 받았던 라디오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친구이자 추억으로 여러 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유열의 음악앨범>처럼 라디오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영화들을 테마별로 2편씩 정리해봤다.


희망편

[ 볼륨을 높여라 ]

1990|알란 모일|크리스찬 슬레이터



<볼륨을 높여라>

지금은 모바일 기기의 발전과 동영상 플랫폼의 활성화로 1인 방송이 낯설지 않다. <볼륨을 높여라>가 나왔을 땐 달랐다. 학교에선 모범생이지만 밤 10시에는 해적 방송 DJ 해리가 되는 마크 헌터(크리스찬 슬레이터)의 이야기는 당시 젊은 관객들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크는 해적 방송을 통해 억압적인 분위기에 저항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영화 속 학생들뿐만 아니라 극장에 앉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반항적인 분위기에 심취하기 쉬운 영화지만, <불륨을 높여라>는 라디오라는 매체가 듣는 이들의 공감을 쌓아올리며 시대의 상징이 되는 과정을 잘 풀어낸 작품이다.


[ 톡 투 미 ]

2007|카시 레몬즈|돈 치들, 치웨텔 에지오포



<톡 투 미>

강도 짓으로 감옥에 수감됐던 남자가 훗날 백악관에 손님으로 초청됐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1970년대 ‘라디오 대통령’이라 불린 피터 그린 주니어가 그 주인공이다. 옥내 방송으로 처음 라디오를 진행하게 된 피터(돈 치들)는 자신의 진행 능력을 만끽한다. 그래서 가석방이 되자마자 감옥에서 마주쳤던 라디오 방송국 PD 듀이 허그스(치웨텔 에지오포)를 찾아가 일자리를 얻는다. 피터의 과격한 진행은 곧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라디오 대통령이란 호칭까지 얻게 된다. <톡 투 미>는 현 영화계의 핵심인 블랙 필름(흑인 사회나 문화를 그린 영화)이 대두되기 전, 2007년 개봉한 영화다. <볼륨을 높여라>와 마찬가지로 라디오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회의 풍경을 지목하고 있다. 차별받는 흑인들에 대한 연민과 함께 TV와 라디오의 영원한 대립도 조미료처럼 첨가됐다.


공포편

[ 더 테러 라이브 ]

2013|김병우|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더 테러 라이브>

앵커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좌천 당한 앵커 윤영화(하정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한강 다리를 터뜨리겠다는 말에 장난 전화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마포대교가 폭발한다. 윤영화는 이 테러리스트와의 통화를 자신의 복귀를 위해 이용하려 한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한국 사회의 여러가지 현상을 엮은 악몽에 가깝다. 기회주의자와 테러리스트의 만남은 밀실극의 한계를 과감하게 넘어서고 관객들에게 눈 돌릴 새를 주지 않는다. 하정우는 이 영화의 연기로 자신의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했고, 김병우 감독은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다. 라디오에서 TV 방송으로 소재를 전환하긴 하지만,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상대를 휘어잡는 김대명의 존재감은 영화 끝까지 지속된다.


[ 폰티풀 ]

2011|브루스 맥도널드|스티븐 맥허티, 리사 바울



<폰티풀>

작은 도시 폰티풀에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DJ 그랜트 매지(스티븐 맥허티). 어느 날 갑자기 라디오로 제보 전화가 쏟아진다. 그 제보 끝에는 “사람이 사람을 먹는다”는 충격적인 목격담이 이어지고, 그랜트와 라디오 직원들은 방송국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준비한다. <폰티풀>은 저예산의 대명사인 공포영화와 밀실극을 결합한다. 그러면서 라디오 방송국이란 설정을 더한다. 단순한 설정 하나 더한 것 같지만 <폰티풀>을 끝까지 지켜보면 고심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라디오라는 특성을 이용해 한정적인 정보만 제공하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 가장 중요한 정보가 밝혀진 후엔 <폰티풀>이 왜 라디오 방송국과 DJ라는 설정을 사용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낭만편

[ 라디오 스타 ]

2006|이준익|박중훈, 안성기



<라디오 스타>

최곤(박중훈)은 슈퍼스타였다. 여러 번 사고를 치면서 이제는 잊힌 가수가 됐다. 그래도 그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마지막으로 지방 라디오 DJ 자리를 구해오고, 최곤은 탐탁지 않게 프로그램을 맡는다. 최곤은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친해지고, 점점 인기 DJ로 자리를 잡아간다. <라디오 스타>는 라디오가 성행했던 시절의 정서, 쉽게 말하면 ‘사람 간의 정’이라는 걸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려낸다. 최곤과 박민수의 관계처럼 라디오는 언제나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리라는 믿음을 <라디오 스타>에서 발견할 수 있다.


[ 콘택트 ]

1997|로버트 저메키스|조디 포스터, 매튜 맥커너히



<콘택트>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로 누군가와 교신을 꿈꾸던 과학자 앨로웨이(조디 포스터). 그는 우주에 지적 존재가 존재한다고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한다. 그러다 어느 날, 우주로부터 의문의 신호를 받게 된다. 다른 영화들이 진짜 라디오를 소재로 한다면, <콘택트>는 그와 유사하게 전파를 송수신하는 걸로 과학적 진보를 꿈꾼다는 게 특징이다. 라디오와 관련해 “사랑은 전파를 타고”라는 다소 구태의연한 문구가 있다. 사실은 전파가 감성적인 것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음을 <콘택트>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코믹편

[ 굿모닝 베트남 ]

1987|베리 베린슨|로빈 윌리엄스



<굿모닝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 현지에서 라디오 방송을 맡게 된 에이드리언 크로나워(로빈 윌리엄스). 크로나워은 검열에도 불구하고 처참하기 그지없는 전쟁을 아이러니컬하고 자조적인 유머로 승화시킨다. <굿모닝 베트남>은 참전 군인들과 현지인들에게 악몽을 안겨줬던 베트남전을 코미디와 부조리로 풀어낸 반전 영화 대표작이다. 로빈 윌리엄스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코미디 연기와 목소리 연기를 과시하면서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많았던 베트남전인 만큼 <굿모닝 베트남>의 자조적인 태도는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

2000|미타니 코키|카라사와 토시아키, 스즈키 쿄카, 니시무라 마사히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영상매체가 곳곳에 널린 지금도 라디오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인간의 목소리와 효과음만으로 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엉망진창이 된 라디오 드라마 생중계 과정을 그린다. 생중계를 앞두고 출연진의 고집으로 내용이 바뀌고, 인물 설정이 뒤엉킨 가운데 벌어지는 소동극. 상황을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한 인물들의 기상천외한 묘수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소리만 전해진다는 라디오 드라마의 특성을 적절히 활용한 코미디에는 웃음을, 어느새인가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의 상황에는 묘한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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